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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 21세기의 초상> Zidane:A 21st Century Portrait
더글라스 고든·필립 파레노/프랑스·아이슬란드/2006년/90분/시네마스케이프
“이건 축구에 대한 영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 그 자체는 점점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우리는 공을 전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지단 : 21세기의 초상>을 공동 연출한 필립 파레노는 지난해 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그렇게 말했다. 몇몇 해외 리뷰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영화 앞에는 필히 경고문이 따라 붙어야 한다. 아트사커를 만들어 낸 지단의 멋진 골 세리머니를 모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아니라고 말이다. 2005년 4월23일, 레알 마드리드와 비아레알의 경기에 출전한 지단을 부단히 쫒는 이 다큐멘터리를 공의 향방과 승부의 집착에 단련된 시선으로 마주한다면 일찌감치 하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활동중인 한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다만 그
한 사람에 관한 영화 <지단 : 21세기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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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의 멋진 세계> Schroeder’s Wonderful World
미카엘 쇼르/독일, 폴란드, 체코/2006년/114분/인디비전
프랑크 슈뢰더는 독일, 체코, 폴란드 접경지역인 고향 땅에서 대규모 리조트 개발 계획이 거론되고 있다는 정보를 듣는다. 하지만 형편없는 황무지에 불과한 고향땅을 환상의 열대 리조트 "매직 라군"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슈뢰더 앞엔 상상도 못했던 복잡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인 투자자를 부르고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내 그의 아버지와 체코인 동료, 폴란드인 기술자들이 각자의 동상이몽을 드러내면서 슈뢰더는 이 텅빈 접경지대가 열린 기회의 땅이 아님을 깨닫는다. 미카엘 쇼르 감독과 제작진은 실사를 통해 독일-체코-폴란드 국경지대에 실제로 존재하는 골프 코스와 늑대 사냥터, 리조트 프로젝트를 그대로 영화에 차용했다. 25%의 실업률과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이 지역 주민들은 변화의 욕구는 높지만 결국 어긋나
블랙코미디의 외형을 취한 영화 <슈뢰더의 멋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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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왓킨스는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한 방향으로만 보라고 말하는 위계적인 영화가 아니다”영화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는 피터 왓킨스의 영화에 ‘유니크 픽션(unique fiction)’이라는 수식부터 헌사했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카페 안의 사람들은 같은 시간 축 위에 있지만, 모두들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도 그런 느낌이다” 피터 왓킨스 회고전의 모더레이터로 전주를 찾은 후지와라는 피터 왓킨스의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간단한 연산이 아니라 복잡한 방정식에 따른 “매력적인 결합”이라고 설명한다. 1990년대 말 뉴욕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워 게임>(1965)을 보고 피터 왓킨스가 창조한 가상 세계에 홀렸다는 그는“인간의 욕망과 경험을 전시하는 또 다른 방식을 맛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회고전을 택하라고 권한다.
뉴욕에서 나 고등학교 때까지 보스턴에 머물렀던 후지와라는 열혈 영화광이다. “어
매력적인 가상 세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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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트> Dry Season
마하마트 살레 하룬/프랑스,벨기에,차드,오스트리아/2006년/95분/시네마스케이프-비전
차드 공화국의 내전이 종식되었다. 그 때 아팀은 할아버지에게 총 한 자루를 건네받는다. 그걸 들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가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 원수가 사는 도시에 도착한 아팀이 마침내 그를 찾아낸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 고전적 복수극에는 미묘한 균열이 찾아온다. 이상하게도 아버지를 죽였다는 원수의 모습은 그다지 악인의 인상이 아니다. 그는 제빵사이며 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그는 목을 심하게 다쳐 기계의 도움 없이는 말도 잘 하지 못할 만큼 유약하다. 빵 제조 기술을 배우겠다는 핑계로 그의 수하로 들어간 아팀은 그를 죽일 기회를 엿보지만 매번 실행하지 못한다. 그가 점점 아버지처럼 느껴지고 또 그 역시 아팀을 아들처럼 여기며 아끼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가 아팀에게 말한다. “너를 양자로 삼고 싶으니 너의 친아버지에게
촉촉한 용서의 이야기 <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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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알폰소 쿠아론/미국,영국/2006년/109분/영화궁전
배경은 인류가 임신 능력을 상실한지 18년째 되는 2027년 영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워 일상적으로 불법이민자 사냥을 벌이고, 이에 맞선 이민자 저항조직은 테러와 납치로 자신의 입장을 알리려 한다. 주인공 테오는 한때 반정부단체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불안한 사회 분위기에 적당히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공무원이다. 어느날 영문도 모른 채 저항단체의 일원인 피쉬단에 납치당한 그는 옛 연인인 저항단체 리더 줄리언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한 이민자 소녀를 국외 탈출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과거의 인연 탓에 내키지 않는 제안을 받아들인 테오는 소녀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홀로 소녀를 보호하게 된 그는 정부와 저항조직 양쪽의 추격을 피해 국경의 바다를 향한다.
흥미진진한 액션영화의 외피를 갖췄지만 쿠아론 감독은 날카로운 정
현대 국제정치에 대한 동시대적인 통찰 <칠드런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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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영화를 봐라. 그럼 한국영화가 더 궁금해질 거다.” <사드 이야기>의 촬영감독인 프랑스 출신 크리스토퍼 룻시는 몇 년 전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마르세유의 한 인디영화관에서 <해안선>(2002)을 보았다 한다. 그 뒤 그는 김기덕 영화의 마니아가 되었다. 김기덕의 영화는 “성과 여성에 대한 시선이 흥미롭”고 또 “유머러스해서 좋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룻시는 <사드 이야기>의 감독 앙트완 코폴라와 함께 지난 1년여 간 김기덕에 관한 다큐를 만들게 되었다. 제목은 <김기덕, 격정적인 미의 감독>(Kim Ki-duk, the director of convulsive beauty). 그는 이 다큐가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김기덕의 영화세계를 말하려고 노력했다”며 “아마 한국 사람들에게도 김기덕을 재발견케 하는 기회일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이 다큐는 올 여름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의 넘쳐나는 에너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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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Private Fears in Public Places
알랭 레네/프랑스, 이탈리아/2006년/120분/시네마스케이프-마스터즈
사유의 영화 혹은 모던 시네마의 역사를 대표하는 알랭 레네의 신작. 최근 알랭 레네는 <우리는 그 노래를 알고 있다>, <입술은 안돼요>를 통해 모호하면서도 유쾌한 뮤지컬의 세계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거기에 비교하자면 <마음>은 레네의 최고작 중 하나인 <스모킹/노 스모킹>에서 시도됐던 인물의 우연과 영화적 배열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알랭 레네는 이 영화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관해 “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사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크고 넓은 범위의 감정이다. 두려움을 포함해서 두근거리는 마음, 상처를 입은 마음,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모킹/노 스모킹>의 연장선에 놓인 ‘마음 버전’이라 할 만하다.
군인 생활을 그만두고
여섯 명의 남녀 관계가 얽혀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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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멘젤의 1968년작 <줄 위의 종달새>는 새로운 사회의 이상에 어울리도록 재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인 폐철처리장 주변에 카메라를 가져간 영화다. 그럼으로써 이른바 ‘노동자들의 천국’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이 영화를 두고, 피터 헤임즈가 쓴 <체코 뉴웨이브>라는 책은 “대면할 수 없는 상황과 대면하는 것”에 대한 영화라고 적절하게 표현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같은 ‘대면’이 꼿꼿이 정색한 태도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을 일컬어 ‘코미디를 배운 자’라고 말하는 영화감독 멘젤은, 여기서 보듯 삶의 잔인함과 슬픔에 대해 차라리 웃음으로 대응하자고, 그래서 삶과 화해할 방법을 찾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멘젤의 코미디 영화에서 버스터 키튼의 잔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또 멘젤의 어떤 영화는 그 스스로가 루피노 레인이나 찰리 채플린을 직접 언급할 때도 있다. 아마도 멘젤이 앞서 언급한 코미디의 대가들로부터 모종의 영향을 받
체코영화의 거장, 이리 멘젤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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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워터스의 밤? ‘불면의 밤’만큼은 확실히 보장한다. 영화적인 경이로움이나 혀끝에 감도는 감동 덕분이 아니다. 관객의 ‘연약한 비위’를 마구잡이로 건드리며 휘젖는 발칙한 이미지의 덕이다. 전주 ‘불면의 밤’ 섹션에 당당하게 들어선 세편의 영화 <디바인 대소동>(74) <막가는 인생>(77) <폴리에스터>(81)는 익히 잘 알려진 존 워터스식 역겨움의 정수들이다. 관객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뉠게다. 토악질나는 이미지를 보며 킬킬거리거나, 혹은 불쾌함에 몸서리를 치거나.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반응은 존 워터스에 대한 결례나 마찬가지다.
존 워터스는 쓸쓸한 공업도시 볼티모어의 중산층 자제로 태어났다. 잘 자라든 못 자라든 다자랄 잎은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 어린 시절의 워터스는 동물의 사체나 자동차 사고 등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괴상한 아이였고, 섹스가 법적으로 허가되는 나이가 되자마자 8mm 카메라를 손에 들고 페티쉬 포르노에 가까운 홈무비들을
1970년대 미드나잇 무비의 제왕, 존 워터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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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낯선 영화 <혼돈의 땅>은 한때 브라질 매스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한 인디오 카라피루의 실화를 다큐멘터리처럼 재구성한 영화다. 1977년, 한 인디오 부족이 백인들의 ‘사냥’으로 몰살당하고, 홀로 생존한 카라피루는 그후 10년 동안 혼자 여행하며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다가 2000km 떨어진 작은 마을에 정착한다. 그곳에서 옷을 걸치고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게 된 카라피루의 이야기는 인류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을 따라 도시로 간 카라피루는 학살의 날 잃은 줄 알았던 아들과 기적적으로 조우한다. 미디어는 이들의 미담을 앞다투어 보도했지만, <혼돈의 땅>은 문명에 적응해 가는 카라피루의 변화를 브라질이 앓는 근대화의 격변과 나란히 관찰한다. 안드레아 토나치 감독에게 인디오 카라피루는 반성 없는 근대화의 폭력에 희생당한 만인의 초상이기도 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재연된 픽션이라니 놀랍다. 특히 카라피루가 처음 문명의 마을 사람들과
[인터뷰] <혼돈의 땅> 감독 안드레아 토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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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임권택, 한국과 세계의 의미>라는 주제로 28일 세미나를 마련한다. 장석용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정재형 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개봉을 맞아 그의 영화세계와 파생된 담론들을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오후 5시30분 메가박스 8관.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 조망 세미나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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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와 피렌체 한국영화제(Korea Film Fest)가 27일(금) 오전 10시30분에 영화 문화 분야 교류 증진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송하진 조직위원장, 민병록 집행위원장, 임안자 부집행위원장, 리카르도 젤리 피렌체 한국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참석자들은 경제, 교육, 문화, 제도 등 4개 부문에 관해 양 영화제가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협정의 개별 내용으로는 영화계 중소기업들과 개별 영화 산업 단체 간 접촉 지지 및 장려, 각 연수 프로그램 조직 및 교육 과정 조직을 통한 교류, 영화 문화계 사절단 및 축제 관련 연합회와 영상물 보관소 등의 문화적 협력 등이다.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한국 영화 축제로서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문화 교류단체인 <태극기-피렌체 문화협회>가 2003년부터 진행해오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한국 간 전반적인 문화교류 활성화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JIFF-Korea Film Fest Agreement
전주-피렌체 영화제 교류 협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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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주를 찾은 해외 영화인들이 손바닥 도장을 남긴다. 디지털 삼인삼색 2007 프로젝트 참가자인 <편지>의 유진 그린, <토끼 사냥꾼들>의 페드로 코스타, <베스터보르크 수용소>의 하룬 파로키는 28일(토) 낮 1시 JIFF 라운지에서 열리는 기자회견 및 핸드 프린팅 행사에 참석한다. 한편,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스터클래스 참가자인 중국의 후오팅샤오, 일본의 이소미 도시히로, 한국의 양홍삼등의 기자회견 및 핸드프린팅 행사는 다음날인 29일(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메가박스에서는 이번 영화제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아, 이태성의 핸드 프린팅 행사도 있을 예정이다.
Hand Printing Event in JIFF
Following last year, foreign film personnel who are visiting Jeonju this year are leaving their hand prints. Jeon
핸드 프린팅 행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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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는 아구탕이지만 아구찜으로 유명한 ‘군산아구탕’. 전주에서는 푸짐한 양과 탁월한 맛으로 이미 소문난 집이다. 대부분의 아구찜들은 먹다 보면 너무 매워 수저를 놓기 십상이지만, 이곳의 아구찜은 적당히 매콤한 맛으로 마지막 콩나물까지도 싹 비우게 만든다. 아구찜을 다 먹고 난 뒤 밥을 시키면 남은 양념으로 비벼주는데, 그 맛 또한 만족스럽다.
“콩나물은 원래 쓰임새 별로 다른 종류를 써야 해요. 저희는 아구찜용으로 따로 직접 재배를 하거든요.” 유난히 아삭거리며 아구찜의 맛을 돋우는 콩나물 맛의 비결은 특별한 재배 방법에 있다. 단체손님들을 위한 별관도 준비되어 있어 영화를 보고 난 뒤 친구들과 다 함께 가 술 안주로 먹어도 좋을 ‘군산아구탕’은 전북대 후문 쪽 사대부고 사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일요일은 휴무. (063-251-3439)
매콤 아구찜, 아삭아삭 콩나물로 레벨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