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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29일~9월16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스누피를 테마로 한 미술, 건축, 패션, 생활디자인 전시 <스누피라이프디자인展>이 열린다. 2005년 스누피 탄생 55주년을 맞아 일본 전시기획사 We’ve가 작가 찰스 M. 슐츠의 부인과 유나이티드 피처스 신디케이트의 동의를 얻어 기획한 이 디자인 전시는 유명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재창조한 스누피 작품을 선보인다. 대중문화와 강박증을 테마로 활동한 국제적인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 지난해 소개된 페이퍼테이너 미술관 설계로 우리나라서도 유명한 반 시게루 등이 이 작업에 동참했다. 일본 도쿄, 오사카에서 이미 40만명의 관람객을 끈 <스누피라이프디자인展>은 아티스트들의 작품부터 상품 브랜드와 결합한 패션, 생활소품 디자인까지 포괄하는 크로스오버 전시라는 점이 새롭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친숙한 캐릭터 스누피를 둘러싼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 이들이 본 스누피의 폐소공포증, 강박,
<스누피라이프디자인展> 여기는 스누피 3차원 미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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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장면을 찍기 전에 이창동 감독님을 보면서 문득 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이 뷰파인더를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서 현장에서 새로운 걸 캐내서 앞으로 외롭게 전진해야 하고 동시에 굳건히 창작의 영역을 지켜내야 하는 존재를 담고 싶었다. 참고로 이창동 감독님은 원래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이날은 고민이 깊으셔서 그런지 전혀 눈치를 못 채셨다. 감독님이 나아가는 방향쪽을 더 좁게 잡고 뒤쪽에 여백을 많이 둔 건 감독이라는 섬을 휘두른 시간의 초조함과 답답함을 담고 싶어서다. 이만큼 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섬의 한숨이 들리는가.”
[숨은 스틸 찾기] <밀양> 감독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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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의 전설을 완성한 사람은 존 포드다. 그러나 서부영화 장르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한 감독은 하워드 혹스다. 포드가 서부 사나이의 심리적 궤적을 따라가며 거대한 연대기를 마감하는 동안, 혹스는 액션드라마를 변주하는 쪽을 선택했다. 서부의 공간에 영혼을 바친 포드의 서부영화는 종종 쓰라림을 동반한다. 그의 서부영화가 거둔 성공은 장르영화가 동시대 관객과 호흡한 결과라기보다 영화 자체의 완결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반면 혹스의 서부영화는 편하고 재미있다(존 카펜터는 DVD의 음성해설에서 “할리우드가 할리우드다운 영화를 제대로 만들면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나온다”라고 했다). 거기엔 관객이 원하는 속시원한 싸움이 있고, 아기자기한 인간관계가 있고, 통쾌한 결말이 있다. <레드 리버> 이후 10년, 혹스는 포드에게서 존 웨인을 다시 데려와 서부영화의 이정표를 세웠다. ‘서부영화 대백과’에서 ‘선과 악의 대결을 거의 완벽하게 다룬 예’라고 평가받은 <리오 브라보>는 뛰어
고전 명작에 담긴 풍부한 스페셜피처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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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애덤스. 당신이 수상쩍을 만큼 평범한 이름을 가진 이 배우를 기억한다면, 그건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초짜 간호사 브렌다 스트롱 때문일 것이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교정기를 낀 채 울음을 터뜨리던 그녀는 세상을 조롱하던 프랭크 애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유일하게 본명을 속삭인 상대다. “그녀는 정말 다정하죠. 프랭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지 않았지만 결국 천재적인 누군가와 함께할 만한 매력이 있었어요.” 스필버그가 지휘하는 대작 프로젝트에 디카프리오와의 협연과 키스신. 프랭크가 브렌다에게 전혀 다른 삶을 선사했듯, 이 영화는 애덤스의 필모그래피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엇이 됐다. 1999년 <드롭 데드 고저스>로 스크린에 데뷔했으나 크게 히트한 영화에도, 크게 호평받은 영화에도 출연한 적 없었던 그녀였다. “이 영화는 분명히 변환점이었죠. 그렇지만 이건 레오의 영화예요, 나는 그 사실을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
빨강머리 에이미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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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번째 사랑>의 음악을 작곡한 마이클 니먼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이 만든 <영국식 정원살인사건>을 비롯한 18편의 영화와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에서 음악을 맡은 세계적인 영화음악가다. <두번째 사랑>을 연출한 김진아 감독은 평소 마이클 니먼의 음악에서 “영상이미지를 문학적 의미 이상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느꼈고 영화를 준비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그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본 마이클 니먼은 “작품만 좋으면 개런티는 상관없다”며 영화음악을 준비했다. 과연 그는 어떤 심정으로 한국의 감독에게 자신의 음악을 선사했을까. 현재 바쁜 공연일정에 쫓기고 있는 그를 잠시 온라인의 세계로 데려와 이메일로 대화했다.
-<두번째 사랑>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나와 한국영화와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사건 때문일 것이다. 2004년 여름, 서울에서 공연을 개최한 뒤 김진아 감독
"지금껏 작업한 영화 음악 중 <두번째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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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 출신에 조용하고 나직한 감성의 영화 <열세살, 수아>를 연출한 여성감독이라 하기에 이상하게도 음성은 낮고 눈길은 느린 나른한 사람을 상상했다. 오해였다. “하하하, 팔짱 끼라고요. 아, 감독 포즈요”, “저요? 다들 세영이 엄마로 보죠!”, “술만 덜 먹었어도 몸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근데 질문이 뭐였죠, 까먹었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 넘쳐나는 에너지, 가식없는 행동. 의외다. 그녀의 말처럼 사람은 모두 다면적이니 그래서 더 흥미로운 만남인 셈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자신의 슬픈 경험을 사춘기 소녀의 감성적 이야기로 영화에 풀어낸 <열세살, 수아>의 감독. 서른일곱 김희정은 활기찼다.
-성격이 쾌활한 것 같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겠다.
=뭐, 소문 들은 건 없으시고? 하하하. 워낙 사람을 좋아한다. 타고나는 것 같다. 감독이란 직업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나도 이 성격을 고쳐보려 했으나 지금은 그냥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다루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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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기구한 여성에 대한 <씨받이>(1986)의 전도된 버전이 <두번째 사랑>(2007)으로 돌아온 것일까? 두 영화에서 씨받이 옥녀(강수연)와 정자 기증자 지하(하정우)의 모습은 명쾌한 성역할의 전복을 보여준다. 영화가 각각 대상화하고 주체화하는 것은 그래도 여성이다. 옥희가 결국은 엄마로도 여자로도 버림받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대를 감안할 때 서글픈 현실주의였다. 반면 파란 눈의 소피(베라 파미가)가 결국 열정과 관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과 아이와 몸을 지켜냈다는 것은 인종과 시대와 성별을 초월해서 윤리적 울림을 자아낸다.
성씨 없는 여자, 국적 없는 남자
<씨받이> 씨받이란 집안의 혈통을 이을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여자다. 씨받이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성씨 없는(즉 아버지 없는) 여자들만 모여 산다. 성이 없다는 점에서 씨받이들은 존재하지만 제도 밖에 있는 여자들. 대를 잇게 해준다는 한정된 조건하에서만 그 존재 가치
[VS] 씨받이와 씨내리, 서글픈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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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소설 <검은집>을 미리 접한 이라면, 영화 <검은집>의 예고편에 흐르는 배우 유선이 의아스럽지 않았을까. 소설의 사치코는 처음부터 불길하고 음산하다. 불쾌한 기운이 단정적으로 감도는 사치코에 비해 유선의 신이화는 기습적으로 아름답다. 연민을 부르는 창백한 미가 보험사정원 전준오(황정민)의 마음을 (더불어 관객의 시선까지) 살짝 흔든다. 자살한 어린 아들의 뼛가루를 뿌리는 그녀의 가라앉은 손을 붙잡아주고 싶을 만큼.
그 손은 사치코처럼 ‘괴력’을 뿌리는, 피를 부르는 재앙이다. 귀신없는 호러의 공포가 그 연약한 손과 핏기없는 얼굴에서 흘러나온다.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로서의 인간, 그녀야말로 <검은집>의 숨은 주인공이다. 하여 표정과 분위기의 낙차 큰 대비의 효과를 만들어낸 배우 유선에 대해 말한다는 건 스포일러 없이 불가능하다.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스포일러를 피하려다보니 대화의 맥이 자꾸 끊긴다. 개봉 직후를 핑계 삼아 구애없
치열한 거리두기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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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가 끝난 뒤 도쿄 신주쿠 파크 타워 홀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는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 등의 아시아 기자들도 참석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각자 출연장면 중 일본 팬들이 꼭 봐주었으면 하는 장면은.
=브루스 윌리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마이와의 엘리베이터 샤프트신이다. 렌 와이즈먼 감독이 직접 스토리보드를 만들었고 세트비용으로 150만달러나 투입한, 굉장히 거대한 엘리베이터 세트신이다. 특히 자동차가 통째로 엘리베이터 샤프트 안으로 드라이브하는 장면은 이제껏 영화에서 이 정도의 격투신은 없었다고 생각될 만큼 개인적인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난생처음 여자를 때렸고 여자와 싸워서 졌다. 물론 실제로 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무지막지하게 당했다. (웃음) 야간 촬영이 많아서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다. 사실 배우들은 촬영 중에 커피가 제때 안 나오기만 해도 컨디션이 나빠지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좋은 배우들과 만나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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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다이하드4.0>은 1편 못지 않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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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빌딩, 공항, 뉴욕을 지나 이번에는 사이버테러다. 세월은 흘렀지만 존 맥클레인의 아날로그식 다이하드 액션은 디지털 시대에도 어김없이 그 괴력을 발휘한다. 지난 6월12일, <다이하드4.0>의 개봉을 앞두고 브루스 윌리스, 매기 큐, 저스틴 롱, 이렇게 세 사람이 일본을 찾았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프로모션으론 첫 방문이라는 브루스 윌리스는 기자회견에 앞서 일본 취재진을 향해 ‘겐키데스카’로 인사를 건네며 연이어 일본 관객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일본에서 89년 2월에 개봉한 <다이하드>는 흥행수익 18억4천만엔(134만명), 90년 9월에 개봉한 <다이하드2>는 51억1천만엔(343만5천명), 그리고 95년 7월에 개봉한 <다이하드3>는 무려 72억엔(432만명)이라는 초대박 흥행수익을 기록,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그 위력을 더해갔다. <다이하드3>의 일본 성적은 이 영화의 전세계 매출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
[현지보고] 아날로그 영웅 존 맥클레인, 디지털 범죄와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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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국 감독이 1998년부터 계속 휴가 중이다. 9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새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이따금 소문이 돌긴 한다. 그가 자메이카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거나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써서 연출할 것이라는 등. 하지만 그는 아직 카메라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난 스스로 인내심 많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망의 순간에 도달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언급한 것이지만, 심지어 테렌스 맬릭도 위트 스틸먼의 마지막 영화 이후 두편이나 영화를 내놨다.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몇명이나 이 감독에 대해 들어봤는지 혹은 그의 영화를 봤는지 확실치 않다. 그는 데뷔작으로 뉴욕 상류사회의 성인연령이 돼가는 이들에 대한 저예산 장편영화 <메트로폴리탄>(1990)을 만들었다. 다음 영화는 1980년 대 초반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두명의 미국인에 관한 영화 <바르셀로나>(1994)였다. 세 번째이자 가장 최근 작품은 “19
[외신기자클럽] 위트 스틸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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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들도 뭉쳤다. 지난 6월18일, 37개 영화제작사에 소속된 101명의 프로듀서들은 서울 센트럴시티 씨너스 8관에 모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roducer Guild of Korea, 이하 프로듀서조합)을 발족했다. 이들은 이 조합이 단순히 영역싸움을 위한 조직이 아니며 “급변하는 제작환경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안을 토론하는 장이자,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산업 전체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중재자, 그동안 개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계약관행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대변인, 그리고 한국영화의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견인차”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듀서조합은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시나리오작가조합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탄생한 영화인의 길드형 조직이다. 프로듀서 조합의 공동대표 3인 중 한명인 안영진 프로듀서는 조합을 결성한 이유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구조의 악화, 제작사 감소, 영화노사협상안 시행에 따른 제작시스
[쟁점] 프로듀서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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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하실 때 주위를 둘러보세요. 가구와 인형 등의 소품이 많으니 발밑, 등뒤를 조심해주세요. 협조와 양해바랍니다.-ART-” 거실 장식장 안에 붙은 메모다. 이곳 상황을 보면 이런 경고장이 붙을 수밖에 없다. 부산 수영만 영화촬영스튜디오 내에 지어진 영화 <헨젤과 그레텔>의 아이들 집 1층 세트는 곳곳이 장난감과 장식품 천지다. 숲에서 길을 잃은 남자가 어린 3남매의 집에서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이 공포물은 겨울이라는 개봉 시점과 왠지 어울리게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세트 미술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 수상하다. 인형들은 눈깔이 빠졌다든지 팔이 잘렸다든지 어딘가 상처입었고 그래서 기괴하다. 류성희 미술감독(<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괴물>)은 “첫인상은 ‘예쁘다’지만 들여다볼수록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망가져 보이는 인형들은 미술팀에서 일일이 수작업한 것들”이라고 설
잔혹하고 기괴한 과자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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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7일 오후 2시, 파주 아트서비스에 마련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세트는 다른 현장에 비해 유독 선명한 때깔을 자랑했다. 극중 돈 잘 버는 엄마 영미(이미숙)의 집인 만큼 거실로 들어서는 입구는 명품 구두로 가득 차 있고, 제작사 직원들마저 ‘여성들의 로망’이라고 소개한 아일랜드식 주방과 와인셀러 그리고 명품 옷과 가방으로 둘러싸인 옷방이 있다. 세련된 언니들이 자족하며 사는 금남지구로 보이지만, 러닝머신에 걸린 속옷들은 이들에게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서글픈 사연이 있음을 알려준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10대, 20대, 40대 여성들이 사랑과 일, 행복에 대해 난장 수다를 펼치듯 각각의 삶을 쉼없이 살아가는 영화. 이미 <싱글즈>로 20대 후반 여성들의 족적을 뒤쫓았던 권칠인 감독은 “일종의 기획영화이지만, 전형성에서 벗어나려 많은 노력을 했다”며 “<뜨거운 것이 좋아>는 <싱글즈>의 핵심정리이자 종합선물세트
10, 20, 40대 싱글 여성에 관한 핵심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