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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이하 CINDI 2007)이 6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상영작 및 부대행사를 발표했다. 오는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열리는 이 행사는 디지털이란 제작방식에 주목하여 아시아 영화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을 발굴하는 목적을 가진 영화제다. 박기용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형보다는 내실 있는 소규모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고, 정성일 공동집행위원장은 "많은 형, 누나뻘 되는 영화제들의 많은 응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의 상영부문은 경쟁과 초청 두 부분으로만 나뉘었다. 정성일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한국의 국제영화제가 영화인들의 친목과 마켓의 기능을 해온 것과 달리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은 오로지 경쟁부문만을 내세운 첫 번째 국제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영작은 모두 경쟁 20편, 초청 20편을 합친 40편이다. 정성일 집행위원장은 "초청부문 상영작들은 영화제 첫 회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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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의 일생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버라이어티>가 6월25일자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제작하는 영화 <플레이보이>는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성혁명가로서의 휴 헤프너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사회운동가로서의 모습도 조명할 예정이다. 메가폰은 <러시 아워3>를 막 마무리 한 브랫 레트너 감독이 잡으며,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제작을 담당한다.
성에 관해서 청교도적인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던 미국에 <플레이보이>라는 포르노 왕국을 건설한 휴 헤프너는 방송에 다수의 동거녀와 함께 출연하거나, 이제까지 동침한 여자가 2천명이 넘는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등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행위를 공개적으로 해온 인물이다. 올해로 81세가 된 헤프너는 수년전 자신의 전기영화에 대한 판권을 브라이언 그레이저에게 넘겼으며, 최근 스스로를 <
<플레이보이> 창립자 휴 헤프너 일생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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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을 스스로 지어 몸소 제 출생신고를 하는 갓난아이는 없다. 그러니 호적에 오르는 이름에는 평생 그 이름으로 불릴 사람의 뜻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는다. 제 이름을 탐탁스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 적잖은 것도 당연하다. (조)부모든 직업적 작명가든 이름을 짓는 이가 너무 무디거나 너무 뾰족하거나 너무 진보적이거나 너무 보수적일 때, 그 이름은 ‘튀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름이 너무 튀어 이름 주인의 스트레스가 너무 커지게 되면, 당사자는 제 이름을 바꾸기 위해 법원 문을 두드린다. 이태 전 문화방송이 내보낸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도 그런 삽화를 품고 있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만도 ‘삼순’보다 더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이름이 얼마든지 있다.
‘종석’이라는 내 이름도, 우스꽝스러울 건 없지만, 너무 밋밋하다. 내가 지을 수 있었다면 좀 더 경쾌하고 우아한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항렬자인 석(錫)의 금속성부터가 마음에 차지 않는 데다가, 그 앞의 종(宗)은 뜻만 거창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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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언급할 영화는 작가주의영화나 예술영화 혹은 영혼의 울림을 주거나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20년 가까이 나를 유아적 마초로 존재하게 해준 집요한 원흉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건대입구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었다. 거기서 가끔 일명 ‘삐자 비디오’를 틀어주었는데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 1981)이라는 영화를 처음으로 봤다. 그때는 이 영화가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인지도 커트 러셀이 누군지도 모르고 봤다. 단지 애꾸눈으로 나오는 남자 캐릭터가 멋져서 끝까지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보고 약국에서 안대를 사다가 사인펜으로 검게 칠하고 아버지 담배를 꼬나물고 거울 앞에서 폼잡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는 애꾸눈에 매혹되어 마치 그게 남자의 길인 양 살아갔다.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모든 게 너무 심심했고 그 심심함을
[내 인생의 영화] <뉴욕탈출> 양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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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오스의 시모니데스, 레오프레페스의 아들, 기억술의 발명자….” 17세기에 발견된 어느 고대의 석판에 적혀 있는 말이다. 기억술(mnemotechnik)은 문자문화 이전,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직 구술문화에 살던 시절의 테크닉이다. 그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석판에 적힌 대로 시인 시모니데스(BC 557~467)를 기억술의 창시자로 여겼다. 로마의 저자 키케로는 <웅변술에 관하여>에서 기억술 창시자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데살로니카의 귀족 스코파스가 베푼 주연에서 시모니데스는 주인을 찬양하는 시를 지어 낭송했다. 거기에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신을 찬양하는 내용도 일부 담겨 있었다. 그러자 인색한 스코파스는 시인에게 찬가를 위해 주기로 했던 금액의 절반만 지불할 것이며, 나머지는 그 시의 절반을 바친 쌍둥이 신에게 받으라고 말했다. 잠시 뒤 시모니데스는 밖에 그와 얘기하고 싶어하는 두 사내가 와 있다는 말을 듣고 주연장을 빠져나오나, 밖에
[진중권의 이매진] 시간의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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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 속 타임머신 이야기야 흔하디 흔해서 더이상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인데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타임리프’는 일단 단어가 달라서 뭔가 신선해 보이고(완전 조삼모사!) 시간을 건너뛰는 행위와 파장이 매우 구체적이라서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타임리프’를 할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갈까?
제일 먼저 든 생각. 3년 전 전세 계약하던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 “전셋값이나 집값이나 별 차이도 없는데 대출 받아서 살까”라는 제안을 묵살했던 그때로 돌아가 집을 샀어야 했다. 그럼 지금 몇 억원은 벌었을 텐데!! 두 번째로 든 생각. 대학 원서 쓸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 의대에 가라는 엄마의 애절한 부탁(지금보다 의대 가기 몇 십배 쉬웠던 시절이었다)을 무시했던 그때로 돌아가 의대에 갔어야 했다. 그럼 지금 몇 억원은 벌었을 텐데!! 아깝다, 아까워!!
아~ 이렇게 나는 진정 인생의 ‘타임리프’를 한 것이다. 한때
[냉정과 열정사이] 달려라 달려, 시간을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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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민자 집수리공인 22살의 세바스찬(게오르기 바블루아니), 그는 자신이 수리하던 집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집주인이 어떠한 ‘횡재’할 게임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편지를 가로채 죽은 집주인 대신 기차에 오른 세바스찬의 삶은 의지와는 관련없는 어떠한 ‘우연’의 판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철저히 운에 명을 맡기는 러시안룰렛 게임에서, 인간은 자유의지의 개별자가 아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세바스찬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서스펜스로 지속된다. 기차표와 호텔 예약증 외에 그에게 던져진 단서는 없다. 호텔에서 받은 전화의 지령을 따라서 만난 낯선 남자가 주는 13번(Tzameti란 13의 그루지야 말), 이것이 그의 운명의 숫자다. 영화의 전반부가 탄력적인 음악에 따라 우아한 템포로 전개됐다면, 영화의 중반 이후에는 음악이 사라진다. 꽉 짜인 긴장감이 음악마저 밀어내는 것이다. 장전하고, 돌리고, 쏜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그렇게 단순한 것이 삶인 양 이 ‘강렬한’ 흑백영
장전하고, 돌리고, 쏜다. <13 자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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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모튼(조시 하트넷)은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해서 보고 천재적인 계산능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매번 직장에서 쫓겨난다. 그가 기댈 곳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모임과 집안 구석구석에서 키우는 새들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벨 소렌슨(라다 미첼)이라는 매력적인 여인이 모임에 가입한다.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한 이사벨은 과거의 상처와 돌출적인 행동으로 사회에 스며들지 못한다. 그런 그녀와 도널드는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빠져든다.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두 남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판타지 속에서 무럭무럭 뻗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고통을 피하지 못한다. 물론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겉옷을 입고 있는 만큼, 극단의 고통으로 치닫기보다는 이들의 내면적 갈등을 잔잔하게 들여다본다.
도널드와 이사벨의 첫 만남과
‘정상’ ‘비정상’ 나누는 사회의 편견 <모짜르트와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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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디자이너 안나(그라이 베이)는 남자친구 요한(마크 스티븐스)이 북극해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기자 술과 무분별한 섹스에 빠져든다. 방황하던 중 다정다감한 남자 프랭크가 나타나고, 안나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요한이 갑작스레 등장하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들고, 결국 두 남자 모두를 떠나보낸 채 파리로 향한다.
<올 어바웃 안나>는 “표현 방법이 적절하다면, 여성들도 에로영화나 포르노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고안된 ‘퍼지 파워 선언’(The Puzzy Power Manifesto)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제작사 젠트로파에서 90년대 말 <콘스탄스> <핑크 프리즌> 등 여성관객을 타깃으로 한 에로물을 내놓으며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퍼지 파워 선언’은 영화가 논리적으로 연결된 플롯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여성의 욕망에 근거해야 하며, 폭력이나 강압에 의한 성적장면은 허용하
여성용 에로영화 <올 어바웃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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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묘사가 들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파티가 끝난다. 파티장을 떠나려던 어머니는 밖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아들을 보고 외친다. “뭐하고 있니? 굳이 부르지 않아도 가족이 가면 함께 가야지.”
가족이 가면 함께 가야지. 그런데 함께 갈 때 가족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준벅>은 여정이 같아도 목적지는 제각각 다른 가족 행로의 딜레마를 응시하는 영화다.
시카고의 미술품 딜러인 메들린(엠베스 데이비츠)은 화가 데이빗의 뛰어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그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을은 우연히도 메들린 남편 조지(알렉산드로 니볼라)의 고향에서 가까운 곳. 매들린은 결혼 뒤 처음으로 시가도 방문하고 계약도 성사시키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남편의 가족을 처음 만나는 일로 잔뜩 흥분한 메들린. 그러나 퉁명스런 시어머니 페그, 과묵한 시아버지 유진, 제멋대로 구는 시동생 조니(벤저민 매킨지), 부담스러운 동서 애슐리(에이미 애덤스
삶의 작고 쓸쓸한 평화 <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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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대형 트레일러를 요구하는 스타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영화 자체가 단기적으로 조성된 스타덤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는 아예 트레일러가 주인공이다. ‘트랜스포머’는 영화 속에서 선악의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는 변신 로봇들을 통틀어 일컫는데 지구에 잠입한 이들은 주로 탈것으로 변장(?)하여 암약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N.B.T.’, 즉 비생물 외계인 (non-biotic extraterrestrial)으로 불리는 트랜스포머들은 사이버트론 행성 출신으로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조종되지 않는다. 사이버트론의 권력 투쟁 결과 평화를 애호하는 오토봇 진영에 축출된 호전적인 디셉티콘 일파는, 우주를 뒤흔들 가공할 에너지가 담긴 큐브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 19세기 말 하필 지구에 떨어진 이 큐브의 위치 정보는 탐험가였던 고조할아버지의 유품을 멋모르고 갖고 있는 미국의 10대 샘(샤이아 라보프)의 손에 있다. 자동차와 여자친구 갖기를
거대로봇들의 돌려차기 <트랜스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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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는 신용사회의 냉혹한 이면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척이나 편리한 시스템인 신용카드가 어떻게 개인에게 감당하지 못할 빚을 지게 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가정이 망가지고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추리소설의 틀을 빌려 증언한다. <화차>를 읽고 나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부업 광고를 떠올렸다. 신용카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여론의 집중포화가 대부업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대부업이 과장광고를 하는 것이 문제인지, 대부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 대부업의 이율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인지 헛갈리는데 아무튼 대부업만 두들겨맞는 걸 보니까 신용카드 회사나 은행은 좋겠다는 심술궂은 생각마저 들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때로 신용카드 회사와 은행도 대부업과 별반 차이없는 이자놀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회사나 은행은 대부업에 쏟아지는 비난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
[편집장이 독자에게] 광고모델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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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감독들의 ‘잇(It) 보이’ 샤이어 라버프가 <디스터비아>로 만난 D. J. 카루소 감독과 다시 팀을 이룰 예정이다. <버라이어티> <로이터> 등의 외신에 따르면, 드림웍스에서 준비하는 새 영화 <이글 아이>의 메가폰은 D. J. 카루소 감독에게, 타이틀 롤은 샤이어 라보프에게 맡길 예정이다. 올해 봄 개봉한 <디스터비아>는 2천만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돼 8천만달러의 흥행수익을 벌어들인 드림웍스의 효자로, <디스터비아>는 드림웍스 뿐만 아니라 샤이어 라버프에게 많은 행운을 열어준 영화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에서 최초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 데뷔했으며, <디스터비아>에 출연하는 라버프를 본 스티븐 스필버그가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에 그를 추천하기도 했고 실제로 스필버그 자신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4>에도 캐스팅했다. <이글 아이>는 20대 백수 남자와
샤이어 라버프, <이글 아이> 출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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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감독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 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흐름을 매만지는 손길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영화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상영작 중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야자키 히토시, <인 더 풀>의 미키 사토시, <신동>의 하기우다 고지가 그 주인공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일본의 세 감독을 소개한다.
여성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손길 _야자키 히토시
야자키 히토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건 힘이 든다. 1980년 <오후의 미풍>으로 감독 데뷔한 뒤 거의 10년마다 한편씩 만들고 있는 그는 2006년이 돼서야 네 번째 장편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만들었다. 1991년에 발표한 <3월의 라이온>과 2000년에 만든 <꽃을 꺾는 소녀와 벌레 죽이는 소녀>까지 포함해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단 네편의 장편과 한편의 단편이 올라 있다. 매우 과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이 감독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