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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쿵하고 무겁게 떨어지는 대사, 눈시울을 천천히 적셔오는 음악, 소리 내진 않아도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게 해주는 이야기. <철큰 근크리트> <신동>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보고나면 가슴이 훈훈해지는 영화들이다. 말초적인 재미보단 진중한 울림을 주는 영화 3편을 모았다.
철콘 근크리트 鐵コン筋クリ-ト
감독 마이클 앨리어스 | 목소리 출연 니노미야 가즈나리, 아오이 유우, 이세야 우스케, 구도 간쿠로, 다나카 민 | 2006년 | 110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도시, 삶은 무엇이 지탱하는가. 노숙자와 야쿠자들이 모여 사는 거리 ‘다카라쵸’에는 쿠로(黑)와 시로(白)란 이름을 가진 두명의 고아소년이 있다. 고양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다카라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하고 다니는 아이들. 하지만 다카라쵸에는 ‘어린이 성’ 프로젝트로 떼돈을 벌어보려는 외부인과 야쿠자의 음모가 다가온다. 다카라쵸를 자신의 근거지마냥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쿠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진중한 울림의 A급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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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가서 주먹밥을 만드는 여자의 손, 현금 수송차에서 3억엔을 강탈한 여자의 마음, 남자들을 콜걸과 연결해주는 전화교환 여자의 음성. 일본영화에서 여자들은 의외의 대목에서 섬세한 울림을 준다. <카모메 식당> <첫사랑>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도 그 감정의 잔향이 진한 작품들. 비밀을 벗고 이야기를 시작한 여자들의 영화 3편을 모아보았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ストロベリ- ショットケイクス
감독 야자키 히토시 | 출연 이케와키 지즈루, 나카무라 유코, 나나난 기리코, 나카고시 노리코, 안도 마사노부 | 2006년 | 127분
“행복은 다 팔려버렸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여자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리코(이케와키 지즈루)는 남자친구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음에도 실연했고, 아키요(나카무라 유코)는 좋아하는 대학동창 키쿠치(안도 마사노부)에게 건조한 섹스를 요청했으며, 일러스트레이터 도코(나나난 기리코)는 거식증에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섬세한 울림의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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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기보다는 기묘하다. 충돌하지만 폭발하지 않는다. <인 더 풀> <파빌리온 살라만더>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은밀하고 끈적거리며 어딘가 어긋나 있는 작품들. 무엇보다 불협화음의 포인트가 확실하다. 밖으로 내지르기보다 안으로 삭이는 인물들의 기묘한 이야기 3편을 모아보았다.
인 더 풀 イン·ザ·プ-ル
감독 미키 사토시 | 출연 오다기리 조, 마쓰오 스즈키, 이치카와 미와코, 다나베 세이이치 | 2005년 | 101분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발기로 고생하는 남자(오다기리 조), 강박증에 시달려 가스 밸브를 수도 없이 확인하는 여자(이치가와 미카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수영장이 아니면 풀지 못하는 남자(다나베 세이치). <인 더 풀>의 이라부 종합병원에는 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세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현대인의 질병은 모두 마음의 병이라고 했던가.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방식도 별스럽다. 괴짜의사로 불리는 이치로(마쓰오 스즈키)는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기묘한 불협화음의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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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경기에 폭탄이 등장하고, 신성한 성당에서 발차기가 오간다. 일상을 거칠게 도발하는 영화 <웃는 대천사 미카엘>과 <키사라즈 캐츠아이> 시리즈는 현실에서 맛보지 못할 쾌감을 선사할 작품들. 이번 영화제 상영작 12편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도, 믿음도 거칠게 해야 성이 차는 인물들의 이야기 3편을 모아봤다.
<h3><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 시리즈> 木更津キャッツアイ 日本シリ-ズ
<키사라즈 캐츠아이 월드 시리즈> 木更津キャッツアイ ワ-ルドシリ-ズ
감독 가네코 후미노리 | 출연 오카다 준이치, 사쿠라이 쇼, 사토 류타, 쓰카모토 사토시, 오카다 요시노리, 윤손하 | 2003년, 2006년 | 131분
삶이 끝나면 다음엔 무엇이 올까. 야구부를 졸업하면 유니폼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콤비 가네코 후미노리와 구도 간쿠로가 다시 뭉친 시리즈 <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엉뚱한 쾌감의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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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6월28일부터 스폰지하우스에서 총 12편 상영
이랏샤이! 2006년 여름, 일본의 작은 영화들을 소개해 좋은 평을 받았던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이 2007년 ‘어서 오세요’란 타이틀을 달고 다시 찾아온다. 6월28일부터 7월25일까지 서울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를 시작으로 진행될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은 총 12편. ‘망가, 논스톱’, ‘도쿄 팝 제너레이션’, ‘내 이름은 오다기리 조입니다’ 등 세개의 부문으로 나뉜다. 만화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가져온 ‘망가, 논스톱’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모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좋은 평을 받은 <철콘 근크리트>,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클래식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신동>, 2006년 일본 아카데미영화상을 휩쓴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일본 청춘들의 이야기를 묶은 ‘도쿄 팝 제너레이션’에는 야자키 히토
망가, 일본의 청춘들 그리고 오다기리의 영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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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아르젠토의 영화
<수정 깃털의 새> The Bird with Crystal Plumage, 1970년, 98분
올해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에서 단 한편의 영화를 보아야 한다면, 그 영화는 당연히 <수정 깃털의 새>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아르젠토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가장 완벽한 아르젠토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너무 잘 만들어서 오히려 덜 아르젠토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르젠토 영화는 적당히 어색하고 지루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수정 깃털의 새>는 날렵하고 잘 짜여졌으며 학살장면 사이의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는 편이다. 게다가 그는 가장 훌륭한 서스펜스 장면 하나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멋지게 해치우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당시 평론가들이 아르젠토를 ‘이탈리아의 히치콕’이라고 불렀던 것도 이해가 된다. 물론 그는 그 뒤로 별명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80년대만 해도 그 별명은 엉뚱한 병에 붙은
[2007 납량 공포 특선]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 상영작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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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아르젠토에 대한 장르 팬들의 관심은 최근 몇년 동안 다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가 찍은 두편의 <마스터즈 오브 호러> 에피소드는 완성도나 취향과는 상관없이, 그가 여전히 날카롭게 날이 선 장르 도구들을 휘둘러대며 맹렬히 활동하는 현역임을 입증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새로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아르젠토 최고 히트작인 <서스페리아>를 공개했고, 20여년 넘게 미완성으로 방치되어 있었던 <세 어머니> 3부작의 마지막 편인 <눈물의 어머니>가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활동 소식만 들어보면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되었던 슬럼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슬럼프라. 도대체 다들 쉽게 말하는 아르젠토의 슬럼프란 정체가 뭘까?
기간을 따진다면 아르젠토의 슬럼프 기간은 다들 그의 마지막 걸작이라 부르는 1987년작 <오페라>를 찍은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가리킨다. 그의 첫 미국영화인 93년작 <
[2007 납량 공포 특선] 검은 장갑의 살인마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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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상에는 ‘무서운 공포영화’라는 게 존재하는가. 공포영화는 이제 무섭다기보다는 감독과 제작자의 돈에 굶주린 욕망에 관한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관객은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 이후 슬래셔를 포함한 호러 장르를 일종의 농담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누구도 여자주인공이 현관문 대신 2층으로 도망치는 ‘진지한 슬래셔영화’ 따위를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장르적인 고착상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 호러 영화계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왔다. <아미티빌의 저주>나 <시체들의 새벽> 같은 고전들을 리메이크하거나, <데블스 리젝트>처럼 아예 장르 자체를 비트는 실험을 단행하거나 아니면 더욱 극단적인 방식의 장르적 진화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내 개봉이 금지된 일라이 로스의 <호스텔> 시리즈나 <쏘우> 같은 ‘고문 호러영화’들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순수하게 ‘무서운 영화’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
[2007 납량 공포 특선] 클래식 공포의 새로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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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묶어놓은 특집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러영화의 팬들이라면 지금 특집으로 소개하는 세개의 공포들이 억지로라도 묶어야 할 만큼 끝내주는 기회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허술하고 고답적인데다 가끔은 눈뜨고 보아주기 힘들 만큼 졸렬한 호러영화들이 이미 여름의 스타트를 끊어버린 지금, 세개의 진짜 클래식 호러들이 찾아온다. 영국에서 건너온 진짜배기 장르영화 <디센트>, 제11회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될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과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두 번째 시리즈다. 왜 삼색공포냐고? 피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르젠토 영화의 주황색 페인트 핏물, <디센트>의 괴이할 정도로 검붉고 찐득거리는 핏물, 그리고 <마스터스 오브 호러즈2>가 선보이는 각양각색의 핏물은 모두 미술시간에 보았던 먼셀색채표로 구분 가능할 만큼 다르다. 물론 같은 것도 있다. 삼색의 공포 모두 진정한 장인들이 빚어낸 최상급의 장르영화라는 사실이다. 오
[2007 납량 공포 특선] 세가지 색 공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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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배우 성지루와 함께한 톡톡 튀는 인터뷰입니다.
관객의 재미있는 질문과, 배우의 톡톡튀는 답변! 씨네21에서만 볼 수 있는 2원 생중계!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talk talk talk] 성지루의 톡톡 튀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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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없는 찐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택시 4>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총알택시의 무제한 스피드가 무기인 영화가 도로를 쾌속 질주하기 보다는, 주차를 해둔 시간이 더 많다면 큰 문제다. 예컨대 <택시 4>는 생각 없이 보기엔 적절하지만, 개성을 잃어버린 영화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5편이 제작이 된다면 부디 다니엘이 액셀을 밞는 횟수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http://extmovie.com)
[전문가 100자평] <택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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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워지는 요즘, 유일한 삶의 낙은 주말 심야에 보는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문자 그대로 무더위를, 짜증을 잊을 정도로 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민용 때문이다. 토크쇼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거침없이 하이킥> 스페셜에 출연한 이민용은, 자기는 극중 모든 여자 출연자과 이야기가 걸린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나문희 아들이고, 신지 전 남편이고, 서민정 남자친구고, 유미의 담임이고, 해미의 앙숙 ‘도련님’이다. 상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만일… 만일 말이다….
만일 <거침없이 하이킥>이 할리퀸로맨스나 순정만화라면 이민용은 유미와 사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혼만 내는 듯하지만 속정 깊은 선생님과 천방지축이지만 예쁜 여제자. 만일 장르가 에로라면 이민용은 해미와 불륜의 관계가 되었을지도. 뭐, 아님 말고. 만일 장르가 로맨틱
[칼럼있수다] 종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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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기톱으로 33명을 죽였다는 살인마는 영화에서 가공된 인물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의 피부를 벗겨 ‘가죽 얼굴’을 쓰고 다녔다는 설정은 실제인물에 기초한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토머스 휴이트와 <양들의 침묵>의 버팔로 빌,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에게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 바로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에드 게인이다. 1906년 위스콘신주에서 태어난 에드 게인은 어머니한테서 극도로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번번이 “섹스는 사악한 것이고 여자들은 음탕한 매춘부”라 강조했고, 한번은 욕조에서 아들이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는 뜨거운 물에 머리를 처박는 벌을 주기도 했다. 에드 게인의 엽기적인 행위는 형과 어머니가 의문의 사고로 죽은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실 에드 게인은 살인이 아니라 시체애호증으로 더 악명이 높다(그가 살인한 것으로
[배워봅시다] 텍사스 살인마의 원형, 에드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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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집>의 전준오
인간이 얼마나 공포에 시달리면 저런 표정이 나올까? 아마도 전준오는 황정민이 이제껏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슬림하고 날카로운 인물일 것이다. 설정부터 스마트하고 지적인 보험회사 사정(司正) 담당 직원이라지만, 그의 우중충한 아우라는 단지 검은 뿔테 안경과 말끔한 옷차림 때문만은 아닌 듯. 자해공갈로 생명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박충배(강신일) 때문에 준오는 날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심증은 타살인데 물증은 없는 보험 연쇄 사망사건. 이를 파헤치려는 그의 눈빛은 <CSI>의 그리섬 반장보다 더 날카롭게 빛난다.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
대한민국 관객에게 가장 친숙한 황정민의 모습은 바로 이런 푸근한 표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은하씨(전도연)” 때문에 행복해 죽겠다며 호탕하게 웃어젖히고, 송아지의 탄생에 해맑은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이 남자. 90kg까지 찌운 푸짐한 몸매와 술 한잔 안 걸쳐도 금세 빨개지는 얼
[VS] 황정민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