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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아마드에게.
안녕 아마드. 이렇게 너의 이름을 부르니 조금은 어색하구나. 너는 멀리 이란의 작은 시골에 사는 소년이었고 난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분단된 나라 코리아에 사는 영화감독이고. 서로 얼굴도 알지 못하는데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어색하네. 그래도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기로 생각한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조금의 이유가 있단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은 사라진 동숭씨네마텍라는 한국의 작은 극장이었어. 그 극장의 작은 영사막 속에 너의 착한 눈빛이 빛나고 있었지. 너는 이란의 가난한 시골에 살고 있는 조그만 아이였지만, 너의 동무를 생각하는 그 착한 마음씨가 나의 가슴을 때리고 심장을 흔들어놓았지.
당시 나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었단다. 워낙 늦게 시작한 공부여서인지 후배들의 작품활동에 늘 따라다니면서 조명기를 나르고 전선을 정리하면서 영화를 배웠어. 그렇게 영화는 남들이 잠자는 밤에 환한 조명등을 켜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일이라
[내 인생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김명준 <우리학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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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스파이더 맨’은 해상도가 낮은 흑백TV 속에 ‘왕거미’였다. <왕거미>를 보고 골목으로 몰려나온 아이들은 온몸에 영화를 흠뻑 뒤집어쓴 채 손바닥을 벌려 벽에 들러붙곤 했다. 찍찍거리는 흑백TV로 보던 저해상의 왕거미가 이제 최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만든 고해상의 ‘스파이더 맨’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 곧 개봉될 <스파이더맨 3>는 3천억달러를 들여 컴퓨터그래픽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란다.
옥토퍼스와 헥사포드
<스파이더 맨2>에서 닥터 옥타비우스는 자신의 몸에 기계로 만든 네개의 다리를 이식한다. 하지만 신체와 기계의 소통을 담당하는 칩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그는 몸에 붙은 기계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사악한 ‘닥터 옥토퍼스’가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되돌아온 신체의 양심은 기생충처럼 몸에 들러붙은 기계의 사악함을 떨치기 위해 스스로 몰락을 택한다. 괴물 옥토퍼스는 물에 가라앉으면서 인간 옥타비우스로 되돌아간다.
이 장면을 보며
[진중권의 이매진] 기계에 깃든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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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붙이자면 ‘토끼굴’ 장르에 속하는 영화들이 있다. 좁은 굴 속에 토끼를 몰아넣고 연기를 피워 질식시키는 토끼 사냥식의 이야기를 가진 영화들이다. 토끼 사냥과 토끼굴 영화들의 다른 점은 사냥에서 토끼는 연기에 질식해 굴을 뛰쳐나오는 시나리오지만 영화에서 토끼는 굴의 구석을 점점 더 파고들어가다가 결국 그 안에서 죽는다. 비극적 죽음이라는 점에서 엔딩은 같다.
토끼굴 영화의 대표작이라면 나는 단연 <어둠 속의 댄서>를 꼽겠다. 2000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이 장르 최고의 작품임을 인정받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셀마의 인생은 구석으로 몰리고 몰리고 또 몰린다. 더이상 굴을 파고들어갈 손톱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죽는다. 그것도 사형당한다. 그것도 살인 누명을 쓰고. 밀려오는 연기로 질식하는 와중에 그녀는 마치 순교자처럼 자신의 것을 포기한다. 멀어져가는 눈과 평생 모은 돈과 결국에는 목숨까지.
그리고 7년이 흘러 셀마에 필적할 순교자적 인물이 강림했으니
[냉정과 열정사이] 21세기에 도래한 신파 뉴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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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심슨가족-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감독 데이비드 실버맨 목소리 출연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카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미니 드라이버, 앨버트 브룩스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개봉예정 8월9일
2003년 <BBC>에서 ‘위대한 미국인’을 뽑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는 2위 에이브러햄 링컨, 1위 호머 심슨. 영국인들이 주축으로 뽑은 설문이라 더 흥미로운 결과다. 이를 두고 <심슨가족>의 오랜 시나리오작가 알 진은 “호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면 이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표상”이라며 “호머에게 한표를 던지는 것은 ‘미국 꺼져’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간에 스프링필드의 노란 가족들이 전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결과이리라. 1989년부터 방영된 <심슨가족>은 실제로 폭스의 효자 프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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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녀: 그럼 여름 시즌의 테이프를 이렇게 자르며, 다음 이야기로 갈까요? 이번주 개봉작들의 트렌드가 있다면 ‘막판 뒤집기’입니다.
동화남: 비단 이번주만이 아니고 <눈부신 날에>부터 몇주 됐어요. 확실히 반전이 요즘 충무로 영화의 클리셰인 것 같아요.
거미녀: 이주 개봉작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반전을 볼 때 전 두 가지를 짚어봅니다. 첫째, 그 반전을 위해 영화 전체가 어떤 희생을 하는가. 반전이 등장하기까지 영화적인 재미가 몽땅 유예된다면 그것은 재고해야겠죠. 둘째, 그 반전이 영화에 어떤 것을 보태고 무엇을 바꿔놓는가? 관객에게 현상의 이면을 보게 해주거나 이야기에 새로운 면을 더하는가? 영화의 트릭이 이상의 두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지, 둘 중 하나만 채워주는지, 둘 다 못하는지에 따라 반전의 급수가 나뉜다고 생각해요.
동화남: 요즘 충무로 영화들은 왜 반전인가에 대해서 답하지 못하고 어떤 반전인가에만 기술적으로 골몰한다는 거죠. 반전을 아
[메신저토크] 충무로 트렌드는 ‘막판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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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이여 바다로 가라
<서핑업> Surf’s Up
감독 애시 브래넌, 크리스 벅 목소리 출연 시아 라뵈프, 제프 브리지스, 제임스 우즈, 존 헤더, 주이 디샤넬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8월9일
남극 쉬버풀이란 마을에 키 작은 락호퍼종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 주인공, 코디 매버릭(시아 라뵈프)이 있다. 그는 서핑에 일가견이 있는 펭귄으로, 승리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런 코디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햇볕 좋고 물 좋은 펭구섬에서 열릴 메모리얼 서핑대회. 코디는 서핑계의 영웅, 빅 지(제프 브리지스)의 전설을 마음에 품은 채 펭구섬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서핑광 치킨 조(존 헤더), 서핑 프로모터 레지 벨라폰테(제임스 우즈)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난 코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우상 빅 지를 만나는데, 그는 “1등하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란 말을 해준다. 그때부터 승리만 꿈꿔온 열혈청년 코디의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서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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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시궁창 쥐라도!
<라따뚜이> Ratatouille
감독 브래드 버드 목소리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브래드 가렛, 자닌 가로팔로, 피터 오툴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7월26일
난해한 제목 ‘라따뚜이’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라따뚜이’는 ‘쥐’(rat)와 ‘휘젓다’(touille)의 합성어이자, 프랑스식 잡탕 요리를 가리키는 말.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쥐다. 그것도 귀여운 생쥐가 아니라, 하수구에 사는 혐오스러운 쥐. 픽사의 눈부신 기술이 시궁쥐의 털 한 오라기까지 묘사할 것을 상상하면, 경계심이 발동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의 고향, 픽사의 신작이라는 점에 조금 안도감이 생긴다. <라따뚜이>는 3D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 스튜디오의 8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자,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2007 여름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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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슈퍼히어로들만 바쁜 게 아니다. 잠자던 캐릭터를 깨우고, 막바지 옷을 입히느라 애니메이터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그 첫 주자는 예비 아빠가 된 녹색괴물, 슈렉의 세 번째 모험담 <슈렉3>. 이번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라푼젤 등 동화 속 손님들이 대거 등장해 겁나먼 왕국 수호에 앞장선다. 그 뒤를 이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성대한 프랑스 만찬을 선보이며, <서핑업>은 신나게 파도를 가르는 펭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다. 마지막으로 <심슨가족: 더 무비>가 호머 심슨의 멍청한 지구 수호기를 와이드스크린에 담게 된다. 소심하고 마음씨 고운 슈렉에서 스프링필드의 최고 말썽꾼 호머 심슨에 이르기까지, 올 여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본다.
책임감을 등에 짊어진 슈렉?
<슈렉3> Shrek the Third
감독 크리스 밀러, 라만 후이 목소리 출연 마이크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슈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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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쏘우>의 제작사 트위스티드 픽처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계획을 내놓았다. 인터넷을 통해서 장편영화를 공개하는 것인데, 이전의 시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회 3분 분량의 짧은 웨비소드(웹과 에피소드의 합성어로 스토리를 가진 시리즈물을 웹을 통해서 공개하는 형태)로 30회에 걸쳐서 공개할 예정이다. 트위스티드 픽쳐스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그들의 장기를 살려서 호러로 장르를 정했는데, 영화 제목은 <인터넷 킬러>이고 UCC사이트 <브레이크닷컴>을 통해서 공개한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트위스티드 픽처스의 대표 오렌 쿨스는 미국 내 배급은 인터넷을 통하지만 해외에서는 DVD로 출시하거나 극장 개봉할 예정이라는 전략을 밝혔는데, 구체적인 연출자나 시나리오 조차 결정돼지 않은 상태로 이번 여름까지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인터넷 킬러>의 미국 내 공개를 담당할 <브레이크닷컴>의 대표 키스 리치먼은
<쏘우>의 제작사 트위스티드 픽쳐스, 인터넷 장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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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산 입에 거미줄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언제나 동화처럼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언제나 동화처럼님의 말(이하 동화남): 오늘 <스파이더맨 3> 시사회에 다녀왔더니, 갑자기 더위가 느껴지는 것 같더군요. 역시 5월에 첫 포문을 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고나면 극장가에는 저절로 여름이 호출되는 것 같아요. 이젠 첫 번째 여름 블록버스터를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적으로 몸이 덥기까지 하니, 참. -_-# 휴대폰 맡기고 영화 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네요.
산 입에 거미줄님의 말(이하 거미녀): 블록버스터 시사회 소지품 검색대 통과하며 통감하는 거죠. “올해도 여름이 왔구나!” 정말 오늘은 커피보다 얼음 넣은 콜라 들고 입장하는 기자들이 많던데요.
동화남: <스파이더 맨> 시리즈 좋아하시죠? 전 슈퍼히어로영화 중 <엑스맨> 시리즈가 더 좋
[메신저토크] 나의 피터는 저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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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의 귀환! 오는 5월8일부터(영화 상영은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두 번째 인디포럼2007이 열린다. 지난해 내부 사정으로 인해 축소된 규모로 신작 공모없이 진행됐던 축제가 원상 복귀된다는 면에서, 그리고 신작전에서 소개되는 영화가 2000년대 초반의 전성기를 연상시킬 만큼 흥미진진하다는 면에서 올해의 인디포럼은 의미심장하다. 59편의 신작들은 관객과 작가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대중성과 실험을 겸비한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이 땅의 현재를 고민하되 긍정의 힘을 잃지 않는 다큐멘터리 등 2007년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독립영화제다운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디지텉 제작의 일반화로 전반적으로 러닝타임이 길어졌으며, 과거 영화과 학생들이 주를 이뤘던 제작 주체가 고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화된 점 등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모든 상영작들은 ‘객관적이고 대중적인 재미’를 갖췄다.
신작 상영 외에 알찬 행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독
심기일전! 독립영화제다운 독립영화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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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배고픈 하루>는 각박한 현실이 숨통을 꽉 조여올 때 이를 일순간에 뛰어넘는 판타지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다. 영화 속 판타지가 현실을 도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읽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순간이 현실의 압력에 의해 압사 직전에 놓인 인물들의 고통을 쓰다듬어주는 할머니의 약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상어>는 <배고픈 하루>의 김동현 감독이 그 다음해인 2005년에 완성한 장편 데뷔작이다.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던 <상어>는 자신의 영화가 이 세상을 향한 치유의 손길이 되기를 바라는 김동현 감독의 영화적 경향이 여전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005년 작품이었던 <상어>가 개봉을 앞둔 지금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처음 만난 사람들>의 촬영을 이제 막 마치고 편집을 준비하고 있다.
-배용균 감독의 조감독을 했다는 정도가 널리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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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항상 ‘<인어공주>의 박흥식이 아니라…’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야 했다. 2005년 <역전의 명수>를 내놓을 때만 해도 박흥식 감독은 그저 그런 상업영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그의 데뷔작을 너무 쉽게 ‘그냥 코미디’ 혹은 ‘그저 상업영화’로만 간주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의선>이라는 제목을 가진 그의 두 번째 영화는 적은 예산으로 만든 소품 느낌의 영화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붙드는 요소가 풍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박흥식’ 또는 ‘박곡지 편집기사의 남편’이라는 호칭 대신, ‘<경의선>의 박흥식 감독’으로 불릴 그를 만나 영화와 삶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의선>은 제작이 끝난 지 꽤 오래됐는데 뒤늦게 개봉을 하는 심정이 남다르겠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시기에 맞춰서 마무리지었다. 사실
하방연대로 감싸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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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세계의 호기심, 영화를 보는 자유’를 컨셉으로 열린 제9회 우디네극동아시아영화제(이하 우디네영화제)가 지난 4월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개최됐다. 일본에서 거대한 흥행 수익을 기록한 판타지영화 <도로로>로 개막한 이번 우디네영화제에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온 59편의 아시아영화들이 상영됐다. 한국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박철희 감독의 <예의없는 것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김은경 감독의 단편영화 <디 데이> 등 14편의 영화가 초청됐고, <타짜>와 <바람피기 좋은 날>을 동시에 들고 우디네를 찾은 여배우 김혜수는 ‘아시아의 디바’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디네를 찾은 많은 관객에게 올해 한국영화들은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월에 열린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부터 이 같은 지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현지보고] 한국영화 속 침묵의 조화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