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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는 돈을 받고 스틸을 찍었다기보다는 류승완 감독이 좋아서 참여한 작품이다. 영화 홍보용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일부러 류승완 감독의 다큐멘터리적인 모습을 많이 담았다. <피도 눈물도 없이> 때 처음 만났는데, 감독님이 워낙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사진 속 장면은 청주 본정통에서 촬영할 때 찍었다. 거리를 다 막고 수백개의 상점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양해를 구해야 했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현장 진행이 매우 빠르게 돌아갔다. 그 와중에 류승완 감독은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평소에는 연출자로서의 모습만 봤는데, 직접 액션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감독님이 가진 액션에 대한 애정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몸은 왜소하지만 액션에 대한 열정만큼은 정두홍 감독님 못지않은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숨은 스틸 찾기] <짝패> 레디, 액션! 정말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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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종이풍선> 人情紙風船
<하나> 花よりもなほ
밑바닥 인생을 빌려 변화하는 시대를 도전적으로 읽으려는 사람에게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은 훌륭한 텍스트이자 벗어나기 힘든 모태다. 장 르누아르와 구로사와 아키라가 원작을 각색해 두편의 <밑바닥>을 만들었다면, <인정 종이풍선>과 <하나>는 각각 19세기의 가부키 작품과 오리지널 각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분위기와 정신은 <밑바닥>에서 가져온 경우다. 두 영화는 사무라이가 주인공인 시대물이지만 무사도와 명예를 주제로 삼을 생각일랑 없다. 대신 지저분한 집단 거주지에 기거하는 밑바닥 인생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밑바닥>의 대사처럼 ‘치욕이나 양심은 권력을 가진 인간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정직하게 살았다간 사흘 안에 굶어 죽는’ 그들은 저열하고 더러운 존재다. 한데 두 영화는 그들에게서 건강한 미소와 자유로운 영혼과 유쾌한 복수극을 발견하고 무
혐오스런 사무라이의 희망찬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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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화였다> 신상옥 지음 l 랜덤하우스 펴냄
세상 어떤 감독이 영화라는 거대한 신전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을까. 한술 더 떠 자신의 존재를 영화와 동일시하는 감독이라면. 오만하게까지 여겨지는 책 제목에서 누군가는 ‘피∼’ 하고 코웃음부터 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발화의 주인이 신상옥이라면 수긍 못할 일도 아니다. 스스로 술회하듯 그는 “영화에 미친 놈”이었다. 한국영화사 연구자인 조영정의 표현대로 그는 “영화라면 무엇이든 저지를” 사람이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을 돌며 그가 남긴 전설을 한번이라도 귀동냥으로 들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그가 마지막 남긴 글의 첫머리에 ‘난, 영화였다’라는 서명을 남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4월 타계한 고(故) 신상옥 감독의 자서전은 “부모의 돈을 훔쳐 고물 영사기를 샀던”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꼬마의 꿈으로 시작한다. <악야>(1952)로 충무로에 뛰어든 뒤 <어느 여대생의 고백>
영화로 존재한 생(生)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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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 드로잉전-설레임> 8월8∼26일/ 두아트갤러리/ 02-738-2522
배우의 생명력이 연기라면 화가에겐 표현력이다. 제아무리 매력적인 이야기라도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작가라면 유능할 수 없다. 전시를 열며 작품제작 전 과정을 벽면에 시연해보인 작가가 있다. 지지난해 말 <일그러진 얼굴의 민머리 자화상> 개인전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변웅필(38). 연필과 수채물감으로 소담하게 그린 드로잉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부제 ‘설레임’만큼이나 감칠맛 넘치는 그의 드로잉을 보고 있으면 일상의 자화상을 만난 듯하다.
“원래 드로잉 작품을 유화 작품보다 먼저 시작했어요. 드로잉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 속의 인체들은 주관적인 구별이 없습니다. 성별이나 헤어스타일, 의상 역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표현된 주인공들이 누구인가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체의 형상을 바라보며 그 형상을 통해 보는 이가 스스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합니
드로잉으로 채집한 일상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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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기담> 한 주간 사건, 사고를 전해드립니다
[정훈이 만화] <기담> 한 주간 사건, 사고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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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감독 스콧 힉스 인터뷰
-리메이크인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우선 캐서린이 참여한다고 해서다.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니 더없이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원래 배우와 작업하는 과정을 좋아하는데, 캐서린이 무척 섬세하고, 타이밍이 좋았다. 마치 안무된 작품을 보는 듯했다. 또 다른 이유는 스크립보다도 오리지널 작품 때문이다. 아름다운 영화지만 미국에서는 소수 관객에게만 알려졌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포도농장을 가지고 있다던데.
=부인(프로듀서 케리 헤이슨)과 함께 운영한 지 8년 정도 됐다. 호주 남부지역에 포도농장(http://www.yaccapaddock.com/)이 있는데,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고, 친구 중에는 유명한 요리사도 있으니까, 이를테면 시너지 효과를 얻은 셈이다. 영화에도 레스토랑 테이블 위에서 내 포도주를 볼 수 있다. (웃음)
-케이블 채널 <
[현지보고] <사랑의 레시피> 감독,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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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깐깐하고 완벽주의자인 일급 뉴욕 레스토랑 여성 요리사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가 오페라를 부르며 주방 스탭과 농담 따먹기하는 신임 부요리사 닉(아론 에크하트)을 적대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 분야에서 결혼도, 사랑도 마다하고 오로지 요리에 목숨을 걸어온 케이트에게 “당신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 싶어서” 들어왔다는 이 느물거리는 남자는 분명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은 케이트의 조카 조이(애비게일 브레슬린)가 꽁꽁 닫혔던 마음을 열게 된 것은 이 속없어 보이던 닉이 장난처럼 넘겨준 그릇에 담긴 스파게티를 먹으면서부터다. 사고 뒤 식음을 전폐했던 조이가 다시 먹는 모습을 보면서, 닉에 대한 케이트의 경계는 차츰 사라져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고? 그렇다. 영화 <사랑의 레시피>는 지난 2001년 독일 작품 <벨라 마사> (또는 <모스틀리 마사>)를 리메이크한 것. 이 영화는 &
[현지보고] 당신의 영혼과 사랑을 위한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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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샴>은 타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3월 말 개봉해서 자국 박스오피스에서 약 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현재 한국에서 350만달러를 넘어서는 성공을 보이면서 타이에서의 성공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또한 대만에서도 개봉했는데, 미야자키 고로의 애니메이션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를 근소하게 앞서며 지금까지 올해 개봉한 아시아영화 중 가장 큰 성공적인 것이 됐다.
<샴>은 자신의 여동생 플로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남자친구 위와 함께 한국으로 이사온 30대의 핌을 그린 이야기이다. 핌과 플로이는 10대 때까지 연결된 이중체 쌍둥이였다가 당시 핌이 위와 사랑에 빠지면서 분리를 요구했던 것이다. 병든 어머니를 만나러 방콕으로 돌아오면서 핌은 죽은 여동생의 유령을 보기 시작하고 이는 그녀를 미치기 직전으로 몰고 간다.
<샴>의 공동감독인 팍품 웡품과 반종 피산타나쿤은 2004년 타이 최고의 히트작이
[외신기자클럽] 타이영화 리메이크 성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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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주, 주말의 모임 참석을 묻는 이바이트(evite)의 대답들이 유난히 썰렁하다. 이유는 다들 그주에 잡힌 샌디에이고행 때문. 이른바 전국의 모든 괴짜들의 쓰나미가 샌디에이고를 향하고 있다는 것. 그 최종 목적지는 7월26일부터 4일 동안 열리는 코믹컨벤션(이하 코믹콘)이다.
6시에 나왔는데도, 막히는 고속도로를 겨우 빠져나오면, 컨벤션센터를 향한 행렬들이 보인다. 슈퍼맨, 원더우먼, 다스베이더, 오비완, 세일러문, 배트맨, 스파르타 병사들 등 코믹북의 캐릭터들 속을 비집고 컨벤션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그 규모에 어디서부터 구경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행복에 겨운 고민이 시작된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컨벤션의 1층에서는 영화, 게임, 피겨, 만화 등 대규모 전시 및 각종 행사가 열리고, 2층에서는 그래픽 아트 전시 및 체크인이, 그리고 3층에서는 코믹북 관련 각종 세미나 및 미팅이 이루어진다. 지난해 코믹콘에서는 <300>과 <그라인드 하우스>
[LA] <블레이드 러너>, 25년 만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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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처스, 발리우드 진출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발리우드에 진출했다. 소니가 제작에 참여한 멜로드라마 <사와리야>는 감독, 캐스팅, 로케이션까지 여느 발리우드영화와 다를 것이 없다. 소니는 이번 현지화 전략에 대해서 “인도는 극장수입의 95%가 자국영화에서 창출되고, 1인당 20달러를 자국영화에 소비하는 시장”이라며 단순히 할리우드영화를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성과 수익성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없다고 이 시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러시아워3> 수입 안 하기로 결정
<러시아워3>의 중국 개봉이 무산됐다. <러시아워3>의 수입 여부를 놓고 영화의 내용을 문제삼았던 중국은 공식적으로 수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이미 많은 외화를 수입했으며, 흥행 성적이 좋았다”며 거절의 이유를 밝혔고, 덧붙여 “<러시아워3>는 흥행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은 영화의 중국 범죄조직에 대한 묘사를
[해외단신] 소니픽처스, 발리우드 진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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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타국의 인권문제를 또다시 스크린에 불러온다. 다이아몬드 채굴(<블러드 다이아몬드>), 르완다 내전(<호텔 르완다>) 등에 이어 영화적 소재로 부상한 것은 리비아에서 426명의 어린이들에게 에이즈를 감염시켰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힌 외국 의료진 문제다. 사형을 선고받아 8년간 복역한 그들은 줄곧 무죄를 주장했고,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지난 7월 마침내 감옥에서 풀려났다. 불가리아인 간호사 다섯명과 팔레스타인 출신 의사 한명으로 이뤄진 이들의 사연에 관심을 표한 곳은 식스센스 프로덕션. <호텔 르완다>의 투자를 도왔던 할리우드 제작사다. 샘 포이어 대표는 “세계는 부당함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건 그저 불가리아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계가 배워야 하는 인간의 이야기다”라며 기획 동기를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은 체포되기 직전 의료진들이 머물렀던 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벵가지에서 인용해 <벵가지 식스>(The Benghazi S
[What's Up] “세계는 부당함에 대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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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스타인컴퍼니(TWC)가 아시아를 테마로 한 영화들을 전문 제작·배급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고 <버라이어티>를 비롯한 외신들이 지난 8월6일 보도했다. 펀드의 규모는 약 2억8500만달러(약 2630억원). TWC는 향후 6년간 이 펀드를 통해 21편의 극장용 영화와 10편의 비디오용 영화를 제작하고 이 영화들의 전세계 배급권과 미국 내 DVD 배급권을 소유하게 될 예정이다. 이 펀드는 골드만삭스가 조직하고 코메리카 은행 주도 아래 시티그룹, 이스라엘디스카운트뱅크 등 은행권 금융 컨소시엄과 콘티넨탈엔터테인먼트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이 펀드에 의해 현재 제작이 구체화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화를 비롯해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리메이크, <옹박>의 토니 자가 주연하는 제목 미정의 액션영화 프로젝트 등. TWC쪽은 최근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과 홍콩 액션영화 3편의 프로젝트 계약
웨인스타인 컴퍼니, 아시아 테마 영화 제작·배급 펀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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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국영화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한국 예술영화가 어렵다고는 자주 말하지 않는다. 예술영화 만들기 어려운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또 무엇이 예술영화냐는 질문도 사실은 있을 만하다. 혹은 예술영화, 라고 운을 떼면 우리는 예술 아니라며 대부분 발부터 뺀다. 하지만 문화산업 내의 상품이 아니라 진지한 사유와 미학으로서의 영화들이 처한 투자, 제작, 배급 상황은 이미 상당히 나빠져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예술영화라는 미묘한 규정은 차치하고라도 임권택,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의 영화가 중요하지 않다고 누가 말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만든 영화들이 문화적으로 한국영화 토양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부정할 것인가. 위기에 처한 예술영화의 현재는? 과연 활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홍상수 신작 <밤과 낮> 예산 절감 끝에 촬영 시작
홍상수 감독의 8번째 영화 <밤과 낮>이 8월8일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해변의
[쟁점] 위기의 예술영화, 출구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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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누군가가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그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 있다. 정은임 추모사업회. 1992년부터 1995년까지 2년5개월, 그리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반년간 심야 라디오프로그램 <정은임의 FM영화음악>으로 우리 곁에 머물렀던 정은임 아나운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꼬박 3년이 흘렀다. 지난 8월4일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서 열린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바자회’는 남겨진 슬픔을 거름삼아 더 큰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바자회는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의 평범한 애청자였던 시민운동가 정대철씨로부터 비롯된 행사다. “정말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했다고 좋아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가셨으니, 정말 황당했죠. 2004년 말쯤, 그냥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아름다운재단에 아는 분이 계셨고, 이런 행사를 열게 됐습니다.
우리 모두 사랑했던 그 목소리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