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작 <슈퍼맨>의 광고 문구는 “당신은 인간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였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의 광고 문구는 “당신은 거대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정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는 마이클 베이의 지장이 선명한 여름용 블록버스터인 동시에, 코믹스와 놀이동산에서 소재를 착취해온 할리우드가 완구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트랜스포머>라는 신종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살펴보고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베이와 메건 폭스의 인터뷰를 첨부한다.
2005년의 어느 날 마이클 베이는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전화를 받았다. 장난감 회사 하스브로의 변신 로봇을 소재로 장편영화를 하나 연출할 생각이 없냐는 전화였다. “날더러 장난감으로 영화를 만들라고? 바보 같은 장난감 영화에는 아무 감흥도 없었다.” 하긴 세상의 어떤 정신나간 감독이 장난감 로봇에 감화받아 “그래. 지구로
<트랜스포머> 거대 로봇의 스크린 침공, 서막이 열리다
-
전화 저편 에드거 라이트의 목소리는 주어진 20분 남짓한 시간이 초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분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는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이야기를 풀어갔고, 마지막 질문까지 성실하게 답해줬다.
-<뜨거운 녀석들>을 만들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끼친 영화는 어떤 것들인가.
=경찰영화 장르 안에서라면, <더티 해리> <프렌치 커넥션>, 그리고 오우삼의 <첩혈속집> 정도다. 참, 한국 영화도 한편 있다. <살인의 추억>이라고. 물론 <뜨거운 녀석들>을 만들기 전에 봤다. 정말이지 사랑하는 영화이며 환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도 좋아하는 영화고, <괴물>도 굉장하다. 그 감독 이름이 뭐더라. 봉….
-봉준호다.
=봉준호는 정말로 굉장한 능력을 지닌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괴물&
<뜨거운 녀석들> 에드거 라이트 감독 인터뷰
-
산타클로스의 정체
<뜨거운 녀석들>에는 빌 나이히, 스티브 쿠건 같은 영국의 스타들이 카메오 아닌 카메오로 출연한다. 그런데 정말 카메오답게 출연한 두명이 있으니 그중 하나는 피터 잭슨 감독이다. 피터 잭슨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하나로, 심지어 <킹콩> 촬영 중에는 에드거 라이트를 세트장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때 <뜨거운 녀석들>의 계획을 설명했던 에드거 라이트는 피터 잭슨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잭슨은 “그때쯤 난 영국에 있을 거니까 당신이 원하는 카메오로 출연하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결국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을 몇초짜리 카메오로 기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잭슨은 카메오 출연 외에도 <뜨거운 녀석들>의 촬영장에서 에드거 라이트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재닌은 누군가
두 번째 ‘카메오다운 카메오’는 바로 케이트 블란쳇이다. 이 대스타는 니콜라스의 헤어진 여자친구 재닌으
알고보면 더 뜨거운 녀석들! <뜨거운 녀석들>의 숨은 그림찾기
-
<뜨거운 녀석들> vs <나쁜 녀석들2>
<뜨거운 녀석들>이 가장 많이 패러디한 영화는 <나쁜 녀석들> 1, 2편이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멍청한 팝콘영화의 최고봉이라는 점에서 영화에 등장시켰다”라고 말하는 에드거 라이트는 이 영화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헬리콥터가 날아오는 장면을 낮은 앵글에서 잡거나 카메라가 주인공들을 빙글빙글 도는 등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유아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한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저놈을 때려눕혀”(Punch That Shit) 같은 대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라이트는 “그렇다고 이 영화를 비웃으려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뜨거운 녀석들> vs <폭풍 속으로>
캐스린 비글로의 <폭풍 속으로>는 일종의 복선으로 사용된다. 대니가 니콜라스에게 <폭풍 속으로>에서 FBI 특수요원인 존(키아누 리브스)이 우정 때
따라한 녀석들! <뜨거운 녀석들>이 패러디한 영화
-
-
이 영화, 제목처럼 뜨겁다. 6월21일 개봉하는 영국발 코미디 액션영화 <뜨거운 녀석들>은 재기발랄하면서도 거침이 없고, 과격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튀어나오는 황당한 영화다. 잠깐, ‘황당한’? 그렇다. <뜨거운 녀석들>은 3년 전 ‘로맨틱한 좀비영화’라는 새로운 서브장르를 열어젖힌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힘을 합쳐 만든 영화다. 물론 <새벽의…>를 사랑했던 관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온갖 장르를 넘나들면서 수많은 영화를 즐겁게 인용하고 경쾌하게 패러디하며, 또 그들에 경의를 바친다. 덕분에 <뜨거운 녀석들>은 전작에 못지않은 호평과 전작보다 월등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영국 영화계뿐 아니라 세계의 극장가를 웃음의 도가니로 만든 <뜨거운 녀석들>은 어떤 영화인가,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대체 어떤 녀석들인가.
만약 누군가가 런던경시청에서 가장 잘
<뜨거운 녀석들> 웃다 죽어도 좋다
-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만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다. 그 이상 주석을 달지 않아도 척 느낌이 오는 사람.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됐다”는 수상소감으로 마음을 건드리고 인터뷰마다 배우의 도리에 대해 진지하게 토로하는 황정민도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한 종류의 사람 뿐이던가. 먼지가 나지 않을까 살짝 털어보고 주머니도 한 번쯤 뒤적여야 직성이 풀리는 의심 많은 사람도 존재한다. 기자가 딱 그랬다. 황정민이 본격적으로 관객의 이목에 오른 계기가 순정을 온몸으로 설파하는 <너는 내 운명>이라는 것 역시 너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런 그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으려 하는 보험사정인 전준오를 연기한 <검은집>은 적절한 빌미가 됐다. 초여름의 기색에 물든 듯 조금 나른해 보이던 황정민은, 그러나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가치관이 또렷한 이 배우는 자칫 불순하게 들릴 “왜”라는 질문에도
진짜 배우라 불린 사나이
-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지난 6월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 상영작과 게스트 명단 등 영화제의 세부적인 일정을 발표했다.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에 대한 영상물이 상영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내부적인 안정을 되찾았으니 이제 국제영화제 본연의 도약을 목표로 삼겠다"고 자신했다. 올해 PiFan은 35개국의 251편을 상영했던 작년보다 36편이 줄어든 33개국 215편을 상영한다. 한상준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이같은 상영작 축소는 "상영작 포화로 영사사고 등 각종 진행상의 차질이 빚어졌던 작년 영화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규모가 조금 줄긴 했지만 올해 PiFan의 주요 상영작들은 작년보다 든든한 내실을 보여준다.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에서는 옥사이드 팡의 신작 <다이어리>,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마츠가네 난사사건>, 김민숙,이정국 감독의 한국영화 <그림자> 등 모두 10편의 장편과 단편이 초청됐다
부천영화제, "이제는 도약이다!"
-
한석규와 차승원이 형사와 범인으로 만난다. <우리 형>을 연출한 안권태 감독의 신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유비유필름)에 캐스팅 된 두 배우는 각각 검거율 100%를 기록하며 ‘백전백승 백반장’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형사 백성찬과 경찰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안현민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한석규, 차승원 이외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안현민과 함께 범죄를 저지를 멤버에 오광록, 권오중, 김정태, 김지석을 캐스팅했다. 오광록이 조직의 맏형 민철역을, 권오중이 따뜻한 부정을 지닌 도수를 맡았으며 최근 <히트>에 출연한 김정태와 김지석이 각각 불만 가득한 조직원 영재와 페라리에 열광하는 운전 담당 행동원 유곤역을 연기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6월 중 첫 촬영에 들어간다.
한석규, 차승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캐스팅
-
영화<열세살,수아>의 배우 이세영과 함께한 톡톡 튀는 인터뷰입니다.
관객의 재미있는 질문과, 배우의 톡톡튀는 답변! 씨네21에서만 볼 수 있는 2원 생중계!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talk talk talk] 이세영의 톡톡 튀는 인터뷰
-
모든 세상사는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죄다 정치적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사건 사고 자체(이른바, ‘현실’)보다 더욱 정치적인 현실은, ‘현실’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가다. 사회적 해석에 따라 변화와 정지라는, 반대항의 수많은 가능태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조폭 기러기 아빠’를 그린 영화 <우아한 세계>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인 계급-교육-성별-부동산의 연동 뇌관이 폭발하지 않고 ‘가족애’로 얼마나 ‘훌륭하게’ 비정치화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렇듯 재현(re-presentation)은 문제를 은폐, 호도하는 더 중요한 정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에 대한 언론의 접근방식은 사건 자체만큼이나 절망스럽다. ‘진보’ 언론을 포함, 대부분 매체들이 “저 같은 어리석은 애비가 다시는 없기를”이라는 김 회장의 말을 기사 제목으로 여과없이 보도했다. 이 사건을 부정(父情)이라는 인간 ‘보편’ 문제로 보는 것은, 돈과 연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폭력대행주식회사
-
난생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일일이 세보지는 않았지만 보다가 중도에 뛰쳐나온 영화까지 포함하면 칸에서 본 영화는 30편쯤 되는데, 만약 누군가 가장 좋았던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60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각자의 영화>를 선택하겠다. 내로라하는 세계의 감독 35명이 만든 33편의 단편이라니,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물론 33개의 단편 중 몇몇은 꽝이었지만, 대부분이 ‘영화관’이라는 공통 주제를 재치있게 소화해낸 덕에 온갖 ‘예술’을 과다섭취한 부작용에 시달리던 뇌가 모처럼 해방감을 누리는 것 같았다. 신명나는 월터 살레스, 유쾌 통쾌 상쾌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동적인 다르덴 형제의 영화도 좋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은 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켄 로치의 단편 <해피 엔딩>이다. 영화는 멀티플렉스 매표구 앞에 줄서 있는 부자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하지만 아들은 어떤 영화를 볼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마
[오픈칼럼] 각자의 영화
-
오래지 않은 과거라 얘기하기 매우 쑥스럽긴 하지만, 입사 초기의 나는 선배들이 ‘사람’으로 안 보여서 마음고생을 했다. 아마 독자 시절 갖고 있던 <씨네21>의 아우라가 상당했던 탓이리라. 이 심약한 수습기자는 선배들의 카리스마에 마음이 잔뜩 오그라든 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선배들의 ‘인간적’ 면모를 발견한 건 매주 열리는 회의시간, 그 주의 배우 인터뷰를 배정할 때였다. “선배들도 좋아하는 배우 앞에서 가슴 설레는 보통 사람들인 게야!”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줄만 알았던 선배들의 눈빛이 희번덕 욕망의 도가니로 화하는 순간을 그때 목격했다. 오늘도 A선배는 ‘핫’한 남자배우 인터뷰를 맡기 위해 그토록 얼굴에 화색을 지피며 편집장님께 신호를 보내고, 내공있는 중견 여배우에 특별한 선호를 지닌 B선배는 ‘안경이 터져나갈 것 같은’ 풍성한 반달 눈웃음을 짓는다. 그 이상 높은 선배들은… 생략.
아무튼 이번주엔 내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
[오픈칼럼] 존 카메론 미첼
-
왜 어떤 바람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꼭 우리 집안에만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가는 것일까?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깊숙이 찌르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십년 전, 대학 졸업 무렵이었다. IMF가 가브리엘 천사처럼 이 땅에 찾아왔을 때였고, 하나뿐인 형이 역시나 하나뿐인 고향집을 담보삼아 시작한 사업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던 시절의 일이었다. 형은 그때 무슨 실내골프장 사업을 시작했는데, 첫발을 떼자마자 자신이 어떤 사기에 휘말렸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한 ‘부동산교환’의 길로 접어들었다. 실내골프장을 매물로 내놓아도 나가지 않으니, 엇비슷한 것(그러니까 엇비슷하게 장사가 안 되는)들끼리 바꾸는 ‘부동산교환’이란 것을 시작했고, 해서 실내골프장은 카페로, 카페는 다시 소주방으로, 소주방은 다시 레스토랑으로, 3개월에 한번씩 몸집을 바꾸어나갔다. 그 와중에 나 역시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3개월 넘게 소주방 카운터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만 했다. 송파구 가락동
[내인생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이기호
-
“언제나 흰 양복정장 하루 럭키담배 세갑/ 윗주머니 화려한 손수건이 꽂혔다/ 구두에는 먼지 하나 앉지 못한다/ 먼저 눈빛으로 죽였다/ 다음 한마디 말로 죽었다/ 이 두 가지가 아까우면 처음부터 한방 주먹.” 고은의 <만인보>가 말하는 임화수는 머리없는 주먹대장이었다. 그 주먹의 유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그의 승승장구를 보면 알 수 있다. 1919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그는 평화극장 매점원이 되기 전에는 절도로 한 차례 옥살이 전력까지 있는 백수였다. 그런 그가 “걸핏하면 한방 먹이는” 주먹 솜씨로 극장가를 휘어잡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남현, 김진규, 윤일봉 등 당시 유명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극장 주인들도 그의 주먹 맛을 본 뒤에 “고개를 숙였”고, 그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직함까지 얻게 된다. 매점원에서 영화계 대표인사까지, 이만한 초고속 승진이 또 있을까.
임화수는 충무로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호랑이였던 것은 아니다. 반공예술인 단장, 반공청
[한국영화 후면비사] 무뇌충 주먹대장의 한방에 충무로 ‘벌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