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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국 감독이 1998년부터 계속 휴가 중이다. 9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새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이따금 소문이 돌긴 한다. 그가 자메이카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거나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써서 연출할 것이라는 등. 하지만 그는 아직 카메라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난 스스로 인내심 많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망의 순간에 도달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언급한 것이지만, 심지어 테렌스 맬릭도 위트 스틸먼의 마지막 영화 이후 두편이나 영화를 내놨다.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몇명이나 이 감독에 대해 들어봤는지 혹은 그의 영화를 봤는지 확실치 않다. 그는 데뷔작으로 뉴욕 상류사회의 성인연령이 돼가는 이들에 대한 저예산 장편영화 <메트로폴리탄>(1990)을 만들었다. 다음 영화는 1980년 대 초반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두명의 미국인에 관한 영화 <바르셀로나>(1994)였다. 세 번째이자 가장 최근 작품은 “19
[외신기자클럽] 위트 스틸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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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들도 뭉쳤다. 지난 6월18일, 37개 영화제작사에 소속된 101명의 프로듀서들은 서울 센트럴시티 씨너스 8관에 모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roducer Guild of Korea, 이하 프로듀서조합)을 발족했다. 이들은 이 조합이 단순히 영역싸움을 위한 조직이 아니며 “급변하는 제작환경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안을 토론하는 장이자,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산업 전체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중재자, 그동안 개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계약관행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대변인, 그리고 한국영화의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견인차”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듀서조합은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시나리오작가조합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탄생한 영화인의 길드형 조직이다. 프로듀서 조합의 공동대표 3인 중 한명인 안영진 프로듀서는 조합을 결성한 이유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구조의 악화, 제작사 감소, 영화노사협상안 시행에 따른 제작시스
[쟁점] 프로듀서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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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하실 때 주위를 둘러보세요. 가구와 인형 등의 소품이 많으니 발밑, 등뒤를 조심해주세요. 협조와 양해바랍니다.-ART-” 거실 장식장 안에 붙은 메모다. 이곳 상황을 보면 이런 경고장이 붙을 수밖에 없다. 부산 수영만 영화촬영스튜디오 내에 지어진 영화 <헨젤과 그레텔>의 아이들 집 1층 세트는 곳곳이 장난감과 장식품 천지다. 숲에서 길을 잃은 남자가 어린 3남매의 집에서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이 공포물은 겨울이라는 개봉 시점과 왠지 어울리게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세트 미술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 수상하다. 인형들은 눈깔이 빠졌다든지 팔이 잘렸다든지 어딘가 상처입었고 그래서 기괴하다. 류성희 미술감독(<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괴물>)은 “첫인상은 ‘예쁘다’지만 들여다볼수록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망가져 보이는 인형들은 미술팀에서 일일이 수작업한 것들”이라고 설
잔혹하고 기괴한 과자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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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7일 오후 2시, 파주 아트서비스에 마련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세트는 다른 현장에 비해 유독 선명한 때깔을 자랑했다. 극중 돈 잘 버는 엄마 영미(이미숙)의 집인 만큼 거실로 들어서는 입구는 명품 구두로 가득 차 있고, 제작사 직원들마저 ‘여성들의 로망’이라고 소개한 아일랜드식 주방과 와인셀러 그리고 명품 옷과 가방으로 둘러싸인 옷방이 있다. 세련된 언니들이 자족하며 사는 금남지구로 보이지만, 러닝머신에 걸린 속옷들은 이들에게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서글픈 사연이 있음을 알려준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10대, 20대, 40대 여성들이 사랑과 일, 행복에 대해 난장 수다를 펼치듯 각각의 삶을 쉼없이 살아가는 영화. 이미 <싱글즈>로 20대 후반 여성들의 족적을 뒤쫓았던 권칠인 감독은 “일종의 기획영화이지만, 전형성에서 벗어나려 많은 노력을 했다”며 “<뜨거운 것이 좋아>는 <싱글즈>의 핵심정리이자 종합선물세트
10, 20, 40대 싱글 여성에 관한 핵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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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멤피스 영화관 ‘리지웨이4’의 영사기사 제시 모리슨이 영화사이트 에인트잇쿨에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 리뷰를 개봉 전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영화를 미리 볼 수 있는 이점을 이용해 그동안 여러 사이트에 리뷰를 써온 것으로 알려진 모리슨은, 이 사건 뒤에 혹평을 꺼리는 이십세기 폭스의 압력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스튜디오는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에인트잇쿨의 또 다른 필자 ‘모리어티’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폭스의 과잉반응을 비난했다.
<판타스틱4> 프리뷰 인터넷에 올린 영사기사 해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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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 로얄>로 제임스 본드의 역사를 새로 쓴 마틴 캠벨 감독이 신작으로 <36>을 선택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다니엘 오테유와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출연한 스릴러 <오르페브르 36번가>(2004)를 리메이크하는 <36>은 자동차 무장강도 사건을 담당한 두 형사의 성공을 향한 어두운 야망을 그려낼 예정이다.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할 계획이었으나 제작자로 남기로 했다.
마틴 캠벨, <오르페브르 36번가>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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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나이틀리의 신작 <어톤먼트>가 8월29일 문을 여는 베니스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신분이 다른 남녀의 사랑을 그린 <어톤먼트>는 황금사자상 후보로도 경합을 벌일 예정. 영화제 집행위원장 마르코 뮐러는 “젊은 감독의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영화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고, <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감독은 “믿을 수 없다”며 “이 자체가 수상과 다름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에 <어톤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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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의 22번째 작전은 <마스크 오브 조로> <몬스터 볼>의 마크 포스터 감독이 지휘한다. 2008년 11월 개봉하는 <본드22>(가제)는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12월부터 촬영을 시작하며, 폴 해기스가 각본 작업 중이다. 포스터 감독은 “시리즈의 팬으로서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고, 소니픽처스 대표 에이미 파스칼은 “액션, 유머, 서스펜스와 스릴이 조화된 <본드22>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드22>, 마크 포스터가 메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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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영화팬들이 폭도로 돌변했다. 6월15일 남인도영화 <시바지: 더 보스>(Sivaji: the Boss)의 상영이 기술적인 문제로 일부 극장에서 6시간 가까이 지연되거나 완전히 취소되자 화가 난 관객이 극장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셀랑고르주 주도 클랑의 스리 인탄 극장을 찾은 관객은 스피커를 부수고 스크린과 커튼을 찢었으며 의자를 박살냈다. 일부는 극장에 불까지 질렀다. 이후 극장 바깥에 운집한 그들은 표의 환불은 물론 자동차 기름값과 교통비 반환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보다 북쪽에 위치한 라왕에선 관객 중 일부가 병을 던지고 유리 진열장을 깨면서 주먹다짐이 오갔다. 해당 영화를 배급한 피라미드 사이미라 극장 체인 대표 S. 벨 파리는 “맞다. 우리는 6월12일 사소한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고 놀랐다. 53개 극장 중 오직 40곳에서만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팬들의 격렬한 반응에 사과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시간을 허비
[What's Up] 말레이시아 관객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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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극장가의 블랙 먼데이?! 6월18일 월요일 스페인 전체 극장의 90%가 영화 상영을 단체로 거부했다. 현재 의회에서 통과를 앞두고 있는 스크린쿼터제 현행 유지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인 것. 시위를 주도한 ‘스페인극장연합’(FECE)은 자국 내 전체 스크린의 93%를 차지하는 3770개 스크린이 이번 시위에 동참했으며, 이날 하루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00만유로에 이른다고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는 스페인영화나 유럽영화가 극장 내 전체 상영의 2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미 과거 65년 동안 효력을 발휘해왔다. 최근 스페인 내각이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법안을 결의했고, 연내에 의회 통과를 내다보고 있던 상황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FECE는 “EU가입국 중에서 스크린쿼터제가 있는 나라는 스페인밖에 없다”며 “스크린쿼터로 인해 지난 6년간 극장쪽이 입은 손실은 10억유로에 달한다. 이는 반헌법적이고 부당하며, 쓸모없는 제도”라고 주
“스페인의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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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프리먼이 새영화 <휴먼 팩터>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연기한다. 출간을 앞둔 존 칼린의 <휴먼 팩터: 넬슨 만들라와 세상을 바꾼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휴먼 팩터>는 모건 프리먼의 레벨레이션즈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며 2008년 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종차별정책이 막을 내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럭비 월드컵을 개최한 1995년을 영화의 시점으로 잡았으며, 임기 초년인 대통령 만델라의 공인으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개인적인 인생도 조명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만델라를 알고 지내왔다"는 프리먼은 "만델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늘 빚을 지고 있다"며 만델라를 연기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모건 프리먼, 새영화에서 넬슨 만델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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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황진이> 황진이 한 번 보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정훈이 만화] <황진이> 황진이 한 번 보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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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감상하는 것은 적어도 두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 켈트인의 전설이자, 바그너의 오페라로 유명한 이 이야기는 아더왕 전설과 더불어 중세문학의 원형으로 손꼽히며, 특히'운명적 사랑'의 원형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책이나 오페라와 보다 접근이 쉬운 영화를 통해 알게 되는 것 자체가 교양생활에 유익한 일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잘 다루어지지 않는 시공간을 봄으로써, 시각적 즐거움를 통해 알게되는 것이 꽤 많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위의 두가지 의미를 기본적으로 충족할 뿐 아니라, 대단한 재미를 안겨준다. 첫째, 시나리오가 매우 탄탄하다. 바그너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삼으면서,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사랑의 묘약'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적인 상황과 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둘째, 꽃미남 꽃미녀들의 연기가 좋다. 특히 트리스탄 역의 제임스 프랭코의 눈빛 연기는 상당하다. 셋째, 세
[전문가 100자평] <트리스탄과 이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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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코미디 <에반 올마이티>가 1위로 개봉했다.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 <미스 리틀 선샤인>의 스티븐 카렐이 출연하는 <에반 올마이티>는 개봉 첫주 3210만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전편인 <브루스 올마이티>의 개봉성적인 6800만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버라이어티> <AP> 등의 외신은 "짐 캐리가 스티븐 카렐 보다 전능하다(Almighty)", "배는 띄웠으되 홍수는 일으키지 못했다"며 전편에 필적하는 개봉성적을 내지 못했음을 제목과 영화 내용 등을 이용해 표현했다. 성경 속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현대로 옮긴 <에반 올마이티>의 조촐한 개봉성적에 대해서 제작사 유니버설은 "성인용 코미디였던 <브루스 올마이티>와 다르게 <에반 올마이티>의 타겟 관객층은 가족"이라며 개봉 둘째주에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관객이 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이야기 <에반 올마이티> 1위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