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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기톱으로 33명을 죽였다는 살인마는 영화에서 가공된 인물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의 피부를 벗겨 ‘가죽 얼굴’을 쓰고 다녔다는 설정은 실제인물에 기초한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토머스 휴이트와 <양들의 침묵>의 버팔로 빌,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에게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 바로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에드 게인이다. 1906년 위스콘신주에서 태어난 에드 게인은 어머니한테서 극도로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번번이 “섹스는 사악한 것이고 여자들은 음탕한 매춘부”라 강조했고, 한번은 욕조에서 아들이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는 뜨거운 물에 머리를 처박는 벌을 주기도 했다. 에드 게인의 엽기적인 행위는 형과 어머니가 의문의 사고로 죽은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실 에드 게인은 살인이 아니라 시체애호증으로 더 악명이 높다(그가 살인한 것으로
[배워봅시다] 텍사스 살인마의 원형, 에드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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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집>의 전준오
인간이 얼마나 공포에 시달리면 저런 표정이 나올까? 아마도 전준오는 황정민이 이제껏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슬림하고 날카로운 인물일 것이다. 설정부터 스마트하고 지적인 보험회사 사정(司正) 담당 직원이라지만, 그의 우중충한 아우라는 단지 검은 뿔테 안경과 말끔한 옷차림 때문만은 아닌 듯. 자해공갈로 생명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박충배(강신일) 때문에 준오는 날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심증은 타살인데 물증은 없는 보험 연쇄 사망사건. 이를 파헤치려는 그의 눈빛은 <CSI>의 그리섬 반장보다 더 날카롭게 빛난다.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
대한민국 관객에게 가장 친숙한 황정민의 모습은 바로 이런 푸근한 표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은하씨(전도연)” 때문에 행복해 죽겠다며 호탕하게 웃어젖히고, 송아지의 탄생에 해맑은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이 남자. 90kg까지 찌운 푸짐한 몸매와 술 한잔 안 걸쳐도 금세 빨개지는 얼
[VS] 황정민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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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가 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검은집>이 개봉한다. 서점의 일본소설 붐만큼이나 일본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작품들의 개봉 소식도 심심찮게 들여온다. 하지만 원작 소설이 재미있다고 영화도 재미있다는 보장은 없는 법.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고 눈물 흘렸던 사람들 중 <파랑주의보>를 보고 실망한 사람은 없을까? 그와 반대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도 재미있고 소설도 재미있는 책들, 어디 없을까?
5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소설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다
다나베 세이코의 원작 소설은 단편이었다. 그녀의 단편에서 이누도 잇신의 영화에 이르려면, 몇번의 깊은 심호흡과 널을 뛰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소설도, 영화도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소설은 한국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다나베 세이코 특유의 오사카 사투리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영화에서는 그 사투리의 맛이 고스란
[Rank By Me] 조제와 호랑이와 토니 타키타니와 함께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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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새로운 상식과 지혜를 쌓아 줄 [배워서 남주나]
이번 편에서는"영화 속 질병"을 배워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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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주나] 영화 속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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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를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 머릿속으로 그리던 변신로봇의 상상이 실현된다.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슈렉3> <다이하드4.0> 같은 블록버스터 속편들 사이에서 이제 첫 이야기를 시작하는 <트랜스포머>는 SF로봇 액션 실사영화. 올여름 블록버스터 최고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첫 공개된 <트랜스포머>, 정말 예고편만큼 멋질까? 어떻게 그런 영상을 만들어냈을까?
<트랜스포머>의 로봇은 인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무개념의 물질이 아니다. 인공지능도 아니다. 어렸을 적, 그닥 튼튼해 보이지 않던 자동차-로봇 변신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면서 머릿속으로 했던 상상이 그대로 영화화된 이야기다. 그러니까, 인간의 개입없이 알아서 움직이고 악과 맞서 싸우는 로봇들의 이야기 말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일이 늘 있었다. 국회의사당이 로보트 태권V의 머리 부분이라는 상상은, 그런 어렸을 적
<트랜스포머>의 상상력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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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코미디, 런던 그리고 휴 그랜트. 워킹 타이틀 영화를 보고 이 세 가지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제대로 짚은 거다. 노동자 계급의 진지한 드라마가 영국영화의 전부로 여겨지던 시절, 워킹 타이틀의 존재를 알린 것도 대부분 말랑말랑한 로맨틱코미디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워킹 타이틀이 넘나드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특정 장르가 아니라 근사한 스토리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뜨거운 녀석들> 역시 워킹 타이틀의 대표적인 필모그래피에 오를 만하다. 이 ‘황당’하고 ‘핫’한 프로젝트는 워킹 타이틀이 얼마나 뻔한 것에서 신선한 것을 뽑아내는 데 귀재인지를 증명해준다. 이쯤에서 다시 질문. 워킹 타이틀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다음의 A to Z 소사전이 해답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Atkinson, Rowan 로완 앳킨슨
본명보다 ‘미스터 빈’으로 더 익숙한 사나이. 시나리
<뜨거운 녀석들>의 제작사, 워킹 타이틀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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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물론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하이킹을 가지 않았다면, 동굴에서 골룸 사촌들에게 내장을 뜯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디센트>). 텍사스로 가지 않았다면 그 무시무시한 전기톱 소리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이 모든 게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혹은 한순간에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인간의 마음이라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도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돌아오기 전, 미국 지도를 꺼내 여러분의 행선지를 체크해보시라. 피를 부르는 호러 패키지 8개가 막 꾸려졌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센트>
골룸 사촌들과 함께하는 동굴탐험
여행지: 북아메리카 동부에 위치한 애팔래치아 산맥 어디쯤. 그중에서도 휴대폰이 안 터짐은 물론이고, 인적도 없고 지도에조차 표시되지 않은 동굴 속. ‘사서 하는 고생’ 컨셉의 여행지로는 안성
<디센트> <블레어 윗치> 등 공포영화로 즐기는 미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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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의 미소천사 해리, 제임스 프랭코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탄탄해진다. 영국의 영화전문지 <스크린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프랭코는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2편에 대한 영화화 판권을 구입했다. 제임스 프랭코가 메가폰을 잡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2007년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출품한 <굿 타임 맥스>로 이미 감독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바 있다. 프랭코가 선택한 작품은 17세기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소설 <레드 리브스>와 장편소설 <8월의 빛>이다. 소설을 쓴 윌리엄 포크너는 1949년에 노벨문학상을 1954년과 1962년에 퓰리쳐상을 두차례 수상한 작가로, 미국 남부사회의 변화상을 소설을 통해 연대기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프랭코는 두 작품 모두 직접 연출할 계획이며, "<레드 리브스>는 단편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시대극을 연출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
제임스 프랭코, 영화 2편 감독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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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가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영화제 트레일러를 연출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오빠가 돌아왔다>, <빛의 제국>등으로 알려진 김영하 작가는 최근 사진 에세이집 <여행자 - 도쿄편>을 준비하며 일본에서 트레일러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사무국 측은 유명 영화감독과 애니메이션 감독 등을 고려했지만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통한 새로운 재능의 발견'이라는 영화제의 컨셉에 맞게 조직위원이기도 한 김영하 작가를 연출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된 트레일러는 총 2편으로 오는 6월 26일 열리는 '상영작 발표 공식 기자회견'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소설가 김영하,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트레일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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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전에는 많이 놀았어요.” 밤을 꼴딱 새고 온데다 그 뒤로도 줄줄이 스케줄. 미처 눈을 다 뜨지 못하고 스튜디오 문을 여는 한지민에게 “너무 힘들죠? 쉬고 싶지 않아요?”라고 했더니 “이전에 충분히 쉴 만큼 쉬었다”며 도리도리다. 외려 촬영에 들어가선 사진기자를 도와 하얀 망사천을 들고 있는 기자를 힐끗 보더니 “NG 내면 안 돼요!”라고 호통까지 내리친다. 매번 똑 부러지고 야무진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과 비교해 <해부학교실>의 선화는 한지민이 꺼내든 의외의 카드. 카데바의 저주 앞에서 흰 의사 가운 입고 벌벌 떠는 공포영화여서만은 아니다. 그의 표현처럼 “중심에 있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묘한” 인물이다. <청연>에 이어 두 번째 영화로 공포심리극 <해부학교실>(7월12일 개봉)을 택한 한지민의 속마음을 조금 캐봤다.
-<경성스캔들> 촬영 끝내고 합천에서 곧바로 올라와서 피곤하겠다.
=한숨도 못 잤다.
-차에서
미래를 달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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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계절> 못 | 소니BMG 발매
못(MOT)의 신작 <이상한 계절>에 대해 다른 곳에 쓴 글에서, 나는 못의 이 음반이 ‘얼마 전 (유행이) 지나간 음악의 꿈을 환기시킨다’고 썼다. 그리고 그 ‘음악의 꿈’이란 ‘세상을 거부하는 노래를 당신이(혹은 당신만이) 들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와서 다시 읽어보면, 이런 표현과 설명은 피상적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감상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개인적으로는 못의 음악에 대해 사용했던 말과 표현들이 ‘1990년대의 우울’을 사랑했던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은근히 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나 빼고는 모두 이상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정상 같지는 않다는 묘한 자의식으로 이루어진, 실존주의적 고슴도치라도 된 것처럼 타인과의 소통에 번번이 실패하던 자아가 클럽과 인터넷 동호회를 떠돌던 시절의 우울함 말이다. <이상한 계절>에는 그때 그
잘 다듬어진 감정과잉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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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지난 4월 <극락도 살인사건> 이후 8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탈환했다.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이 개봉 첫 주 51만 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1위로 진입한 것. <검은 집>은 이시유스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 보험조사원이 사이코패스 환자들의 음모에 휘말린다는 공포영화다. <검은 집>은 당초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제약 때문에 극장가에서 고전이 예상됐지만, 역대 한국공포영화 중 개봉 스코어 3위에 달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전국 353개, 서울 91개라는 대규모 스크린과 황정민이라는 흥행카드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편,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 1,2위였던 <오션스 13>과 <슈렉3>은 각각 3,4위로 내려왔으며 롤랑조페 감독의 <4.4.4>는 8만2967명을 동원하며 4위로 진입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개봉
8주 만에 되찾은 정상. <검은 집>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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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파크> 존 치버 지음/ 문학동네 펴냄
교외지역에 사는 중산층 주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는 “누구나 더러운 빨랫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위기의 주부들>이 더러운 빨랫감들을 고급스런 패션과 화려한 연애행각들로 눈속임해 보여주었다면, 존 치버의 <불릿파크>는 아무것도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고도 탈현실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외계의 존재가 등장하지도,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인물들의 삶은 탈현실적이다.
불릿파크는 시내로 통근이 가능한, 화이트칼라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불릿파크에는 엘리엇 네일즈와 그의 아내 넬리, 그리고 그들의 십대 아들 토니가 살고 있다. 이들의 삶은 겉으로는 어느 곳 하나 어그러진 곳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은 잔뜩 녹슬어 있다. 네일즈는 오로지 아내를 위해서만 육체적으로 흥분하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일부일처제 신봉자이며, 넬리는 다른 남자를 보고 흥분한 적이 꽤
우리 모두의 더럽고 적나라한 빨랫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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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정말 거침없다. TV를 켜면 저녁 무렵의 마봉춘 채널이 아니더라도 거의 하루 종일 CF를 통해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씨네 집안 식구들(과 그 주변인물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대략 생각나는 것만 따져봐도 LG카드, 웰스 정수기, 바나나우유, KFC, 빅파이, LG 싸이킹, 팔도비빔면 등의 CF에서 하이킥 식구들을 볼 수 있고, 이중 LG카드와 웰스 정수기, 바나나우유가 여러 편의 멀티광고로 운영되고 있으니 편수로 따지면 무려 15편이다. 게다가 식품부터 전자,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그 품목도 각양각색. 다른 활동없이 CF로만 수십억원 번다는 천하의 전지현도, CF만 이어붙여도 하루 일과가 나온다는 광고계 안방마님 이영애도 이런 적은 없었다. 과연 이들의 ‘CF빨’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인기로만 이 현상을 설명하기는 무언가 많이 부족하다. 인기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서 그렇게 CF를 누비는 것이라면 시청률 50%를 넘었던 SF사극 판타지드라마 <주
[도마 위의 CF] 거침없는 그들에겐 캐릭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