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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12월9일(일) 밤 12시50분
할리우드를 호령했던 서부극이 점차 자신의 존재 기반을 상실하며 쇠퇴해갈 무렵, 이탈리아에서는 새로운 웨스턴 장르가 등장하고 있었다. 일명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는 일련의 영화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시리즈’는 기존의 장르 안에서 미국식 카우보이와는 전혀 다른 인간상을 창조해낸다. 그의 영화는 문명 대 야만, 선 대 악의 구도 속에서 개척정신과 영웅 신화로 이어져온 할리우드의 서부극을 모방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보여주는 인간상과 세계는 그러한 이분법적 구도로 설명하기에 훨씬 복합적이다. 인물들은 이미 자기 안의 탐욕과 허무에 눈을 떴으며, 세상은 자본과 전쟁으로 얽혀 있다. 말하자면 이 새로운 서부극은 순수한 과거, 정의, 선 등과 같은 외부의 절대적인 가치 혹은 그러한 허구적 가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비웃는다. 물론 이 영화의 원제는 <선한 자, 악한 자, 추한 자>이다. 하지만 그 세
누가 더 나쁜 놈일까, <석양의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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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1주년을 관통한 KBS2 <미녀들의 수다>는 여전히 ‘와글와글’한 지뢰밭에 살고 있다. 월요일밤 예능프로그램 삼파전에서 제일 잘나가고 있고, 제작진 스스로도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자평할 정도가 됐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초창기 시절 못지않은 뜨거운 수다 연장전을 유도 중이다. ‘그러려니’하며 닥치고 보거나, ‘그만 항복’을 외치며 채널을 돌려도 괜찮을 텐데 <미녀들의 수다>에는 어떤 식으로든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는 모양이다.
주빈인 외국 여성들에 대한 진행자 남희석과 남자 패널들의 대응 방식을 에두른 ‘투덜투덜’은 단골 아이템. 발언권 부여 등에서 외모만 너무 따지는 듯한 MC의 차별대우, 방송 내내 가위질해도 무방한 코멘트에 그치는 패널들의 영양가 없음 등은 심심하면 불거지는 지적사항이다. 프로그램 전반의 강약을 조절해야 하고, 준아마추어 방송인인 미녀들에게 캐릭터와 적극적인 토크도 끄집어내야 하는 등 이래저래 바쁜 MC
‘네티즌의 수다’가 더하면 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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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의 병원신은 전라도에 있는 한 폐병원에서 찍었다. 촬영장비가 들어선 층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낮에도 분위기가 음산한 곳이었다. 촬영공간이 워낙 협소해서 간신히 카메라 옆자리에 설 수 있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임창정씨가 분장한 것 때문에 모두들 즐거워했다. 그렇게 웃긴 분장은 아니었는데, 묘하게 주는 즐거움이 많은 배우다. 이 장면에서는 사실 임창정씨만 보이고 건주씨는 등짝만 노출되어 있었다. 컷 수도 많고, 테이크도 많이 가서 나중에는 건주씨가 실제로 졸아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기에 그 표정이 재밌어서 찍은 사진이다. 언뜻 보면 왠지 기괴해 보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더라. (웃음)”
[숨은 스틸 찾기] <스카우트> 건주씨, 괴물 선동열 맞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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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카쓰사는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스즈키 세이준을 해고했다. 한데 무조건 영화사를 욕할 일은 아니었다. 스즈키 세이준이 1960년대에 만든 대다수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드니까. 오랜 세월 침묵했던 그는 1980년 이후 십여년에 걸쳐 드물게 정제된 양식과 진지한 주제가 스며든 ‘다이쇼 3부작’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시 긴 시간을 보낸 뒤, 팔순 전후의 노인이 된 스즈키 세이준은 자유로운 영혼이 숨쉬는 작품들을 내놓는다. 탐미적인 경향이 더욱 심화된 게 사실이나, 그것을 강박증이라 부를 수는 없다. <피스톨 오페라>와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스즈키 세이준이 아니라면 연주가 불가능한 프리재즈 같은 영화다. 그는 이제 손길이 가는 대로 붓질하듯이, 호흡하는 대로 색소폰을 불듯이, 영화사에 없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옛 영화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걸 마다지 않은 작품이 <피스톨 오페라>라면, 1940, 50년대에 시리즈가 나
이상하고 아름다운 오페라의 이면,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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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벤티지홀딩스밖에 없다니까.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올해 상반기에 가장 주목받았던 회사는 신생 벤티지홀딩스였다. CJ, 롯데, 쇼박스 등 메인투자사들이 주춤하고, 부분투자자들마저 돌아선 상황에서 김현석 감독의 <스카우트>,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 이한 감독의 <내 사랑>,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등 연달아 4편의 메인투자를 자임하고 최근엔 <걸스카우트>까지 손에 넣었으니 관심이 높은 건 당연했다. 지난해 수면 아래서 일부 감독들에게 “기획개발비 얼마를 쏘았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 때만 해도 ‘그 돈이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궁금증과 ‘이사진 중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이 있다더라’는 호기심 정도였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주목이 쏟아지니 벤티지홀딩스 입장에서는 적잖이 당황할 법도 했다.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매번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뜸을 들인 벤티지홀딩스의 정의석 대표. 창립작 <스카우트
[정의석] “우리 꿈은 아주 오랫동안 영화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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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일본영화제 폐막작 <올웨이즈 속·3번가의 석양>의 두 프로듀서 아베 슈지와 오쿠다 세이지가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웨이즈 속·3번가의 석양>은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의 속편으로 11월3일 일본에서 개봉해 첫주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작품. 전편인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해 35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히트작이다. 이 영화는 흥행은 물론 비평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어 일본아카데미영화상 14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일본의 언론은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1940~50년대생)를 영화관으로 불러왔다는 점에서 영화의 산업적 의미를 부여했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시리즈는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 영화계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영화제작사인 로보트가 민영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일본TV>와 손을 잡고, 역시 3대 메이저 배급사인 도호의 배급망을 통해
[아베 슈지, 오쿠다 세이지] “제작위원회 방식이 시너지로 작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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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을 넘게 몰라보다니…. 메가박스일본영화제 폐막작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속편>의 배우 야쿠시마루 히로코가 한국을 찾았다. 야쿠시마루 히로코는 1980년대 일본이 아이돌 전성시대를 맞았을 때 영화 <세라복과 기관총>으로 화려하게 떠오른 스타. 개인적으론 한국을 좋아해 서른번 넘게 여행했다고 하지만 영화배우란 이름으로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 한국에서의 인터뷰도 <씨네21>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다. “한국은 싫은 게 없어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냥 아파트 식당가 같은 데서 밥도 먹고 그래요.” 1980년대라면 한국이 일본 대중문화를 철저히 금지하던 때니 지금도 그녀를 기억하는 건 소수의 마니아뿐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아이돌 스타 야쿠시마루 히로코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녀가 부른 <세라복과 기관총>의 동명 주제곡 싱글 앨범은 86만장이 넘게 팔리며 그해 발매된 싱글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야쿠시마루는 이후 영화 <탐정이야기
[야쿠시마루 히로코] 변치 않은 소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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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26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 용산CGV
이 영화
몸도 마음도 헤비급인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의 꿈은 십대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TV쇼 ‘코니 콜린스쇼’에 출연하는 것이다. 시대의 발명품인 헤어스프레이의 도움으로 부풀린 머리의 트레이시는 ‘코니 콜린스쇼’의 공개 오디션에 참석해 기적처럼 고정출연자로 뽑힌다. 볼티모어 방송국 매니저인 벨마(미셸 파이퍼)와 딸 앰버(브리타니 스노우)는 사사건건 앞길을 가로막지만, 트레이시는 엄마 에드나(존 트라볼타)를 비롯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스 스프레이’의 꿈을 차곡차곡 이루어간다. 그러나 때는 바야흐로 60년대. 스튜디오 안팎에서는 흑인 출연진들이 동등한 권리를 달라며 일어서기 시작하는데.
100자평
배우들이 모조리 행복의 헬륨가스를 들이마셨나. 특수분장을 한 존 트라볼타,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워큰, 퀸 라티파처럼 능수능란한 프로들의 연기도 좋지만, 니키 블론스키, 아만다 바인즈, 제임스 마스던, 잭 에프런 등
기분좋은 복고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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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복수에는 복수'
평범한 가정의 가장 '닉 흄'(케빈 베이컨).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인해 눈 앞에서 아들을 잃게 되면서
그의 삶도 치열한 복수극으로 변모한다.
<쏘우4>의 천재감독 '제임스 왕'이 전하는 세로운 센세이션!
오는 12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데스 센텐스>를
'개봉작NEW'에서 먼저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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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NEW] ‘아들이 죽었다’ <데스센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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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보름달이 휘영청 뜬 밤, 첼리스트 라일라(케리 러셀)와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루이스(조너선 리스 마이어스)는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들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것은 가을날 뉴욕의 청명한 공기 때문이었는지도, 워싱턴스퀘어에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던 구슬픈 하모니카 소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이 밴드 멤버와 어울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라일라의 아버지 때문에 두 사람은 하룻밤 사랑만을 남긴 채 헤어진다. 한번의 운우지정으로 임신한 라일라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고, 딸의 미래를 걱정한 아버지는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낸다.
본격적인 줄거리가 시작되기 전의 전사(前史)만 훑어도 <어거스트 러쉬>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지독한 신파극이거나 환상으로 가득한 동화, 둘 중 하나임이 명확하다. 라일라와 루이스의 사랑의 결정체인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가 하루 만에 악보를 익힐 수 있을 만큼의 음악 천재라는 설정이
한 천재소년의 모험담 <어거스트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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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관없는 두 남자가 삶의 경계에서 마주친다. 부인의 자살로 고통스러워하던 제빵사 프랭크(로버트 칼라일)는 아침 일찍 빵배달을 나가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스티브(존 굿맨)를 만난다. 부서진 자동차 안에서 죽어가던 스티브는 프랭크에게 생의 마지막 부탁을 남긴다. ‘마릴린 호치키스의 볼룸댄싱 앤 참 스쿨’으로 가서 어린 시절 첫사랑인 리사를 대신 만나달라고. 프랭크는 고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지못해 댄스 학원을 찾아가지만 리사는 그곳에 없다. 황급히 학원을 나서려던 프랭크는 미스 호치키스(메리 스틴버젠)에 의해 반강제로 스텝을 밟기 시작하고, 자기도 모르게 볼룸댄스와 메레디스(마리사 토메이)라는 여인의 매력에 빠져든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는 성인들을 위한 <더티 댄싱>이 아니다. 영화의 말미쯤에야 노련한 댄서로 거듭나는 몸치들의 개과천선 무용담은 여기에 없다. 춤은 과시용이 아니라 모두의 인생을 바꾸어놓는 마음의 매개체다. 차차차와 메렝게의
츰은 인생을 바꾸어놓는 마음의 매개체 <차밍스쿨 & 볼룸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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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목이 아니다. 진짜 열한 번째 엄마다.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기초생활비조차 ‘바다이야기’에 고스란히 바치고, 술이라도 한잔 들이켜면 영락없이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를 둔 재수(김영찬). 그런 아버지가 엄마라고 데려온 여자들에게 열한살 재수는 말한다. 여기는 살 곳이 못 되니 어서 짐싸서 떠나라고. 굳이 손꼽아 세면 열한 번째 엄마인 여자(김혜수)는 그런데 좀 이상하다. 가라고 해도 안 간다. 갈 데가 있으면 이런 집에 살러 왔겠느냐고 외려 큰 소리다. 그것뿐이랴. 종일 잠만 자는 것도 모자라 재수가 아껴놓은 식권까지 손을 댄다. 그야말로 식충이다. 못난 아비만으로도 모자라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모를 ‘열한 번째 엄마’까지 자신에게 손을 내민다. 게다가 남의 속도 모르고 운전면허 필기시험만 8번이나 떨어진 옆집 총각 백중(황정민)까지 ‘열한 번째 엄마’에게 껄떡대니 재수로선 미칠 노릇이다.
<서프라이즈> <거칠마루> 등을 연출했던 김진성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독특한 멜로영화 <열한번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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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연쇄살인 스릴러인 <우리동네>는 수많은 범죄뉴스를 보며 사람들이 가졌을 안도감을 악몽으로 바꿔놓는다. <우리동네>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곳은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다. 시체들은 잔혹하게 난자된 뒤, 동네 초등학교의 운동장을 비롯해 동네 골목, 동네 놀이터, 동네 공원에 전시된다. 연쇄살인범은 옆집 사람일 수도 있고, 다음 피해자는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악몽. 뿐만 아니라 동네의 살인사건은 또 다른 자의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추리소설가인 경주(오만석)는 요즘 살인충동을 느끼는 일이 많다. 출판사 편집장은 경주를 무시하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독촉하고, 거리의 폭주족들은 그에게 소화기 분말을 쏘아댄다. 경주의 살기는 동네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딛고 드러난다. 어느 날 밀려드는 살인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경주는 집주인을 살인한 뒤,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하여 시체를 전시한다. 경주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자 형사인 재신
해괴한 주문을 지닌 연쇄살인스릴러 <우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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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2007’의 세 영화가 <메모리즈>라는 제목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2000년 시작된 이래 봉준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에릭 쿠 등의 감독이 참여해온 전주영화제의 프로젝트로, 선정된 감독에게 주제와 형식의 제한없이 개인적인 작업의 기회를 제공해온 기획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유럽의 세 감독이 참여했다. 독일의 하룬 파로키 감독의 <베스터보르크 수용소>는 2차대전 중 유대인 수용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당시 유대인 재소자가 직접 찍은 영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영상 속의 재소자들은 놀랍게도 건강한 노동과 춤, 연극, 노래 등의 여가를 누리고 있다. 이건 어디서도 공개된 적 없는 모습이다. 파로키 감독은 가스실 입구, 재소자들의 비극적인 표정 등의 관습적인 장면을 배제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재소자들의 얼굴 위로 그들의 섬뜩한 운명을 불현듯 침투시킨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토끼 사냥꾼들&
신선한 충격과 생각할 거리 <메모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