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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엽고 소박하다 못해 앙증맞다. 2007 인디애니페스트가 초청한 타이의 젊은 애니메이터 위수트 폰미니트 감독의 단편들은 때로는 명랑하고, 때로는 가슴시린 이야기들을 쉴새없는 움직임과 대사들로 구성한다. 여자친구가 선물한 티셔츠가 너무 작아도 옷을 자르는 대신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 입는 남자. 궤도를 잘못 짚어 지구와 충돌하게 된 혜성과 지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등 그의 이야기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고, 슬프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농담이 자유로운 곳 같아서 즐겁다”고 말했다.
-혹시 속담이나 격언을 좋아하지 않나. 작품의 주제들이 대부분 ‘고집부리지 마라’, ‘지금이 끝이 아니다’라는 식이더라.
=나는 보통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작품을 만든다. 내가 실수를 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처를 받을 때 그리는 작품들은 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실어준다. 작품의 메시지를 격언처럼 느낀 것은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지면만화의 그림체를 그대
[스폿 인터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작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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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야, 언제나 내 옆에 있어라. 언제라도 돌아보면 보이는 데 있어줘.” 드라마 <태왕사신기> 3회에서 소년 담덕은, 신전을 모시기 위해 궁에 들어온 소녀 기하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담덕은, 죽어가는 아버지 곁에서 두려움에 움츠러드는 자신을 자조하는 아들이다. “약하고 비겁해. 아주 바닥까지 그런가봐.” 할머니와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그 손의 온기를 어렴풋이 좋다고 느꼈던 <집으로…>의 상우가 이만큼 컸다.
<태왕사신기>와 <왕과 나>에서 각각 배용준과 고주원의 아역으로 두 나라의 왕이 된 유승호는 요즘 ‘리틀 소지섭’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2년의 <집으로…> 이후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2003), <돈텔파파>(2004), <불멸의 이순신>(2004), <부모님 전상서>(2004), <슬픈 연가>(2005), <마법전사 미르가온>(
[유승호] 무럭무럭 자라 왕이 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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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턴가 박진희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세일러문처럼 누볐다. 찰랑거리는 생머리와 팔등신 몸매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선은 전혀 청초하지가 않다. 굵직굵직하긴 해도 전혀 가녀리지 않지. (웃음)” 대신 박진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올곧은 이미지로 정의의 길을 가르쳤다.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순애의 영혼을 받은 초은은 아줌마다운 배짱과 가치관으로 ‘젊은 것’들을 계도했고, <쩐의 전쟁>의 서주희는 돈을 향한 욕망으로 얽힌 사람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돈과 거리를 두려는 인물이었다. 남한사회에 떨어진 간첩한테 운명을 빌려주는 <간첩 리철진>의 화이는 어떤가. 심지어 <여고괴담>의 소영 또한 이기적인 전교 일등이면서도 사건을 침착하게 바라보는 여고생이었다. 실생활에서도 그녀의 대쪽 같은 성미는 종종 에피소드를 만들곤 했다. 폐수가 흐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구청직원을 달달 볶아 결국 시정하게 만든 건 이미 유명한 일화. 말하자면 박진희는
[박진희] 정의의 이름으로 연기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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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은 수없이 많은 독자들에게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 등 소중한 작품을 선사해주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으며, 가장 최근 2005년작 <오만과 편견>에 이르기까지 TV시리즈와 영화 등으로도 수차례 소개됐다. 미국에서는 곧 오스틴의 작품에서 용기를 얻게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제인 오스틴 북 클럽>도 개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작가 제인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근래 출판된 존 스펜스의 전기 <비커밍 제인 오스틴>을 바탕으로 한 줄리언 재럴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은 41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미혼으로 작품활동을 했던 제인 오스틴에게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가정한 영화다.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는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카산드라에게 보
[현지보고] 제인 오스틴은 어떻게 연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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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으로 와이드 릴리즈를 하는 <디 워>의 프리미어가 열린 9월13일의 LA. 전미 2275개 극장에서 다음날인 14일에 개봉될 <디 워>는, 적어도 LA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극장 여름 성수기가 지나 관객이 뜸해진 탓도 있었고, 게다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낸다는 유대인 설날 휴일이었던 탓에 도시 전체는 더더욱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온통 TV시리즈 광고로 가득한 도시의 전광판들 속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영화광고는 같은 날 개봉하는 조디 포스터의 <브레이브 원>과 일주일 전에 개봉한 <3:10 to Yuma>, 그리고 10월에 개봉하는 벤 스틸러의 <하트브레이크 키드>정도였다. <디 워>는 보이지 않았다.
7시30분에 시작하는 프리미어까지 세 시간 반이 남은 오후. 기대했던 반응을 전혀 건지지 못한 채 남은 시간 동안 LA를 돌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디 워> 광고가 눈에 띄는지를 확인해
[현지보고] 아~ LA 한복판에서의 승천은 꿈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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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정신없다. 얼굴들이 다 누렇게 떴다.” 9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 개관을 앞두고 공청회 준비로 분주한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회원들을 보더니 한마디 던진다. 전폭적인 지원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만만찮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이다. 당장 10월부터 상영을 시작하는 인디 스페이스 앞엔 해묵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뭘 했기에 뒤늦게 수선이냐”고 딴죽걸진 말자. “왜 독립영화인들은 전용관에 목숨 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나 따로 전용 상영관을 만들 필요가 있나”라는 반문을 던졌던 이들을 설득하느라 걸린 시간만 무려 7년이니 말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서울 중구 명동 중앙시네마 3관)가 11월8일부터 개관영화제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전용관을 운영할 한독협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는 9월19일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과
[쟁점] 독립영화의 해방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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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영화 관객은 1)영화를 골라, 2)표를 사고, 3)상영관에 들어가는 데 익숙해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의례의 두 번째 부분은 널리 잊혀져가고 있다.
2000년 3월,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배급사인 UGC는 일정한 입장료만 내면 음식을 자기 양껏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 식당에 비교될 만한 무제한 정액권을 내놓았다. 한달에 18유로(대략 2만3천원)로, 이제부터 관객은 UGC의 모든 극장에서 원하는 영화를 맘껏 볼 수 있게 됐다. 입구에 자기 카드만 제시하면 된다. 할인되지 않은 정상 표값이 대략 10유로(약 1만3천원)임을 감안한 열광적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곧 유사한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경쟁 배급사인 유로-팔레스가 파리의 독립 배급자인 마르탱 카르미츠(MK2)와 연합했다. 그렇게 두개의 정액권은 프랑스 극장의 대부분을 포괄한다. 그 결과 2000년부터 영화관은 3500만 관객을 얻었다. 정액권이 23%의 관객 증가를 이뤘다고 평가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프랑스영화의
[외신기자클럽] 예술영화는 대중영화 상영관에 통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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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57년작을 리메이크한 서부극 <결단의 순간 3:10>가 비평과 흥행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브레이브 원>에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긴 했지만 관객과 비평계의 반응이 좋아서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또 하나의 서부극 <제시 제임스의 암살> 역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등, 한때 지나간 유행이라 치부하던 서부영화는 캐릭터의 현대적인 해석을 무기로 하나둘씩 또다시 극장에서 붐을 일으킬 조짐이다.
서부극은 이미 TV쪽에서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지 오래다. 절찬리에 방영된 <HBO>의 <데드우드>를 비롯해 지난 9월16일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로버트 듀발) 및 조연상(토머스 헤이든 처치)을 휩쓴 <브로큰 트레일>에서도 TV계에서의 서부극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인들에게 ‘서부’의 시대정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LA] 현대적 해석으로 다시 살아나는 서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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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 2008년도 공격적인 행보로 시작
일본의 메이저 배급사 도호가 2008년 정월 개봉작을 발표했다. 겨울방학 기간인 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를 가리키는 정월은 일본 극장가에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 오다 유지, 마쓰야마 겐이치가 출연하는 <쓰바키 산주로>, 미야자키 아오이와 오카다 준이치가 주연한 <음지와 양지에 핀다>,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는 <마리코와 강아지의 이야기> 등 총 5편의 영화가 이 시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는 한 배급사의 정월 개봉작으로는 전례없이 많은 수로, 도호는 “2006년처럼 50억엔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큰 영화는 없었지만 올해는 10억엔 이상의 작품이 많았다”며 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보를 설명했다. 5편의 정월 개봉작 외에도 도호는 인기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쿠로사기>와 <꽃보다 남자∼ 파이널∼>,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20세기 소년>, <소
[해외단신] 도호 2008년도 공격적인 행보로 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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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의 힘은 강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찰스 퍼거슨이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10분짜리 영상물 <에디터에게 보내는 편지>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끝이 안 보인다>(No End in Sight)에서 사담 후세인을 강제로 끌어내린 뒤 미국 정부가 저지른 실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부각시킨 이슈 중 하나는 미국쪽이 후세인의 군대를 포함한 이라크 군인을 강제로 해산시키면서 직업을 잃은 군인 중 대부분이 지금 이라크에서 번지고 있는 폭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라크 군인의 해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 이라크 최고 행정관 L. 폴 브리머는, 그러나 9월6일자 <뉴욕타임스>에 ‘나는 어떻게 이라크 군인을 해체하지 않게 됐나’라는 칼럼을 보내 퍼거슨 감독의 견해를 맞받아쳤다. 칼럼의 주된 내용은 “그때 이미 조직화된 이라크 군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
[What's Up] 영화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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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향해 출항 준비 완료! 할리우드가 내년 여름 극장가를 놓고 벌써부터 뜨겁다. <스크린 데일리>는 최근 내년 5월부터 8월까지 워너, 폭스, 디즈니, 드림웍스, 파라마운트, 소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빈틈없이 채워놓은 여름 블록버스터의 개봉 일정을 발표했다. 내년 여름 시즌의 포문을 열게 될 작품은 <아이언 맨>(5월1일, 파라마운트). 이후 <스피드 레이서>(5월9일, 워너), <지구가 정지된 날>(5월9일, 폭스),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안 왕자>(5월16일, 디즈니), <인디아나 존스4: 수정해골 왕국>(5월23일, 파라마운트), <인크레더블 헐크>(6월13일, 유니버설), <월-E>(6월27일, 디즈니·픽사), <행콕>(7월2일, 소니), <배트맨 비긴스2: 다크 나이트>(7월18일, 워너), 그리고 <미이라4: 용의 제국>(8월1일,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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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말, 드웨인 ‘더 록’ 존슨의 가족영화 <게임 플랜>이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풋볼팀의 쿼터백에게 예상치 못했던 딸이 나타나 자유분방한 싱글 라이프가 막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개봉성적은 2270만 달러를 기록했다. 드라마 <클로저>의 주인공인 키라 세즈윅이 함께 출연한 <게임 플랜>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극장에 걸린 가족 관객용 영화라는 의견이 대부분으로, 제작사 디즈니에서는 “무겁거나 잔인한 R등급 영화로 부터 소외된 관객들의 요구와 영화가 만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주 박스오피스 상위 10위 내의 영화 중 R등급을 받은 영화는 <결단의 순간 3:10> <브레이브 원> <이스턴 프로미스> 그리고 신작 <킹덤> 등 모두 4편이다.
제이미 폭스, 제니퍼 가너가 출연한 <킹덤>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폭스와 가너는
‘더 록’의 가족영화 <게임 플랜> 1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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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신작 <사랑>이 추석시즌의 격전에서 승리했다. 지난 9월 20일 개봉해 전국 400개, 서울 8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사랑>은 추석연휴의 마지막날인 9월 26일까지 110만3002명을 동원한 후, 지난 주말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사랑>이 지난 주말 동원한 관객은 전국 35만8613명으로 총 누적관객 152만3816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하고 있다. 추석시즌 전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여 9월 25일까지 전국 135만명을 동원한 <본 얼티메이텀>은 지난 주말동안 전국 23만 3천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치며 2위로 내려왔다. 지난 주말까지 서울 72개, 전국 280개 상영관에 걸린 <본 얼티메이텀>이 동원한 전국누적관객은 약 179만 3천명(배급사 집계)이다.
3,4,5위는 추석시즌의 또 다른 경쟁작들이 차례로 차지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사랑>, 추석대전 승리.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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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운로드 이젠 그만!”
“여러분의 영화를 지켜주세요!” ‘영화 불법다운로드 근절 캠페인’ 선포식이 9월19일 서울 신문로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 영화계 안팎의 13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 정윤철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특별 캠페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쿼터 축소가 한국영화 위기 불렀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산업을 위축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의 김현정 연구원은 9월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영화, 비상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투자 수익률이 악화하고 제작·개봉 영화 편수가 줄었으며 스크린당 한국영화의 상영일수 평균도 지난해보다 21.8%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스크린쿼터 원상 복구만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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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단신] “불법 다운로드 이젠 그만!”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