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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싸움꾼도 요리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식객>이 3주차에도 정상을 지켜냈다. 11월 1일 개봉한 <식객>은 주말동안 전국에서 32만4929명을 동원하여 전국누적관객 197만3282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했다. 배급사에 따르면 <식객>은 어제(11월 19일) 오전을 기점으로 전국관객 200만고지를 넘어섰다. 주말까지 스크린 수는 전국 325개. 이번 주에도 <식객>은 약 3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전망이다. 예매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베오울프>는 2위에 그쳤다. 전설의 영웅을 소재로 한 이야기, 그리고 아이맥스 버전 상영등 아동관객들을 혹하게 만들 여러 조건들을 가졌지만, 폭력과 노출 수위 덕분에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는 점이 관객몰이에 걸림돌이 된 듯 보인다.
3위는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가 차지했다. 지난 주 예상외의 선전을 보이며 2위를 차지했던 <색,
<식객>, 3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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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 한국 tvN 방송 종료
얼마 전 SBS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크라운J라는 가수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배경이 있는 그는 한국에서의 데뷔 이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유명한 R&B가수 프랭키J를 만나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흑인 백화점을 지인들과 방문했는데 우연히 ‘안투라지’(entourage)들과 함께 온 프랭키J를 만나 자신도 잘나가는 엔터테이너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이 그 일화의 골자였다. ‘안투라지’라는 특이한 영어단어가 방송에서 정확한 의미로 쓰인 것은 아마도 그때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말로는 ‘측근’, ‘주변 사람’ 혹은 ‘수행원’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안투라지’는 여행을 하거나 어디로 움직일 때 핵심 인물을 데리고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주로 할리우드에서 스타덤에 오른 이들과 항상 같이 움직이는 매니저와 스탭들 혹은 가족이나
[이철민의 미드나잇] 카메오가 주인공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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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1월24일(토) 밤 11시
밤의 흔적이 널브러진 거리를 지나 어두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택시를 타고 다시 집으로 향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어둠으로부터 나를 구해줄 택시를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밤을 함께 나눈다는 불안과 쓸쓸함이 엄습하는 순간을. 그와 나는 동일한 행선지를 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나눌 수 없는 완전한 타인. 도시의 택시는 스산하다. 짐 자무시의 <지상의 밤>은 해질녘부터 해가 뜰 무렵까지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로마, 헬싱키를 차례로 돌며 그 도시의 시간을 달리는 택시 안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그저 깜깜한 밤거리일 따름인데 영화는 인물들의 대화와 분위기, 그리고 가끔씩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메라를 통해 각 도시의 풍경을 택시 안으로 끌어들인다. 도시의 화려한 중심이 아니라 어둠에 버려진 듯한 구석들이 눈에 밟힌다. 추운 밤 길 한가운데서 택시를 기다리는 자와 거리를 돌고 돌며 손님을 기다리는 자 사이에는
서글픈 밤의 택시, <지상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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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에는 미국 <CSI>에 있는 게 참 많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조선조 말기를 누비고 있는 ‘별순검’들은 현대의 거대 선진국 미국에 사는 CSI 요원들처럼 ‘DNA 조사 한방이면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다 나와!’라며 걸핏하면 입을 벌리라고 요구할 기술력도, 하다못해 면봉도 없다. 밧줄과 ‘금’(禁)자 적힌 종이 몇장을 붙여 사건 현장을 보호하기도 하고, 뚜껑을 열면 착착착 삼단으로 꺾이는 네모 상자에 이런저런 조사 도구를 상비하고 다니기도 한다. 게다가 이 박스를 꺼낼 때 은근히 특별수사대답게 폼도 잡아본다. 그러나 이들이 결정적인 발견의 수단으로 애용하는 기구는 기껏해야 돋보기다. 부검, 각종 실험 등을 담당하는 내근직과 수사, 증거수집, 심문 등을 병행하는 외근직으로 크게 구분돼 있는 조직도는 얼핏 CSI와 비슷해 보여도 시설구비, 인력지원 등에서는 턱없이 궁색하다. 시대와 공간의 차이에 따른 당연한 빈부 차지만 캐스
질그릇같은 소박함 속에 번뜩이는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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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와 <인랜드 엠파이어>의 DVD가 출시됐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데이비드 린치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두 DVD는 영화만큼 인상적이다. 크로넨버그와 린치를 한자리에서 거론하는 게 이젠 지겹겠지만, 한판 승부를 바란 듯 2주 간격으로 선보인 두 DVD의 비교를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지 싶다. 평소 무섭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크로넨버그에게 DVD는 그 이미지를 바꿀 좋은 기회다. 음산한 목소리로 난해한 이야기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영화 안팎을 자상하게 짚어주는 음성해설에서부터 놀라움은 시작된다. 영화의 배경 정보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제와 현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펼치는 등, 관객을 향해 속내를 털어놓는 자세는 다른 거장의 음성해설에서 보기 힘든 것이다. 놀랍게도 린치와 그의 작품을 직접 언급하기도 하는데, 자기 영화는 린치의 아이러니한 영화와 궤를 달리한다는 말에서 대중을 향한 몸짓이 느껴진다. 기괴한 세계가 두려워
친절한 크로넨버그, 고집스런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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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색다른 길 위에서 마주치는 인생 이야기.’ 청(blue), 황(yellow), 홍(red)의 3가지 색상을 테마를 내세운 인디영화축제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가 11월26일부터 12월12일까지 건대입구, 일산, 대전, 부산, 울산, 전주, 마산, 광주 첨단, 대구관 등 전국 각지의 롯데시네마 9개 지점에서 열린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해까지 내걸었던 삼색아트필름전이라는 명칭을 삼색영화제로 바꾼 점이다. 서울은 물론 지역 관객에게도 보다 다양한 예술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코자 마련된 행사인 만큼, 인디영화제라는 기본 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결 대중적이고 친근한 색채를 띠고자 하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개막작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을 비롯해 총 15편에 달하는 상영작의 면면이나 영화가 펼쳐놓는 인생 역정을 색상별로 구분한 테마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청 테마에선 ‘길 위를 걷다’라는 주
올해 우리가 놓친 영화들을 만난다,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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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에 영화 좀 봤다는 영화광들의 리스트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점점 빠져나간다. 대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큐브릭이 완벽한 테크니션이긴 한데 뭔가 영화적인 감흥은 시간이 갈수록 덜한 것 같다는 아련한 이유. 말하자면, 너무 지독하게 스타일이 완벽한 나머지 빈틈을 재미있게 찾아 메우는 영화광적 작업의 묘미가 덜하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둘째. 너무 자주 봐서(혹은 본 것 같아서) 이젠 좀 질렸다는 거다. 후자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개봉했을 때 유명하고 알찬 평론가 폴린 카엘은 “기념비적인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말했다. 영화적인 감흥이라곤 없는 기술자의 영화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 <씨네21>과 교류를 맺고 있는 저명한 업계지 <버라이어티>는 먼저 나온 몇몇 SF영화들과 비교했다. “<금단의 행성>의 휴머니티는 상실됐고, <다가올 세상>보다 상상력은 부족하고, <O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는 큐브릭의 정수,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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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잔혹하다. 특히나 그것이 스러져가는 탄광촌 광부의 삶이라면 더더욱. 사고를 당하고, 실직하고, 진폐증 진단을 받고, 집은 철거되고. 숨과 함께 들이마신 탄가루가 서서히 폐를 잠식하듯 지뢰처럼 매복한 절망들은 작은 출구조차 남겨놓지 않은 채 그를 집어삼킨다. <검은 땅의 소녀와>의 아버지, 최해곤의 절망을 마비된 듯한 체념의 얼굴로 그려낸 것은 연극판에서 뿌리가 깊은 배우, 조영진이다. “하느님께서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영성이 충만한 낯빛으로 교화를 선언했던 <밀양>의 유괴범 박도섭을 기억한다면, 그의 얼굴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니, 조금 더 시곗바늘을 돌려본다면 이발 의자에 누워 짧은 오수로 안식을 찾는 고독한 통치자(<효자동 이발사>)가 떠오를 것이다.
이윤택 사단 ‘연희단 거리패’의 일원으로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스크린에서도 점차 영토를 넓혀가고 있지만 사실 조영진은 45년 인생 동안
[조영진] “연기가 내 삶을 확 바꿔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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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사, 그리고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1세'
그녀의 사랑과 고뇌를 다룬 영화 <골든 에이지>가 11월 22일 개봉한다.
인도 출신의 '세자르 카푸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숲의 여왕'역을 맡았던 '케이트 블랑쉐'가
'엘리자베스1세'역을 맡아 다시 한번 여왕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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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NEW] 여자, 전사, 여왕 <골든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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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1995)은 곤도 요시후미 감독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출 애니메이션이다. <미래소년 코난>(1978), <빨강머리 앤>(1979) 등의 원화 및 작화감독으로 활동했던 곤도 감독은 37살에 지브리 스튜디오에 들어가 <마녀 배달부 키키>(1989), <붉은 돼지>(1992),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 등의 작화감독을 하다가 데뷔작을 만들었다. 지브리 입사 전 기흉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곤도 감독은 과다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1998년 동맥파열로 사망했다. 그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를 위해 시를 썼는데, 구절이 이렇다. ‘산 너머 푸른 바다로, 맑은 하늘로, 부드럽게, 빛과 바람과 나무와 물과 땅과 어우러져, 편히 쉬십시오.’ 곤도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은 미야자키가 써내려간 바로 그 아름다운 세상을 소설가 지망생인 중3 소녀의 시선으로 옮긴 애니메이션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시즈쿠
사춘기의 사랑 그리고 꿈 <귀를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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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다. 자수로 짠 듯 곱게 펼쳐진 북유럽의 풍광, 품에 안고 터뜨려버리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이와 동물들, 히사이시 조의 선율을 타고 치솟는 비행의 쾌감. 그리고 물론 여기에는 이를 악물고 어른의 세계로 돌진하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있다. 머글과 마법사의 피를 절반씩 내려받은 헤르미온느처럼 키키 역시 마녀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 태어난 혼혈 마녀다. 모든 마녀들이 그러하듯이 그녀는 13살 되는 해에 홀로 독립을 해야만 하고, 만월의 밤에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아름다운 항구 도시에 정착한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선천적인 재능 덕에 ‘오소노 아줌마’의 빵집에 거주하며 동네 배달일을 하게 된 키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귀에 고양이 지지의 말이 그저 ‘야옹’으로만 들리기 시작한다. 마녀의 피가 모자란 것일까. 마법 빗자루마저 부러뜨린 키키는 매서운 성장통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비행의 능력을 되찾는다. 개봉 당시 “여성영화”로 홍보됐던 <마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소품 <마녀 배달부 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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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쾌활한 여자 앤(클레어 데인즈)은 친구 라일라(메이미 검머)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려고 온다. 라일라는 9년간 다른 남자를 사랑해왔고, 그 남자 해리스(패트릭 윌슨)는 앤과 사랑에 빠진다. 라일라의 남동생 버디(휴 댄시)는 대학 시절부터 앤을 사랑해왔다. 네 남녀는 각자 자신의 지금 사랑이 운명이라 믿지만, 그것은 바람과 모래처럼 손에서 빠져나간다. 생애 단 한번뿐이었을 사랑과 그것을 놓친 한탄. <이브닝>은 느리고 관념적인 대사들과 죽음을 앞둔 여주인공의 환상의 반복으로 세월이 주는 질문들을 전달하려 한다. <세월> <세상 끝의 사랑>의 소설가 마이클 커닝엄이 각색을 맡아 시간과 시점을 파격적으로 해부해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실타래 풀듯 풀어내지만, 그 능력만으로 애초 뼈대밖에 없는 스토리의 빈약함과 주제의 피상성을 넘긴 어렵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글렌 클로즈,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여배우들의 육체에 이미 새겨진 세월이 <이브
영국 뉴포트의 우아한 전원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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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이런 할리우드영화들이 많았다. 반항 가득한 청춘영화의 공식에 춤을 한데 섞어놓은 일련의 영화들은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하며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존 트래볼타가 <토요일밤의 열기>(1977)와 <그리스>(1978)로 첫 번째 스타로 발돋움했고, <플래시댄스>(1983)의 제니퍼 빌스와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1984)의 마이클 파레와 다이앤 레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아마도 이 장르의 마지막 스타이자 그 총결산은 바로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일 것이다. 당시에는 그도 <아웃사이더>(1983), <로드 하우스>(1989) 등을 통해 거칠면서도 섬세한 남성미를 뽐냈으며, 세월이 흘러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2004)에는 감격적으로 당시 극중 이름 그대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베이비(제니퍼 그레이)는 가족과 함께 산장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점잖은 댄스파티
그때 그 시절의 감동 <더티 댄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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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다냐 스키아디)는 몸을 파는 17살 소녀다. 뒷골목에서 욕정에 굶주린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 대가로 약간의 돈과 마약을 얻으며 산다. 하지만 한살 어린 나디아(카트리나 슬라블로)가 등장한 이후 매음굴에서 생계를 꾸리는 것마저도 여의치 않다. 비정상적인 욕구 해결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이 언제나 적극적인 나디아를 찾는 동안 마티아를 퇴물 취급해온 보스의 구박도 점점 거세진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택한 마티아와 달리 “이곳이 자신의 무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나디아.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척한 시선을 오히려 즐기는 나디아를 보면서 마티아는 질투와 경쟁심을 느끼고, 그 감정은 어느새 나디아를 향한 관심과 애정으로 변한다. 마티아의 그런 마음을 받아들이고 또 즐기는 나디아는 동거를 제안하고, 마티아 또한 나디아와 함께하면서 잠깐의 행복함을 느끼지만, 이내 마티아는 또 다른 결핍의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결핍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불러온다.
섹스와 폭
하드코어 소녀백서 <하드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