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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를 둘러싼 쉼없는 스캔들의 핵심은 앤 볼린이다.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을 종용하여 영국의 국교까지 바꿔버린 장본인이자, 왕의 짧은 애정이 끝난 뒤 버림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참수형에 처해졌던 비운의 요부다. 우리로 친다면 장희빈쯤에 해당할 텐데, 연극과 소설, 영화, TV시리즈로 부활한 횟수 면에서는 섬나라는 물론 세계 최고의 칭호도 아깝지 않다. 필리파 그레고리의 가상 역사소설을 원작 삼는 <천일의 스캔들>의 원제는 ‘또 다른 볼린가(家) 여인’. 앤 볼린 이전에 헨리 8세의 관심을 끌었다고 전해지는 메리 볼린을 일컫는다. 메리는 탐욕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는 자업자득형 팜므파탈인 앤과 대조되는 순수의 화신이다. ‘좋은 전쟁’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진실된 스캔들’은 불가능하지만, 수컷의 집착과 암컷의 계산으로 가득한 추문의 진창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고귀한’ 인물은 있었다는 가정하에 빚어진 캐릭터다. 숱한 판본의 헨리 8세 이야기 속에서 <천일의 스캔
또 다른 볼린가(家) 여인 <천일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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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성있는 아이”로 자란 타마코(야마다 마이코)에겐 사방이 위험투성이다. 머리에 쓴 헬멧도 모자라 언제나 우산을 들고 주위를 살피며 걷는 그녀는 지금껏 500m 반경의 마을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특별히 하는 일도, 할 줄 아는 일도 없고 표정도 거의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웃는 순간은 동네 빵집에서 사온 꿀빵을 먹을 때다. 그렇게 별다른 분란없이 잘 살아온 그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친다. 동네 빵집 할아버지가 앓아누워 꿀빵을 먹을 수 없게 됐고, 자신을 첫사랑이라며 쫓아다니던 소꿉친구는 어느 날 엄마와 눈이 맞아 나이를 넘어선 닭살행각을 일삼고, 아무런 꿈도 없을 것 같던 동생은 ‘버스가이드’란 직업을 찾아 나선다. 게다가 유일하게 타마코의 4차원적 정신세계를 이해해주던 아버지 헤이키치(다케나카 나오토)까지 새 인생을 찾아 뉴욕행을 결심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랐던 타마코는 난데없는 변화에 힘입어 태어나 처음으로 ‘결심’이란 걸 해본다. 내가 먹을 꿀빵은 내가 직접
그림으로만 채워진 건전동화 <달려라! 타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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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정치 스캔들로 떠들썩한데,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1시간째 여배우를 기다리는 정치부 기자가 있다. 피에르(스티브 부세미)가 편집장에게 이 상황을 불평하는 동안 섹스 파트너들로 더 유명한 카티야(시에나 밀러)가 도착한다. 미안한 기색도 없는 카티야와 인터뷰 준비도 하지 않은 피에르의 만남이 순탄할 리 없다. 자존심 상한 여배우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파파라치가 기다리는 거리로 나서는데, 우연히 피에르를 태운 택시가 추돌사고를 일으키자 카티야는 피에르를 응급실 대신 집으로 데려간다.
영화는 2막으로 구성된다. 서로를 과소평가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적수를 알아본 둘의 진실게임이다. 카티야는 따분한 질문에 “내가 정치 거물이라면 그런 질문을 했겠냐”고 받아칠 만큼 영리하고, 피에르는 여배우의 유혹을 조절하는 베테랑이다. 남녀 사이에 오가는 이상기류도 두뇌플레이의 일부. 알코올과 담배, 코카인에 버무려져도 신경전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영화는 다소 연극적이다. 말꼬리를 무는 대사
‘진실 혹은 대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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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소년에게 친구가 생겼다. 전장으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사는 앵거스(알렉스 에텔)는 어느 날 동네 호숫가에서 못생긴 알 하나를 줍는다. 알에서는 새인지, 물고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깨어나고 앵거스는 그에게 크루소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둘은 비밀스러운 우정을 이어가지만, 이들의 단란한 시간을 어른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 엄마는 언제나 엄격한 규율을 내세워 앵거스를 감시하고, 군사훈련이란 명분으로 집을 점거한 군인들은 안 그래도 좁은 크루소의 행동반경을 더욱 죄어온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크루소의 덩치. 결국 앵거스는 크루소의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위해 그를 네스호로 이끈다.
아이들에게 동물은 영혼의 친구다, 라고 많은 영화들은 이야기했다. 동물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체들은 여러 영화에서 아이들의 보호본능과 눈물을 일깨웠다. “고아처럼 혼자 태어나 자라는” 신비의 동물과 외로운 소년은 더욱 좋
스코틀랜드에 불시착한 ET의 모험담 <워터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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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 와타루는 아침이면 헐레벌떡 학교 뒷담을 넘고, 방과 뒤엔 게임기 앞에 달라붙는 평범한 소년이다. 동네에 유령이 나오는 폐건물이 있다는 괴담에 솔깃해 단짝 친구와 함께 탐험에 나선 와타루는 유령 대신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듯한 기이한 입구를 발견한다. 다음날 상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학생 미쓰루(웬쓰 에이지)를 구해준 와타루는 미쓰루로부터 문제의 입구가 환상의 세계로 통하며, 그곳으로 가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신반의하던 와타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다른 사람과 살게 됐다며 집을 나가버리자 충격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황급히 이혼서류를 감추던 어머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자, 와타루는 곧장 미쓰루의 말을 떠올리고 환상의 세계로 뛰어든다.
<브레이브 스토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청의 6호> <최종병기 그녀> <풀 메
RPG 스타일의 이야기 <브레이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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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일대기를 그리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역사학자 휴 토머스로 하여금 “한 개인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고 칭송하게끔 만든 윌리엄 윌버포스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더더욱. 노예해방을 위해 반평생을 헌신한 윌버포스의 삶을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기본적으로 위인전의 한계 속에 갇혀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애쓰는 영화다. 윌리엄 윌버포스(요안 그리피스)는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로 묘사되지만, 노예무역 금지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다 실패한데다 건강까지 악화된 그의 모습에서 영화를 시작함으로써 비범한 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를 바라볼 수 있게끔 한다. 또한 아내가 된 바버라 스푸너(로몰라 가레이)와의 연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과거 행적을 보여주는 것도 그의 공적인 삶을 좀더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물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순수한 즐거움으로
한 정치가의 맑은 목소리 <어메이징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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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스웨터를 즐겨 입는 이 미국 시골 마을 사람들은 참으로 선량하다. 이들은 영어를 못해 소통이 불가능하고 게다가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한 이방 선교사 여인을 따뜻하게 환대하고 자신들의 공동체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녀, 비앙카는 마을 사람들이 사랑하는 수줍음 많은 라스(라이언 고슬링)가 최초로 만나 사귀는 여자다. 이 기묘한 관계에 놀라 처음에는 정신질환을 의심하며 걱정하던 가족과 의사와 마을 사람들은, 인내와 애정으로 관계의 진행을 바라보기로 하고 그가 초대한 여자친구를 가족으로, 친구로,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비앙카는 교회에 가고 파티에 나가며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그와 더불어 라스의 세계도 점차 넓어져간다.
소심한 외톨이 라스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의 집 옆의 창고에서 혼자 생활하는 미국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다. 임신한 형수가 늘 식사에 초대해 함께하기를 권하지만 좀처럼 그는 집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할 때, 창문의
기묘하고 따뜻한 로맨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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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진행한 ‘지금 미국영화’ 특집의 마무리는 김소영, 정성일, 허문영 세 평론가의 대담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데어 윌 비 블러드>를 중심으로 전개한 이번 대담에서 나의 주의를 끈 것은 ‘역사성과 정치성의 귀환’이라는 표현이었다. 정성일은 “지금 미국영화의 특별하고 이상한 엔딩은 주목해볼 만한 하나의 시대적인 존재방식”이라는 운을 뗐고, 허문영은 “전세계적으로 도덕적 명분이 없는데도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 터무니없는 상황, 그런데 미국 대중은 그 전쟁 책임자를 재선시켰고, 그렇게 기본적 상식이 붕괴된 시점에서 영화를 만들고 보기 시작했을 때, 지금은 그들이 시장의 평가보다 중요하게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연스런 흐름이 만들어진 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김소영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전시의 홈 시큐리티의 무용성”이 드러난다며 “홈 시큐리티 얘기를 하지만, 사실 그 홈 자체도 서브프라임으로 날아갔고, 그
[편집장이 독자에게] 지금 미국영화, 지금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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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여자가 누워 있다.
입엔 재갈이 물렸다. 손과 다리도 묶였다. 속옷 차림이다. 남자의 손엔 정과 망치가 들렸다. 여자는 공포로 마취가 되었다. 부들부들 떨며 짐승의 소리를 낼 뿐이다. 남자가 여자의 재갈을 벗기며 묻는다. “네가 왜 꼭 살아야 하지? 이유를 말해봐.” 여자는 그저 단순하게 애원할 뿐이다. “살려주세요.” 남자는 조롱한다. “살 이유가 없네? 죽어야겠네?” 여자는 딸아이가 있다고, 일곱살짜리 딸아이가 있다고 격렬하게 호소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망치를 내려친다.
영화 <추격자>에서 그 남자, 지영민(하정우)의 질문은 변태적이다. 끈적끈적한 공포가 지배하는 이 장면에서, 나는 난데없이 한심한 궁리를 하고 말았다.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살인마에게 그 어리석은 질문을 받는다면 무어라 현명하게 대답할지 말이다. 어떤 논리 또는 재치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뻔한 대답? “내일 출근 안 하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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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철 편집장 체제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열린 퇴사청문회에서 이영진 퇴사후보자가 상식 밖의 대답을 내놓아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3월5일 한겨레 4층 화장실 앞 <씨네21> 로비에서 열린 퇴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부동산 투기 및 사문서 위조 의혹 등에 대해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해 청문회 자리에 참석한 현직 기자들에게 강도 높은 질타를 들었다. 특히 기자들의 끈질긴 추궁에 그는 성실한 해명 대신 “청문회를 노래방으로 착각한 듯” 한쪽 바짓단을 걷어올리고서 책상에 오른 뒤 심지어 쌍팔연도 유머까지 구사해 15분간 퇴장명령을 받기도 했다.
먼저 이 후보자는 3분단 김OO 기자가 “이전까지는 강남 반포의 한 아파트의 친척 집에 거주하다가 입사 3년차이던 2001년 마포구 재개발지역으로 이사한데는 투기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지자 “강남은 살 만한 곳이 못 되고, 자연친화적이지가 않다. 무엇보다 회사와 거리가 멀어 아침잠을 충분히 취할 수가 없다
[오픈칼럼] 그들의 청문회를 보면서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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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아동용 소설책,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들에서 삼총사라는 이미지는 항상 같은 것이었다. 주인공 달타냥과 세 친구들의 정의로운 모험 이야기, 갈등구조를 일으키는 악당은 추기경인 리셜리외와 그의 부하들. 그리하여 정의는 승리하고 달타냥과 그의 친구들은 결국 악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승진도 하면서 잘 먹고 잘산다, 라는 이야기라고. 단순한 구조지만 대개의 많은 이야기들이 이러한 뚜렷한 권선징악의 룰을 따르고 있고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왔다. 내가 좀더 나이가 들어 <삼총사>의 완역본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이 만들어지고 있을 때, 그 제작 소식에 나도 역시 다른 톨킨의 팬들처럼 ‘조금의’ 기대와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되고 그 실물을 대했을 때는 그저 ‘아, 이 타이틀에서 이 영화 이상으로 더 무엇을 보여주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
[내 인생의 영화] <삼총사> -권교정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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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액운이 이리 잦아”, “그러게 말일쎄. 이번엔 합죽이 김희갑이 다쳤다면서?”,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이 앞 유리를 뚫었다고 하더라고”, “합죽이는 11월이 끔찍할 거야. 6년 전에도 임화수한테 얻어맞아서 갈빗대 나갔잖아”, “것뿐이야. 안양세트 무너져서 한달 넘게 병원신세를 진 것도 11월이지. 해외 로케 갔다가 비행기 불시착으로 가슴 졸인 것도 11월이고”, “지난번에 구봉서였는데, 이번엔 또 누가 변고를 당하려나”.
‘찬바람 불면 조심하라.’ 연예계에서는 11월을 흉흉한 달로 꼽는다. 요즘도 연예가가 발칵 뒤집히는 각종 사건 사고들은 모두 11월경에 터져나온다고 하지 않나. 1965년의 늦가을도 흉흉했다. 특히 ‘희극트리오’라 불렸던 서영춘, 구봉서, 김희갑 등이 잇따라 사고를 당했다. 구봉서는 10월26일 정창화 감독의 <광야의 결사대> 촬영 중 팔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촬영 당시 터진 수류탄 뇌관을 피하기 위해 급히 다이빙을 했는데 그곳이
[한국영화 후면비사] 웃으면 흥행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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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당혹감을 느낀 것일까? 내게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에는 너무 바빠서 볼 수가 없었고, 뒤늦게 인터넷을 뒤져 그것의 출처만큼이나 어둡고 음침한 영상을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 위에서 자막없이 보았으니, 영화를 제대로 본 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고해상에서 저해상으로
미국의 가정에 TV 수상기가 대량으로 보급되던 시절, 할리우드는 저해상의 TV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고해상의 화면을 거의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주는 것으로 이 전자매체의 도전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여기서 다시 TV보다도 선명하지 못한 작은 홈비디오의 포맷으로 돌아간다. 당혹감은 아마도 관객이 영화관에 거는 기대가 무참히 배반당했다는 느낌에서 온 게 아닐까?
게다가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은 데카르트 좌표의 네 방향으로 마구 흔들리면서, 영화 관람의 시각적 안락함
[진중권의 이매진] 디지털 대중의 열망, 영화로 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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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는 좋은 영화다. 좋은 연출, 좋은 각본, 좋은 배우들이 모여 좋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작은 제작비를 써서 적은 수의 스크린에 걸었다가 점점 세를 넓혀나가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예쁘다, 귀엽다, 쿨하다, 정말 이럴 수가 없다 하고 기뻐하고 좋아하고 이 영화를 더없이 사랑스럽고 어여쁘게 여기는데 나는 홀로 간 영화관에서 홀로 울었다. 별로 잘살지도 않는 집 십대 여자애가 임신을 해서 지우려다가 안 지우고 뱃속에서 잘 키워서 낳자마자 남 주는 이야기가 우울해서 운 것도 아니고 겉으로 보기에는 미모와 돈과 능력을 다 가졌는데 단 하나 생식력만 가지지 못한 여자가 그 여자애가 낳을 아이를 받아 기어코 키우고 싶어서 애절하게 안달하는 이야기가 딱해서 운 것도 아니고 왜 울었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손님 몇 없는 극장에는 12세 관람가라지만 좋게 봐줘도 평균연령대 32살의 관객이 드문드문 앉아 O.S.T 리듬에 맞춰 간혹 극장 좌석을 손가락
[냉정과 열정 사이] 주노의 슬픔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