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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해, 과거를 묻어버릴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엉터리이다. 아무리 깊이 묻어둬도 과거는 항상 기어나오게 마련이다.” 어떤 과거는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지지도 옅어지지도 않는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났으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 자리를 잡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과거는 현재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고통에 다름 아니다. 고통은 끝나는 법이 없고 시간이 간다 해서 안녕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그런 아프가니스탄의 아들 중 하나다. 1965년에 카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따라 테헤란으로, 파리로 옮겨다니다가 1980년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인물이다. 의사로 살면서 그는 데뷔작인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발표했는데, 두 소설 모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 이야기라면, <연을 쫓는
아프가니스탄 소년의 슬픈 성장통, <연을 쫓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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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Doctor Who) 시즌3
KBS2 일요일 오후 11시35분
이미 ‘미드’라는 단어는 언론에서도 ‘미국 드라마’라는 별도의 설명없이 사용될 정도로 아주 보편화되었다. ‘미드’까지는 아니지만 ‘일드’ 역시 일본 드라마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드, 일드 못지않게 중드(혹은 대드), 영드라는 신조어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일단 대만 드라마가 주축이 되는 대드 혹은 중드는, <동방 줄리엣> <공주 소매> <화양소년소녀> <장난스런 키스> 등 과거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포청천>과는 전혀 다른 트렌디드라마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른바 중드계의 욘사마로 불리는 오존(吳吉尊)이라는 스타배우의 등장은 그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중이다.
중드 혹은 대드가 문화적 코드에서 국내 드라마들은 물론 일본 드라마들과 유사한 동시에 차별화되는 면을 가지고
[이철민의 미드나잇] 모든 SF 영드의 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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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월5일(토) 밤 11시
이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모두 의아해했을 것이다. 과연, 그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 맞을까? 중산층 가족의 역겨운 이면, 인간의 뒤틀린 욕망 등을 초현실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 형상화했던 그가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는 말 그대로 무척 단호하게 ‘스트레이트’한 방식을 취한다. 이야기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쭉 뻗어가며, 아름답게 텅 빈 자연과 인물의 침묵하는 표정에 집중하는 카메라는 충격적일 정도로 날카롭게 비판하는 린치 특유의 스타일 대신, 고요하게 삶의 남은 시간을 명상하기를 택한다. 이 영화는 너무도 투명하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뉴욕 타임스>에 실렸던 앨빈 스트레이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70살이 넘은 앨빈 스트레이트는 자신도 몸이 불편하지만, 10년 전에 연락을 끊은 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무리한 여행을 계획한다. 형이 죽기 전에, 지난 10년의 어리석은 미움을 털어버려야겠다는 일념하
숭고할 만큼 쓸쓸하게, <스트레이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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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단골 만찬인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배용준을 보고 박신양도 보고 나면 2008년의 빳빳한 안방극장 다이어리를 한장 두장 넘기기 시작할 것이다. TV를 오래 꺼둬도 사는 데 별 지장은 없고, 때로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드라마의 폭격에 미간의 주름과 하품의 눈물도 머금는다. 그럼에도 어느 드라마가 새롭게 와글와글한 ‘붐’을 만들고, 또 어떤 연기자가 어질어질한 스타 탄생기를 제공할 것인지는 돌고 도는 쇼(Show)일지라도 궁금해진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한국의 안방극장은 치열하고 드라마틱한 생존경쟁을 연중무휴 치르고 있는 ‘핫 존’이기 때문이다.
외주제작 시스템의 가속화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메뉴는 갈수록 ‘사정에 따라 변경 가능’의 상태이다. 덕분에 새해 라인업을 급한 마음에 일별하겠다고 덤비는 일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올라온 프로젝트의 일단은 적당한 두근거림과 기우를 선사하며 어떤 경향을 예고하고 있다.
2007년 팔베개
2008, 안방극장의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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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은 <용의주도 미스신> 촬영 때 짬이 나면 모니터하거나 아니면 감독과 동료들과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런데 권오중 앞에서 내숭을 떠는 장면을 삼청각에서 촬영하던 바로 이날은 좀 이상했다. 기분이 정말 좋았는지 분장 중에 자기 흥에 취해서 눈까지 감고 노래를 불렀다. 현장에서 털털하고 씩씩한 모습이긴 했지만 달밤에 노래 부를 줄은 몰랐다. 손짓을 보면 트로트 같긴 한데 사실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쌀쌀한 늦가을 밤에 하늘하늘한 여름 옷을 입고 연기를 해야 했으니 추위를 달래기 위해서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누구에게 말하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정말 좋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든 한예슬의 이런 모습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숨은 스틸 찾기] <용의주도 미스신> 분장가창 미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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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슬프기보단 웃기다.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MR. 후아유>는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을 그린다. 관이 잘못 배달되는 일을 시작으로 형제 사이엔 돈 문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자친구를 따라 장례식장을 찾은 한 남자는 약을 잘못 먹어 해롱해롱한다. 게다가 죽은 남자의 옛 애인이라고 찾아온 난쟁이 게이는 섹스장면이 찍힌 사진을 들이밀며 돈을 요구한다. 엎치락뒤치락 인물들의 다사다난한 익살극이 인형극에 성우로 출연했던 프랭크 오즈 감독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목소리, 인형극 <세서미 스트리트>의 목소리로 유명한 프랭크 오즈. 자기 냄새 물씬 나는 작품으로 완성해낸 <MR. 후아유>를 통해 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짐 헨슨과 만나며 쇼의 세계로
프랭크 오즈 감독이 <MR. 후아유>에서 장례식을 배경으로 가져왔을 때 짐 헨슨의 이름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인형극
[알고 봅시다] 프랭크 오즈, 후 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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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처음 본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에서였다. 세상의 희망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눈을 갖고 있었다. 그런 눈의 그가 부모가 떠난 집안을 지키는 가장이 되어 동생들을 데리고 힘겹게 연명하는 걸 본 관객은 많이 슬퍼했고, 칸영화제는 최연소 남우주연상이라는 큰 상을 쥐어주며 격려를 보냈다. 많은 이들이 미래의 재목감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 녀석이 많이 컸다. 원래 어른스러웠으니 그건 말할 것도 없고, 명랑하고 씩씩해졌다.
<아무도 모른다>의 성공 이후에 <별이 된 소년>에서는 코끼리와 우정을 나누는 어린 조련사로, <슈가 앤 스파이스-풍미절가>에서는 사와지리 에리카와의 풋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야기라 유야가 이번 영화 <붕대클럽>에서 맡은 ‘디노’라는 역할은 좀 코믹하고 엉뚱하다. <아무도 모른다>의 소년을 연상하면 뜻밖인데 정작 야기라 유야는 “사실 디노는 내 성격과 많이 닮았고 다른 게 있다면
[야기라 유야] 구원의 천사가 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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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의 배우. 알 만한 사람들은 2006년 장영남이 김지숙, 서주희 등 쟁쟁한 연극계 선배들에 이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무대에 올린 배우라는 사실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억눌린 여성의 성(性)을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그녀는 5살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별도의 분장없이 소리와 제스처만으로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언뜻 왜소해 보이는 체구와 큰 눈망울, 마치 잔잔한 순정만화에서 빠져나온 듯 소녀 같은 이미지의 그녀를 보노라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력이 과연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서 잔뼈가 굵은 장영남은 이미 대학로에서만큼은 빅 스타다. 최근에는 <경숙이, 경숙 아버지> <친정엄마> <멜로드라마>를 차례로 무대에 올렸고, 현재는 “연말연시를 모두 반납하고” <연극열전2>에서 장진 연출의 <서툰 사람들>
[장영남] 배우의 덕목을 아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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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슈퍼마리오>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컴퓨터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비평가들은 할리우드의 영감의 샘이 마침내 말라붙었노라 조소를 금치 못했다. 그러나 사실 모든 종류의 그래픽아트는 언제나 영화세계에 영감을 부여해왔고, 그건 ‘망가’(漫畵)가 풍요로운 영화적 소재를 제공해온 아시아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좀더 생각해보자면, 그런 방식의 영화화가 아시아나 할리우드에서만 제한적으로 행해진 것 또한 아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1940년대 처음 등장한 카툰 캐릭터를 토대로 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다. <이상적인 남편>(an Ideal Husband)과 <임포턴스 오브 빙 어니스트>(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같은 문학 각색물로 잘 알려진 올리버 파커와 <스파이스 월드> 같은 팝문화 코미디를 제작한 버나비 톰슨이 공동으로 감독한 <세인트 트리니안>(St. Tr
[외신기자클럽] 덜 섹시하고, 더 멍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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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잊힌 한국의 옛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김기영, 이만희, 정창화, 김수용 감독, 그리고 배우 김승호 등이 이 회고전을 통해 현재의 관객과 멋진 대화를 나눠왔다. 이두용 감독은 진심으로 여기 추가하고 싶은 이름이다. 1981년 <피막>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라는 화두의 원조쯤 되며(같은 해 임권택 감독이 <만다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 1983년 <물레야 물레야>는 현재 한국 영화인들에게 어떤 상징과 같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첫 번째 한국영화였다. 1970년대 데뷔 초의 그는 <어느 부부>(1971) 등을 통해 당대의 주류라 할 수 있었던 낡은 멜로드라마의 관습과 싸웠고, <용호대련>(1974)으로 시작된 이른바 태권 액션영화의 놀라운 활력은 홍콩과 일본의 액션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독창성을 보여줬
[이두용] “후배 감독들이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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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근석<씨네21> 표지촬영 현장과
영화<기다리가 미쳐>에 관한 인터뷰 영상입니다.
영상 중간에 배우들이 직접 내는 돌발퀴즈가 있습니다.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
정답은 2007년 1월 13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당첨자는 커뮤니티 '씨네21 소식'에서 확인해 주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장근석] 연애 백과사전 <기다리다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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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지난 주말동안 전국 28만3000명을 동원한 <황금나침반>이 전국누적관객 224만16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스크린 수는 전국 400개. 방학시즌이 도래한 만큼 향후 <황금나침반>의 관객동원력은 꾸준할 전망이다. 2위는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이 차지했다. 주말이틀동안 전국에서 19만7317명을 불러모은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은 <나는 전설이다>를 하락시키며 전국누적관객 111만7680명을 기록했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색즉시공 시즌2>가 3위를 차지했다. 수요일 예매순위 집계에서는 5위권 밖에 머물렀지만, 코미디영화의 특성상 현장구매량의 증가에 힘입어 지난 주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5위는 개봉 첫 주를 맞이한 덴젤워싱턴, 러셀크로가 주연한 <
<황금나침반>,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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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헨젤과 그레텔> 남기남 잔혹동화
[정훈이 만화] <헨젤과 그레텔> 남기남 잔혹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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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좋은 이야깃거리다. 장례식이 아니었으면 모이지 않았을 가족들은 각자의 문제들로 바쁘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한국영화 <축제> 속 가족이 그랬고, 장례식은 아니었지만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에서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비밀과 드러내지 않는 속내가 이와 닮았으며, <HBO> 시리즈 <식스 핏 언더>의 에피소드에서 매회 반복되는 장례식은 애통하기보다 어색하고 뒤탈이 많았다.
<MR. 후아유>는 장례식 소동극이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애인이라며 난잡한 사진으로 대니얼을 협박하는 난쟁이 피터와 진정제로 잘못 알고 먹은 환각제 때문에 나체로 지붕 위에 오르는 예비 신랑 사이먼의 에피소드가 소동의 중심에 있다. 영국식 주택의 공간과 정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촬영된 영화는 불청객 피터의 존재와 진정제 통 속의 약이 환각제라는 정보를 따라 전개되는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동
알 수 없는 이름, 가족 < MR. 후아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