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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감독이 그림 형제 동화의 모티브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생각을 품는 것은 밤에 해가 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여러분이 이른바 ‘문명화’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림 형제의 동화는 대부분 태어나서 가장 처음 접하는 호러다. 토막살인, 카니발리즘, 어린이 학대, 사지 절단, 근친상간, 존속 살인, 성폭행…. 테마도 무궁무진하다. 여러분이 아무리 끔찍한 현대 호러영화의 스토리를 골라도 그림 형제의 동화는 언제나 그보다 한 걸음씩 앞서간다. 그렇다면 카피 제목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 영화계에서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제목의 호러영화가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도 않다(사실은 이상해야 한다. 하지만 이건 지금 이야기할 주제가 아니다).
단지 여기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오리지널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중세 후기의 독일이고 영화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현대 한국이다. 이 두 세계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문화적·지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대
[영화읽기] 제목의 감옥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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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베를린에서 감독 데뷔해요! 마돈나가 생애처음 메가폰을 잡은 영화 <Filth and Wisdom>이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저예산 코미디로 알려진 이 영화에는 <허드슨 호크> <고스포드 파크> 등에 출연했던 리처드 E. 그랜트와 <갱스 오브 뉴욕>에 조연으로 참여했던 스티븐 그레이엄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영화는 2월7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되는 영화제 기간 중 파노라마 부문 50편 중 한편으로 관객을 찾는다.
[마돈나] 감독 데뷔작 베를린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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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634호에 <용의주도 미스신>에 관한 두개의 글이 실렸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김현진은 “한예슬급 미모에 능력을 겸비한 그녀가 남자를 얻고자 분투하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 비판했고, ‘영화 읽기’의 송효정은 “진부한 신데렐라 동화의 재탕이요, 차라리 철저하게 속물적인 여성으로 남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비판했다. 나는 이글을 통해 두 평자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들이 놓친 영화의 함의를 설명하고자 한다.
신미수는 ‘한예슬급’ 미녀가 아니다
첫째, 신미수는 ‘한예슬급’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아니다. 김현진은 예쁜 배우에게 뿔테를 씌우고 못생겼다 거짓말하는 영화들과 달리, <용의주도 미스신>은 신미수가 ‘평균보다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지적하면서, ‘한예슬급’ 미모를 지닌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김현진의 논리에는 오류가 있다. 그녀가 꽤 예쁘다는 것과 ‘한예슬급’ 미모를 지녔다는 것은 큰 차이
[영화읽기] 신자유주의시대의 적나라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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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워킹타이틀이 제작한 <러브 액츄얼리> 바이러스는 엄청났다. 이듬해 <새드무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 연말연시를 겨냥한 옴니버스영화 붐을 일으키더니, 올해도 종합 ‘러브 스토리’ 선물세트 두편을 탄생시켰다. 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개기일식을 계기로 사랑을 찾거나 떠나보내거나 인정받거나 뒤늦게 발견하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내 사랑>과 군대 간 남친과 기다리는 여친, 일명 ‘군화’와 ‘곰신’ 네 커플의 파란만장 730일을 다루는 <기다리다 미쳐>가 바로 그것이다. 두 영화는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루는 점에서, 딱 네 커플을 고른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사랑이 애틋한 기다림과 연관되는 점에서 닮은꼴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이 글은 ‘무엇이, 무엇이 닮았을까’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었는데, 두 영화를 보고 난 뒤 게임의 규칙은 ‘다른 그림 찾기’로 바뀌었다. 비슷해
[영화읽기] 로맨스 판타지 vs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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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첫 결혼 소식이다. 영화 <천년호>, 드라마 <옥션하우스>의 배우 김혜리가 2월의 신부가 된다. 남편이 될 사람은 한살 연상의 사업가 강모씨로 두 사람은 김혜리가 <옥션하우스> 출연 당시 친구의 소개로 만난 뒤 1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을 하는 180cm의 키에 수더분한 인상이 좋은 남자”라는 게 김혜리가 전한 이야기. 지난해 12월23일 김혜리의 생일날 열린 파티 겸 언약식을 통해 결혼 소식을 알렸다고. 결혼식은 오는 2월2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비공개로 올릴 예정이지만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라 아직 구체적인 신혼여행 장소나 정확한 시간도 정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뭐가 그리 급하셨기에.
[김혜리] 옥션하우스에서 러브하우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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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으로 배가 지나가는 느낌이 난다. 내 속 물길을 따라 천천히, 한 시대의 결을 그리며 다가오는 양쯔호가 보인다. 물에 잠긴 뭇별들은 귀가 닳아, 빛을 잃고 풍화한다. 돌이 되고 콘크리트가 된다. 인민화폐가 달러화로 변하듯. 풍경이 풍경화로 바뀌듯. ‘변화’를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의 무지한 얼굴을 실고…. 원래 물이 많지만, 그것으론 늘 모자라, 차(茶)나 술(酒) 같은 것을 꾸준히 섭취해야 하는 내 몸 안으로. 배가 지나간다. 수림호가 떠나간다.
올해 마지막 영화로 <스틸 라이프>를 보았다. 2007년 개봉작 중 좋은 영화를 모아 재상영하는 기획을 통해서였다. 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이대로 지나치면 그대로 작별할 것 같은 영화와 만나고 싶었다. <스틸 라이프>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 ‘사라져가는 것’들이 내 몸 안에 남긴 자국을 생각한다. 돌무덤에서 울려 퍼지는 마크의 휴대폰 벨 소리처럼. 보이지 않는
[냉정과 열정 사이] 인생이…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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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짝꿍이다. 배우 이나영이 김기덕 감독의 신작 <비몽>으로 오다기리 조와 만난다. 꿈속에서 교통사고를 낸 남자와 실제 꿈속의 장소에서 뺑소니 사고를 쳤다고 의심받는 여자의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이나영은 몽유병을 겪는 여자 ‘란’을 연기할 예정. 원래는 드라마 <못된 사랑>에 출연하고 있는 이요원이 ‘란’을 연기할 계획이었으나 드라마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면서 이나영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나영의 소속사인 BOF쪽은 “이나영이 독특한 소재의 시나리오를 매우 흥미로워했고, 평소 김기덕 감독과 꼭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어하던 차에 출연 제의가 들어와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몽>을 제작하는 스폰지 조성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오다기리 조의 출연 소식이 보도된 뒤 많은 여배우들이 <비몽>에 출연을 제의”해왔지만 “이나영의 캐스팅은 이미 오다기리 조를 캐스팅하기 전부터 논의된 사항”이었다. 조성규 대표는 “톱클래스의 여배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의 궁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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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해 보이는 얘기부터 해보자. 내가 올해 본 가장 뜨거운 연설은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중 한명이 아니라 영화 <올 더 킹즈 맨>의 시골뜨기 윌리 스탁(숀 펜)이 했다. 자신이 도시세력에게 이용당했다는 걸 깨달은 루이지애나 주지사 후보 윌리 스탁은 단상에 오르자 준비해온 점잖은 연설문 쪽지를 집어치우고 즉흥적으로 이렇게 선동한다. “이 멍청한 촌뜨기 양반들아, 내 말을 들어요. 나만 촌뜨기가 아니라 여러분도 촌뜨기요. 그들은 나를 수천번 속인 것처럼 당신들도 속였소. 하지만 이번에는 속아 넘어가지 않겠소. 이번에는 그들이 당할 차례요.” 핏대를 올린 그의 막말은 분노로 곡괭이를 치켜든 농부의 함성 같은 것이어서 먼지 뒤집어쓰고 그 말을 듣던 현지의 촌부들은 당장이라도 이 촌뜨기에게 한표를 던질 태세고, 그는 결국 멋지게 주지사가 된다. <올 더 킹즈 맨>의 나머지는 대개 시시하지만 이 연설 장면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전영객잔] 신화적인 두 미국 인민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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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 개관
롯데시네마가 지난해 건대입구관을 개관한 데 이어 지난 1월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스타피카소 건물에 홍대입구관을 개관했다. 롯데시네마의 체인 가운데 서울 지역 5번째 극장인 홍대입구관은 총 6개관 1112석 규모로 설립되었으며 디지털 영사 시설 및 4-Way음향 시설, 티켓없이 입장할 수 있는 하이패스, VIP 라운지 등을 구비해놓았다. 이로써 전국 42개 영화관, 322개 스크린을 구축하게 된 롯데시네마쪽은 “홍대입구관의 개관으로 CGV상암, 신촌 메가박스, 프리머스 홍대입구, 아트레온 등과 함께 신촌 및 홍대 지역의 멀티플렉스 경쟁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 고전영화 보면서 웃자
새해의 시작은 희극영화와 함께. 한국영상자료원의 VOD 사이트(www.kmdb.or.kr/vod)의 1월 기획전 주제는 ‘근하신년, 소문만복래’다. 해당 작품은 <시집가는 날>(1956), <로맨스 그레이>(1963), <
[국내단신]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 개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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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 어떻게 나오기를 원하십니까.
시나리오는 강풀이 “무조건 재밌게” 쓰고 있답니다.
경부운하가 아니라 청계천이고
1편보다 더 많은 괴물들이 등장해 청계천의 사람들과 육탄전을 벌인답니다.
<괴물2>의 연출자는 누가 좋을까요?
이번에는 1편과는 다르게 장르영화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청계천 개발과 관련한 사회적인 주제가 이번에도 드러날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은 1편만의 장점으로 놔두는 게 어떨까. 인물 중심의 이야기보다는 괴물을 많이 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최동훈 감독을 추천한다. 여러 마리의 괴물들이 사람들을 수적으로 몰아붙이는 박력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다.
_<괴물2>로 신인감독을 데뷔시키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사회적인 맥락을 접고 들어갈 수는 없다. 청계천 복개공사는 개발이데올로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낸 말도 안 되는 공사 아닌가. 그런 사회적인 주제와 오락성을 어떻게 결
[이주의 영화인] <괴물2>, 어떻게 나오기를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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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 나다의 ‘시네프랑스’와 ‘다큐플러스 인 나다’, CQN명동의 ‘일본영화 걸작선’, 인디스페이스의 ‘화요 정기 상영회’ 등 매주 같은 요일에 영화 한편씩 상영하는 정기 상영회 행사가 꽤 많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특정 작품들을 한 주제로 묶어 한두달씩 이어가며 상영한다.
영화사 진진과 프랑스문화원이 공동 주최하는 ‘시네프랑스’는 2006년에 시작한 이래 프랑스영화들을 매주 화요일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해왔다. 1월과 2월에 열리는 장 르누아르 회고전이 벌써 13번째 행사다. <인간야수> <토니> <익사 직전에 구조된 부뒤> 등 대표작 9편을 상영한다.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수요일 저녁 한국독립영화협회와 공동 주최하는 ‘다큐플러스 인 나다’ 행사도 열린다. 영화가 끝난 다음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다큐멘터리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노력하고 있다. 1월에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상영을 계획 중이다. 씨네콰논코리아와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
연초 정기 상영회 나들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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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의 <궤도>(사진)가 제3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임 앤드 타이드’ 부문에 진출했다. ‘타임 앤드 타이드’는 사회·정치·문화적인 참여의식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 <궤도>는 두팔을 잃은 남자와 벙어리 여자가 한집에서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궤도> 외에 올해 로테르담영화제에는 김종관 감독의 <기다린다>가 단편경쟁부문에, 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이 새로운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슈트룸 운트 드랑’ 부문에 초청됐다.
<궤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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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예전엔 다들 그렇게 찍었는데요, 뭘.” 제작비 부족으로 촬영이 중단된 첫 번째 장편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진행비 마련을 위해 방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전한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모진 선배의 모진 반응이라고 놀라지 말자.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참 기특하다”는 뒷말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새해인사가 덜 울적할까를 고민하며 전화를 걸었는데, 20여일 만에 촬영을 재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양익준 감독의 목소리는 예년처럼 밝았으니까. 악연으로 꼬인 두 집안의 남녀가 주인공인 <똥파리>의 촬영 중단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CJ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5천만원에 개인적으로 마련한 2500만원으로는 누가 봐도 역부족이었다. “사적인 느낌이 많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2007년에 찍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무작정 시작했던 촬영이었다. 결국 1천만원짜리 전세방과 이별했고, 촬영을 마치면 올 한해는 예전의
[인디스토리] 아자 아자! 오뚝이 양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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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K픽처스의 심재명 이사는 벤티지 홀딩스로 옮기는 것을 두고 큰 고민을 했다. 벤티지 홀딩스는 한국 영화계가 극심한 투자난에 시달린 지난해, <스카우트> <내 사랑> 등에 메인 투자로 참여하며 주목받은 ‘뉴 페이스’였다. MK픽처스가 투자하는 <걸스카우트>(제작 보경사)에도 메인 투자로 참여했기에 두 회사는 자연스레 좋은 관계를 형성하게 됐던 것.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아마 그는 1월1일부터 벤티지 홀딩스 본부장 직함으로 출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심재명 이사는 “단순히 연봉을 받고 회사를 옮기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두 회사간 전략적 제휴 차원의 문제였다”며 “지분 교환 비율 등의 얘기들이 오가면서 어떤 조건으로 하느냐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결국에는 무산됐다”고 말했다. “뭔가 안 좋은 방향으로 틀어졌다기보다 서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MK픽처
[충무로는 통화중] MK픽처스 간판 바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