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7년, 하이테크로 무장한 일본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듯 문을 걸어잠근다. 10년이 지난 2077년,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 일본은 온 세계를 자신들의 수출품으로 점령하지만 위성 촬영을 막는 보호막마저 친 이 섬나라에서 뭔가 수상한 기미가 새어나온다. 그리하여 쇄국정책 아래 단 한명의 외국인도 출입하지 못한 이곳에, 그 음모를 캐내고자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SWORD)가 잠입한다. 스워드 부대원인 벡실은 역시 스워드의 일원인 리온과 연인 사이. 벡실에게 감추고 있지만 리온은 일본에 얽힌 비밀을 지니고 있다.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일본에 잠입한 그들은 보호막을 파괴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직전 일본군에 들켜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다음 임무를 수행코자 대열에서 이탈한 벡실만이 홀로 살아남아 레지스탕스 조직과 그 리더인 마리아와 마주한다.
<벡실>은, 뚜렷한 세계관을 지닌 SF물들이 그러하듯 다소 복잡하고 충격적인 설정을 따르는 SF애니메이션이다. 거대한 군수공장에
인간의 용기와 희생 <벡실>
-
9·11 이후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자기 상처를 들여다본다. 수많은 영화들의 그러한 시도는, 그러나 대체로 공포와 피해의식에서 머뭇거릴 뿐이었다. 더이상 예견도, 포착도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무시무시한 불안만이 팽배하다. 민주당 지지자인 로버트 레드퍼드의 <로스트 라이언즈>는 9·11 이후,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너져가는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조금은 다른, 어쩌면 조금은 나은 영화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반부시적이기는 해도 반미국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멀리 나아가지 못한다. 로버트 레드퍼드는 최선을 다해 성찰하지만, 국가라는 모호한 실체 앞에서는 애매하게 성찰의 끈을 놓아버린다.
영화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세 가지 이야기, 혹은 영역, 혹은 양상을 교차시킨다. 하나는 언론과 정치가 맞물린 기생의 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지금 남의 땅에서 죽이고 죽어가는 파병된 미군들의 공간이며, 마지막 하나는 그런 사회를 무기력하게 분석하고 냉소하는 학문의 공간이다. 영화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세 가지 이야기 <로스트 라이언즈>
-
<데이 워치>의 시놉시스를 정리하기 위해선 일종의 심호흡이 필요하다. 전작 <나이트 워치>와 개봉을 기다리는 속편 <데이 워치>는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존재하며 인류를 지켜온 두 종족, 나이트워치와 데이워치의 전쟁을 다룬다. 나이트워치는 어둠의 세력인 뱀파이어나 마녀 종족을 감시하는 빛의 기동대고, 데이워치는 빛의 세력인 천사나 마법사를 감시하는 어둠의 기동대. 둘은 ‘상대방에게 단 한 방울이라도 피를 흘리게 하면 안 된다’는 평화협정을 통해 아슬아슬한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트 워치>에서부터 슬며시 균열 조짐이 보이던 두 종족의 협정은 <데이 워치>에서 마침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전작에서 아내의 불륜에 분노한 나머지 계약을 통해 나이트워치가 된 주인공 안톤(콘스탄틴 카벤스키)역시 <데이 워치>에서 조금 복잡한 상황에 빠져든다. 그는 세상을 멸망시킬 만큼 거대한 힘을 지녔으나 성격은 제멋대로인 나이
모스크바산 블록버스터의 화력 <데이 워치>
-
영화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시작된다. 모두들 점점 사막화되어가는 초원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헝가이(바트을지)의 노력이 무모하다고 여기고 더이상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다고 여겨 그곳을 떠나지만 그는 자신의 믿음이 옳다고 여긴다. 마른 모래땅에 묘목을 심는 그의 행위는 자연에 대한 정복이나 개발과는 거리가 먼, 불가능한 믿음처럼 보인다. 이 고지식한 사내는 문제가 생긴 딸의 청력을 고치기 위해 울란바토르로 떠나자는 아내의 간청마저 뿌리치고 혼자 남는다. 이웃과 가족이 다 떠나버린 뒤 탈북자 모자 최순희(서정)와 창호(신동호)가 하룻밤 묵을 곳을 청하며 그의 움집 문을 두드린다. 귀가 들리지 않았던 딸의 자리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소년이, 그의 나무심기를 비난하던 아내의 자리에 묵묵히 일손을 돕는 여자가 들어선다. 그들이 청한 하룻밤은 소년이 떠나기를 거부하면서 하루 이틀 연장되고 사내와 모자는 천천히 서로의 경계를 지우며 그들이 같이 있
인간의 내밀한 욕망 <경계>
-
-
그러니까 <색, 계>는 육체의 형형한 실존에 대한 영화다. 생(生)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치열한 길항작용에 대한 영화이고, 지루한 세월이 폭발하는 찰나에 맞서 힘겹게 싸움을 벌이는 영화다. 혹은 시간은 불균질하고 공간은 윤회한다. 그리고 삶은 ‘지금 여기’와 ‘기타 등등’으로 나뉜다.
1938년 홍콩. 대학 연극반에 가입한 왕치아즈(탕웨이)는 대륙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에 맞서 애국적 저항 활동을 벌이려는 광위민(왕리홍)에게 매료된다. 광위민이 친일파 핵심 인물인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이에 동조한 왕치아즈는 신분을 위장하고 미인계를 써서 이의 아내(조안 첸)에게 접근한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와 왕치아즈는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리지만, 급작스레 이가 상하이로 발령이 나 옮기는 바람에 암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1941년 상하이. 강력한 항일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광위민이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 왕치아즈에게 3년 만에 찾아
육체의 형형한 실존에 대한 영화 <색, 계>
-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레오파드>를 봤다. 상영시간이 3시간 넘는 루키노 비스콘티의 대작 <레오파드>는 19세기 남부 이탈리아를 무대로 삼은 이야기다. 그 자신 유명한 귀족 출신인 비스콘티는 <레오파드>에서 몰락하는 귀족 가부장의 마지막 모습을 경건하고 우아하게 보여주는 데 반해 새로운 권력층이 될 자본가 계급을 비열하고 경망스런 존재로 묘사한다. “우리는 표범이나 사자였다. 표범이나 사자가 물러나면 자칼과 양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표범, 사자, 자칼, 양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대지의 소금이라 생각할 것이다.” 극중 대사에 따르면 당대의 귀족은 표범과 사자였고 새로운 지배자인 부르주아는 자칼에 해당한다. <레오파드>에서 표범은 물러날 때가 되자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는데 영화는 자칼이나 하이에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란 뉘앙스를 풍긴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레오파드>를 이야기
[편집장이 독자에게] 자칼의 세상
-
늦가을의 남양주종합촬영소. 가족 단위 관람객 덕분에 흥겨운 분위기지만, 지난 10월28일 오후 3시 김경묵 감독의 <청계천의 개> 마지막 촬영장은 고요했다. 전날 새벽부터 세트촬영이라고 들었는데, 이제야 첫 번째 컷을 준비 중이다. 세트제작에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한 스탭의 전언. 화면 가득한 인어 그림에서 시작하여, 그림이 걸린 방 안 침대 위 남자주인공의 뒷모습을 비추며 끝나는, 무빙과 조명의 타이밍이 중요한 영화의 첫 장면 촬영이 이어진다. 영화를 통해 커밍아웃하고(<나와 인형놀이>), 미니멀한 형식 안에 파격적인 실험을 담았던(<얼굴없는 것들>) 김경묵 감독의 두 번째 중편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시작은 20분짜리였단다. 아무리 보아도 40분은 훌쩍 넘을 듯 보이는 시나리오는 소녀가 되고 싶은 소년, 소년의 환상 속 분신인 소녀, 소년과 소녀를 억압하는 악마 혹은 경찰. 이들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만난다. 장소는 다양하고, 성적인 표
소녀가 되고 싶은 소년, 꿈을 꾸다
-
에드거 앨런 포가 단편소설 <리지아>에 쓴 적절한 표현을 빌리면, 배우 미아 커시너는 “아편에 취한 자의 환상처럼” 아름답다.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에게 영감을 줄 법한 그녀의 얼굴은 두터운 화장을 해도 청순하고, 메이크업을 지워도 야하다. 큼직한 눈동자는 한쌍의 캐츠 아이처럼 영롱하지만, 바늘 끝처럼 작은 동공은 모르핀 중독자처럼 몽롱하다. 그녀의 낮은 음색 밑바닥에는 알 수 없는 이물질이 항상 바스락거린다. 스트립클럽의 소녀 댄서로 분한 출세작 <엑조티카>(1994)에서도, 소설가가 되려는 열망에 들뜬 늦깎이 레즈비언으로 분한 근작 TV시리즈 <L워드>(2004∼2007)에서도 미아 커시너는 애처롭다. 영화 <블랙 달리아>에서 커시너가 분한 20대 초반의 가난한 배우 지망생 엘리자베스 쇼트는 1947년 겨울 LA의 공터에서 난도질된 시체로 발견된다. 이내 고인과 스타들의 숨은 관계를 억측한 스캔들이 무성하게 일었고, 베티의 아버지는 신문사
[미아 커시너] 아름다운 미아迷兒, 존엄한 희생양
-
제니퍼 가너는 지성파이기보다는 육체파 배우에 가깝다. 175cm의 키에 길게 뻗은 다리, 그리고 울룩불룩한 몸의 곡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뿐 아니라 무지막지하고 살벌한 격투신을 멋지게 소화한다는 면에서, 그녀는 머리보다는 몸뚱이를 더 믿는 듯 보인다. CIA와 비밀결사조직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며 거침없는 액션을 펼쳐 보였던 TV시리즈 <앨리어스>부터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단검 두 자루를 든 채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웠던 <데어데블>과 <엘렉트라>까지 제니퍼 가너의 경력을 요약해주는 하나의 단어는 ‘액션’이니까.
신작 <킹덤>에서도 제니퍼 가너는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킹덤>에서 가너가 맡은 역할은 미국인 100여명이 사망한 테러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간 FBI 요원 재닛 메이스. 그녀는 4명으로 이뤄진 FBI 수사팀에서 법의학을 담당하지만, 후반부의 클라이맥스에
[제니퍼 가너] 이웃집의 여전사
-
부조리한 세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짙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자살을 결심한 경찰관. 권총에 탄환을 장전한 채, 그는 마지막 의식의 장소인 바닷가에 도착한다. 동네 잡배들을 압도하는 시커먼 슈트와 비장한 표정. 그런데 그때, 해변에 난데없이 한 마리의 닭이 나타난다. 물끄러미 닭과 눈을 맞추는 듯싶던 그는 이내 꽥 소리를 지른다. “꼬꼬댁 꼬꼬꼬꼬꼬!” 5분 가까이 닭의 언어가 인간의 입을 통해 튀어나오는 동안 죽음의 공기는 흩어지고 기괴한 유머가 입꼬리를 절로 올려놓는다. 옴니버스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두 번째 에피소드 <날아라 닭>은 한마디로, 어이없이 황당한 김남진의 원맨쇼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 작품은 절대 뺏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감독님을 만나겠다고 성화를 부렸을 정도로 욕심이 나더라.” 드라마에서 그가 전담했던 번듯하고 속 깊은 남자를 생각한다면 의외지만, 김남진이 말하는 김남진은 실상 “비주류의 감수성”에 가깝다.
[김남진] 지금은, 다시 고삐를 조일 때
-
오랜만인 줄 착각했다. 이문식은 올해 1월 개봉한 <마파도2>에도 나왔고, 드라마 <쩐의 전쟁>에도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다. 그가 일상생활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해야 10개월 정도. 그런데도 그의 얼굴이 오랜만이라고 느꼈던 것은 아마도 그의 2006년이 매우 떠들썩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필두>로 생애 첫 주연작을 맡았고, <구타유발자들>로 이전에 보여준 코믹 조연배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는가 하면, 이준기와 함께 출연한 <플라이 대디>에서는 17kg을 감량하며 신체의 한계에 도전했다.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도 그의 2006년을 바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한 여자를 향한 애달픈 사랑을 가꾸던 달재는 이문식 자신도 “이 얼굴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은 “장렬히 전사했고”, 그 탓에 많은 언론
[이문식] “지금, 미치도록 연기가 하고 싶다”
-
일시 2007년 11월 5일(월)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1980년, 휴가 갈 준비를 하던 대학직원 호창(임창정)에게 졸지에 광주 출장 명령이 떨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3연패의 치욕을 떨쳐버리기 위해, 당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주일고 3학년 선동렬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카우트해오라는 것. 하지만 경쟁 대학이 이미 선동렬을 점찍어둔 상태고 그의 행방 역시 묘연해 출장 일수는 늘어만 간다. 선동렬의 아버지(백일섭) 역시 꿈쩍도 않는다. 그런 가운데 호창은 광주가 고향이자 자신의 첫사랑이기도 한 대학 후배 세영(엄지원)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세영은 7년 전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었다. 급기야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먹 곤태(박철민)는 호창의 갑작스런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경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영이 호창에게 은근슬쩍 선동렬의 어머니(양희경)를 소개시켜주면서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광주에서 비밀리에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던 세영은 시
선동렬 찾아 삼만리 <스카우트> 첫 공개
-
영화<세븐 데이즈>의 배우 김유진의 씨네21 표지촬영 현장과
인터뷰 영상입니다.
영상 중간에 배우가 직접 내는 <돌발퀴즈!!>.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
정답은 2007년 11월 18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당첨자는 커뮤니티 '씨네21 소식'에서 확인해 주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김윤진]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
-
11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안' 감독의 영화 <색,계>.
연기파 배우로써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양조위'와
이안 감독이 선택한 신예, '탕 웨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현재 '국내 무삭제 개봉'이라는 이슈를 안고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촬영 현장 메이킹,
그리고 영화 속 하이라이트를 TV씨네21 [개봉작NEW] 에서 먼저 만나보자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개봉작 NEW] <색,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