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텔레비전의 미스터리 오락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재연 배우들 가운덴 한국인도 있고 외국인도 있다. 에피소드의 배경이 한국이나 다른 동아시아 나라들일 땐 한국인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를 하고, 그 밖의 지역일 땐 외국인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를 한다. 외국인 배우들 가운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도 있는 듯, 말투가 천태만상이다. 또 전문 연기자가 아니니만큼, 대사말고도 연기가 전반적으로 썩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비-아시아권 사회가 배경인 에피소드에 외국인 배우가 나와 영어로 연기를 하는 건 그 에피소드의 현실감을 높이는 데 얼마쯤 이바지한다. 유럽에서고 남아메리카에서고 죄다 영어만 쓰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에피소드에 따라 가장 알맞은 자연언어를 골라 이야기를 쓰는 것은 기술적 재정적으로 불가능할 게다), 이를테면 독일이나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에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 배우가 나왔을 때보다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 배우가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더 큰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차라리 무성영화가…
-
옛날이야기를 긁어모아 쓴 지가 꽤 됐다. 2001년쯤에 단성사의 오랜 역사를 훑었던 게 처음이었는데, 고루한 성향 탓인지 명절 합본호용 올드 스토리들은 다 내 몫이 됐다. 검열사, 마케팅사, 한가위흥행사, 에로영화사, 소품사 등을 비롯해 최근의 종로극장 흥망사까지. 독자들의 반응이야 미약하기 짝이 없었으나, 어쩌랴! 내 입장에서도 기획회의를 앞두고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리느니 취재자원의 보고인 충무로 소사를 나서서 들추는 게 건강에도 좋았다. ‘떡국이나 송편이 엄청 맛있어서 명절에 먹는 건 아니잖아?’라고 자문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매번 거저먹을 수 없었다는 거다. 단성사 기사만 하더라도 조상림 선생의 꼼꼼한 기록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런 행운은 좀처럼 찾아들지 않았다. 한가위흥행사를 쓸 때는 한겨레신문사 서고에 꽂힌 연도별 신문 스크랩 뭉치들을 일일이 한장씩 넘기며 추석 무렵의 영화 포스터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오래된 신문을 뒤적인 적
[오픈칼럼] 기록과 기억 사이
-
영화라는 매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편의 영화가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 아니, 바뀐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다. 때로는 현재와 허상을 구분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픽션의 세계로 도망치듯 몰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도망일 뿐이지 않나. 나도 영화의 그런 특질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도 그런 가치를 지닌 영화는 있다. <엔젤 하트>가 그러했고, <이터널 선샤인>이 나에게는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와 공상을 자극하는 영화들이었다. 나는 때때로 그렇게 공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영화들이 부럽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길은 다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멀 것이란 생각에 그만둔 적이 많다. 내 인생에 있어 영화는 나의 철학적 수단이라고 할 정도로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픈 추억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책을 읽기보다는 한편의 영화에 함축된 이야기로 남들의 생각을 받아들인다. 빠르고, 쉽고,
[내 인생의 영화] <히트> -안흥찬
-
20세기를 맞는 1900년 1월1일,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여객선의 피아노 위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된다. 화부(火夫)의 손에 맡겨진 아이는 ‘1900’이라 불리며 배의 기관실에서 파도를 요람으로, 소음을 자장가로 알고 자란다. 아이가 처음으로 음악을 접하는 것은 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장례식 날. 갑판 위의 아이가 위쪽 일등석에서 들려오는 음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옆에 선 일본 여자가 말한다. “옹가쿠(音樂), 뮤직.”
대양의 피아니스트
아이는 어느 날 기관실을 벗어나 출입이 금지된 일등석으로 들어간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남녀의 모습은 볼룸의 반투명 유리를 통해 난반사되어 키르히너의 표현주의 회화처럼 보인다. 어느 늦은 밤 아이는 볼룸으로 들어가 그랜드피아노 위에 앉는다. 잠에서 깬 승객들은 하나둘씩 잠옷 차림으로 볼룸으로 나와 여덟살 꼬마의 연주에 넋을 잃고, 이로써 대양의 피아니스트 ‘1900의 전설’이 시작된다.
선상 악단의 피아니스트가 된 1900은 파도가 심하
[진중권의 이매진] 신의 조건, 천재의 조건
-
-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네개의 명사와 하나의 접속사, 그리고 부사. 영화의 원제를 구성하는 문장 성분이다. ‘도쿄타워’는 그 첫머리에 홀로 서 있고, ‘엄마와 나’는 ‘와’란 접속사로 친밀하게 묶여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쉼표 바깥에서 ‘때때로’와 함께 호명된다. 각각의 항은 공간, 관계, 시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중 ‘사연’의 그림자가 어리는 것은 마지막 항이다. 그러니까, 때때로 + 아버지. ‘가끔’이나 ‘종종’보다 더 띄엄띄엄한 느낌을 주는 시간의 마디. 우리는 그가 가족에게 손님 같은 존재였으리란 걸 눈치챌 수 있다. 그런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였을지. 그런 아버지를 둔 자식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도. 동시에 우리는 제목만으로,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마사야’(오다기리 조)는 일찌감치 아버지를 멀찍이 떼놓고 호명하지만, 한 박자 쉬고 부르는 쉼표 안에서, 그가 옛 시절을 매만지는 손길과 애정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냉정과 열정 사이] 그 남자만의 사모곡
-
리안의 영화를 별탈없이 좋아하는 편이다. <와호장룡>이 홍콩의 60, 70년대 무협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눈속임 오리엔탈리즘 영화라는 비평을 혹평이라고 생각했고 <결혼피로연>을 투항성 퀴어영화라고 지적하는 시선에서도 거리를 두었다. <헐크>는 걸프전에 대한 재치있는 코멘트라고 여겼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쉬르리얼하게 아름다웠다.
작가의 개인사가 깊게 배어있는 원작
내게 <색, 계>는 리안의 영화 중 별탈이 많은 영화다. 우선 나는 이 영화의 색과 계, 이 양자에 대한 이해가 좀 어설픈 기반 위에 세워진 뒤 과잉 이항 대립되고 과속 질주 뒤 단죄되고 파국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알려진 대로 이 영화의 서사적 기반이 된 동명의 단편은 1921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1940년대 인기를 얻었던 장아이링(張愛玲, 엘렌 창)의 동명 소설이다. 장아이링은 현재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여성주의 작가로
[전영객잔] ‘색’은 ‘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
스포일러 있음
부러진 허리(vermeer@cine21.com)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파이어스톰(lifeisntcool@naver.com)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김혜리 “핵심은 로맨스라기보다는 치열하게 살 수 밖에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에요.”
이동진 “<색, 계>는 육체적 결합만큼이나 여주인공이 느끼는 ‘배우로서의 희열’이 중요하죠.”
파이어스톰(이하 스톰): 먼저 양해부터 구해야겠습니다. 이야기 나누기로 한 영화가 <색, 계> <데드걸> <로스트 라이언즈>였는데, 갑자기 장염 때문에 <로스트 라이언즈>의 시사를 놓치고 말았어요. T-T
부러진 허리(이하 요절): 저런. 그럼 ‘파이어스톰’은 선배의 그 뭐냐, 현재 ‘내면 상태’를 표현하는 대화명인가요? *.*
스톰: 그렇기도 하고, 제일 좋아하는 리안 감독 영화가 <아이스 스톰>인데 <색, 계>의 ‘특정 장면’들을 보니 이건 완전히
[메신저토크] “어쩌면 섹스라는 행위의 본성을 캔다고도 볼 수 있지만…”
-
"리메이크 작? 아니죠~원본필름? 맞습니다~" <더티댄싱>이 개봉 20년만에 재개봉 된다. 국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단일관 드림시네마가 철거를 앞두고 벌이는 마지막 이벤트이다. <더티댄싱>은 20년전 장장 9개월간 개봉관에 걸린 최고의 흥행영화였다. 흥행의 요소라면 첫째, 중산층 가정에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자란 '베이비'가 노동자 계급의 하위문화인 '더티'댄싱을 발견하고 그 리듬에 몸을 맡김으로써, 부모의 가치관으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이룬다는 성장소설적인 줄거리에, 둘째, 아카데미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한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의 향연에, 셋째, 페트릭 스웨이즈, 제니퍼 그레이라는 섹시가이&청순소녀의 섹시현란한 춤사위에, 넷째, 약간 유치하고 단순한 갈등구도와 만화적인 해피앤딩 등이 어우러져, 이 영화는 20년전 꿀꿀한 청춘들을 대번에 사로잡았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20년만에 재개봉하는 청춘영화가 지금의
[전문가 100자평] <더티댄싱>
-
<색,계>의 선전이 돋보인다. 11월 8일 자정 현재, 예매사이트를 보면 1위를 차지한 <식객>을 <색,계>가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맥스무비에서는 <색,계>가 약 0.3%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YES24에서는 0.8%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물론 <식객>의 질주를 선뜻 따라잡는 건 쉽지 않아보인다. 맥스무비를 제외한 예매사이트와 각 극장 예매순위를 통합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식객>은 약 50%의 예매율을 보이며 <색,계>를 30%나 앞서고 있다. 하지만 <색,계>의 활약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건, 한동안 관객들의 취향에서 벗어나있던 중국계영화인데다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은 "중국계 주연배우의 영화가 가장 최근에 1위를 차지한 영화는 2005년 1월 개봉한 주성치 주연의 <쿵푸 허슬>이다. 그러니까 <
<식객> 예매순위 1위. <색,계>의 괄목할만한 선전도 돋보여
-
할리우드의 거장 '로버트 레드포드'감독의 7번째 작품,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가 오는 11월 8일 개봉한다.
"아카데미의 '큰손'들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화려한 스텝진과
캐스팅 라인에는 할리우드의 명배우 '톰 크루즈'와 '메릴 스트립'도 함께하니
2007년 하반기 기대작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정치,교육,언론에서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다양한 흡입력을
TV씨네21 [개봉작NEW]에서 먼저 만나보자.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개봉작 NEW] <로스트 라이언즈>
-
영화 <세븐데이즈>의 김미숙과 함께 나눈 커피 한 잔.
"배우는 역할을 받으면 그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하는 직업이고, 각자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있기 때문에 라이벌을 말하기 힘들다"는 영화배우 김미숙!
감미로운 커피향을 지니고 있는 김미숙과의 늦가을의 데이트를 즐겨보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세븐데이즈> 김미숙, “연기자 어느 누구도 라이벌일 수 없다”
-
동포 배우에서, <쉬리>의 여전사로, 그리고 <로스트>의 월드 스타로. 미국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던 김윤진이 20대 중반에 고국에 돌아온 뒤 정확히 10년 동안 걸어온 행보다. 그의 시원스런 베팅이 이번에는 숨가쁜 스릴러 <세븐데이즈>에 이르렀다. 전도유망한 변호사지만, 홀로 키우는 딸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엄마, 유지연은 거짓말처럼 딸을 납치한 누군가에게서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딸을 살리고 싶으면 살인범을 무죄로 석방시킬 것. 김윤진이 전작 <6월의 일기>에서 따돌림당하다 자살한 아들을 위해 연쇄살인범이 된 잘못된 모정을 연기했음을 떠올려본다. 아이는 물론 결혼도 안 한 여배우의 것이라기엔 사뭇 의아한 선택이지만 방점은 모성이 아니다. 어머니이되 한없이 자애롭지 않고, 여자이되 무작정 기대지 않는다. 피해자일 때 당당하고, 가해자일 때 애처로워 보일 줄 아는 그는, 전형성과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한결같이 꼿꼿하고 뜨거운 태도로
[김윤진] 스릴러가 사랑한 여자
-
주인공 캐릭터보다 무대가 되는 지역이, 특정한 사건보다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더 드러나는 만화가 있다. 야마사키 주조의 <못말리는 낚시광>, 사이간 료헤이의 <가마쿠라 이야기>와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하루키 예쓰미의 <히노데 식당의 청춘> <꼬마숙녀 치에> 등 일명 서민만화라 불리는 작품들은 인물보다 마을의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한다. 함께 살아가는 푸근함과 인정이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들. 일본의 전통적인 요괴 갓파와 인간의 생활을 그린 개막작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을 포함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 4편을 모았다.
못말리는 낚시광 15 하마짱에게 내일은 없다!? 釣りバカ日誌15
원작 야마사키 주조 | 감독 아사하라 유조 | 2004년 | 106분
1988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20편이 제작된 쇼치쿠의 인기 시리즈 중 17번째 작품. 1979년부터 <빅 코믹 오리지널>
[메가박스일본영화제 가이드] 서민만화(庶民漫畵) 원작
-
스포츠, 로봇 만화로 대표되는 일본의 소년만화지만 1960년대 이후 소년만화는 인기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범위를 넓혀갔다.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만화뿐 아니라 액션, 게임이 등장하는 마니아적인 작품과 여성과 20대 이상 독자들에게도 수용될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와 개그 만화까지. <바벨 2세>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만화가 원작인 <철인 28호>, 액션과 장대한 스케일이 특징인 와다 신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케반 형사 코드네임=아사미야 사키> <별책 소년챔프>에 연재된 지바 아키오의 동명만화를 영화로 옮긴 <캡틴>의 실사판과 애니메이션, 모지쓰키 미네타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상어가죽 남자와 복숭아 엉덩이 여자> 등 소년만화가 가진 모험과 도전이란 요소를 바탕으로 영화제 상영작 5편을 모아봤다.
상어가죽 남자와 복숭아 엉덩이 여자 鮫肌男と桃尻女
원작 모치즈키 미네타로 | 감독 이시이 가즈히토 | 1999년
[메가박스일본영화제 가이드] 소년만화(少年漫畵) 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