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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그렇게 무식해? 쉽게 할 수 있는 걸 왜 꼭 그렇게 망가지면서까지 덤비는 거야?” “나 혼자 하는 거 아니잖아요. 다들 죽어라 고생하는데, 어떻게 나만 몸을 사려요. 흑흑.” 재벌 2세 실장님과 똑순이 부하 여직원의 대화가 아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을 촬영하는 동안 김지영은 실제로 남편과 이렇게 대화했다. 격한 운동 덕분에 근육을 지지하려 붙인 테이프는 짓무른 살과 함께 떨어져나갔다. 접질리고 굳어버린 발목은 그녀의 마음과 달리 꿈쩍하지 않는 날이 허다했다. 매일 온몸에 생채기를 안고 들어온 아내에게 남편인 배우 남성진은 속상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다그치기부터 했고, 남편의 마음을 고맙게 느끼면서도 감정이 복받친 김지영은 서글피 울었다. “제가 원래 좀 요령이 없어요. 그렇다고 다른 배우들이 몸 사리는 사람들 같으세요? 다들 더하면 더했지. (웃음)” 하긴 문소리와 김정은 등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 참여한 <우생순>
[김지영] 박복한 여자가 더 아름답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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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에게.
안녕 조니, 난 팀이야. 너의 단짝 미스터 버튼이지. 뭐랄까, ‘단짝’ 말고 좀더 섬세한 표현은 없을까? 우리의 관계를 단지 ‘단짝’이란 말로 표현하긴 너무 서운해서 말이야.
우리가 벌써 여섯편의 영화를 함께했군. <가위손>(1990), <에드 우드>(1994), <슬리피 할로우>(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유령신부>(2005) 그리고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 와, 이런 커플이 또 있을까? 무려 17년 동안이나 창작 작업을 함께했다니. 미국의 역사를 한 인물의 전기처럼 다루길 좋아하는 마틴 형은 그의 짝꿍을 로버트에서 레오나르도로 바꿨잖아. 물론 마틴 형은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었지. 초상화의 주인공을 바꿀 때도 됐어. 그 사이 인생관도 많이 변했을 테니 말이야.
<스위니 토드…>가 개봉을 앞두었을 때 <프리미어>
[조니 뎁] 내 생애 최고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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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에스프레소>는 찌질한 남자들의 성장담이다. 언뜻 보기에 <아메리칸 파이>처럼 섹스를 욕망하는 남성들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섹스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가장 큰 결핍은 자신이 얼마나 찌질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연당한 페드로(알레조 사우라스)는 사라진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그게 얼마나 허무한 짓인지 모르고, 원 나이트 스탠드를 즐기는 자이브(에시어 엑센디아)는 자신이 꽤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줄 안다.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휴고(디에고 파리스)는 볼품없는 외모와 하찮은 직업에 절망하다 못해 체념해버린다. 영화는 남자들의 연대와 새로운 사랑을 찾는 자잘한 소동을 통해 이들을 성장시킨다. 2년 동안 데이트를 못한 친구를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아 여자에게 집적대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의 인연을 위헤 가상극을 꾸미는 등 이들의 연대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어도 귀엽다. 하지만 <러브 에스프레소>는 이성을 통
찌질한 남자들의 성장담 <러브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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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야동’이라고 미리 넘겨짚지 말자. <일본남녀상열지사>는 일본의 성의 역사를 아울러 보여주겠다는 꽤 야심찬 프로젝트다. 중세 사무라이와 창녀의 사랑을 엿보게 된 어리숙한 편지배달부의 질투와 순정을 그린 <거리의 여인>, 20세기 초 다이쇼 시대에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성에 눈뜨지 못한 귀족의 딸과 인력거꾼의 이야기 <하이칼라 걸의 성적유희>, 2차 세계대전 뒤 몸을 팔아야 하는 여자들의 비참한 최후를 묘사한 <붉은 장미여인>, 직장을 잃은 뒤 로또와 파친코에 정신을 팔고 사는 남편을 둔 여자의 일상을 전달하는 <로토섹스> 등 4편의 성인물을 담은 <일본남녀상열지사>는 눈요기 전시에만 집착하지 않고 꽤 설득력있는 설정과 캐릭터를 선보인다. 특히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음에도 여전히 봉건적인 가치에 발목잡힌 변태 백작과 대대손손 내려온 가보의 쓰임새를 알아차리는 호기심 많은 딸이 등장하는 <하이칼라 걸의 성적유희&
일본의 성의 역사 <일본남녀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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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탁재훈)은 폴리아티스트다. 영화의 사운드를 몸으로 만들어내는 게 그의 몫. 소리를 빚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 그는 휴일도 반납하고 일에만 매달린다. 여름휴가를 미룰 수 없다며 아들 은규와 함께 집을 떠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충분히 쉴 수 있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여긴다.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아내와 아들, 그러나 두 사람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죄책감 앞에서 종철의 삶도 끝없이 허물어져내린다. 매일 술에 절어사는 종철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진 영웅(강수한)을 구하다 유괴범으로 몰리는데, 관상용 철갑상어를 끼고 사는 이 엉뚱한 소년과의 인연이 그의 망가진 삶에 온기를 조금씩 불어넣는다.
‘부모 되기’ 과정을 그린 휴먼드라마는 흔히 별볼일 없는 인생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까불대는 조폭이거나 가망없는 사형수거나 심드렁한 양아치 백수거나 개차반 막장 인생이 대부분이다. 그래야만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
탁재훈의 ‘아버지 되기’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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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7주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임순례감독의 신작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 개봉 첫 주 전국관객 76만40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 2008년을 가뿐하게 시작했다. 개봉 첫날인 10일, 전국에서 12만5000명을 불러모은 <우생순>은 스크린 수도 확대돼 첫날 410개에서 주말까지 440개까지 늘어났다. 제작사인 MK픽쳐스는 "<우생순>의 스크린 점유율이 43.4%에 달했으며, 관객점유율도 54.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의 반등분위기에 김명민, 손예진 주연의 <무방비도시>도 개봉 첫 주 선전을 보이고 있다. <우생순>과 같은 날인 1월 10일 개봉한 <무방비도시>는 지난 주말까지 전국 54만70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한편 지난 주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던 <꿀벌대소동>은 3위로 내려왔다. 2,3위 였던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76만명으로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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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존재는 아름답고, 그것은 발견하기 나름이다. 여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는 그러한 사진미학을 구축해 20세기 미국 사진예술의 역사를 뒤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완성되고 안정적인 육체가 아니라 부서지고 정상의 범주를 일탈한 육체들- 기인, 기형아, 성전환자- 을 따라다닌 그의 사진은 미/추의 경계를 무시하고 모든 존재를 직시했다.
어떻게 이런 예술가가 탄생했을까. 영화 <퍼>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디앤 아버스에 관한 친절하고 교육효과 높은 전기물이 아니다. 남편의 사진작업을 도우며 두 아이를 기르던 평범한 주부가 도발적인 예술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바꾸게 된 어떤 결정적 순간을, 픽션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다. 디앤(니콜 키드먼)은 뉴욕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가발제작자 라이오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가까워진다. 디앤은 온몸이 털에 뒤덮인 다모증 환자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깊이 사랑하게 된다.
상상과 사실의 비율이 어떻게
여류작가의 탄생기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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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스물일곱, 열여섯. 권칠인 감독의 전작인 <싱글즈>가 20대 후반의 과도기를 묘사한 것처럼 서로 다른 나이대의 그들 역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그들의 고민은 아마도 여성으로서의 일생동안 겪을 수 있는 모든 갈등일 것이다. 미영(이미숙)은 부를 축적한 세트디자이너인데다가 연하의 남자들과도 쿨한 연애를 즐기지만, 마흔이란 나이는 그녀에게 폐경을 선고한다. 스물일곱살의 시나리오작가 아미(김민희)는 “엔딩만 1년째 고치고 있는” 상황에서 능력없는 남자친구의 바람기에 상처받는다. 물론 좋은 조건에 진심까지 품은 승원(김성수)이 등장해 그녀를 위로하지만, 눈앞의 고속엘리베이터는 아미에게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아미의 조카이자 미영의 딸인 강애(안소희)의 고민은 나이에 맞게 더욱 원초적이다. 3년이나 사귄 남자친구와의 야릇한 스킨십을 꿈꾸던 강애는 상담 역인 친구와의 충동적인 키스 때문에 성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만화가 강모림
가족으로 환생한 싱글들 <뜨거운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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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vs. 프레데터2>는 전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불길한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전편에서 영웅적 활약을 보인 프레데터 몸속에 기생하고 있던 에일리언 유충이 마침내 성충이 돼 가슴팍을 뚫고 튀어나온 것이다. 기생하는 동물의 특성을 물려받는 에일리언답게 이 ‘프레델리언’(Prealien: Predator+Alien)의 파워는 막강하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고향으로 향하던 프레데터의 우주선이 강력한 프레델리언의 난동으로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소도시에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곳곳을 누비며 인간을 도륙하는 에일리언떼로 조용하던 일상은 깨지고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프레데터까지 급파되면서 도시는 카오스로 바뀐다.
전형적인 SF괴수영화의 내러티브를 좇던 전작과 달리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는 호러영화, 그중에서도 최근 양산되고 있는 도시 배경의 좀비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닥치는 대로 증식하는 에일리언들은 사람들을 만나는 족족 살육한
종합격투경기 2라운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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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목적은? 존재의 목적은….” 가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나오는 대사처럼 질문을 던져본다. <씨네21>의 존재 목적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영화인의 기억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을 상기시키는 것도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씨네21> 기자들 가운데 이런 대목을 자주 일깨우는 인물은 문석 기자다. 매달 기획회의를 할 때마다 그의 기획안에는 아무개의 탄생 100주년, 사망 10주기 등 기념할 만한 일들이 잔뜩 들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일을 잘 챙기는 게 쉽진 않다. 모차르트 사망 200주년 음악회 정도 되는 대형 이벤트라면 몰라도 그만큼 유명하지 않은 인물인 경우 잊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장국영이나 이은주처럼 팬클럽이 있는 배우나 영화사에 등재된 유명감독이 아니라면 더욱더. 이번달 문석 기자의 기획안을 보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10주기가 코앞에 왔음을 알았다. 1998년 1월16일, 그는 유작 <8월의 크리스마
[편집장이 독자에게] 유영길 촬영감독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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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배님, 한 선배님. (자동차) 시트를 좀 올려볼까요?” 곽경택 감독이 좁은 간격으로 나란히 세워진 두대의 차를 향해 다가가 말한다. 둘 중 밝은 색 차에 올라타 있는 백성찬 역 한석규가 운전석 등받이 높이를 조정해보고 말한다. “이게 최대인 것 같은데요.” “그럼 모포를 좀 대볼까요?” 잠시 뒤, “안현민이. 안현민이는 팔을 거기서 그런 식으로 들지 말고 그냥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드세요. 이렇게.” 이번에 곽 감독은 검은색 차에 올라타 있는 안현민 역 차승원에게 말한다.
범인검거율 100%에 빛나는 경찰 백성찬과 완전범죄율 100%에 빛나는 지능범 안현민의 대결을 그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감독 안권태·곽경택) 촬영이 막바지에 달했다. 대립하는 두 인물은 극중 단 두번 대면한다. 지난 1월3일 서울 대치동 학여울역 지하주차장에서 촬영한 이 장면이 그중 하나다. 결정적 단서가 들어 있는 이동식 디스크를 차승원이 한석규에게 건넬
두 남자, 격돌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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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골든글로브의 영광은, 2차대전을 배경으로한 로맨스 시대극 <어톤먼트>와 팀 버튼 표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이하 <스위니 토드>로 돌아갔다. 작가조합의 파업으로 취소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수상결과만 발표됐는데, 호텔 앞의 군중도, 리무진으로 가득찬 교통체증도, 시상식과 유명인사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도 없이 한산하게 진행됐다. 정확히 말하면, 비벌리 힐튼 호텔 볼룸에서 진행된 35분 가량의 ‘골든글로브 수상자 명단 발표’는 주최측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82명 회원과 홍보 담당자들, TV 채널에서 파견된 57명의 뉴스팀들, 125명의 인쇄매체 기자들과 40명의 사진기자가 “케이블 TV 엔터테인먼트 쇼 스타일로 진행된 수상자 발표”를 현장에서 지켜본 전부였다고 한다.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눠진 영화 부문의 작품상은 <어톤먼트>와 <스위니 토드>가 수상
제65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없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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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훈은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변함없는 입담으로 무장한 TV프로그램 <상상플러스>나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이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는 생애 첫 ‘주연’이라는 이름으로 열연했다. 이제는 농담 섞인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컨츄리 꼬꼬’라는 이름으로 해체 5년 만에 연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 마침표는 KBS 연예대상이었다.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거물들을 제치고 얻어낸 결과였다. 혹자는 그들에 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적고 파워도 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들과 달리 그가 꾸준히 영화배우 활동을 겸했고 심지어 연예인 축구단 가수팀의 주전 공격수로 ‘피스 스타컵’의 득점왕 및 MVP를 차지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적어도 그들보다 더 바빴으면 바빴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대상받은 방송인’이라는 칭호에 비하면 아직 그는 영화배우로서는 자신의 굳건한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여느 방송인이나 가수 혹은
[탁재훈] “내 욕심은 정극 연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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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구치 겐지가 국내외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때 발표한 <게이샤>는 앞뒤로 위치한 <우게츠 이야기>와 <산쇼다유>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미조구치가 만든 대다수 현대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니와 그의 초기 걸작 <기온의 자매>의 리메이크라고 오해받을 정도로 인물과 구성이 비슷해 <게이샤>는 매번 뒷자리에 놓인다. DVD조차 <산쇼다유>에 곁다리로 붙어 출시된 <게이샤>는 사실 매우 특이한 미조구치 영화다. 다른 미조구치 영화의 여자들처럼 <게이샤>의 주인공도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고통과 실패를 참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게이샤>는 게이샤라는 직업과 그 구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발하거나 극적인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게이샤가 없는 대신, <게이샤>는 조금 특별한 직업을 가진 여자의 평범한 일상에 관심을 둔다. 주인공 중 한명인 소녀는 음악과 노래와
슬퍼서 더 아름다운 게이샤의 인생, <게이샤> <사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