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실내체육관 촬영 때 휴식 끝나고 촬영이 시작됐는데 (김)정은씨가 책상 위에 두고 간 시나리오가 눈에 띄더라. 이전엔 못 봤던 성경 구절이 표지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처음엔 독실한 크리스천이구나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이야기가 좀 달랐다. 운동을 별로 안 좋아했던데다가 3개월 내에 핸드볼 선수가 되어야 했던 일정 탓에 정은씨는 다른 배우들보다 욕심을 더 부렸다. 다들 연습 끝내고 돌아가는데 혼자서 웨이트를 할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열심히 한 덕에 촬영 직전엔 볼을 다루는 실력이 상당히 발전했는데, 테스트 촬영 때 그만 골반을 다쳤다. 진짜 카메라 앞에서 기량을 다 발휘할 수 없으니 본인으로선 무척 속상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내게 신이 필요하다고 했겠는가. 뭔가 힘이 될 만한 주문이 필요했을 텐데, 저 성경 구절이 촬영 내내 그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 한 목사님을 소개받았고, 그 목사님이 전해준 구절이라고 한다. 촬영하면서 계속 다리를
[숨은 스틸 찾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나리오는 나의 힘
-
지난 연말 <MBC 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시간 동안 자기들끼리 떠들고 웃다 끝난다고 간혹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저희는 정말 목숨 걸고 웃기려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새해 들어 여기저기서 펀치를 얻어맞은 <무한도전>을 보면서 나긋한 화법 속에 올곧은 뼈와 뾰족한 가시를 담은 김 PD의 말에 좀더 공감과 응원을 얹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구더기 운운한 표현이 과잉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 같아 거슬리기도 했는데 <무한도전>은 당분간 정말 구더기를 피해 앞만 보고 달릴 필요가 있겠다는 수긍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소의 뿔을 세우고 경주마들의 안대도 착용한 채 말이다.
단일프로그램 사상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은 기사를 배출한 프로그램일지 모르는 <무한도전>은 2008년 달력을 펼치자마자 오히려 더 가열차게 갖은 화두에 휘말렸다.
열심히 웃긴 게 죄야?
-
KBS1 1월20일(일) 밤 12시50분
“죽을 팔자면 어딜 가도 죽겠죠.” 목숨을 걸고 런던으로 향해야 하는 두 젊은이에게 나이든 노인이 말한다. 하루 꼬박 일하고 1달러를 받는 곳, 아무런 희망도 꿈꿀 수 없는 파키스탄의 난민촌에서 죽은 듯 사느니, 차라리 목숨을 걸고 한 줄기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사람들. 마이클 윈터보텀은 최소의 스탭들과 실제 아프가니스탄 젊은이들을 데리고 다큐멘터리를 찍듯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의 시작과 중간에 난민들의 현실을 전하는 내레이션이 삽입되어 있으며, 영화의 끝에는 자말의 실제 운명(그는 촬영이 종료된 후 영화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영국에 밀입국했는데, 망명신청은 거부되었고 18살이 되기 전에 런던을 떠나야 한다)이 전해진다. 파키스탄의 샴샤투 난민촌에서 이란으로, 터키로,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그리고 고대하던 런던으로 이어지는 고달픈 여정과 함께하는 카메라는 아마도 결코 감상에 호소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내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는 인물들의
얼어붙은 심장으로 바라본 세상, <인 디스 월드>
-
<히어로즈>(Heros) 시즌1
SBS 토요일 밤 12시5분
‘살다 살다 이렇게 허접한 더빙은 처음입니다. 캐스팅도 막장이고 더빙도 막장… 캐릭터를 바꿔버리는군요.’ 잘 알려진 모 DVD 관련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의 내용이다. <하우스>에 이어 지난 1월5일 밤부터 SBS에서 방영을 시작한 SF 미드 <히어로즈>를 보고 올린 이 게시물은, 미드와 관련된 각종 사이트에 올라온 유사한 게시물들이 쏟아낸 불만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드가 더빙되어 방영을 시작하면 어딘가 어색하다는 볼멘소리가 팬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히어로즈>의 경우 그 강도가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다소 안 어울리는 모힌더 수레시, 노아 베넷 등 다른 등장인물들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실상 주인공으로 인정받는 일본인 캐릭터 히로의 목소리 더빙은 원어로 <히어
[이철민의 미드나잇] 대작 미드는 괴로워
-
-
지인 중에 소설가나 영화감독, 혹은 만화가가 있다면 당신의 말이나 행동 혹은 실수담이 ‘작품’의 일부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작품의 재미(혹은 예술적 성취)를 위해 약간의 과장은 불가피하므로, 당신의 캐릭터는 좀더 극적으로 바뀌어 당신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의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그런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대표적인 작가다. 대놓고 세다리스 가족이 등장하는 에세이집 <코듀로이 재킷과…>를 쓴 것만 봐도 그렇다. 세다리스는 자신을 착한 넝마주이로 여기지만 그의 가족들은 투덜댄다. “이건 절대 어디 가서 말하지 마!” 그러거나 말거나 이 책은 결국 쓰여져 미국에서 많이 팔렸고 세다리스는 유머 작가로 정점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을 요약하면 ‘세다리스 가족 삽질기’쯤 될 것이다. 세다리스가 애인과 프랑스에서 지낸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웃다보면 눈물이 난다는 식의 가족 감동사연은
내 주위에도 있을법한 웃기는 가족 이야기,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
-
군무도 아름답지만 탭탭탭, 끊임없이 바닥에 내디뎌도 끄떡없는 튼튼한 하이힐만 있다면 독무도 아찔하게 멋지다. “저 움직이는 다리들”이라는 극중 표현처럼 뮤지컬 <42번가>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은 한치의 오차없이 스텝을 밟아가는 여배우의 두 다리다. 1933년 미국 브로드웨이. 시골 출신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첫 공연에서 우연히 여주인공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뮤지컬 <42번가>의 심장에는 단연 탭댄스의 피가 흐른다. “무대에 나갈 때는 햇병아리지만 돌아올 때는 이미 스타일 것”이라는 연출자 줄리앙 마쉬의 단언대로 철부지라서 더욱 경쾌한 스텝을 자랑하는 페기 소여는 하루 만에 완벽한 스타로 거듭난다.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기보다 축 처진 기운을 단숨에 북돋우는 탭댄스의 매력은 에피소드별로 끊어지는 전체 공연의 리듬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우아하게 틀어올린 금발머리. 반짝이는 은색 드레스. 탭댄스를 추는 발끝으로 명랑하게 긍정의 기운을
오리지널로 만나는 탭댄스의 진수, 뮤지컬 <42번가>
-
1.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에일리언: 이 가분수형 괴물은 <에이리언>(1979)의 시나리오작가 댄 오배넌과 로널드 슈셋의 글과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H. R. 기거의 디자인을 통해 태어났다. 이 괴수의 뿌리를 알 수는 없지만, <에이리언>에서는 지구의 식민행성인 LV-426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에서는 최소한 기원전 3000년부터 지구 남극 지하에 존재한 것으로 설정된다.
프레데터: 지구에서 아주 먼 우주 어딘가의 행성에서 도시를 이루고 살고 있다. 만화, 소설 등의 원본이 된 영화 <프레데터>(1987)의 작가인 짐 토머스, 존 토머스 형제가 씨앗을 뿌렸고 <터미네이터> <쥬라기 공원> 등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탠 윈스턴이 디자인한 이 고지능 외계생물은 지구에 문명을 전파한 정신적 선조(<에이리언 vs. 프레데터>)들일지도 모른다.
2. 본명과 습
[VS] 누가 누가 더 무서울까?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
다이앤 아버스의 전기영화 <퍼>의 부제는 ‘다이앤 아버스의 상상적 초상’이다. 성실한 조사를 토대로 한 전기 <다이앤 아버스>가 원작이지만 패션광고 사진작가 남편의 보조였던 아버스가 ‘금기의 세계’에 눈을 돌린 결정적 순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지 영화적 상상으로 가득하다. 여성예술가의 자아찾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가이드 삼아 영화보다 풍부한 텍스트, 아버스를 소개한다.
1. 백문이 불여일견, 다이앤 아버스는 누구인가
다이앤 아버스의 이름은 낯설어도 이 사진은 낯익다. 살짝 머금은 미소와 살짝 찌푸린 표정의 <일란성 쌍둥이, 로젤>은 훗날 스탠리 큐브릭이 <샤이닝> 속 한 장면으로 변주한 바 있다. 최근 2억5천만원의 경매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늙은 부모를 굽어보는 거구가, 자꾸만 몸이 커지는 앨리스처럼 초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모님과 집에 있는 유대인 거인>처럼 낯선 기묘함이 그의 작품이 지닌 특성이자 매력이다. “
[알고 봅시다] 기묘함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그녀
-
말기 암환자를 연기한 노장 배우 2명이 극장가를 접수했다. 지난 주말 1위를 거머쥔 <버켓 리스트>가 주말 3일간 벌어들인 수입은 1954만달러로,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병상에서 일어나 죽기 전 해보고 싶던 일들을 성취해가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드라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연기파 노장 배우들의 출연한 인디영화로 이름을 알린 <버켓 리스트>는 2007년 크리스마스에 뉴욕, LA, 토론토에서 소규모로 제한 개봉했고 3주만에 2000개가 넘는 상영관으로 확대개봉하며 정상에 올랐다. <스탠 바이 미>(1986)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만든 로브 라이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출구조사 결과, 관객의 58%가 여성이고 70%가 35세 이상이었으며, 전체 관객의 95%가 영화에 대해서 매우 좋다고 대답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주말 개봉해 2위로 진입한 <퍼스트 선데이>의 첫 주 성적은 1900만달러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버켓 리스트> 북미 1위
-
[정훈이 만화] <꿀벌 대소동> 땅꿀 혁명!
[정훈이 만화] <꿀벌 대소동> 땅꿀 혁명!
-
가고 싶은 곳을 생각만 해도 갈 수 있다면 어떨까. <본 아이덴티티>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감독 더그 라이먼이 택한 후속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을 그린 <점퍼>다. 오는 2월14일 전세계 동시 개봉예정인 이 작품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새뮤얼 L. 잭슨을 비롯해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TV시리즈 <O. C.>의 레이첼 빌슨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11월 아직 작품이 완성되지 않은 탓에 간단한 트레일러 상영 뒤 주연배우 크리스텐슨과 빌슨이 참여하는 홍보행사가 열렸다. 이들 역시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점퍼>가 3부작으로 제작된다는 소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크리스텐슨은 “지금으로는 확실하지 않지만, 설정상 3부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
[현지보고] 시공을 초월해 점프, 점프, 점프
-
올해 총 110편의 개봉작 중 (단) 83편만을 보고서 머릿속에 떠다니는 몇 가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1. 한국영화는 때깔이 좋다
2007년 한국영화는 따뜻한 톤의 때깔 좋은 화질이 눈에 띄었다. 다른 아시아영화들과 비교해볼 때 더더욱 그러했는데 요즘엔 독립영화에서조차 그런 게 느껴질 정도다. 이건 실로 한국영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어떤 이들(특히 할리우드 산업형 타입의 사람들)은 이 같은 특징을 매우 높이 치켜세우는 반면, 다른 이들(무뚝뚝한 영화평론가들)은 한국영화가 활력을 잃어가는 징조로 해석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영화가 지금 같은 정신을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때깔까지 좋으면 안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배럭 오바마가 그러하듯이). 하지만 몇몇 한국영화는 포장이 지나치게 잘된 나머지 사람 냄새가 거의 안 나는 듯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힐러리 클린턴이 그러하듯이).
2. 웰메이드 한국 코미디는 어
[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에 건네는 달콤쌉싸름한 조언
-
드디어 몬트리올에도 새해는 밝았다. 대부분의 영화 잡지에서 새해가 밝아오는 즈음에 하는 기획 중 하나가 지난해 가장 빛났던 영화인들 혹은 올해를 빛낼 영화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몬트리올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잡지와 일간지들이 각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가들의 리스트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인들의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매년 1월 초 주간지 <미러>(mirror)의 ‘노이즈 메이커스’(Noise Makers) 기획은 지난 한해 동안 주목받았던 혹은 신년부터 주목할 만한 영화인들을 총망라해서 발표한다. 올해 리스트 중 가장 눈에 띄는 젊은 영화인으로는 벤 슈타이거 르빈(Ben Steiger Levine)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르빈이 올해 감독한 몬트리올 출신 음악가(이자 사진가 혹은 작가)인 소콜드의 뮤직비디오 <You are Never alone>이 유튜브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의 행적 역시 큰 관심을 받게 된
[몬트리올] 몬트리올이 추천하는 올해의 유망주
-
2007년 최고의 일본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가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07 일본영화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는 수오 감독의 <쉘 위 댄스> 이후 11년 만의 작품으로 치한으로 오인받은 남자가 일본의 사법제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각본상과 감독상도 수오 마사유키 감독에게 돌아갔으며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가세 료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블루레이의 판정승?!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가 차세대 DVD 포맷 전쟁에서 블루레이의 편에 섰다. 그동안 워너는 HD-DVD와 블루레이, 두 가지 포맷 모두를 지원해왔으나 6월부터는 블루레이 단독지원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며, 워너의 발표가 있고 며칠 뒤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도 블루레이 단독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블루레이는 이로써 소니, 이십세기 폭스, 디즈니로
[해외단신] 2007년 최고의 일본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