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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 of the Stranger│2007│안도 마사히로│102분│일본/오후 8시/CGV 4
칼을 봉인한 이름없는 무사는 괴한들에게 쫓기는 소년 고타로를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는다. 용맹한 애견 토비마루와 동행하는 고타로의 도망길은 2년 전 명나라에서 시작됐는데, 특별한 기운을 타고 태어난 소년의 생혈을 마시고 영생을 가지려는 명나라 황제의 추한 욕심 때문이다. 여기에 목숨을 걸 만한 호적수를 기다려온 서융족의 무사 라로와, 주인을 죽이고 성을 차지하려는 사무라이들의 야욕이 더해져 군웅할거의 전국시대가 스크린에 재현됐다. 과거에 짓눌려 이름을 지운 무사와 생존을 위해 아무도 믿지 않는 소년이 먼 길을 함께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이야기 구조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실사였다면 ‘고어’라고 해도 충분할 만큼 잔인한 전장과 대비되는 호젓한 아름다움이라 플롯에 뚜렷한 콘트라스트를 드리운다. <강철의 연금술사><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천국의 문>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안도 마사히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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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청춘들은 원인모를 속병으로 기나긴 밤을 지새운다. 술로 마음의 병을 소독해 보려고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숙취만 남지 고민거리는 그대로다. 그럴 때는 시간이 약이라고 참고 인내하는 수밖에. <내 마음에 불꽃이 있어>는 오늘을 살고 있는 20대가 겪고 있을 몸과 마음의 고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영화는 이들의 열병이 성장통임을 보여준다.
정인은 여자 친구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자 사는 게 공허하게 느껴진다. 정인과 함께 영화촬영을 하는 형은 감독임에도 촬영장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참, 되는 일이 없다. 정인은 영화감독으로서의 열정이 부족한 선배가 한심해 보인다. 정인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고향후배를 만나지만 후배와의 관계는 더디게 진행된다. 후배는 정인에게 여승무원인 자신이 겪는 비정규직으로서의 불안감을 토로하는데 이는 KTX 여승무원 부당해고 사건을 환기시킨다. 한편 유학 간 여자 친구는 정인에게 이메일을 통해 유학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청춘의 화학적 열병, <내 마음에 불꽃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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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의 경계 허물기라는 문제는 영화사의 오랜 난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가공의 세계에 ‘다큐멘터리적 터치’를 가미한다든가 다큐멘터리에 몇몇 픽션의 요소들(극적 서사와 캐릭터 등)을 도입하는 식의 시도는 지금에 와선 거의 낡아빠진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적 허구를 다큐멘터리 형식과 안이하게 결합하려 하기보다는 사적 기록의 형식(메모, 일기, 수필, 여행기), 아포리즘 혹은 ‘순수 영화’(pure cinema)적 리듬을 동원해 허구를 해체, 재구성하고 있는 몇몇 모험적인 감독들-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로부터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에 이르는-의 시도다. 이들의 작품은 극영화나 다큐멘터리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그렇다고 해서 ‘아방가르드’라 부르기에도 부적절한) 독특한 현대적 ‘장르’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굳이 명명하자면 ‘에세이 영화’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주목할만한 필리핀과 스페인의 다큐멘터리들
이런 점에서 현재 필
픽션, 에세이, 역사, 그리고 음악과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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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zh/2007 /아바이 쿨바예프/80분/카자흐스탄/오후 2시/메가박스 9
그런 나이가 있다. 세상이 밉고, 또래 친구들은 모두 시시하며, 부모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시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그 분노가 실은 자신의 까마득한 미래를 향한 자연스러운 두려움이고 또 자신을 알아봐줄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신호임을 그 때는 모른다. ‘이발’을 의미하는 제목답게, 점점 과격하게 짧아지는 아이누라의 뒷머리를 비추며 시작하는 영화 <스트리츠>는 10대 소녀의 스산한 일탈을 뒤쫓는다. 약물중독인 계부, 무기력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누라는 방과후 운동장에서의 싸움에 휘말리고, 흡연을 일삼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녀의 방황은 한적한 버스, 공사 중인 고층빌딩, 도시를 굽어볼 수 있는 산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 등으로 이어진다. 신호등에 걸려 큰길 한가운데 멈춰선 상황이며, 동성 친구의 갑작스런 키스 등 익숙한 숏과 상황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
10대 소녀의 스산한 일탈 <스트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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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 Lewton: The Man in The Shadow 미국/2007/77분/감독 켄트 존스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의 실패로 인해 재정난에 허덕이던 제작사 RKO는 저예산 B급 공포영화를 만들어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인물이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어시스턴트였던 발 류튼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저예산으로 만든 그의 영화는 “1940년대에 기대하지 못했던 방식의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미국 영화사에 길이 남았다. 제작자 발 류튼은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이 택했던 ‘보여주기’의 방식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창조했다. 그의 대표작 <캣 피플>(1942)에서 류튼은 일렁이는 수영장의 물, 표범을 연상케 하는 그림자만으로 공포를 조성한다. 그는 인간을 두렵게 하는 건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막연한 공포임을 말한다. 드러나지 않는 공포를 향해 스스
위대한 선배에 바치는 오마주 <발 류튼: 그림자 속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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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유명 배우 드니 라방의 공식 기자 회견이 금일 쌈지 마켓 2층에서 2시에 열린다. 드니 라방은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만든 영화 <캡틴 에이헙>의 출연 배우로 전주를 찾았다. 공식 기자 회견은 예정에 없었으나 어제 확정됐다. 한편,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의 GV는 상영 전 감독의 무대인사로 진행된다.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는 없으니 참고하시길.
프랑스 배우 드니 라방의 공식 기자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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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Years On/2008/김동원/60분/한국/오후 8시/메가박스 5
중국의 웨이 샤오 란, 그녀는 남편과 다복한 17살 새색시였다. 네덜란드의 얀. 그녀 곁엔 음악으로 행복을 나누는 가족들이 있었다. 한국의 이수산. 그녀에게 아버지 술안주로 전복을 따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행복은 지속되지 못했다. 영문도 모르고 제국주의 전쟁에 성노예로 끌려간 ‘그녀들’은 이후 60여년 동안 치유불가능한 절름발이 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충격적인 건 하꼬방에서 황군들의 폭력을 견디며 죽지 못해 살아야 했던 이들이 비단 아시아 식민지 여성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인생은 거기서 끝났어요” 수녀가 되고 싶었으나 노리개로 전락했던 백인 여성 얀의 떨리는 증언은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만이 아님”을 일러주는 동시에 일본 정부가 추악한 과거를 부인하는 현실에서 그녀들의 내상(內傷)이 여전히 진행
남겨진 "일본 놈의 상처" <끝나지 않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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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털. ‘대륙’이라는 뜻이 아니다. 춤이며 군무(群舞)다. 하지만 사람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여느 춤과 달리 컨티넨털은 몸을 접촉하지 않은 채 일정한 동작을 반복한다. 그 질서정연함은 고등학생 스테판 라플뢰르의 머리에 깊이 각인됐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가 ‘외로움’을 다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바로 옆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모두들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지만, 자기만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고립되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우리 삶이 컨티넨털의 춤의 방식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컨티넨털>에서 등장인물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을 재현한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려 하다가도 정작 상대방이 다가왔을 때는 뒤로 물러서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러한 ‘일정한 거리두기’는 스테판이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네 명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진행되면서도 미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 있
베니스, 토론토가 주목한 ‘신인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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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밤, 전주의 택시들이 한 장소로 모인다.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이곳은 전일슈퍼. 이름 그대로 작은 상점 역할도 하고 있지만 전일슈퍼가 유명한 건 그 때문이 아니다. 누렇고 바싹 마른 긴 생선, 바로 황태포 한 마리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에 모인다. “그깟 생선 한 마리가 뭐 어쨌길래”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아주머니가 연탄불에 노릇하게 굽는 전일수퍼의 황태포는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 중독성의 원인은 바로 이곳의 소스. 청양고추와 참깨가 고루 섞인 새콤달콤한 진간장 소스는 황태포와 환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이 맛을 처음 접한 <씨네21>의 모 기자는 “소스 한 통만 얻어갈 수 없을까”라며 감탄사를 내뱉기도. 전주의 슈퍼 문화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팁 한 가지! 전주 사람들은 전일슈퍼와 같은 곳을 가맥집(가게 맥주의 줄임말)이라 부른다. 황태포와 계란말이가 모두 6000원. (063-284-0793)
황태포와 맥주의 환상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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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Just Didn’t Do it/2007/수오 마사유키/143분/일본/오후 8시 전북대문화관
“10명의 죄인을 놓친다고 해도, 1명의 죄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 마땅한 직업없이 프리타로 생활하던 가네코 텟페이는 구직을 위해 비좁은 출근시간의 전철에 간신히 오른다. 몸 돌릴 틈도 없고 타인의 숨결도 피할 수 없는 상황. 도착역에 내린 가네코는 교복입은 소녀에게 소매를 잡히고, 면접을 보러 가던 길은 경찰소, 구치소를 거쳐 법정으로 이어진다.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10년만에 내놓은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억울하게 치한으로 몰린 남자가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기록에 가까운 성실함으로 그린 법정극이다. 1심의 판결을 뒤엎고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난 남자에 대한 신문기사에서 시작된 영화는, <으랏차차 스모부><쉘 위 댄스> 등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고 일본의 사법제
성실함으로 그린 법정극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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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신의 손도장을 전주에 남기고 가게 된 디지털삼인삼색 프로젝트의 감독 중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를 제외한 나세르 케미르와 미하마트 살레하룬이 핸드프린팅 행사를 가졌다.
전주에 길이 남겨질 감독들의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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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다리? 거기 볼 것 없는디 왜 가는겨?” 사진기자의 촬영 장비를 본 택시기사 아저씨가 ‘쌍다리’를 주문하는 우리를 수상히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천을 두 개의 평행선으로 가로지르는 쌍다리가 위치한 전주천은 타지인에게 흔히 알려진 관광코스가 아니다. 아주머니들이 힘차게 파워 워킹을 하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책가방을 멘 채 터벅터벅 걷는 이곳을 ‘명소’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전주천에서 촬영된 영화들의 목록을 보시라. <좋지 아니한가> <간 큰 가족> <울어도 좋습니까> 같은 영화와 드라마 <단팥빵>이 이곳을 거쳐 갔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 전주천은 등장인물의 곁을 무심히 흘렀다. 이처럼 여러 영화에서 전주천이 갈등 표출과 해소의 역할을 해온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쌍다리가 있는 장소를 전주 사람들은 어은골, 즉 ‘숨은 잉어의 혈’이라고 부른다. 고기도 숨었다가 가는 곳이 전주천인 것
흐르는 물에 갈등을 흘려버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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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영화 <비전스 오브 유럽>(2004)에 수록된 단편 <프롤로그>에서 벨라 타르는 빵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이동하는 카메라로 담아냈다. 단 하나의 숏을 가진 이 5분짜리 영화가 일견 단순하거나 평범해 보이면서도 기실 그렇지 않은 것은 여기에 타르 세계의 정수라고 할 만한 것이 꽤 잘 요약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보듯 타르의 카메라가 잡아내려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이겠지만 더 나아가 그들과 어울림을 갖는 공기의 표정과 세상의 얼굴이기도 할 것이다. 아울러 흘러가는 시간 역시 주요한 포착의 대상임을 간과할 순 없을 것이다. 그 결과 타르가 빚어내는 숏 안에서 통상적으로 특별한 ‘사건’을 갖지 못한다고 간주되던 순간은 놀랍게도 굉장한 밀도를 가진 스펙터클의 순간으로 바뀌어버린다.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타르가 행하는 이처럼 비범한 영화적 연금술을 재확인하게 된다.
‘반(反)영화’적 영화를 만든 초창기의
무자비한 염세주의자의 영화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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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마쓰 고지 감독의 인터뷰에는 정체불명의 젊은 남자가 함께 했다. “어제 인터뷰에서 기자가 질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불같이 화를 냈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록 연합적군>은 1972년 10일 동안 경찰과 대치하며 인질극을 벌인 연합적군의 ‘아사마 산장 사건’의 마지막을 다룬다. 더욱 충격적인 건 산 속에서 이뤄진 동계 훈련 도중 이들이 서로를 숙청한 과정.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료를 살해한 이들의 우두머리와 이를 묵인했던 순진한 학생들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더해져,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60년대 저예산 로망 포르노의 거장이자 같은 시기 학생운동의 열기를 함께하며 뜨거운 정치영화를 만들었던 투사 와카마쓰 고지는 1936년생. 깐깐한 거장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애초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무시무시한 인간의 본성을 들춰낸 그의 마음은 그 모든 시행착오를 함께 했던 동지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함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아사마
“동지들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