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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는 소리 후미히코 감독이 “공무원 같다”고 했다. 굴곡없는 말투와 단정한 옷매무새에서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외양과 대조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재기발랄하거나 대담했다. 장편데뷔작 <핑 퐁>은 탁구시합을 펼치는 엉뚱한 소년들의 이야기요, 제작자로 참여한 <애플시드>는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SF애니메이션이었다. 두 번째 연출작 <벡실>은 그보다 훨씬 과감한 설정을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2077년 쇄국정책을 펼친 지 10년째인 일본에서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음모를 파헤치고자 일본에 잠입한 미국 특수부대원 벡실이 발견한 것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일본의 미래. <벡실>의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소리 후미히코 감독을 만났다.
-데뷔작인 <핑 퐁>은 실사영화였는데 두 번째 영화인 <벡실>은 애니메이션이다.
=나는 지금까지 CG작업을 많이 해왔고 CG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편
[스폿 인터뷰]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도 일종의 ‘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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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작품 <엘리자베스>의 시대적 배경은 1554년이었다. 10년 뒤 만들어진 두 번째 작품 <골든에이지>는 1585년에서 시작한다. 엘리자베스가 왕좌에 오른 1554년과 노동당의 집권 초반인 1998년은 절충을 통한 새 시대의 개막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신교와 구교 사이에서 절충지점을 모색한 영국 국교회의 행보와 이념적 좌우 사이에서 실리적 행로를 찾으려는 제3의 길이라는 정치적 아젠다 속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고든 브라운이 토니 블레어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2007년이 과연 스페인 함대를 물리치고 잉글랜드의 왕위를 굳건히 다진, 나아가 대영제국의 기반을 마련한 1595년과 겹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런 섣부른 판단이 자칫 감독의 야심찬 엘리자베스 3부작 프로젝트를 단순히 용비어천가로 전락시키는 과오를 부르는 건 아닐는지. 1998년과 2007년 사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야기는 2005년 <BBC>에서, 그리고 이듬해
[현지보고] 사랑 대신 전쟁을 짊어진 여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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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필자가 그저 너무 많은 영화제에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문화혁명이 올 때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마오쩌둥주의 포스터에 쓰였던 대로 “타쇄구세계, 창립신세계”(打碎舊世界, 創立新世界)같이 말이다.
영화제의 역사는 영광의 역사다. 인정받기 위한 초기의 투쟁(1950년대), 보수주의 세력과의 결정적 대결(1960년대), 그리고 ‘대약진’(1980~90년대). 그러나 이제 현 체제의 중심에 ‘독초’가 자리잡고 있고, 만약 영화제가 일반 영화관객과 업계 그 자체에 진실되려면 그것을 뽑아내야 할 것이다.
영화제는 누구를 위하여 운영되는가? 소그룹의 프로그래머/비평가들, 아니면 세계영화에 관심이 있는 일반 관객? 매년 본인이 참가하는 영화제들의 실망스러운 수로 판단컨대, 점점 더 전자가 돼가는 것 같다. 동양과 서양, 북반구와 남반구의 영화제들은 서로의 프로그래밍을 모방하고, 유행하는 똑같은 비평관점을 채택하고, 창피스럽게도 확립된 영화업계들을 소홀히 하
[외신기자클럽] 영화제에 문화혁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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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일로 내정된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전야인 할로윈 데이. 협상안을 두고 WGA(미작가협회: Writers Guild of America)와 AMPTP(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자연맹: 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가 여전히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930년대, 새로운 매체로 등장한 유성영화에 이른바 멋진 대사를 입히기 위해 긴급 수송해왔던 동부 출신의 작가들(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 작가들)과 그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았던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제작자들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을지도 모른다.
1988년에 마지막으로 이루어졌던 6개월에 걸친 작가파업은 그로 인한 산업의 피해 규모가 총 5억달러에 이르렀는데, 현재 텔레비전의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수많은 리얼리티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와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리얼리티쇼의 출
[LA] 이야기의 원가는 얼마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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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위강, 새 3부작 착수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이 새로운 3부작을 준비 중이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로, 양산박에 모여 새 세상을 꿈꾸는 108명 호걸들의 이야기 <수호지>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익숙한 고전이다. 편당 2500만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될 3부작의 첫편은 유위강 감독이, 2편은 두기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다. 홍콩의 미디어아시아필름즈와 중국의 차이나필름그룹이 공동제작하며, 베이징 외곽의 대형 세트에서 2008년 말 촬영에 들어간다.
서플먼트도 진화한다
포맷 전쟁의 쌍두마차, 블루레이와 HD-DVD가 해상도와 더불어 서플먼트도 새로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근 <히어로즈> 시즌1과 <에반 올마이티>의 DVD를 출시한 유니버설은 “인터넷 연결형” 서플먼트를 제공했는데, HD-DVD 플레이어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부가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영
[해외단신] 유위강, 새 3부작 착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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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과 생활잡화를 쇼핑하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DVD로 굽는다. 미국 최대의 약국 체인인 월그린에서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해 DVD로 만들 수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라니, 미국에선 곧 현실화될 풍경이다. 월그린의 대변인 티파니 브루스는 “우리는 몇달 내에 그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서 “영화 DVD 키오스크가 (더 많은 손님을 끌 수 있는) 어떤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월그린과 그와 비슷한 의약품 및 잡화 체인인 CVS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고객이 직접 편집해 출력하거나 이미지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 키오스크’를 마련해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월그린의 이러한 야망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10월 할리우드 제작사들과 관련 하드웨어 제작사들의 모임인 DVD복제방지협회가 DVD복제방지기술인 CSS(Content Scramble System) 규격이 좀더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다. CSS는 DVD에 특정 키값을
[What's Up] 약국에서 DVD도 구워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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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할리우드와 사랑에 빠지다. 할리우드를 선두로 한 미국 거대 미디어기업들에 중동의 오일달러가 엄청난 기세로 유입되고 있다. 두바이 왕실이 운영하는 투자사 두바이 월드는 최근 MGM과 손을 잡고 27억달러를 투자해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 호텔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두바이 부동산 그룹 태터는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22억달러를 들여 2200만 평방피트 규모의 테마파크를 자국 내에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UAE의 부동산 그룹 알다는 워너브러더스와 2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아부다비에 테마파크형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영화, 비디오 게임 등을 공동제작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미디어그룹 비아콤과 두바이의 아랍미디어그룹은 11월 중 MTV아라비아를 런칭할 예정이다.
<뉴스위크>는 최근 중동 국가들의 투자 경향이 과거 80∼90년대 할리우드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던 일본과 독일의 선례를 닮았지만, 그들과 달리 아랍 투자자들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중동, 할리우드의 별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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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네마에도 KS마크가 가능할까. 지난해 12월, ‘디지털 시네마 가이드라인 Ver.1.0’을 발표한 영화진흥위원회가 10월25일, ‘가이드라인 Ver2.0’을 발표했다. 영진위가 지난 2005년부터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한국적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한 가이드라인이 한 차례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 LLC)가 내세운 디지털 시네마 기준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표준마련의 가능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말하자면, 굳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다.
디지털 시네마에 일정한 표준이 요구된 것은 장비들간의 호환성 문제 때문이었다. 지난 1999년 미국에서 처음 디지털 영사기가 발명되었고, 이후 여러 장비업체들의 자유경쟁을 통해 발전한 디지털 시네마는 업체들간의 배타적인 호환처리로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A사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영화는 B사의 영사기로 상
[쟁점] 한국형 표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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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식객> 이 영화의 배후는 ㅇㅇ 회사?
[헌즈다이어리] <식객> 이 영화의 배후는 ㅇㅇ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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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에 있었던 영화<판타스틱 자살 소동>의 기자 간담회 영상입니다.
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암흑속에 세 사람>, <날아라 닭>, <해피버스데이>의 '자살'이란 주제를 세가지
색으로 표현한 세편의 이야기!!
<암흑속에 세 사람>의 영화내용 만큼이나 발랄하고 유쾌한
배우 한여름(지나역)의 깜짝발언!
<날아라 닭>의 조창호감독이 느끼는 '자살'이란..
<해피버스데이>의 김성호 감독이 말하는 <판타스틱 자살 소동>의
탄생과 독립영화의 길...
<판타스틱 자살 소동>의 감독들과 배우들이 전하는
솔직하고 진솔한 인터뷰가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상상극한 옴니버스 영화 <판타스틱 자살 소동> 기자간담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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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에 개봉되는 영화를 엄선하여 관객들에게 질문하는 [개봉작 출구조사]
이번 주에는 11월 1일에 개봉한 <식객>과 <히어로>를 보신 관객분들에게 솔직담백한 영화평을 들어 봤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출구조사] <식객>,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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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극한 옴니버스 영화 <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암흑속의 세 사람들> 박수영 감독, 한여름, 타블로와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 현장!!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폭탄발언을 한 배우 한여름!!
폭탄발언 속 주인공 타블로도 궁금해 하는 폭탄발언을 진상규명합니다.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관객과 배우, 감독이 함께하는 생생한 GV현장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버튼을 눌러주세요.
[타블로, 한여름, 박수영 감독] <판타스틱 자살소동> GV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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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다?
만약 SBS 오락프로그램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 다음의 주제를 다룬다면 어찌 될까.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있다! 없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이 죽어서 떨어진다는 불구덩이 지옥은 있다! 없다?” 아마 기독교인들의 항의로 전국이 들끓을 것이다. 해당 방송사는 폭파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심심하면 그런 이야기로 논쟁했다. 누가 교회를 다닌다고만 하면 친구들은 괜히 시비를 걸었다. “눈에 안 보이는 하나님이 있다고? 말도 안 돼!” 나는 ‘있다’쪽이었다. 유치하고 엉성한 논리였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주장했다. 과학으로 풀리지 않는 수많은 불가사의한 영혼의 세계를 신없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말이다. 친구들은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정말 하나님이 있으면 왜 모든 세상 사람들이 착하게 살도록 못 만들지? 그런 능력도 없으면서 무슨 신이야?” 자주 티격태격 언쟁을 벌였지만 늘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만들어진 신’이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린이 종교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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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쓰코 히라이의 메일이 왔다. “구스 반 산트 작업실로 가서 두어 시간 인터뷰를 했고, 그 사람 개랑도 놀았어. 작업실이 아주 멋져. 꼭 그런 방을 하나 갖고 싶을 정도로.” 꽤 이름난 일본의 문화잡지에서 일하다가 최근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긴 그녀는 일본 잡지에 기사를 팔며 밥벌이를 하는 프리랜서 기자다. 이게 말이 되냐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반문했더랬다. 다른 잡지 기자들도 물었다. 그게 말이 되냐고. 나는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반문했더랬다”고 답했다.
칸영화제에서 다른 일본 여기자를 만났을 때도 똑같이 놀랐다.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그녀의 별명이 “일본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그 이유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탱탱한 피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물예닐곱으로 생각했던 그녀의 나이가 마흔 중반이라는 걸 알고는 “과연 불가사의!”라고 소리를 꽥 지르긴 했지만, 그저 파리에 살고 싶어서 파리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그녀의 말이 더 놀라웠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 유럽의
[오픈칼럼] 복받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