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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한국 영화사의 보석들을 만나자. 한국영상자료원이 부천, 강원에 이은 부산 분원 개원을 기념해 1월8일부터 24일까지 “반도의 꿈-한국영화사 걸작순례”를 개최한다. 공백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한국 영화사의 자취들은 한국 관객 자신에게도 대부분 아직 탐사하지 못한 미지의 영토로 남아 있다. 예컨대 이만희의 걸작 <휴일>은 2005년 8월 프린트가 발견되기 전까지 실상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었고, 일제강점기의 영화적 증언인 <미몽>(1936)과 <반도의 봄>(1941) 또한 2005년 중국전영자료관을 경유해 비로소 발굴될 수 있었다. “반도의 꿈-한국영화사의 걸작순례”는 이처럼 우리가 무지했거나 무관심했던 한국영화의 위대한 성취를 되돌아보는 자리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30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영화제의 개막작이자 상영작 중 최고(最古)의 작품인 이병일 감
한국영화의 위대한 자취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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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엄마가 아니다. 소매치기 엄마다. 게다가 전과 17범. <무방비도시>의 강만옥은 형사 아들 앞에서 뺨 맞는 수모를 당하고, 젊음을 감옥에서 탕진하고 나서도, 다시 남의 지갑을 탐하는 그런 못 말리는 엄마다. <우리형> <해바라기> 등에서 생활력 강하고 품 넓은 엄마 역을 소화했던 김해숙에게 강만옥은 정말 변신다운 변신이다. 그 또한 연기를 시작한 지 35년이 되어서야 맘속에 품고 있던 욕망 하나를 풀었다고 말한다. 애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강만옥이라는 역할을 만들었던 욕심 덕에 그는 지난해 여름 머리채 잡혀 끌려가면서 악다구니를 쓸 수 있었고, 한쪽 다리 절면서 면도칼을 원없이 씹을 수 있었다. ‘무방비도시’에 다녀온 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고, 그래서 다음번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무방비도시> 시사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 탓에 영화를 보지 못하고 이뤄졌다
[김해숙] “소매치기 엄마 역할 자체가 쾌락이고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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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근질근질하다. 강풀 작가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스케치북에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입이 쩌억 벌어질 듯한 액션장면들이 가득했다. 육해공을 모조리 이용한 총력 액션집이다. 강풀 특유의 캐릭터들이 굳은 입술과 놀란 눈으로 스케치북 바깥을 노려보고 있다. “악. 이거 진짜 재밌겠다.”“재밌죠? 재밌죠?” “네. 재밌겠어요.” “맞아요. 재밌을 거예요.” 이쯤되면 진지하게 신작의 비밀을 캐내려고 온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니라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애와 부러워하는 사촌동생의 대화에 가깝다. 유치하지만 어쩔 도리 있나.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영화는 다름 아닌 <괴물2>다.
<괴물2>는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무대로 하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이며 맥팔랜드 독극물 사건으로부터 강두 일가의 투쟁 사이에 존재하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 숨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왜 봉준호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괴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두 일
[강풀] “더 많은 괴물, 더 많은 액션이 나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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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사랑>을 두고 케빈 리마 감독이 말했다. “디즈니의 정수를 담은 통조림 같다. 이 영화의 8분짜리 오프닝에 물만 부으면 88분 분량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완성될 것이다.” 곳곳에 포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익숙한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은 이 영화를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 전세계의 디즈니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발견한 숨은 공통점까지 합치면 그 목록이 꽤나 흥미롭다. 대부분의 평범한 관객이 적극 참고할 만하다.
1단계 초심자용- 이 정도는 기본
공주들에겐 육해공 동물 친구들의 도움이 필수다. 일곱 난쟁이의 집을 청소하던 백설공주와 집안일을 하거나 파티용 의상을 준비하던 신데렐라처럼 애니메이션 지젤은 비둘기, 사슴, 다람쥐 등과 함께 ‘진짜 사랑의 키스’를 선사할 꿈속 왕자님의 모습을 그리며 노래하고, 독신남 로버트의 집에서 아침을 맞은 실사영화 속 지젤은 비둘기, 쥐, 바퀴벌레의 힘을 빌려 대청소를 감행한다. 애니메이션 지젤이 두개의 보석으로 왕자의 눈을
[알고 봅시다] 디즈니 통조림에는 뭐가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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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상의 점유율. 12월23일부터 9일간 2007년 연말을 장식했던 상상마당의 음악영화제 ‘음악, 영화를 연주하다’가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 음악영화제는 개관 기념으로 개최했던 ‘대단한 단편영화제’ 이후 상상마당의 두 번째 기획 프로그램. 시규어 로스의 공연 투어 필름인 <헤이마>를 비롯해 <밴드의 방문> <X the band: The Unheard Music> 등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도 있었다.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기획한 상상마당의 배주연 프로그래머를 만나 음악영화제 성공 개최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더불어 개관 4개월째를 맞은 상상마당의 현재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도 들었다.
-매진작이 많았던 것 같다. 전체 점유율은 나왔나.
=전체 점유율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영화들이 70, 80%를 넘겼다. 개관 때 ‘대단한 단편영화제’는 충무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단편이 상영작이었고,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가 있을
[스폿 인터뷰] “관객과 창작자가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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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기다리다 미쳐> 나이키도 군용으로 나옵니까?
[정훈이 만화] <기다리다 미쳐> 나이키도 군용으로 나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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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 역사에 기록되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가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매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후세를 위해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정하는 국립영화등기부(National Film Registry)에 저메키스의 <백 투 더 퓨쳐>(1985)와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1977)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선정된 25편에는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한 <늑대와 춤을>(1990), 리처드 기어의 <천국의 나날들>(1978), 시드니 루멧 감독의 법정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 범죄영화의 고전인 <네이키드 시티>(1948) 등이 포함됐다.
북극곰 크누트, 영화로 만나요
어미에게 버림받았으나 베를린 동물원의 재정을 책임질 만큼 인기를 얻어 “밀리오베어”라는 별명이 붙은 북금곰 크누트가 영화에 출연한다. 동물원쪽은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 애시 샤(<수퍼노바>)
[해외단신] <백 투 더 퓨처>, 역사에 기록되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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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꿈도 꾸지마! 검열로 악명 높은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이 영화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침을 선언하고 나섰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12월31일자 보도를 통해 SARFT가 앞으로 “하드코어, 강간, 매춘, 성기를 드러내는 외설적인 섹스장면 등”을 포함한 영화에 엄중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 전했다. 즉 SARFT의 검열 기준에 걸려든 작품은 국내의 모든 영화상 후보 지명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제작자를 포함한 관계자 모두가 향후 5년 동안 영화와 관계된 활동이 일체 금지된다는 것. SARFT는 또 “천박한 대화, 성적인 암시를 담은 외설적인 노래와 음향 효과” 또한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 밝혔다.
SARFT의 영화 검열은 지난해 개봉한 리안 감독의 <색, 계> 삭제 논란을 둘러싸고 이미 한 차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영화가 개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리안 감독이 SARFT의 요청에 따라 양조위와 탕웨이의 정사신을 7분가
[What's Up] 뜨거운 것이 좋아? 식혀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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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과 ‘트랜스포머’의 위력은 회사 하나를 산꼭대기에 올려놓을 만큼 대단했다. 2007년 미국 영화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스튜디오는 파라마운트(자국 내 흥행총수입 14억8천만달러). 1998년 이후 9년 만에 얻은 이 성적표는 드림웍스 인수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라마운트의 배급작들 가운데 흥행톱 5편이 모두 드림웍스 영화다. <슈렉3>(3억2100만달러), <트랜스포머>(3억1910만달러), <꿀벌대소동>(1억2420만달러), 윌 페렐 주연의 코미디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1억1820만달러) 그리고 에디 머피 주연의 코미디 <노르빗>(9540만달러)이 그들. 파라마운트 자체제작 영화 중 최고 성적을 낸 <베오울프>(8060만달러)는 2007년 미국 흥행순위 3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2위는 워너(14억1천만달러), 3위는 디즈니(13억5천만달러), 4위는 소니(12억4천만달러), 5위는 유니버
2007년 1등은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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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영화를 만들어 성공시켜온 두사부필름이 적자라는 게 믿어지나.” 지난 연말 한 술자리에서 두사부필름의 대표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1번가의 기적>이 300만명 가까운 관객이 들었는데 투자·배급사로부터 받은 수익금에서 배우들의 러닝개런티를 제하고 나니 2억원이 채 남지 않았다. 2007년의 수익이라곤 그것뿐이었는데, 1년 동안 든 비용은 5억원 정도 된다. 매달 직원 월급에 1500만원, 사무실 임대료 등에 500만 정도의 고정비용이 들고, 여러 편의 시나리오 개발 작업을 동시에 진행시키다 보면 한달 평균 4천만원 정도가 든다. 그동안의 수익금으로 충당하는 것도 모자라 빚을 끌어야 하는 사정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중요한 한축인 제작사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제 악화 단계를 지나 집단적인 붕괴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영화가 전반적으로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이전에도 영세한 자본구조를 갖춘 제작사
[쟁점] 제작사들에 내일의 태양이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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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은 아기자기한 맛과 절박한 아름다움을 한데 지닌 스포츠다. 세 사람이 달리며 공과 시선을 주고받는 패스는 살갑고, 공과 함께 육체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다이빙 슛의 몸짓은 가히 처절하다. 골의 기쁨을 음미할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숨찬 공수 교대는 또 어떠한가. 치워도 치워도 매일 아침 정량의 무게로 다시 쌓이는 인생의 리듬처럼 가차없다. 덧붙이자면 핸드볼은 본디 여자들의 종목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7년 만에 장편영화 ‘코트’에 복귀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28분의 명승부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고 오열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2004년의 그날을 선수들이 공유한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명명한 영화는 어째서 그 순간이 가장 눈부신지 거슬러 올라가 연유를 들려준다.
영화의 시작은 괴상한 승리의 풍경이다. ‘2004 핸드볼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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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소매치기 원정을 떠났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온 백장미(손예진)는 삼성파를 조직하고 세를 규합한다. 뒷골목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계, 바람, 안테나를 모두 손에 넣은 백장미는 동대문과 명동 일대의 소매치기 세력들을 단숨에 제압하며 야심을 키운다. 서울을 모두 장악하려는 백장미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전설적인 소매치기 강만옥(김해숙)까지 끌어들이려고 시도하지만, 강만옥은 새 삶을 살겠다며 백장미의 제안을 거부한다. 한편 광역수사대에서 조직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형사 조대영(김명민)은 상대파에 목숨을 위협받던 백장미를 구하게 되고, 얼마 뒤 연쇄 소매치기 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면서 백장미에게 빠져든다.
<무방비도시>는 “숨소리마저 거짓말”이라는 소매치기범들과 이들을 뒤쫓는 형사들의 대결 구도를 골조로 삼은 영화다. 조직폭력을 다룬 형사물은 지금까지 많이 쏟아져 나왔으나 소매치기를 다룬 영화는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각종 은어들과 3차례의 액션으로 버무린 전반부는 꽤
부모와 자식간의 혈육지정 <무방비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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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다가 백마 탄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덴)을 만나 결혼을 앞둔 지젤(에이미 애덤스)에게,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불가능한 세계로 향하는 것보다 가혹한 저주가 있을까. 계모의 구박도, 왕비의 시샘도, 두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문도 이보단 나았다. 영화의 도입부 10여분 동안 지속됐던 디즈니 셀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뒤로하고 뉴욕 한복판에 떨어진 동화 속 공주에게, 혹은 그녀를 따라 뉴욕행을 감행한 에드워드 왕자에게 가장 큰 적은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 그들은 과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소생불가 판정을 받았던 2D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능청스럽게 이어붙인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에는 디즈니의 첫 장편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이래 70년 동안 무한반복되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디즈니 월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 미국 박스오피스의 승자로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매
70년을 이어온 디즈니의 마법 <마법에 걸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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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다 살아난 잭 스탁스(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을 앓는다. 홀로 캐나다로 떠나는 길목에서 술 취한 여성과 어린 딸의 자동차를 고쳐준 뒤 한 남자의 차를 얻어탄 잭은 우연한 사고에 휘말리고, 실신한 뒤 기억을 잃는다. 깨어난 그는 경찰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정신이상으로 판명돼 한 정신병원에 호송된다. 압박 재킷을 입힌 뒤 시체 보관함에 환자를 가두는 기이하고 폭력적인 치료법에 고통스러워하던 스탁스는 동료 환자 매켄지(대니얼 크레이그)를 통해 시체 보관함 속에서 시간여행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2007년으로 건너가 웨이트리스 재키(키라 나이틀리)와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가 과거에 자신이 도와주었던 소녀라는 사실과 함께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발견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더 재킷>의 각본은 <일급살인>(1995)의 각본과 연출을 겸임했던 마크 로코가 10여년의 공백을 깨고 완성한 것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탄력을 잃어버린 시간여행 <더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