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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책을 하다가 나무 한 그루를 보았어. 나는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지. 어떤 나무였기에 내 발목을 붙잡았냐고? 글쎄, 설명을 하자면 할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네. 대신 어릴 적 너희 집 마당에 있던 나무를 상상해봐. 요즘 나는 설명을 하는 일을 멈추었어. 그러자 그냥 가만히 나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 예전 같았다면 ‘나무를 바라보는 그녀(혹은 그)’를 떠올렸을 테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했겠지. 그때 나는 사물을 볼 때마다 그것을 문장으로 바꾸고 싶어했고 번번이 좌절했어. 언어로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라는 표현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런 의문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차기 시작했지. 그러자 어떤 문장도 쓸 수 없는 상태가 찾아왔어. 그 슬럼프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몇권의 책과 어떤 영화 한편이야.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성냥공장 소녀>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어
[내 인생의 영화] <성냥공장 소녀>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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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영화는 다소 촌스럽게 카오스 이론의 직접적 인용으로 시작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나비효과’란 초기 조건에 민감한 복잡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다. 영화에서는 초기 조건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에반이 과거로 돌아가 기억을 약간 수정할 때마다 그가 되돌아온 현실에서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가 벌어져 있다. 이것이 각각 다양한 결말로 귀결되는 멀티플 플롯의 생성기가 된다.
피크노렙시
7살 때부터 에반은 ‘블랙아웃’을 경험한다. 자신의 미래를 그린 그림 속에서 에반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두 사람 옆에 칼을 들고 서 있다. 유치원 교사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냐고 묻자, 에반은 자기가 그런 그림을 그린 기억이 없다고 대답한다. 두 번째 블랙아웃은 집에서 벌어진다. 어머니 안드레아는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에반을 발견한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묻자, 이번에도 에반은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한다.
[진중권의 이매진] 인과를 파괴하는 시공간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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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해저드>라는 이름으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원작 게임이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 무렵, 나는 뭣도 모르고 재밌겠다며 동전을 넣고 총을 잡았다가 삼분 만에 총을 던지고 도망쳐서 주변의 비웃음을 샀다. 실제로 저런 세계에 던져졌다 하더라도 아마도 나는 역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또 도망치다가 혹시 총을 가졌다면 고통을 얼른 끊고자 스스로를 해치우든지 아니면 버둥거리다가 굶주린 그들의 손에 뜯어 먹히든지. 그것도 극 초반에 먹혀버린 이름도 없는 희생자 중 한명이었을 것이다. 요컨대 나는 저런 곳에서 살아남을 만한 투지가 없는 것이다.
벌써 3편째가 나온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황폐화도 가속되었다. 사람이 살 만한 땅은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사람 역시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대신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희생자이거나 혹은 희생되지 않으려 애쓰는 생존자이거나 하는 식으로 이 편과 저 편의 명확
[냉정과 열정사이] 우리 좀비처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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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었으나 능력을 잃지 않은 사내의 힘겨운 모험담(<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에 늦었지만 몇 가지 단상을 보태고 싶다. 그럴 만한 가치가 본 시리즈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리즈를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첩보영화와 비교하기보다 할리우드 영웅담의 변모라는 시야에서 보고 싶다. 이 시리즈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스파이게임> 같은 수정주의 첩보 장르 혹은 포스트 첩보 장르에 속한다는 건 분명하지만, 무엇보다 영웅상을 민첩하게 갱신하는 할리우드의 능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변치 않은 능력 가운데 하나는 당대 미국인의 자기 이미지 혹은 자아이상형을 동시대의 공기 안에서 표현하는 능력이다. 존 포드와 프랭크 카프라에서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아이상형으로서의 인민주의자/영웅을 포기한 적이 없고, 그 면모는 시대의 조건과 환경 변
[전영객잔] 본 시리즈에 대한 뒤늦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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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울혈도령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선혈낭자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김혜리 “<킹덤>은 포스트 9·11 테러 상황을 엔터테인먼트로 발 빠르게 가공한 상업영화예요.”
이동진 “겉으로는 탄식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총격과 폭발장면을 스펙터클로 신나게 소비하는 영화랄까요.”
선혈낭자님의 말(이하 낭자) : 늦어서 죄송합니다. 점심부터 못 먹었으니 눈 감아주세요.
울혈도령님의 말(이하 도령) : 뭐라도 드시면서 하세요. ^^
낭자: 그렇지 않아도 사과 먹으며 하고 있어요. ^0^
도령: 참, 오늘이 애플데이라던데요? 평소 미안했던 사람에게 사과를 선물하면서 사과하는 날이라나? 세상에나. -.- 그게 왜 오늘인지는 몰라요. 좌우지간 저같이 민폐를 많이 끼치는 사람은 사과를 트럭으로 사야 할 듯. -_-
낭자: 뭘요. 이번주에 이야기할 <킹덤&
[메신저토크] “머리는 <시리아나>인데, 몸은 <람보>인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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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호크, 마크 러팔로
<비포 선셋>의 에단 호크(사진)와 <조디악>의 마크 러팔로가 친구로 뭉친다. 마크 러팔로와 에단 호크는 브라이언 굿맨 감독의 자전적인 범죄드라마 <리얼 멘 크라이>의 출연을 결정했다. <리얼 멘 크라이>는 보스턴 남부 지역에서 절도를 일삼으며 살아가던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마크 러팔로가 주인공 브라이언을, 에단 호크가 그의 친구 폴리를 연기한다.
마쓰모토 준, 나가사와 마사미
댄스그룹 아라시의 마쓰모토 준(사진)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숨은 요새의 새 악인>를 다시 영화화하는 작품에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숨은 요새의 새 악인>은 사무라이가 농민 두명과 함께 적진을 돌파해가는 이야기로 이번 영화에선 농민 중 한명이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일본침몰>의 히구치 신지 감독이 연출하며, 나가사와 마사미가 유키 공주로 출연한다.
이미숙, 천호진
이미숙(사진)과 천호진이 영
[캐스팅] 에단 호크, 마크 러팔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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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10번째 기증품은 임권택 감독이 <천년학> 현장에서 사용했던 점퍼입니다.
‘거장의 100번째 영화.’ 사연없는 영화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은 그 무게감이 무색하리만큼 시작부터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았다. 어느 때보다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의미도 컸을 100번째 현장. 촬영이 끝나던 즈음, 자연과 세트,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 긴 여정을 겪어낸 스탭들은 임권택 감독이 촬영 내내 입고 있던 점퍼에 하나둘, 이름을 써넣기 시작했다. 현장 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하던 막내 스탭부터 명콤비이자 속 깊은 영화 동지 정일성 촬영감독, 그리고 모든 이들을 대표해 스크린 가득 얼굴을 새겨넣을 배우까지, 투박한 점퍼 곳곳에 빈틈없이 쓰인 이름들은 임권택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가 현장 구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10] 임권택 감독 점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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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미술감독
“다락방에 숨을 죽이고 오른다. 검게 먼지 쌓인 상자를 열었다. 은밀한 삶의 이야기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인생만사 오만 가지 감정들이 거기 있다. 시네마테크는 내 오래전 기억의 다락방이다. 거기서 영화와 열애에 빠져 뒤척이고, 울먹이고, 고백하고, 전전긍긍하고. 그러다보면 검은 먼지는 바람에 날리고 희미하게 내가 서 있는 이곳, 가야 할 길이 저절로 열린다. 어서 다락방에 오르자. 어서 사랑하자.”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89] 미술감독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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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니스 모리셋, 영화 주인공으로 낙점되다. <You Oughta Know>로 그래미를 수상하기도 한 모리셋은 필립 K. 딕의 소설 <라디오 프리 알베무스>의 영화판에서 실비아로 캐스팅됐다. 실비아는 레코드 회사 중역 닉의 비전 속에서 아름다운 가수지만 현실에선 닉의 비서로 일하는 평범한 여자. 모리셋은 “나는 필립 K. 딕의 상상력 넘치는 책들을 무척 좋아한다”며 “실비아를 연기하게 돼 축복받은 느낌”이라고 감격을 표했다. 모리셋은 <도그마> <제이 앤 사일런트 밥>, TV시리즈 <섹스 & 시티> <닙턱>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앨라니스 모리셋] 스크린에서도 멋진 모습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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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자매가 한 영화로 뭉친다. 다코타 패닝과 동생인 엘르 패닝이 소설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 캐스팅된 것. 이 영화는 암으로 고통받는 언니를 위해 동생이 장기를 기증할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패닝 자매가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동생인 엘르는 <아이 엠 샘>에서 언니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이 엠 샘>에서도 두 자매가 함께 나온 장면은 없기 때문에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공식적인 동반 출연작이 될 거라 이야기하고 있다. 자매의 엄마로는 카메론 디아즈가 캐스팅됐다.
[다코타 패닝] 깜찍 두배, 눈물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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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유어 라이프! 이소연이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제16회 중국 금계백화영화제에서 국제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금계백화영화제는 예술영화와 대중영화를 아우르는 중국 최대 영화 시상식. 지난 10월16일 영화제가 열린 중국 소쩌우에서 상을 받은 이소연은 “아시아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영화제에 발을 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큰 상까지 받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이소연은 음악에 빠진 직장선배들을 응원하는 여직원 유리를 연기했다.
[이소연] 중국에서 더 알아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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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이 연극무대로 몰려온다. 2007년 12월7일부터 약 2년 동안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을 포함해 세곳의 소극장에서 12편의 연극 작품을 공연하는 릴레이 프로젝트 ‘2008 연극열전’에 장진 감독, 조재현, 김지훈 감독과 <화려한 휴가>의 배우 등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조재현은 프로그래머와 배우로 동시에 활약할 예정이라고. 4년 만에 부활한 연극열전의 첫 타자는 장진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하는 <서툰 사람들>. 1월4일부터 김지훈 감독이 연출하는 <늘근도둑이야기>, 3월7일부터 추상미 출연의 <블랙버드> 등이 이어진다.
[장진] 무대가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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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의 비밀은 베끼기?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 등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간노 요코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이 된 것은 일본의 UCC사이트 ‘니코니코 동화(http://www.nicovideo.jp)’에 한 네티즌이 올린 2개의 동영상. ‘도작의혹 검증’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 영상은 간노 요코가 그동안 작곡한 음악 20여곡을 하나하나 표절 의혹이 있는 원곡과 비교하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에서 혐의를 제기한 것은 <공각기동대> O.S.T의 <Cyber Bird> <Ride On Technology> <Be Human>, <카우보이 비밥> O.S.T 중 <Pushing The Sky> <Ask DNA> <Mushroom Hunting> <On the Run> 등으로 그녀의 대표곡들이 다수 포함됐다.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돼 일본 네티즌
[간노 요코] 진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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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특별 상영회
리안의 <색, 계> 개봉을 맞아 극장 씨네큐브가 11월7일(수)부터 13일(화)까지 일주일간 <브로크백 마운틴>의 특별 상영회를 연다. 리안의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은 미국 남부에 사는 두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애절하게 담은 영화로서 완성 직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상영 당시에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미 공동 애니메이션 제작 협약
충남테크노파크가 10월30일 뉴욕의 TWC(더와인스타인컴퍼니)와 회동을 갖고(사진, 충남테크노파크 김학민 회장(왼쪽)과 하비 와인스타인 TWC 회장)이 11월 중에 한·미 공동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하비 웨인스타인 TWC 회장은 “픽사와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한국에서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TWC는 할리우드 제작자 웨인스타인
[국내단신] <브로크백 마운틴> 특별 상영회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