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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군부 조직과 비대한 군수산업의 결탁은 미국의 체험에서 새로운 것입니다. 이들의 경제적, 정치적, 심지어 영적 영향력의 총체를 모든 도시, 모든 주정부의 청사, 연방정부의 모든 사무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정부의 위원회에서 이 군산복합체가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잘못된 권력이 발흥할 재난의 위험은 현존하며,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절대로 이 결탁 세력이 우리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위협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영화는 퇴임을 3일 앞둔 아이젠하워의 연설로 시작한다. 이어서 흑백 뉴스릴의 몽타주로 당시의 미국 상황을 숨가쁘게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1960년 11월 케네디의 당선은 곧바로 취임식 장면으로 이어진다. 마틴 루터 킹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외치고, 말콤 엑스가 격정적인 제스처로 분노를 토하고, 하얀 두건을 뒤집어쓴 KKK 단원들이 십자가를 불태운다. 베
[진중권의 이매진] 시뮬라시옹으로서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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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주도 미스신>의 한예슬은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익히 알려진 대로 조막만한 얼굴에 오묘하게 자리한 이목구비들이 너무 인형처럼 예쁜 나머지 지금까지 어딘가 목에 생선가시처럼 꺼림칙하게 걸리는 느낌이 아주 약간의 약점이었다면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이라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통해 그것까지도 말끔하게 없애버린 그녀는 그야말로 보는 사람을 사뿐히 무장해제시킨다. 아름다운 얼굴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미끈한 몸매와 사랑스러운 애교까지, 누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한예슬이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울수록, 신미수의 고뇌는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저 멀리로 날아간다.
이것은 너무 예쁜 사람이 보통 여자의 고통을 연기하려고 할 때 아주 흔히 부딪히게 되는 거부감이다.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여주인공을 천상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려 인간의 냄새를 입히기 위해 몇 가지의 클리세를 사용한다. 뿔테안경에 캐주얼 의상을 입혀놓은
[냉정과 열정 사이] 그대는 참으로 부지런한 미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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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 영화들은 변덕스러운 순간순간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통해 현실에 약게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기민하지 못한 영화들은 영화제로 가거나 아트영화전용관에서 그들의 더딘 언어를 이해해주는 관용 깊은 관객을 만나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아마도 기민한 상업영화들에 대한 평단의 일률적 무관심 혹은 냉대는 어쩌면 둔감 혹은 오만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약삭빠른’ 영화들이 보이는 우둔함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기민한 척 호들갑을 떨면서 소비사회의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는 오인에 빠져 있는 손쉬운 영화들의 등장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무관심으로 전이되고, 이것이 영화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더 손쉬운 영화를 양산케 하는 나쁜 순환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재능이 부족하고 산만한 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손쉬운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방식이란 바로 성공적 상업영화의 패턴을 개성없이 따라하는 것이다.
시류성 강한 사랑이나
[영화읽기] 약삭빠른 트렌디 영화의 우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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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시간이 급히 흐르기를 바란다. 끝이 빨리 가기를 바람에서다. 가당찮은 생각을 품어서인지 12월 내내 내 마음은 느릿느릿, 시름시름하는 편이다. 느림과 시름을 안고 저녁 무렵 조안리로 이어지는 시우리고개로 산책을 나갔다. 일요일 5시를 지나 6시로 가는 저녁으로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산등성에 가지런히 선 겨울나무들의 평상심에 감탄치 않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마는 난 늘 그 나무들로부터 배우는 느낌이 든다. 겨울나무들의 자태는 그대로인데 내리는 어둠이 낯설었다. 겨울밤의 칠흑 같다는 어둠과 달리 이른 저녁의 어둠은 오히려 희끄무레한 빛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지는 태양이 아니라 내리는 어둠이 길을 밝히는 느낌을 준다. 꽤 높은 산이 늘어선 시우리의 지형 때문일까? 죽음의 시간도 칠흑 같지 않고 이만큼의 어둠이기를 바라는 저녁이다. 이런 계절이니만큼 사실 난 한국형 블록버스터나 다른 블록버스터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매우 명랑한 영화도 가당찮다. 반면 <강을
[전영객잔] 경계인이 만드는 새로운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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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다리다 미쳐>는 네 커플의 이야기에 질적인 편차가 좀 있어요. 어떤 장면은 좋았지만 어떤 장면은 ‘기획영화’로서의 설정을 앙상하게 드러내 아쉬웠어요.“
김혜리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연인들이 보기에 괜찮은 로맨스에요. 여성 캐릭터들이 피해자나 희생자로 그려지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거꾸로: 다음은 입대한 청년들과 그 연인들의 사례를 들여다본 로맨스 <기다리다 미쳐>를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군대를 간 적도 없거니와 애인을 군대에 보낸 적도 없답니다.
맹스터: 허허. 이 영화가 판타지영화처럼 보이셨겠구랴.
거꾸로: 뭐 직접 경험해야만 아나요? ^.~ 비록 경험은 없으나 철모에 일련번호 붙이고 줄줄이 앉아 있는 극중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니까, ‘저 가운데 내 남자친구가 있다면 정말 슬프겠구나’ 싶었어요.
맹스터: 참 한국적인 소재죠?
거꾸로: 예, 좋은 소재예요. 관객의 다수가 경험했음직한 한국 특유의 문제니까요.
맹스터: 극
[메신저토크] “네 커플의 이야기에 질적인 편차가 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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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맹스터님(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거꾸로 가는 시계님(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김혜리 “<아메리칸 갱스터>는 마치 미국 자본주의 역사의 환유 같아요”
이동진 “마약범죄, 인종차별, 계급 문제 등 여러 개의 가치기준이 겹쳐 있어요”
거꾸로 가는 시계님의 말(이하 거꾸로): <아메리칸 갱스터>는 제목이 배포 한번 크죠? 한국으로 치면 <조직폭력> 같은 제목인 셈이잖아요? -.- 영화 장르로 해석해도 <미국 갱영화>니 이건 뭐…. ^^
코리안 맹스터님의 말(이하 맹스터): 마틴 스코시즈의 <갱스 오브 뉴욕>을 능가하는 야심찬 제목이죠. ^^ 제목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거꾸로: ‘이보다 더 거창한 제목은 없겠지?’ 내심 자신했던 스코시즈 감독이 ‘아차, 이게 있었군’ 하고 약올랐겠어요.
맹스터: <더 갱스터>라는
[메신저토크] “기존 갱스터 영화에 비해 지적인 면모가 강조되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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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을 둘러싼 국보급 음모에 미대륙이 한 주 더 열광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이하 <내셔널 트레져2>)이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것. <내셔널 트레져2>가 개봉 2주차에 벌어들인 수입은 3563만달러로, 지난 주 수입과 더해져 누적수입이 1억2403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주말 상위 10위 안에 랭크된 영화 중 누적수입 1억달러를 넘은 영화는 모두 4편으로, <내셔널 트레져2> <앨빈과 슈퍼밴드> <나는 전설이다> <마법에 걸린 사랑>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 5주 연속 침체를 보였던 가을 극장가의 슬럼프를 확실히 벗어난 모습이다.
10위 안에 새로 진입한 영화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2>와 <워터호스: 심해의 전설>이다.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2>는, 2004년 개봉한 <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1억달러 넘기며 2주 연속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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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 나다에서 장 르누아르를 만난다
극장 하이퍼텍 나다가 시네프랑스 2008년 첫 번째 행사로 장 르누아르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시네프랑스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와 일요일 4시에 프랑스영화를 상영하는 행사. 1월과 2월 동안 상영될 장 르누아르의 영화는 <프렌치 캉캉> <토니> <인간야수> <익사 직전에 구조된 부뒤> <암캐> <시골에서의 하루> <보봐리 부인> <게임의 규칙> <거대한 환상> 등이다. 02-766-3390, www.dsartcenter.co.kr
SICAF 공식경쟁부문 작품 공모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조직위원회가 2008년 5월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SICAF 2008’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의 공식경쟁부문 작품을 공모한다. 장편, 단편, TV&커미션드, 인터넷 애니메이션 부문에 걸쳐 모집하며 2006년 1월1일 이후 완성된 작
[국내단신] 장 르누아르를 만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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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노사의 ‘2007 임금 및 단체협약’이 시행된 지 6개월 동안 근로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는 “과거처럼 이틀 내지 삼일에 걸쳐 쉬지 않고 몰아서 촬영하는 관행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밝혔다. 영진위가 펴낸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12월호에 따르면, 1일 기준근로 8시간(1주 기준 40시간)을 초과할 경우 제작사는 스탭들에게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함에 따라 무리한 밤샘 촬영 강행 등이 대폭 줄었다. <연인> <1724 기방난동사건> 등 2편의 영화를 사례로 삼은 이 보고서는 임단협 시행 이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의 임금 지급 △ 주 휴일제 안착 △ 제3조수급 이하 스탭들의 임금 인상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임금 지급 △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 가입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일부 스탭들의 임금액이 (임단협 시행) 이전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무리한 밤샘 촬영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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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철중이 활동을 개시했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중>이 지난 12월18일 서울 상일동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날은 강철중(설경구)이 딸 미미의 학교에서 일일교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전직 악덕 고리대금 업자인 산수와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공공의 적> 1편에서도 산수를 연기한 이문식이 같은 캐릭터로 가세했으며 칼잡이 용만을 연기한 유해진도 다시 용만으로 분해 참여한다. 전편에 나온 강력반 식구 강신일과 이정학도 그대로 출연하며, 새로운 공공의 적은 정재영이 연기한다.
강철중 다시 활동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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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사정이 어렵다고 하더니 독립영화계에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최우수상 상금을 마련하지 못해 곤란에 처할 뻔했다. 독립영화기금이란 이름으로 CGV에서 진행해왔던 지원이 없어졌기 때문. 독립영화기금은 CGV와 CJ가 2002년부터 독립영화 육성을 위해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서울독립영화제를 후원해온 지원책이다. 최우수상 상금은 물론 해외 초청 부문 준비에 드는 비용,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운영비와 독립영화 제작지원비까지 포함한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최우수상 상금은 CGV쪽에 따로 요청해서 받을 수 있었지만 다른 부분들의 비용을 마련하느라 열심히 뛰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충무로 자금사정의 악화와 영화시장 전체의 위축으로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겠지만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로선 아쉬운 현실.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야 일회성 행사고 축소 운영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한독협이나 독립영화 제작지원은 어려운 현실을 맞았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인디스토리] 새해엔 넉넉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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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6일 저녁 무렵 네이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10월에 종영한 <화려한 휴가>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 것이다. 그건 바로 그날 <화려한 휴가>의 대여점용 DVD가 출시됐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 출시된 DVD를 곧바로 복제한 영화 파일이 인터넷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기 시작했던 탓이다. 결국 이 파일을 검색하기 위한 수많은 ‘손길’이 <화려한 휴가>를 인기 검색어로 등극(?)시켰다는 얘기. <화려한 휴가>의 출시사 CJ엔터테인먼트 정태성 과장은 “비디오숍이 사라지고 DVD 플레이어 보급률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 불법파일까지 성행하니 비디오와 DVD의 수익은 저조하다”고 말한다. 극장과 DVD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대등한 일본, 미국과 달리 극장 수익이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된 데는 이처럼 신속한 복제의 영향이 클 것. 불법복제의 폐해가 이토록 심하다면 불법파일의 원본 역할을
[충무로는 통화중] 불법복제도 스피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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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홈런타자를 기대했던 한국영화, 만루홈런을 맞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연말 시즌을 맞은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12월27일 개봉한 <가면>과 <헨젤과 그레텔> 또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2월27일 현재, 예매 순위에 따르면 <가면>과 <헨젤과 그레텔>은 8% 이하의 점유율을 보이며 고전 중이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영화가 지난 12월18일에 개봉한 <내 사랑>이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24일에 9만5천명, 휴일인 25일에는 14만5천명을 동원한 <내 사랑>은 다음날인 12월26일까지 전국에서 약 60만3천명을 동원하며 1월 첫주 예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지켰다. 물론 블록버스터 외화들의 공세는 더더욱 거침이 없다. 개봉 8일 만에 전국 200만명을 돌파한 <황금나침반>이 2주 연속 예매 순위 정상을 차지했는가 하면, 1월 첫주의 새로운 선수인 <마고리엄의 장난감백화
한국영화 최악의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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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거의 모든 공중파를 통해서 거의 모든 국민들이 한두번 이상은 ‘시상식 무대’를 보았다. 방송사별, 분야별로 경쟁이 붙은 덕에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들을 거리는 별로 없었다. 수상자 열에 일곱여덟은 “먼저 하느님께 감사”한 다음 “피디님과… 부모님과… 선후배 동료와…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천편일률적인 소감을 나열했다. 안재욱씨가 라디오 진행의 매력에 대해 “우리는 스탭들에게도 직접 밥상을 차려 드린다”는 ‘패러디’를 선보인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 언제였던가. 심지어 김혜수씨조차도 그저 그런 멘트를 해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대체 당신이 읽은 그 많은 책에서 ‘베껴다 쓸’ 말조차 없었던 거야?)
스타는 저 하늘에서 반짝이는 존재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산다. 이를테면 똑같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을 우리 옆집 언니가 하면 듣고 넘어가지만 배우 오지혜씨가 하면 귀를 기울이는 법이다(근데 남자애 둘 키우는 우리 옆집 언니가 진짜 그런 말을 하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스타 얼리어답터’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