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묘사는 말자. 이연희는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외모를 가졌다. 그 첫사랑이 실재한 누군가든 아니면 가상의 누군가든 간에 말이다. 첫사랑 탐구에 일가를 이룬 이명세 감독의 선택이기도 하니 괜한 추어올림이나 사탕발림은 아니다. 뱉어내는 것보다 빨아들이는 것이 훨씬 많은 스무살 배우는 <M>에서 무엇을 건져올렸을까. 기다랗고 마른 팔을 휘저으며 이연희가 들려준 <M> 스토리.
Meet M
<M> 시나리오를 받은 건 지난해 9월이에요. 받고 당황했을 텐데…. 시나리오 건네주신 분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어요. 근데 보고 나서 ‘저, 이해 다 했어요∼’ 그랬다니까요. 정말? 에이∼. 감정이나 느낌은 다 알 것 같았어요. 다만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가 궁금했죠. 그때 저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다 드라마틱한 로맨틱코미디였어요. <M>은 특이한 이미지나 요소들이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명세 감독은 이연
[이연희] 깨어나지 않는 첫사랑의 꿈
-
강동원의 영화는 위험했다. 강원도 시골 총각으로 분한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희철이나, 반항과 애교를 함께 품고 있던 <늑대의 유혹>의 태성, 사형수의 세월을 눈물과 사랑으로 토해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윤수는 모두 강동원이란 피사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배반하고 위협했다. 큰 키와 작은 얼굴, 여리게 떨어지는 팔과 몸의 라인은 영화란 텍스트를 담아내기에 서툴러 보였고, 슬랩스틱코미디(<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친근함, 애달픈 사랑(<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뜨거운 눈물은 마치 그의 것이 아닌 양 어색해 보였다. 그의 정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낸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조차 그는 애교 섞인 대사와 누나란 호칭 앞에서 왠지 주저하는 것 같았다. 웃음을 주기에 그는 냉정해 보였고, 사랑을 하기엔 다소 무심해 보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두 남녀의 애절한 사연보다는 강동원과 이
[강동원] 미스터리를 유영하는 남자
-
영화 저널리스트에게 영화 리뷰와 인터뷰를 하는 것 중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울까? 영화 리뷰는 수사를 더욱 능통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며 더 깊은 비평적 기술을 요구하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본인은 영감 가득한 리뷰만큼이나 훌륭한 인터뷰에 대해 존경심이 인다. 분명 인터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능력을 요구하고, 인터뷰어는 인간 상호작용의 예측 불가능한 성질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인터뷰를 하는 것에 거의 신비주의적인 특성을 부여한다. <뉴욕타임스> 기자 클라디아 드라이후스는 인터뷰를 “사랑을 만드는 행위”에 비유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단순할지도 모른다. 인터뷰 기술에 비교적 영향력있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에 존 사와츠키라는 캐나다인이 있는데, 2년 전 미국의 스포츠 채널인 <ESPN>에 고용되기 전 몇년간 인터뷰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했었다. 사와츠키는 흥미로운 대답을 하게 하거나 지루한 대답을 하게 하는 각기 다른 질문들의
[외신기자클럽] 인터뷰의 기술
-
10년 동안의 공백을 접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올해로 2회를 맞는 로마국제영화제(이하 로마영화제)에 참석한다. 10월18일 개막해 27일까지 열리는 로마영화제에서 코폴라가 선보일 영화는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된 <유스 위드아웃 유스>로, 언어학 교수를 연기하는 팀 로스가 자살을 결심한 날 벼락을 맞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으면서 몸과 마음이 다시 젊어짐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코폴라가 10년 만의 컴백장소로 로마를 선택한 데 대해 이탈리아 언론은 꽤나 관심을 기울이는 눈치다. “많은 영화제에서 내 영화를 원했지만 내가 보기에 로마영화제야말로 시민과 관객을 위해 영화를 선택하는 장소”라고 말한 코폴라 감독의 발언을 통해 언론들은 베니스영화제와 로마영화제 사이의 미묘한 경쟁관계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다.
로마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와 딱 한달간의 시간차를 갖고 있는 탓에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일간지들이 너도나도 두 영화제의 경쟁을 ‘전쟁’이라고
[로마] 로마에 펼쳐지는 시네마 천국
-
-
<스타워즈> TV시리즈로 제작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를 텔레비전 방송용 실사물로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루카스 감독은 이와 관련한 작업에 이미 착수한 상태로, 루크 스카이워커나 다스 베이더 등 영화의 주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감독은 “마이너한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로봇의 생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TV애니메이션 <클론 전쟁>의 CG애니메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미국, 극장 내 광고수입 15% 상승
미국의 극장 내 광고수입이 2006년 4억5570만달러를 달성했다. 3억9480만달러였던 2005년과 비교하면 15% 상승했다. 극장 내 광고는 영화 전 삽입되는 영상광고와 스탠딩, 팝업, 프로모션 등의 오프스크린광고로 나뉘는데, 2006년 각각 4억1740만달러와 383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극장광고위원회(CAC: Cinema Advertisi
[해외단신] <스타워즈> TV시리즈로 제작 外
-
대학기숙사에 기거하는 청춘군상이 있다. 유럽여행을 떠난 환상 속의 연인 빅터의 귀환을 기다리는 숫처녀 로렌(섀닌 소사몬), 남성호르몬 넘치는 드럭딜러 숀(제임스 반 데어 빅), 숀을 짝사랑하는 게이청년 폴(이안 소머핼더), 로렌의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생각없는 금발의 코카인쟁이 로라(제시카 비엘). 섹스와 마약으로 청춘을 탐닉하던 이들 훈남훈녀는 서로를 향한 일방통행의 공허한 관계로 얽혀 있지만 ‘세계 종말의 파티’를 기점으로 우르르 허물어지게 된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원작을 각색한 <뒤로 가는 연인들>은 로저 애버리의 신작이다. 애버리가 누구냐고? 90년대를 휘어잡았던 ‘비디오 가게 점원출신’ 중 한명인 그는 <펄프 픽션> <트루 로맨스>의 각본을 공동으로 썼으며, 데뷔작 <킬링 조이>(1994)로 한때 “타란티노를 능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았던, 잊혀진 감독이다.
<뒤로 가는 연인들>은 애버리가 지난 2002년에 만들었
뒤로 가는 재능 <뒤로가는 연인들>
-
상영은 하되 가이드라인을 추가하라. 영국 대법원이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중등교육기관 상영을 둘러싼 소송의 판결을 내렸다. 전세계 기후 변화를 소재로 한 <불편한 진실>은 영국 정부의 허가하에 중등교육기관에 교육용 DVD로 배포될 예정이었으나 한 학교 교장이 이를 반대하는 소송을 내 그 여부가 불확실해진 바 있다. 영국 대법원은 영화의 “일방적인” 견해를 보충하는 가이드라인을 포함시키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논쟁적인 지점에 대해 설명하는 범위 내에서 이 작품의 중등교육기관 상영을 허용한다고 결론지었다. 재판을 담당한 버튼 판사는 고어의 영화가 “대체로 과학적인 조사와 사실에 기초”했지만 일부 “기우와 과장의 정황”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해수면이 23피트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와 지구 온난화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일으켰고, 차드호의 물을 증발시켰으며, 킬리만자로산의 눈을 용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What's Up] <불편한 진실>을 허하라, 다만 설명 좀 덧붙여서
-
한결 작아진 파이 때문에 모두가 울적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가을은 모두가 행복한 모양이다. 지난 10월13일과 15일자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뚜렷한 대작이 극장가를 휩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객을 겨냥하는 중소 규모의 특색있는 영화들이 평화로운 공존에 성공했다.
10월 둘쨋주 2천개관 이상의 규모로 개봉한 세편의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5위 안에 안착하여 모두 1천만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1위를 차지한 로맨틱코미디 <나는 왜 결혼했을까?>는 흑인 극작가 겸 배우인 타일러 페리 감독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영화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폭적인 지지로 흥행수익이 2천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와킨 피닉스 주연의 범죄드라마 <우리는 밤을 지배한다>는 개봉 첫주 3위를 기록하며 남성 관객의 힘을 증명했고, 10월 첫쨋주 15개관에서 100만달러 가깝게 수익을 올리며 시작한 조지 클루니 주연의 <마이클 클레이튼>은 2511개
미국 극장가의 행복한 가을
-
학교 다닐 때 반성문 한번 안 써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나 <친구>에 나오듯 이삼십년 전 고등학교에선 뺨을 때리거나 몽둥이로 패는 비인간적 처벌이 대세였지만 맞고 나서도 반성문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반성문을 쓰라는 이유는 짐작건대 너의 잘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기 위함이다.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 반성문을 쓰는 것은 어려울 게 없다. 자신에게 솔직할수록 문장도 매끄럽게 이어지게 마련이다. 반성문 하면 떠오르는 게 있는데 대학을 다닐 때 시위를 하다 경찰서에 잡혀간 일이다. 그때 경찰서에서 요구한 것은 반성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자신을 학교 선도부 선생님으로 착각하고 있었고 나는 선생님한테 혼나는 고등학생처럼 다소곳했다. 범법자와 공권력의 사이에 사실관계를 적는 조서가 아니라 반성문이라는 것이 개입된다는 것이 공과 사의 경계가 희미한 한국사회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양심수에게 전향서를 요구
[편집장이 독자에게] 어떤 반성문
-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가 놀랍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자오우 메가조이픽처스 부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영화의 총수입은 57억3천만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약 7천억원 규모. 이중 극장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전체 매출액의 46% 수준인 26억2천만위안쯤 된다. 자국영화의 극장 매출 기준으로만 보면 아직 한국 영화산업의 절반 수준이다. 참고로 한국영화는 지난해 5916억여원(영진위 집계)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중국 영화산업의 총수익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영화채널을 통한 방송수입과 해외판매 수입은 극장 매출보다 더 많다. 불법 복제물에 대한 정부의 규제, 관련 부처 내에서 시작된 등급제 논의, 외화 수입 편수 확대 등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그동안 중국의 영화시장 확대를 가로막았던 유통 환경 또한 어느 정도 변화할 전망이어서 대륙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국가가 한발 물러서고 그 자리를 민간자본과 해외자본이 메우기 시작하
[쟁점] 중국시장 공략, 달라져야 산다
-
공포영화 <30 데이즈 오브 나잇>이 박스오피스의 새로운 승자가 됐다. 가을 비수기에 접어든 극장가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독식하는 대신, 매주 3~4편의 신작이 튀지 않는 성적으로 개봉했는데, 10월 셋째주 역시 <30 데이즈 오브 나잇> <곤, 베이비, 곤> <더 컴백스> <렌디션> 등 신작이 개봉한 가운데 <30 데이즈 오브 나잇>이 정상을 차지했다. 데뷔 성적도 1600만달러로, 1위로 데뷔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수입이다. <30 데이즈 오브 나잇>은 스티브 나일즈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면 30일 동안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하는 알래스카의 마을에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들이 침공하며 벌어지는 호러 영화다. 샘 레이미가 제작했으며 <하드 캔디>의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이 연출, 조시 하트넷, 멜리사 조지, 대니 휴스턴 등이 출연했다.
평단의 우호적인 반응을 얻
뱀파이어 영화 <30 데이즈 오브 나잇> 북미 1위
-
[헌즈다이어리] <궁녀> 사건은 무조건 묻어 두고 보자
[헌즈다이어리] <궁녀> 사건은 무조건 묻어 두고 보자
-
유아인, 주지훈, 김재욱, 최지호
케이크 가게의 주인공 4명이 결정됐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앤티크-서양골동 양과자점>의 주연배우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유아인, 드라마 <궁>의 주지훈(사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김재욱,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의 모델 출신 배우 최지호가 출연한다. <앤티크…>는 케이크 가게를 배경으로 각자 독특한 사연을 가진 남자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유아인은 전직 복서이자 파티셰 견습생, 주지훈은 케이크 가게의 사장, 김재욱은 남자든 여자든 한눈에 반하게 하는 천재 파티셰, 최지호는 주지훈의 보디가드를 연기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며 10월 말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헬렌 미렌
<더 퀸>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헬렌 미렌이 차기작을 결정했다. 미렌
[캐스팅] 유아인, 주지훈 外
-
홍성남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칼 드레이어의 <분노의 날>을 처음 본 건 십대 때였는데 그땐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할 준비가 안 되었다고 했다. 이 글을 봤을 때 자연히 눈길이 간 것은 십대 때 드레이어의 영화를 봤다고 하는 사실이었다. 우리 세대는 정작 중요한 영화보기를 잠시 접어둔 채 영화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시네마테크로 인해서 우리 다음 세대는 일찍이 ‘드레이어의 영화’를 보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87] 영화평론가 홍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