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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용서는 가해자에 대해서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자비심입니다.” 그리고 티베트를 유린한 중국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은 용서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을 거라고 말했다. 미워하는 대상이 있으므로 해서 용서라는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정신은 실제로 티베트의 무장 게릴라 단체를 해산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1960년 티베트 전역에서 독립을 위한 무장 게릴라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할 때 네팔 접경지대인 히말라야 산중에 근거를 둔 캄파 유격대는 중국군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골치를 앓던 중국 정부는 네팔에 압력을 가했고, 네팔 정부는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에 연락해 게릴라 활동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말이 요청이지 실제로는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원하던 네팔 정부의 압력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곧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녹음테이프를 무장 게릴라 단체에 전했고, 산중에서 악전고투하던 게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프리 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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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부산이 기획한 다섯 번째 ‘월드 시네마’ 상영회에서 3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는 호사를 누렸다. 해운대에 흐드러진 벚꽃이, 서울 사는 내겐 올해 첫꽃인 셈이라, 둔감한 마음도 왈칵 붉어졌다. 우쭐해져 돌아왔더니 그새 서울에도 목련과 개나리가 속임수처럼 당도해 있다. 봄의 북상과 나의 짧은 여정이 정확히 엇갈린 셈이다. 그 미묘한 위화감은, ‘월드 시네마’ 행사 내내 뒷덜미를 간질인 감정과도 흡사했다. 요컨대 “나는 이 영화를 정말 본 것일까?”라는 의혹.
이번 상영작 중 에르마노 올미 감독의 1978년작 <우든 크로그>(The Tree of the Wooden Clogs)가 있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북부 소작농들의 경건하고 고된 삶을 네오리얼리즘과 시인의 눈으로 그린 영화다. 나는 <우든 크로그>를 90년대 초 출시 비디오로 접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그간 내 기억 속 가난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롬바르디아의 마을에는 줄곧 추적추적 비
[오픈칼럼] 영화를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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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불쑥 사촌동생이 테이프를 밀어넣으며 말했다. “누나, 이거 한번 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이런… 두 시간 꼼짝도 못하고 강하게 시선을 고정시킨 나는, 일종의 충격에 휩싸였고 그 시간 이후 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정확히는 아니메에 꽂히고 만다. 오토모 가쓰히로의 <아키라>. 그날 이후 나는 <아키라>의 세례를 받고 아니메에 입문했다고, 감히 떠들고 다녔다.
그리고 이제 내 인생의 영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말한다.
아니메를 찾아보며 관심이 증폭되던 그 시절의 어느 날, <씨네21>에 실린 기사가 마음을 뒤흔들었다. 1995년 하반기, <공각기동대>와 <메모리즈>가 한 페이지씩 차지한 것이다.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블레이드 러너>를 거론하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를 존경할 정도로 웰메이드SF를 좋아하고 인간의 정체성을 끌어안고
[내 인생의 영화] <공각기동대>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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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A, B항 중에서 서로 관계가 있는 것끼리 번호를 묶으시오.”
A-①불한당 ②남자조종법 ③5인의 해병 ④이 세상 어딘가에 ⑤마음대로 사랑하고 ⑥급행열차를 타라 ⑦3등과장 ⑧조춘 ⑨주유천하 ⑩5색 무지개
B-①이 하늘가에 ②숨은 성새(城塞)의 3악인 ③용심봉 ④천국과 지옥 ⑤이름도 없이 아름답고 가난하고 ⑥5인의 저격병 ⑦조춘 ⑧가정의 사정 ⑨남자사육법 ⑩수호황문만유기
1963년 5월24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표절 관련 기사의 첫머리다. 일본 원작을 무단으로 베끼는 것이 일부 몰지각한 제작자들의 행태만은 아니었나보다. ‘쉬운 퀴즈 문제’라는 덧말까지 붙여서 비꼬았다. 누가 누구를 욕하랴.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까지 일본 원작을 밀수해 제 것처럼 내놓았다. 일본 원작 불법 밀수는 한해 200여편의 영화가 쏟아지던 1960년대 충무로의 엄연한, 그리고 편리한 유행이었다. 시나리오작가인 최금동이 쓴 1962년 1월19일 <한국일보>에 ‘표절작가를 고발하라’
[한국영화 후면비사] 베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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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만약 너의 자식이 나중에 “사람들이 그러는데 엄마는 걸레라던데 정말이야”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래서 아이가 굉장히 삐뚤어진다거나 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글쎄 걔 인생은 걔 인생이지라고 말하는 게 쿨한 말이겠지만 정작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냐 아냐 엄마는 걸레가 아니야, 라고 이야기할까 생각해봤지만 “사람들이 엄마가 걸레라던데!”라고 하면 뭐 어쩔 수 있나. 그래서 내가 걸레냐 하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도대체 걸레의 정의가 무엇인가? 복수 이상의 남자와 무분별한 성관계를 갖는 여자? 태어나서 결혼할 단 1명 이상과 다회 성관계를 가진 여자? 사귀지 않더라도 아무하고나 자는 여자? 글쎄, 그중에 내가 어디 해당할지 몰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든 누구도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누구 남편하고 잔 적은 없고 애인있는 남자하고 잔 적도 없고 누굴 강간한 적도 없고, 병 옮긴 적도 없다. 결국 가상의 아들 혹은 딸에게 별로 대
[냉정과 열정 사이] 이 후진 여자, 이 바보 같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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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506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집단몰살사건이 발생한다. 육군참모총장의 아들이 소대장으로 있던 곳, 그곳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은 은폐되고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허용된 시간은 하룻밤. <GP506>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미스터리 수사극이다.
GP(Guard Point)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최전방감시초소다. <GP506>의 GP가 알레고리의 공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수창 감독은 전작(<알포인트>)에 이어 다시 한번 군대 이야기를 한다. 그의 군대 이야기는 무용담이 아니라, 무용담의 이면(裏面)에 대한 탐색이다(그가 각본으로 참여했던 <하얀전쟁>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밀림, 그리고 최전방 GP의 지하 벙커, 그곳은 모두 어둡고 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 밀림 속 R-Point가 대리전쟁에 동원된 용병들의 ‘공포와 죄의식’을 무대화하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Guard Poi
[영화읽기] 욕망과 무의식의 무대, 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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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만큼 동북아 한·중·일 세 나라에서 오랫동안 성가를 누려온 콘텐츠가 따로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AD 3세기 무렵 위·촉·오 세 나라가 다툼을 벌인 그 사단이 진수라는 사가의 손에 의해 <삼국지>라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진 이래 명나라 초엽인 14, 15세기에 나관중에 의해 이른바 장회체 소설로 자리잡기까지 장장 한 밀레니엄의 세월을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의 입을 통해 구전되어온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동안 고사니 설서니 강창이니 소설이니 경극이니 하는 서사의 전 장르와 양식을 통튼 변천사가 바로 이 <삼국지> 이야기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입에 오르내려 대중의 귀를 사로잡거나 그림으로 백성의 눈을 즐겁게 한 사정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삼국지> 가운데 압권으로 정평이 있는 적벽대전을 우리네 판소리 마당에서도 결코 외면하지 않았으며, 제법 오래전의 월탄 박종화본으로부터 근자의 이문열
[영화읽기] 文의 품에 안겨 사라지는 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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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미국을 방문한 것은 홍콩인들이었다. 홍콩영화의 특징은 집이 없다는 것이다. 혹은 집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 할아버지의 나라(祖國)란 상상 속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라진 한족들의 나라 명조(明朝). 영국 식민지의 도시. 2046년 ‘완전한’ 중국 반환. 그들은 집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 갈 때 버려야 할 것이 없었다. 오우삼은 오마주를 먼저 찍은 다음 원본의 나라에 왔다. <페이스 오프>에서 도대체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가를 놓고 좁은 방에서 서로 뒤바뀐 얼굴의 두 주인공이 거울을 마주보면서 총을 겨눌 때 오마주는 거의 어떤 물신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진다. 서극과 임영동은 할리우드에 간 다음 그러나 곧 다시 돌아왔다. 할리우드를 방문해서 가장 성공한 홍콩인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무술감독인 원화평일 것이다. 그는 무술영화의 동작과 할리우드 테크놀로지를 (들뢰즈의 유머를 빌리자면) ‘코넥션’(connexion)시켰다. <
[전영객잔] 우리는 지구 위에 살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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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유격훈련) 두명의 중국인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지구 반대편으로 갔다. 한명은 허우샤오시엔이고, 다른 한명은 왕가위이다. 한편은 <빨간풍선>이고, 다른 한편은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다. 허우샤오시엔은 파리로 갔고, 왕가위는 뉴욕으로 갔다. 두 사람 모두 자기가 자란 곳을 떠나서 만든 두 번째 영화이다. 허우샤오시엔은 도쿄에서 <카페 뤼미에르>를 만들었고, 왕가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해피 투게더>를 찍었다. 허우샤오시엔은 불어를 할 줄 모르고, 왕가위는 영화제에서 영어로 인터뷰를 한다. <빨간풍선>은 불어로 진행되고,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영어로 진행된다. <빨간풍선>에는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 송(宋)이 등장하지만 그녀가 중국인 인형사를 통역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중국어로 말하지 않는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는 단 한명의 중국인도 나오지 않는다. 두편 모두 원
[전영객잔] 우리는 지구 위에 살고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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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잔인한 살인 현장이 생중계되는 사이트가 열린다. 사람들이 하나둘 살해되면서 FBI 사이버 수사대 제니퍼 마시(다이앤 레인) 요원은 그리핀 요원(콜린 행크스)과 함께 사건을 맡게 된다. ‘많이 볼수록 빨리 죽는다’는 범인의 경고에도 실시간 살해 현장을 보려는 사이트 접속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심지어 은연중에 좀더 가혹한 살인 방법을 요구하게 된다. 한편 범인은 제니퍼의 가족과 동료까지 다음 표적으로 삼고, 제니퍼는 피살자들 모두가 ‘러시아워 자살’이라는 특정 동영상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져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추악한 이면에 대한 폭로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실제 살인, 범죄 현장의 동영상을 보면서 스릴을 느낀다. 잔인한 고문과 살인이 그대로 생중계되는 UCC 앞에서 그들의 양심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와 사이버 수사대의 추적, 그리
사이버 범죄에 무감각한 현대인들 <킬위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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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사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어쩌면 거짓말이다. “나는 의술의 신들을 증인으로 삼고 나의 능력과 판단에 의해 다음 선서를 준수함을 맹세하며 누구도 해치지 않겠다.”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을 인용한 <패솔로지>는 당연히 그러하리라 믿는 의사의 본분을 거꾸로 뒤집어보는 상상의 스릴러다. 엘리트 의사들이 모인다는 메트로폴리탄 대학병원의 병리학(pathology)실. 테드 그레이(밀로 벤티밀리아)는 결핍없는 인생을 갖춘 젊은 의사다. 그는 핸섬하고 똑똑하며, 자기처럼 부족할 것 없는 여자친구 그웬(알리사 밀라노)과 약혼도 한 상태. 학문적 성취욕을 품고 뉴욕에 온 그는 동료 의사 제이크(마이클 웨스턴)의 손에 이끌려 일탈의 세계를 알게 된다.
시체 놓고 게임하기. 제이크 휘하의 명석한 젊은 의사 패거리는 사람을 살해하고 그 방법을 알아맞히는 내기를 밤마다 벌인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며,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기에 그들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호러의 매력을 느낄만한 장르물 <패솔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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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천사가 살고 있다는 게 맞나봐요”라는 마리온 코티아르의 감격적인 오스카상 수상소감에도 불구하고 LA에서 천사가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사의 도시’ LA를 배경으로 하는 <스트리트 킹>은 더 나아가 이곳엔 천사의 날개깃 부스러기조차 굴러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톰 러들로(키아누 리브스)는 LA경찰국 소속 형사로 수년 전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폭력성과 충동에 휘둘리고 있는 그는 법적 절차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러들로는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한 쌍둥이 어린이 실종사건을 폭력적으로 해결한 뒤 증거를 조작하며, 이 덕분에 그의 상관인 잭 완더(포레스트 휘태커)는 총경으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내사과의 책임자 제임스 빅스(휴 로리)는 그의 탈법적이고 돌출적인 수사방식에 의문을 품고 내사를 진행한다. 한때 파트너였던 워싱턴이 빅스에게 자신
LA의 밤과 낮 <스트리트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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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4월15일 2시
장소 롯데 에비뉴엘
이 영화
거대 IT 회사 신드라 컴퍼니가 개발한 ‘코쿤’이라는 체험 시뮬레이션 게임 시연회에 참석한 코난.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기 몇 분 전, 게임의 개발자인 전충호가 ‘JTR’이라는 의문의 메세지를 남긴 채 시체로 발견된다. 메시지를 본 코난은 게임 속에 살인에 대한 단서가 있을 것을 직감하고 50명의 아이들과 함께 게임에 참여한다. 하지만 고도의 인공 지능 ‘노아의 방주’가 서버에 침입해 게임 속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50명의 뇌를 전부 파괴하겠노라 선언한다. 코난은 주어진 5개의 게임 중 100년 전 런던을 무대로 선택하고, 전설적인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100자평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의 주간소년선데이에 14년간 연재중인 <명탐정 코난>은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추리 만화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코난 시리즈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명탐정 코난, 19세기 런던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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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귀신이 아니라 천사다. 25살이 되도록 한번도 섹스를 하지 못한 정현(김혁)에게 어느 날 아리따운 귀신 수아(정시아)가 나타난다. 수아는 그에게 매일밤 섹스의 황홀경을 선사하는 것도 모자라 정현을 모든 여성이 우러러보는 남자로 만들어준다. 물론 공짜가 있을 리 없다. 수아와의 밤이 짙어질 수록, 정현의 주변에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많아질수록, 그의 몸은 상하고 친구들은 떠나간다. 결국 정현이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건 당연한 결말. 섹스에 몸이 달아오른 남자와 그에게 나타난 신비한 여자의 색스러운 동거담인 <색다른 동거>는 어느덧 하향평준화된 기존 케이블 드라마들의 경향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서도 남자들은 여성의 가슴과 치맛속을 훔쳐보며 성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뒤늦은 몽정기를 겪는다. 소소한 소동들을 나열하는 영화는 이야기의 맥락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생전에는 못생긴 여자였던 수아가 어떻게 아름다운 귀신으로 변신했는지, 모든 여자들의 선망의
뒤늦은 몽정기 <색다른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