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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ACF 쇼케이스’가 시네마테크 부산과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부산에서는 3월4일(화)부터 13일(목), 서울에서는 3월7일(금)부터 13일(목)까지다. 아시아영화펀드(ACF)란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AND) 부문을 포함하여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지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도모”해온 사업이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져온 작품들이 이 펀드의 지원을 통해 완성되어왔다. 그중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와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가 여행의 동료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처음 만난 사람들>, 아무 꿈도 없던 20살 청년이 우연히 단편영화에 배우로 참여하면서 마침내 자기의 꿈을 찾아 노력하게 된다는 <나의 노래는>, 감독이 직접 택시 운전을 하며 서울의 승객들을 관찰한 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혼합으로 찍어낸 서울의 소야곡 <택시 블루스>, 감독 본인이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 아시아 독립영화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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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겉보기에 부족할 게 없는 누군가가 솔로라고 하면, 다들 묻는다. “너 같은 애가 왜 애인이 없니?” 글쎄. 그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 얼굴 예쁘지, 몸매 착하지, 성격 밝고 귀엽지, 직업 근사하지, 덤으로 탱고까지 잘 추지. 서른살의 그레이(헤더 그레이엄)도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미스터리다. 뉴욕에서 함께 사는 외과의사 오빠 샘(톰 카바나)도 마찬가지로 솔로. 애인 대신 서로의 허리를 끌어안고 <Chick To Chick>에 맞춰 탱고를 추던 두 남매는 서로에게 애인을 찾아주기로 한다. 먼저 애인을 찾은 건 오빠. 샘은 밝고 매력적인 여성 찰리(브리짓 모나한)와 눈이 맞아 사귄 지 하루 만에 결혼을 결정하고 일주일 뒤 결혼식을 올린다. 들러리를 서게 된 그레이는 그들의 결혼식 전날 밤, 자신이 왜 근사한 남자친구를 가질 수 없는지 깨닫게 된다.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었던 걸까? 그녀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삼십년 만에 자신의 성
금기시된 사랑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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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화양연화>도, <해피투게더>도 아닌 13년 전쯤 보았던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영화다. 풋풋한 왕정문이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놓고 짝사랑하는 양조위를 물끄러미 쳐다볼 때, 금성무가 파인애플을 사모으며 애인을 기다릴 때, 자기 세계 안에서 점점 부푸는 이들의 사랑에는 감상적인 면이 적잖았지만 거기에는 매혹되고픈 고독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보면서 새삼 그 당시의 감정을 떠올린다. ‘현실이 너무 빠르게 변한 걸까, 왕가위의 세계가 멈춘 걸까.’ <중경삼림> 때보다도 노골적인 감상주의자의 길을 걷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의 필모그래프 중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일 뿐이라고 애써 위안하고 싶은 영화다.
2007년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가 주드 로, 노라 존스, 레이첼 바이스
의아할 정도로 가볍고 퇴행적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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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단은 스포일러입니다.)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에서 라자레스쿠씨는 죽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영화가 끝난 이후의 문제다. 영화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은 뇌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눕혀지고 머리가 빡빡 깎인 상태다. 힘없이 그가 고개를 돌려 얼핏 카메라쪽으로 시선을 두는가 싶을 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라자레스쿠씨는 영화에서 죽지 않았는데 왜 모두가 그의 죽음을 말하는가. 그러나 영화의 저편 혹은 그 이후의 일을 믿게 만드는 게 이 영화의 힘이다.
분명 라자레스쿠씨(이온 피스큐테누)는 아침부터 속이 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저녁이 되자 신물이 넘어와 얼마 먹지도 못한 음식들을 죄다 토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지나친 애주가이며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며 되는 대로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자립심도 없어 보이고 그다지 인간미 넘치는 호남형도 아니다. 성질도 까탈스럽다. 그가 너무 아프다고 하니 응급차가 오고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루마니아영화의 새 바람 <라자레스쿠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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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숭례문을 두고 다른 이름으로 남대문이라고 한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이는 일제가 숭례문을 비하해 부르는 이름이라는 설이 있지만 태조 1년 도성 성곽을 완성하고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이니 이는 거짓이다. “성 쌓는 역사를 마치고 정부(丁夫)들을 돌려보내었다.…정남(正南)은 숭례문이니 속칭 남대문이라 하고,…” 남대문은 그 창건 때부터 숭례문의 속칭으로 불렸던 것이다. 가뭄과 수해가 큰 재해였던 옛날에 숭례문은 특이한 기능을 하였다. 일종의 풍수상의 비보책으로도 쓰였던 것인데 『조선왕조실록』에는 가뭄이 들면 숭례문을 닫고 비가 많이 오면 숭례문을 열었다는 기록이 숱하게 나온다. 그리고 가뭄과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다는 이유로 건립 때부터 숭례문 밖에 큰 못을 팠다. 성종 9년에 이미 숭례문은 낡을 대로 낡았던 모양이다. “숭례문이 아주 기울어져서 허물어질 지경이라면 고쳐서 짓지 않을 수 없으나, 그렇지 않으면 요사이 공역(工役)이 너무 잦으니, 내 생각에는 그냥 두었으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숭례문 행장(行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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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가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모르는 어떤 것들이 있다. 지금이야 공부를 아주 잘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튼튼한 것이, 어쭙잖은 학위보다는 언어나 기술 하나 더 배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17살 때는 단순히 수학2와 한자 중에 뭐가 덜 괴로운가를 저울질해 ‘문과’를 선택했고, 스무살 무렵에는 이력서에 뭐라고 써야 취업이 잘될까를 ‘도토리 키 재기’를 해서 전공을 골랐다. 판단의 기준도 모호했지만 골똘히 고민하지도 않았다. 굳이 찾자면 모의고사 점수나 수능 백분위, 신뢰가 전혀 안 가는 IQ 테스트 결과, 이과 아니면 문과로 양분해주는 ‘흑백논리’의 적성검사로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을까? 그때그때 선택은 나의 몫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어김없이 돌아왔다.
바람이 잠시 멈춰 덜 춥다고 착각했던 일요일 오후, 삼청동 초입의 한 카페에 앉아 “그 나이”가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M과 C와 담소를 나
[오픈칼럼] 20대 후반 싱글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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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머리’라는 제목은 그의 잘린 머리를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의 재료로 사용하는 장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보고나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이렇게 막막하게 만드는 영화도 많지 않을 게다. 아무튼 <이레이저 헤드>는 오늘날 이미 컬트영화의 고전이 되었다. 또 2004년에는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 의회 도서관에 영구보존할 작품으로 선정됐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기괴한 작품의 영화적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제까지 이 영화에 대해 크게 세 가지 해석이 나왔다고 한다. 첫 번째 해석은 이 작품을 준비되지 않은 부성에 관한 영화로 본다. 즉 헨리가 원치 않게 아버지가 되어 서서히 파멸되어 나가는 과정의 묘사라는 것이다. 다른 해석은 헨리를 성불구자로 본다. 이 경우 영화는 좌절당한 성욕의 상징적 표현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해석은 헨리 자신을 영화 속 끔찍하게 생긴 아기로 푼다. 여기에 따르면 &
[진중권의 이매진] 해석의 틀을 벗어난 영화적 설치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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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형마트 매장을 거닐다 매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DVD타이틀 더미에서 반가운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홍금보 주연의 <삼덕화상과 용미육>. 할인초특가 6900원. 아무리 헐값이라지만 사다놓으면 한 번 제대로 보기나 할까 고민하던 끝에 결국 구입을 했다. 극장 개봉명 <중원호객>. 내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이기에 웬만하면 소장해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최초로 접한 영화가 이렇다보니 그 이후로도 홍콩 무술영화에 대한 탐닉은 계속되었고 그러다 간혹 <원권> <복권> <무림걸식도사> 따위의 국산 무술영화에 낚이는 실수도 범했지만 그럴수록 홍콩영화에 대한 동경과 확신은 날로 확고해져갔다. 암전의 화면에서 골든하베스트의 각진 ‘G’ 로고가 뜰 때면 예의 그 쿵쾅거리는 사운드에 맞춰 내 심장도 요동을 쳤고 그런 증세는 요즘도 약간 남아 있다. 정말 그랬다. 영화 하면 홍콩영화였고 그들이 보여주었던 경쾌함과
[내 인생의 영화] <킬링 필드> -나현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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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를 보다 보니 자꾸만 제다이 생각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헤이든 크리스텐슨에다 새뮤얼 L. 잭슨이라니! 새뮤얼 L. 잭슨이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점프 능력을 억누르기 위해 전깃줄로 휘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는 혹시 “빠와-! 모어 빠와!!” 하는 대사가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성싶지 않았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점퍼>의 헤이든 크리스텐슨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둘 다 가족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외로운 소년이며 조용해 보이지만 실은 타인의 눈에 띄고 싶은 부글부글한 열망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며 자기를 절대 봐줄 것 같지 않은 아름다운 소녀를 좋아한다는 면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 <스타워즈>의 아나킨은 젊고 자신만만한 제다이 슈퍼히어로였다가 그만 다리 잘리고 활활 화산재에 구워져서도 안티 히어로 다스 베이더라도 되었지만 <점퍼>의 데이빗은 그냥 좀도둑이 되어
[냉정과 열정 사이] 올해는 민폐 좀 덜 끼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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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람보4: 라스트 블러드> 나이가 들면...
[정훈이 만화] <람보4: 라스트 블러드> 나이가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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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윌 비 블러드>를 본 뒤 다른 영화에 대해 쓰기 어렵다. 3월6일이 개봉이니 아직 객잔에 들어올 때가 되지 않은 영화이나, 내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압도하는 작품이라 순서를 바꾸어 쓴다. 정성일 평론가의 ‘할리우드영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사유 훈련법(저자는 유격훈련, <씨네21> 640호)’, 허문영 평론가의 ‘스필버그의 분신술’(<씨네21> 633호) 그리고 정한석 기자의 <아메리칸 갱스터>의 화법(<씨네21> 635호)에 이어 이 글은 최근 미국영화의 걷잡을 수 없이 수상한 기후에 대한 보고서다.
배경을 밝히자면 이 글은 듀크대학이 있는 미국 더램에서 쓰고 있다. 8주간 강의를 하러 왔는데 내가 머물고 있는 곳, 이웃에는 15개의 스크린이 있는 윈송 멀티플렉스가 있다. 15개관 어디에 들어가건 커다란 팝콘 박스를 든 한쌍의 관객과 내가 주로 영화를 보게 된다. 극장 관객점유율 1∼2% 범위에 내가
[전영객잔] 미국영화엔 피가 마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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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 11시 영화음악으로 말 걸어오는 오랜 벗이 있다. CBS 음악 FM(93.9Mhz) <신지혜의 영화음악>(이하 <신영음>)의 신지혜 아나운서다. <신영음>이 지난 2월2일로 10주년을 맞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음악 36곡을 모아 기념음반도 냈다. 수년을 들어온 청취자로서 그녀가 보고 싶었다. 2시간 가까이 1초의 끊김도 없이 이어진 대화에서 <신영음>의 10년간의 고집과 아직도 더 태울 것이 남아 있는 영화친구, 신지혜의 열정을 보았다.
-<신영음>의 진행자로서 10년간의 방송을 정리한다면요.
=1998년 2월2일 그날의 느낌과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아나운서로 1인 제작시스템이 처음엔 너무 낯설었지만 연애하는 기분으로 해왔어요. 그랬더니 아이디어도 술술 떠오르고. 무엇보다 청취자들의 애정이 가장 큰 힘이었지요.
-입사하고 얼마 안 돼 영화음악과 인연을 맺었어요.
=대학 때 방송기자였는데 그때부터 아나운서
[신지혜] “영화의 친구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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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빌행 자동차 안에서 박은혜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유학생 현주.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누구나 반문했을 게다. 아니, 이 리얼하게 앙칼진 여배우가 대체 누구냐.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베를린영화제 현지에서 현주를 만났다. 파리 현지 오디션에 합격해 <밤과 낮>에 출연한 그녀의 정체는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예술경영을 공부 중인 유학생 서민정씨. 2004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광주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한 경력도 있단다. 베를린 레드 카펫 행진을 하루 앞둔 그녀의 얼굴은 꽤나 상기된 상태. 당연히. 그럴 법도 하다.
-영화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내가 원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만나려는 집념이 있다. <광주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할 때도 내 인생에서 만나고 싶었던 세명을 모두 다 만났다. 정은임 아나운서, 정성일, 그리고 조수미. (웃음) 홍 감독님도 무척 만나고 싶었는데 영화 전공하는 학생이 ‘홍 감독 파리에서
[서민정] “감독님이 그러더라. 괜찮아, 얘는 지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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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4: 라스트 블러드>(이하 <람보4>)에서 눈길을 끄는 동양인은 야만스러운 버마 군인들만이 아니다. 곤궁에 빠진 봉사단체를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든 5명의 용병 가운데 한국인으로 나오는 엔 주도 있다. 영화 <투 윅스 노티스> <포가튼>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팀 강(한국 이름 강일아)이 그를 연기했다. 태권도와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등의 운동에 능하고 최근에는 보디빌딩과 요가를 즐기고 있다는 그는 영화에서도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현재 차기작 준비로 바쁜 그에게 서면으로나마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정치학을 전공했던 걸로 알고 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법대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가 25살이었는데, 우연히 재미로 연기 강의를 듣다가 이거다 싶었다. 그전에는 연기 경험이 없었을 뿐 아니라 배우의 길을 가겠다는 꿈을 꿔본 적도 없다. 이후 하버드
[스폿 인터뷰] “나는 <람보> 시리즈와 함께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