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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무도 아름답지만 탭탭탭, 끊임없이 바닥에 내디뎌도 끄떡없는 튼튼한 하이힐만 있다면 독무도 아찔하게 멋지다. “저 움직이는 다리들”이라는 극중 표현처럼 뮤지컬 <42번가>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은 한치의 오차없이 스텝을 밟아가는 여배우의 두 다리다. 1933년 미국 브로드웨이. 시골 출신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첫 공연에서 우연히 여주인공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뮤지컬 <42번가>의 심장에는 단연 탭댄스의 피가 흐른다. “무대에 나갈 때는 햇병아리지만 돌아올 때는 이미 스타일 것”이라는 연출자 줄리앙 마쉬의 단언대로 철부지라서 더욱 경쾌한 스텝을 자랑하는 페기 소여는 하루 만에 완벽한 스타로 거듭난다.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기보다 축 처진 기운을 단숨에 북돋우는 탭댄스의 매력은 에피소드별로 끊어지는 전체 공연의 리듬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우아하게 틀어올린 금발머리. 반짝이는 은색 드레스. 탭댄스를 추는 발끝으로 명랑하게 긍정의 기운을
오리지널로 만나는 탭댄스의 진수, 뮤지컬 <42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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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에일리언: 이 가분수형 괴물은 <에이리언>(1979)의 시나리오작가 댄 오배넌과 로널드 슈셋의 글과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H. R. 기거의 디자인을 통해 태어났다. 이 괴수의 뿌리를 알 수는 없지만, <에이리언>에서는 지구의 식민행성인 LV-426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에서는 최소한 기원전 3000년부터 지구 남극 지하에 존재한 것으로 설정된다.
프레데터: 지구에서 아주 먼 우주 어딘가의 행성에서 도시를 이루고 살고 있다. 만화, 소설 등의 원본이 된 영화 <프레데터>(1987)의 작가인 짐 토머스, 존 토머스 형제가 씨앗을 뿌렸고 <터미네이터> <쥬라기 공원> 등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탠 윈스턴이 디자인한 이 고지능 외계생물은 지구에 문명을 전파한 정신적 선조(<에이리언 vs. 프레데터>)들일지도 모른다.
2. 본명과 습
[VS] 누가 누가 더 무서울까?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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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아버스의 전기영화 <퍼>의 부제는 ‘다이앤 아버스의 상상적 초상’이다. 성실한 조사를 토대로 한 전기 <다이앤 아버스>가 원작이지만 패션광고 사진작가 남편의 보조였던 아버스가 ‘금기의 세계’에 눈을 돌린 결정적 순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지 영화적 상상으로 가득하다. 여성예술가의 자아찾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가이드 삼아 영화보다 풍부한 텍스트, 아버스를 소개한다.
1. 백문이 불여일견, 다이앤 아버스는 누구인가
다이앤 아버스의 이름은 낯설어도 이 사진은 낯익다. 살짝 머금은 미소와 살짝 찌푸린 표정의 <일란성 쌍둥이, 로젤>은 훗날 스탠리 큐브릭이 <샤이닝> 속 한 장면으로 변주한 바 있다. 최근 2억5천만원의 경매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늙은 부모를 굽어보는 거구가, 자꾸만 몸이 커지는 앨리스처럼 초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모님과 집에 있는 유대인 거인>처럼 낯선 기묘함이 그의 작품이 지닌 특성이자 매력이다. “
[알고 봅시다] 기묘함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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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환자를 연기한 노장 배우 2명이 극장가를 접수했다. 지난 주말 1위를 거머쥔 <버켓 리스트>가 주말 3일간 벌어들인 수입은 1954만달러로,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병상에서 일어나 죽기 전 해보고 싶던 일들을 성취해가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드라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연기파 노장 배우들의 출연한 인디영화로 이름을 알린 <버켓 리스트>는 2007년 크리스마스에 뉴욕, LA, 토론토에서 소규모로 제한 개봉했고 3주만에 2000개가 넘는 상영관으로 확대개봉하며 정상에 올랐다. <스탠 바이 미>(1986)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만든 로브 라이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출구조사 결과, 관객의 58%가 여성이고 70%가 35세 이상이었으며, 전체 관객의 95%가 영화에 대해서 매우 좋다고 대답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주말 개봉해 2위로 진입한 <퍼스트 선데이>의 첫 주 성적은 1900만달러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버켓 리스트> 북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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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꿀벌 대소동> 땅꿀 혁명!
[정훈이 만화] <꿀벌 대소동> 땅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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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곳을 생각만 해도 갈 수 있다면 어떨까. <본 아이덴티티>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감독 더그 라이먼이 택한 후속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을 그린 <점퍼>다. 오는 2월14일 전세계 동시 개봉예정인 이 작품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새뮤얼 L. 잭슨을 비롯해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TV시리즈 <O. C.>의 레이첼 빌슨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11월 아직 작품이 완성되지 않은 탓에 간단한 트레일러 상영 뒤 주연배우 크리스텐슨과 빌슨이 참여하는 홍보행사가 열렸다. 이들 역시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점퍼>가 3부작으로 제작된다는 소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크리스텐슨은 “지금으로는 확실하지 않지만, 설정상 3부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
[현지보고] 시공을 초월해 점프, 점프,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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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 110편의 개봉작 중 (단) 83편만을 보고서 머릿속에 떠다니는 몇 가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1. 한국영화는 때깔이 좋다
2007년 한국영화는 따뜻한 톤의 때깔 좋은 화질이 눈에 띄었다. 다른 아시아영화들과 비교해볼 때 더더욱 그러했는데 요즘엔 독립영화에서조차 그런 게 느껴질 정도다. 이건 실로 한국영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어떤 이들(특히 할리우드 산업형 타입의 사람들)은 이 같은 특징을 매우 높이 치켜세우는 반면, 다른 이들(무뚝뚝한 영화평론가들)은 한국영화가 활력을 잃어가는 징조로 해석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영화가 지금 같은 정신을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때깔까지 좋으면 안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배럭 오바마가 그러하듯이). 하지만 몇몇 한국영화는 포장이 지나치게 잘된 나머지 사람 냄새가 거의 안 나는 듯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힐러리 클린턴이 그러하듯이).
2. 웰메이드 한국 코미디는 어
[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에 건네는 달콤쌉싸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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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몬트리올에도 새해는 밝았다. 대부분의 영화 잡지에서 새해가 밝아오는 즈음에 하는 기획 중 하나가 지난해 가장 빛났던 영화인들 혹은 올해를 빛낼 영화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몬트리올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잡지와 일간지들이 각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가들의 리스트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인들의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매년 1월 초 주간지 <미러>(mirror)의 ‘노이즈 메이커스’(Noise Makers) 기획은 지난 한해 동안 주목받았던 혹은 신년부터 주목할 만한 영화인들을 총망라해서 발표한다. 올해 리스트 중 가장 눈에 띄는 젊은 영화인으로는 벤 슈타이거 르빈(Ben Steiger Levine)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르빈이 올해 감독한 몬트리올 출신 음악가(이자 사진가 혹은 작가)인 소콜드의 뮤직비디오 <You are Never alone>이 유튜브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의 행적 역시 큰 관심을 받게 된
[몬트리올] 몬트리올이 추천하는 올해의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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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최고의 일본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가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07 일본영화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는 수오 감독의 <쉘 위 댄스> 이후 11년 만의 작품으로 치한으로 오인받은 남자가 일본의 사법제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각본상과 감독상도 수오 마사유키 감독에게 돌아갔으며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가세 료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블루레이의 판정승?!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가 차세대 DVD 포맷 전쟁에서 블루레이의 편에 섰다. 그동안 워너는 HD-DVD와 블루레이, 두 가지 포맷 모두를 지원해왔으나 6월부터는 블루레이 단독지원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며, 워너의 발표가 있고 며칠 뒤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도 블루레이 단독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블루레이는 이로써 소니, 이십세기 폭스, 디즈니로
[해외단신] 2007년 최고의 일본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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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외설적인 섹스장면을 포함한 영화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밝혔던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의 기세가 등등하다.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청된 뒤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무삭제 버전으로 영화제 상영을 감행했던 <로스트 인 베이징>이 SARFT의 2008년 첫 번째 처벌 대상으로 지목된 것. “영화의 일부 성적인 분량이 규정을 어겼고, 불건전하고 부적절한 홍보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비허가 동영상으로 제작”했다는 이유로 제작자인 팡이와 제작사 베이징 로레알은 향후 2년간 중국에서의 영화제작과 배급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1월26일 중국 150개관에서 개봉하여 6주 만에 250만달러의 수익을 거둔 이 영화가 뒤늦게 된서리를 맞은 것에 대해 제작진은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은 도둑맞은 것이었을 뿐 우리도 희생자”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팡이는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애증관계를 다룬 <여름궁전>(감독
[What's Up] 오지랖이 넓어 괴로운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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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의 극장가는 언뜻 보면 외화 베스트 걸작선이다. <무방비도시> <뜨거운 것이 좋아> <원스 어폰 어 타임> 등 제목만 보면 역대 외국영화 가운데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의 다시 보기 행사 같기도 하다. 그동안에도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관객의 귀에 익숙한 외국영화의 제목들을 차용하곤 했지만, 이런 영화들이 1주 차이를 두고 이어지는 풍경은 생경하다. 좀더 민감하게 굴자면 해당되는 영화는 더 많다. <라듸오 데이즈>는 우리 알렌의 동명영화에서, 2월에 개봉하는 <대한이, 민국씨>의 원래 제목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이건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요즘 한국영화 마케팅의 한 추세인 걸까.
물론 이 영화들은 내용으로 볼 때 제목의 원작과 무관한 작품들이다. 김명민, 손예진이 주연한 <무방비도시>는 소매치기와 형사, 그리고 형사의 소매치기 엄마가 벌이는
[쟁점] 해외걸작회고전이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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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화는 에피타이저
[헌즈다이어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화는 에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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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심심했다. 지난 1월5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에서는 ‘양윤호 감독과의 30분 토론회’가 열렸다. 영화 <가면>의 평점을 5점 이하로 준 네티즌과 양윤호 감독의 맞장대결이 토론의 컨셉. 하지만 막상 영화를 다시 보니 생각이 바뀌었던 걸까. “비판도 권리라고 생각하니까 편안히 말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네티즌은 날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토론회에서는 “다시 보니 스릴러로서의 장점이 많더라”, “영화의 반전이 정말 좋았다” 등의 칭찬이 많아 자리를 마련한 마케팅 직원들까지도 의아해했다. 계획과 달리 1시간가량 진행된 토론 가운데에서 <가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모았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가면>을 두고 ‘반전강박증이 만든 영화’라는 이야기가 있다. 감독의 생각은 어떠한가.
=취재 도중 알게 된 것이 현대 범죄 중 8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범죄가 무동기 범죄였다. 무동기 범죄
[스폿 인터뷰] “<가면>이 이반영화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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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가 감독으로 변신한다. <후회하지 않아>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 등을 제작한 김조광수 대표는 1월5일 본인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단편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목은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제). 버스에서 호감을 느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던 두 남학생이 사실 몇년 전 “삥을 뜯고 뜯기던” 관계였다는 이야기로 김조광수 대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대학생 때 버스에서 만났던 친구가 있고, 예전에 삥을 뜯긴 경험도 있다. (웃음) 두개가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 이번에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봤다.” 사랑을 느끼기엔 다소 험학한 관계의 설정이 아닌가 싶지만 시나리오는 오히려 코믹하다. 사랑의 설렘이나 감정 표현도 섬세하게 쓰여 있다. “삥을 뜯기면서도 그 와중에 이렇게 잘생긴 애가 왜 돈이나 뺏고 있을까(웃음) 생각했다.” 시나리오는 김조광수 대표가 쓴 초고를 바탕으로 <도둑소년>의 민용근 감독과 함께 수정하고 있
김조광수 대표, 영화 연출에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