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세 남자의 얽히고설키는 추격전을 담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요체 중 하나는 액션이다. 아무리 중국의 풍광이 뛰어나고 캐릭터들이 기묘하며 훌륭한 기법으로 촬영됐다 한들 멋진 액션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관객은 맥빠진 장면만 보다가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반칙왕> 이후로 김지운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정두홍 무술감독은 <놈놈놈>의 액션을 구상하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뭔가 새로운 액션을 만들고 싶다”는 김지운 감독의 주문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 “<놈놈놈>은 ‘만주 웨스턴’을 지향하는데, 처음에는 서부극에 동양적인 무술을 접목하려 했다. 그래야 우리 색깔이 난다고 봤는데 조화롭지 않았다. 그러다 <석양의 무법자>를 보게 됐는데 서부극 특유의 매력이 느껴졌다. 결국 <놈놈놈>의 액션도 서부극의 기본적인 액션에 기반할 수밖에
[하반기 한국영화] 정두홍 무술감독이 말하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국경의 남쪽>이 북한의 고위층 계급을 그린 영화라면 <크로싱>은 최하단, 말단 계급 사람들의 이야기다.” 북한 출신 김철영 조감독의 설명은 명쾌하다. 그는 자신의 상업영화 이력을 <국경의 남쪽>으로 열었다. “<국경의 남쪽>에선 정치적 위협 때문에 가족들이 탈북하게 되지만 <크로싱>의 용수(차인표)는 가족의 약과 식량문제만 아니었으면 탈북하지 않았을 사람이다.”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옌볜 땅을 밟고 수용소를 거쳤다가 남한 땅에 무사히 이르지만, 북쪽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때문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 아버지. <크로싱>의 여정은 아픔으로 점철돼 있다.
김철영 조감독이 이 영화에서 일반적인 조감독의 역할 이상을 했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가장 처음 한 작업은 시나리오 모니터링이다. “아무래도 다양한 종류의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보니 여러 사람의 삶이 한 사람의 한정된 인생 안에 다 들어
[하반기 한국영화] 김철영 조감독이 말하는 <크로싱>
-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계가 여름 시즌을 시작으로 하반기의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영화 또한 새로운 도약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촛불을 든 셈이다. 6월19일 개봉하는 <강철중: 공공의 적1-1>을 시작으로 <크로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놀이터인 여름 시즌에 맞승부를 펼친다. 이후에도 <홍당무> <신기전> <1724 기방난동사건> <모던보이> <고고 70> <아내가 결혼했다> <차우> <영화는 영화다> 등이 한국영화의 재기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차례로 극장에 나올 예정이다. 어찌됐거나 영화는 사람이 만드는 법. 하반기 개봉작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영화인들을 만나 하반기 한국영화 대역전극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하반기 한국영화] 큰 놈, 센 놈, 별난 놈들
-
여름을 맞아 대형 뮤지컬이 쏟아지고 있다. <더 라이프> <컴퍼니> 등에 이어 7월 오픈하는 공연이 <갬블러>. 세상 물정에 어두운 도박사와 아름다운 쇼걸의 사랑 이야기에 덧칠한 것이 비극적인 예술혼이 아닌 순진한 한탕주의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 바즈 루어만의 화려한 뮤지컬영화 <물랑루즈>의 카지노 버전이랄 만한 작품이다. 호기심 많은 한 젊은이가 카지노를 찾는다. 카지노 보스는 구경만 하고 싶을 뿐이라는 그를 유혹하기 위해 쇼걸들의 공연을 선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그중에서도 유독 매력적인 한 여성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이를 눈치챈 카지노 보스는 그녀에게 그가 영향력있는 영화 제작자라고 거짓 귀띔을 하고, 함정에 빠져든 남자는 주사위 하나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걸기에 이른다. 푸슈킨의 단편 <스페이드의 여왕>을 원작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국내에선 1999년 허준호, 남경주 주연으로 초연됐다. 당시 카지노 보스를
도박에 사랑과 인생을 걸다
-
-
전시에서 말하는 ‘확장된 감각’은 두 가지 의미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테크놀로지로 인한 확장. 첨단 테크놀로지가 발전시킨 다양한 미디어들이 인간의 감각과 신경을 다각적으로 확장시켰다는 얘기다. 미술로도 예를 들 수 있다. 주로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라는 매체보다는 소리와 영상, 그리고 관람자와의 인터랙티브가 가능한 미디어아트가 선사하는 경험이 좀더 다양한 감각의 활용을 요구한다. 둘째는 동양에서의 사유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사고체계는 주로 이성, 시각에 근거한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인간의 오감을 활용하며,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소통에 더 익숙하다. 전시에서 모색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측면의 결합이다. 감각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아트에서 동양적인 사유방식인 감각의 확장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아트 작가들은 이렇게 ‘확장된 감각’이라는 주제로 미디어아트에서 가능한 다양한 감각기관의 자극을 시도한다. 감정적인 소통의 도구로서 이러한 자극들이 유용하
미디어아트, 감각의 영토를 허물다
-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오독된다. 어느 패션지의 음악 기사를 보다가 마시던 물을 뱉고 불을 뿜을 뻔 했다. 마돈나를 신격화하기로 작정한 기자는 80년대 초반을 “신디 로퍼와 같은 예쁜 여가수들이 재롱잔치를 벌일 때”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지독한 헛소리다. 80년대 초반의 승자는 신디 로퍼였다. 당시 음악기사들을 잘 찾아보시라. “마돈나 같은 예쁜 여가수들이 재롱잔치를 벌일 때”라는 문장으로 로퍼의 재능을 격찬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이어질 테니. 마돈나가 역사의 승자라고 해서 한때의 라이벌을 깔아뭉개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안쓰러운 팬심을 눈물로 훔칠 필요 더이상은 없다. 죽은 줄 알았던 로퍼가 마돈나의 안이한 ≪Hard Candy≫를 훌쩍 뛰어넘는 신보 ≪Bring Ya To The Brink≫로 재기를 선언한 덕이다. ‘베이스먼트 잭스’가 참여한 <Rocking Chair>, 마돈나의 <Ray of Light>와 비견할 만한 <Into
마돈나여, 신디 로퍼를 경계하라
-
≪Pablo Honey≫(1993), ≪My Iron Lung≫(E.P., 1994), ≪The Bends≫(1995), ≪OK Computer≫(1997), ≪Kid A≫(2000), ≪Amnesiac≫(2001), ≪Hail To The Thief≫(2003). 지난 10년간 발매된 6장의 정규 음반과 1장의 EP. 이것은 라디오헤드라는 밴드 하나의 음악사라기보다 브릿팝신의 진보역사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최근작 ≪In Rainbows≫(2007)만 빼고 라디오헤드의 모든 앨범을 발매해온 팔로폰에서 이들의 베스트 앨범이 나왔다. 그러게, 15년간 라디오헤드는 그 흔한 베스트 한장 없었다. 하나도 ‘뉴’한 것이 없으니 베스트 앨범 발매는 전혀 뉴스가 못되지만 이 경우라면 다르다. 첫 베스트 앨범이라서가 아니다. 지금 다시 들어도 라디오헤드의 음악들은 그저 경이롭기 때문이다. 이 말이 노래방 단골 메뉴 <Creep>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 건,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지금 들어도 그저 경이로운 음악
-
어린 남매를 잡아먹기 위해 분장까지 하는 집념의 사냥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는 농 아닌 농을 거는 익살스런 무뢰배. 전생의 모친에게 멧돼지를 잡아바치는 의로운 효자로서까지. 우리의 전래동화 속에서 호랑이만큼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 동물이 있을까? <호랭총각뎐>은 그런 설화 속 호랑이 중 가장 선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21세기형 퓨전전래만화’다. 만화는 캐릭터뿐 아니라 내러티브 역시 전래동화의 그것을 차용한다. 주인공 ‘호랭총각’은 악한 마음이라곤 1g도 없는 가난한 나뭇꾼. 어느 날 나무를 베다 하나밖에 없는 도끼를 호수에 빠뜨리고, 소를 닮은 거대로봇 ‘우정가’를 타고 등장한 젊은 산신령은 그의 착한 마음에 감복해 뭐든지 벨 수 있는 광선검에 우정가까지 선물한다. 우정가와 광선검을 얻은 호랭총각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보통 이런 유의 설정을 택한 만화들이 뻔하디뻔한 패러디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비해 &l
청국장처럼 맛깔진 한국형 퓨전전래만화
-
부커상 수상작가 아이리스 머독이 1954년 발표한 첫 소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그물을 헤치고>에서 ‘나’는 런던에서 잡문을 팔아 생계를 잇는 제이크 도나휴다. 측근의 묘사를 빌리면 그는 “재사지만 게을러서 일하지 않고, 좌익사상은 있으나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위인. 친구와 애인 집에 더부살이를 일삼는 제이크는 늘 자문자답에 사로잡혀 살아가며 일상에 철저히 무책임하다. 실연의 추억과 친구의 생각을 표절한 첫 책의 실패만이 그의 마음속에 오래 지속되는 기억이다. 어느 날 얹혀살던 여인에게서 쫓겨난 제이크의 생활은 크게 흔들린다. 옛 연인 애너와 재회하고 그녀의 동생인 배우 새디의 집에 머무는가 싶더니 배신한 친구 휴고가 그의 생활에 다시 등장한다. 자기 분열적 사색과 익살스런 모험으로 굽이치는 이야기는, 모든 인물이 상대의 등만 바라보는 사랑의 연쇄로 귀결된다. <그물을 헤치고>라는 제목은, 관념의 그물에 걸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다다르지 못하
가볍게 읽을수록 맛깔스러운 인생재담
-
개발과 낙후, 현대와 과거가 같은 공기를 흐르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 베이징은 올림픽 열기가 뜨겁고, 쓰촨은 구호의 열기가 뜨겁다. 중국 문화의 복잡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영화들에서 해당 문화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는 관련된 지역, 음식, 사건, 전설 등을 징검다리로 놓아 중국 문화라는 거대한 강을 독자가 한 걸음씩 따라서 건널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계된 책이다. 베이징의 명물 경극은 <패왕별희>로, 자전거가 생활화된 대도시 풍경 속 농공민의 서글픈 하루살이는 <북경 자전거>로 읽는다. 1997년 홍콩 반환 뒤 불안했던 분위기를 <중경삼림>을 통해 들여다보고 <첨밀밀> 속 인연의 매개였던 중화권 최고 인기 가수 등려군이 퇴폐음악으로 규정돼 본토에는 한번도 갈 수 없었다는 웃지 못할 비사도 한 자락 들려준다. 1930년대 상하이를 재현하는 복고풍을 언급하며 <완령옥>과 <색, 계>를 거
한걸음씩 알아가는 중국문화의 진면목
-
보물찾기를 위해 외딴섬으로 떠난 일행이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외딴섬 살인사건>은 독자와 공정하게 사건 해결의 단서를 나누고 ‘독자에 대한 도전’을 제시한다. 퍼즐풀이의 매력이 살아 있는 책. <월광게임>에서 이미 선보였던 에이토대학추리소설연구회의 에가미 부장과 아리스는 동아리 친구 마리아의 초청으로 외딴섬으로 향한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숨긴 다이아몬드를 숨긴 곳을 찾는 암호풀이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섬 곳곳에 세워진 25개의 모아이 석상이 단서. 어느 날 마리아의 친척 두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되는데 섬 밖으로의 통신수단은 모두 끊긴 상태다. 책 후반부에 실린 ‘독자에 대한 도전’에 응하기 위해서는 책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기를 권한다. 범인이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고심을 거듭해 완전한 퍼즐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추리소설 팬이라면 추리소설 마니아인 극중 인물들이 나누는
퍼즐을 풀고 나면 당신도 명탐정!
-
“비키니- 터치~.”
싸이언의 비키니 광고가 방송됐을 때 주변에서 들은 가장 많은 이야기는 “이 광고, 어떻게 심의가 통과된 거지?” 였다. ‘좋다’ 혹은 ‘지나치다’ 등 의견이 다 다르겠지만 이 광고에 대한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심의’다. 대한민국에서 지상파TV와 케이블·위성TV에 집행되는 광고는 모두 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 각계 전문의원(소비자단체, 국문학자, 광고학 교수 등)들이 선정성, 폭력성, 과장광고 여부,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 여부 등을 세부적으로 심사한다. 인쇄 광고물은 품목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사후심의라서 누군가가 그 광고물에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집행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전심의를 받는 방송광고는 그 심의 결과에 따라 애써 만들어놓은 광고물이 아예 집행이 불가할 수도 있고,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수정되는 뼈아픈 일들도 겪게 된다.
여러분이 안방에서 보는 광고물은
[CF 스토리] TV 속 착한 광고 세상
-
지구상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원시부족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Q채널에서 자신들만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4개의 원시부족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6월11일 첫 인사를 하는 부족은 에티오피아 남서쪽 오지에 살고 있는 ‘서마족’이다. 남자들은 긴 막대기를 이용한 ‘장대 싸움’을, 여성들은 입술에 구멍을 뚫어 널찍한 판을 끼우는 ‘입술판’을 전통으로 고수하고 있는 부족이다. 12일에는 ‘마법사’의 충고를 토대로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비투아누 원주민을 다룬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고 싶어하는 젊은 어부 코란과 노쇠한 아버지를 대신해 추장이 되어야 하는 베훅 등 건실하고 진지한 비투아누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다. 18일에는 아마존 개발로 현재 남아 있는 80명의 삶터마저 위협받고 있는 괴라니족의 가슴 아픈 현실이, 19일에는 아름다운 노래를 오랜 유산으로 간직하고 있는 중앙아프리카의 바카라족 이야기가 방영된다.
[이주의 추천프로] 사라져가는 원시부족을 찾아서
-
“스토리 중심의 다양한 드라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드라마산업은 몰락 위기를 맞을 것이다.”
MBC에서 <마지막 승부> <보고 또 보고> 등을 연출했던 장두익 PD가 3년 만에 돌아와 쓴소리를 했다. MBC를 떠난 뒤 드라마 <궁>을 만든 에이트픽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던 그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출에 손을 뗐다가, 얼마 전 <천국의 계단>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제작한 로고스필름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널CGV에서 오는 6월16일 밤 11시에 첫 방영되는 드라마 <리틀맘 스캔들>은 그의 복귀작인 셈인데, 지상파 드라마 PD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케이블 방송사의 자체 제작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특별히 케이블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며 “제작비나 시청률 면에서 지상파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지만, 프리랜서 PD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작품이 탄탄하면 외면받지 않는다
[TV] 한국 드라마는 지금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