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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우선 대상을 가지고 싶어지고, 다음으로 이해하고 싶어지고, 마지막엔 충만한 기쁨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렇게 모인 애정의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 디지털, CG, 가상현실까지 모두가 미래의 영화를 말할 때 문득 과거를 돌아보고 싶어진다. <씨네21>은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비디오를 모으는 수집가, 영화 서적을 모으는 수집가, 괴수 피규어를 모으는 수집가까지 3인의 아날로그 영화광,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 사랑한다면 모아보세요.
*이어지는 기사에서 3인의 수집가 기획 기사가 계속됩니다.
[기획] 아날로그 영화 수집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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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업계 꼴찌던 시절이 있었다. 1984년, 브랜드 쇄신을 꾀한 나이키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서고,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유망주 마이클 조던을 점찍는다. 하지만 신발 시장의 1, 2위를 앞다투는 아디다스와 컨버스까지 그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기 시작하고, 마이클 조던만이 마지막 희망이라 여긴 나이키는 그만을 위한 전략을 세운다. 영화 연출을 맡은 벤 애플렉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로 분해 나이키의 시대정신을 보여주고, 맷 데이먼은 실화의 중심축으로 소니의 의지와 결연함을 온몸으로 체화한다. 또 소니의 친구이자 1984년 당시 올림픽 농구팀 코치였던 조지 라벨링은 말론 웨이언스의 힘을 받아 코믹함과 놀라운 비밀을 전한다.
- 처음 <에어>를 연출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궁금하다.
벤 애플렉 마이클 조던은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연스레 이끌렸다. 특히 우리 세대에게 조던은
[인터뷰] ‘에어’, 에어 조던의 탄생 비화이자 결국은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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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기고를 하게 되었다는 나의 자랑에 그러던지, 라며 심드렁해하던 친구에게 코너의 이름이 ‘디스토피아로부터’라고 하자 눈을 반짝이던 것이 기억난다. 영화광은 아니지만 디스토피아 장르는 빠지지 않고 챙기는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칼럼의 내용보다 제목이었던 것이다. 왜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진지한 얼굴로 “모두 다 함께 망했으면 좋겠어”라는 답이 순식간에 나와서 실소가 나왔다. 하지만 곧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넷플릭스에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영화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것을 보아 친구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상당한 듯하니 앞으로도 이 시장은 굳건할 것임을 짐작게 해준다. 섬네일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우리가 상상한 암울한 미래의 원인은 제각기 다르다. <투모로우>처럼 기상이변으로 빙하로 뒤덮일 수도, <블랙 미러>처럼 초연결 사회에서 각자의 정보가 기록되고 감시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미래는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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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행 비행기가 엔진 문제로 부산에 불시착하면서 <여섯 개의 밤>은 시작된다. 기내의 다른 승객들과 달리 정수지가 연기한 수정만은 태평하다. 미스터리함을 간직한 수정은 관객의 눈길을 끌고, 선우(이한주)의 시선도 사로잡는다. 수정은 가장 비밀스럽게 등장하지만 가장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캐릭터다. 수정이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는 긴 독백은 직접 정수지가 써내려간 대사들이다.
“최창환 감독님께서 부녀 관계는 잘 모르신다며 내게 대사를 써달라 부탁하셨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기 때문에 실감나게 대사를 쓸 수 있었다. A4용지 3, 4장 분량의 대사를 쓸 때도, 연습할 때도, 심지어 촬영 중에도 옛 기억을 꺼내며 많이 울었다.” 정수지는 영화의 엔딩곡을 정차식 음악감독과 함께 부르며 <여섯 개의 밤>의 크레딧에 가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목소리만으로 음악감독님이 원하는 톤을 만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영화의 엔딩에 내 목소
[WHO ARE YOU] ‘여섯 개의 밤’ 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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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틈틈이 계속 대화를 나누던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장항준 밥 먹고 농구만 하니까 촬영이 거듭될수록 배우들 실력도 계속 는다. 용산고 선수 역할 중에 실제 선수 출신도 있고 코치님도 현장에서 계속 배우들의 폼을 봐주니까 실력이 깜짝 놀랄 만큼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안재홍 오늘 문어 집에 갈까, 막창을 먹을까 먹는 얘기도 나누고. (웃음) 감독님에게 오늘 촬영의 연기 톤에 대해 많이 여쭤봤다. 마냥 치열하기만 할 것인지 오히려 담백하게 갈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감독님과 연기 취향이 잘 맞는다. 감독님과 내가 좋아하는 테이크가 똑같다.
장항준 실화 자체가 극성이 세다 보니 자칫하면 중후반에 감정을 강요하는 쥐어짜는 연기가 나올 수 있다. 나나 안재홍씨나 제작자분 들이나 관객이 울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울지 말고 담백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오늘 촬영 회차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무엇이었나.
장
[기획] 연습만이 살길, '리바운드' 장항준, 안재홍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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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중앙고 점프 최강자 홍순규(김택)와 용산고 15번 한준영(이대희)의 공중전! 실감나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준비했다.
▼비록 용산고에 밀리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득점 찬스를 이어가는 부산중앙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진욱(안지호), 강양현 코치(안재홍) 그리고 이 선생(이준혁). <리바운드>는 중계석이나 벤치쪽 상황을 찍을 때도 선수들이 직접 움직여서 피사체 앞에 레이어를 쌓고 현장감을 주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용산고의 공을 ‘리바운드’한 규혁(정진운)이 죽을 힘을 다해 역습을 꾀하는 장면을 동시녹음 스탭과 카메라가 쫓아가고 있다. 배우들이 부산 사투리를, 그것도 경기 중에도 자연스럽게 써야 하는 설정 때문에 “패스해라”, “박스아웃해라”를 사투리 억양으로 외치는 연습도 부단히 했다고 한다.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확인하고 활짝 웃는 배우 안재홍, 정건주, 김택(왼쪽부터).
▼“오늘 <씨네21&g
[기획] '리바운드'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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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에서 최약체로 여겨졌던 부산중앙고등학교가 보여준 반전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단 6명의 선수만 출전해 교체가 거의 불가능했던 농구부가 농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체력상 불가능한 일을 해냈고, 실화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농구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틱한 각색이나 편집을 통한 속임수보다는 배우들이 땀 흘리며 제대로 된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 7월2일 안동체육관에서 진행된 <리바운드> 56회차 촬영 현장을 찾았다. 이날 촬영은 부산중앙고와 용산고의 결승 전반전, 선수들은 교체 없는 경기 출전으로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결승전다운 박진감과 선수들의 감정 연기가 요구되는 장면인 만큼 정확한 리허설을 거쳐 신중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그리고 배우도 스탭도 농구에 진심이라는 <리바운드>팀은 쉬는 시간에도 농구
[기획] 농구에 미쳤던 2022년의 여름, '리바운드' 촬영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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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나 여기 더이상 못 있겠다”고 외치는, 3학년 2반에서 가장 겁 많고 여린 울보. 배우 소희는 그런 순이와 자신은 “정반대의 사람”이라 정의내린다. 중2 때부터 아이돌을 준비하며 길러온 실력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6에서 빛을 발했고 자연스럽게 그룹 ‘앨리스’의 데뷔로 이어졌다. <방과 후 전쟁활동>을 통해 배우로 처음 발돋움한 그에게선 긴장은커녕 산뜻하고 당찬 기운이 감지된다. “감독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셨다면서 ‘소희는 뭐든지 잘할 거란 믿음이 있다’고 하셨다. 성격은 다르지만 밝은 톤의 목소리 등을 고려해 내게 순이 역을 맡겨주셨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운 건 6개월 남짓. 하지만 7년의 무대 경험에 비춰 순이의 특성을 잡아갔다. “여럿이 함께 무대에 설 때도, 연기할 때도 개별 캐릭터의 매력이 또렷하게 나와야 재밌고 상황이 풍성해진다. 그래서 촬영 들어갈 때마다 ‘순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질문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 소희, 연기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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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으면 심심해. 애들이랑 있는 게 좋아.” 연보라가 아늑한 집을 떠나 군사훈련에 참가한 계기는 수능 가산점을 노리는 다른 친구들의 목적과 사뭇 다르다. 이 장면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매사 냉랭하게 구는 연보라의 평소 모습과 달라 의외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는 태블릿PC에 친구들 얼굴을 그려 간직하는 다정함을 숨기고 있다. 연보라의 매력 포인트인 이 간극은 곧 배우 권은빈의 과제로 돌아왔다.
“보라가 겉으로는 거칠어 보여도 무리지어 다니며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는 아니다. 유독 조용한 애설(이연)에게 답답함을 느껴 자주 화를 내지만 그게 학교 폭력처럼 비치면 안됐다. 그래서 중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모난 태도로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으나 멀리서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이. 다소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성향에도 권은빈은 자기만의 정답을 찾아냈다. “직설적인 말로 아이들을 짓누르기보다 분위기를 장악할 줄 아는 카리스마를 떠올렸다. 냉소적이면 서도 극한상황에서 아이들이 점차 따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 권은빈, 어린 전사의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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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캔들> <약한영웅 Class 1> <소년심판> 등 그간 이연은 다양한 작품에서 강한 에너지를 표출하는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하지만 <방과 후 전쟁활동> 속 노애설은 전작들과 달리 늘 주눅들어 있고 행동도 느리다. 이연은 주변 지인들 또한 여태 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했다 밝히며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실탄을 장착해간 과정을 들려주었다. “상처받지 않은 척 연기하는 캐릭터는 많지만 애설이는 정말 상처받지 않는 친구다. 상처가 많이 누적돼 웬만한 상처엔 통달했다. 상처 주는 사람의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내게 하는 모진 말이 내가 미워서가 아닌, 순간적으로 분풀이할 대상이 필요해 내뱉은 말이라는 걸 아는 친구다. 웬만한 말엔 상처받지 않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는다. 날 선 말에 상처받기보다 그 속에 담긴 의도를 볼 줄 아는 성숙한 아이, 온유한 애설이로부터 인내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래서 애설이를 정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 이연, 상처받지 않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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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키와 빽빽하게 들어찬 눈썹, 날카로운 눈매. 유달리 뚜렷한 인상에 ‘누가 봐도 권일하’란 생각이 스칠 찰나, 김수겸 배우가 오디션 합격 일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감독님이 ‘본인이 어떤 캐릭터인지 이미 알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데, 난 정말 몰랐다. 다른 배우들도 보자마자 ‘쟤가 권일하’라고 생각했다기에 그냥 나만 몰랐구나 싶었다. (웃음)” 드라마 <연애혁명>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거쳐 <약한영웅 Class 1>에서 시은(박지훈)을 괴롭히는 영빈 역으로 김수겸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방과 후 전쟁활동>에선 반항아 권일하로 분한다. “촬영 시기는 <방과 후 전쟁활동>이 먼저였는데 나쁜 인물을 연기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거칠게 굴고 싸우는 신들의 감정 소모가 정말 크더라. 그럼에도 잘 표현해야 했기에 원작 웹툰에 드러난 일하의 말투, 행동을 참고하고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봤다. <품행제로>에서 류승범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 김수겸, 순수한 반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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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해는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의 애독자였다. 1차 오디션 통과 후 치열의 시점에서 다시 웹툰을 정주행했다는 김기해는 치열한 오디션 끝에 김치열 역을 거머쥐었다. 김기해의 전작이 <마녀 Part2. The Other One> 속 토우 4인방 미소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성적, 교우 관계 등 모두 평범 그 자체인 김치열이 쉬이 연상되지 않는다. 1년여에 달한 촬영 기간은 김기해와 치열이 온전히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내게 주지한 것이 치열의 평범함이었다. 누가 봐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 나 또한 연기하는 내내 ‘나서지 말자’가 신조였다. 촬영 초반엔 치열과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ENTP’인 내가 볼 때 치열이는 ‘INFJ’ 였다. 하지만 상반되는 면이 많은 캐릭터다 보니 오히려 내 반대급부를 생각하며 연기해 쉬운 점도 있었다.”
3중대 2소대 기록병 김치열은 엄밀하게 말해 작품의 주인공이다. 치열이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 김기해, ENTP의 INFJ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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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는 마치 전체 스케치를 완성하고 세부적인 컬러링을 시작하는 창작자처럼 작품에 접근한다. “작품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메시지가 파악된 뒤에야 비로소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운용될지 계산하는 편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전쟁으로 변해 가는 인간 군상을 고등학생들을 통해 그려낸다. 아이들이 안쓰럽고 상황이 원망스러운데, 그럼에도 그 세계를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성진고 2소대 소대장으로 배치된 이춘호 중위는 호되게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괴생명체의 위험성을 처음 알아차린 사람이 춘호다. 자신이 매번 구출할 수 없으니 학생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것이다.” 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의 종열과 <열두밤>의 현오처럼, 주로 다정한 캐릭터를 맡았던 그와 틈을 내주지 않는 춘호는 쉽게 겹쳐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춘호 역이 내게 온 것 같다. 차갑게 묘사됐을지라도 감독님은 춘호가 작품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 신현수, 느리지만 활기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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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50, 1분1초가 아까운 시점에 구 형태의 괴생명체가 하늘을 뒤덮는다. 무자비하게 인간을 학살하는 괴생명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정부는 고등학생마저 군사훈련에 참가시킨다.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가 제작한 <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다.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의 성용일 감독과 윤수 작가,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이남규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원작의 긴박감을 그대로 옮기고, 캐릭터에 서사를 덧붙여 웹툰과는 또다른 매력을 생성했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3월31일에 6화까지 공개된 후 4월 중 파트2에 해당하는 7~10화가 공개될 예정 이다. 군장을 메고 총구를 겨눈 이들의 ‘전쟁활동’은 어떻게 펼쳐질까. 어떻게든 아이들의 생존을 담보하려는 이춘호 중위 역의 신현수와 3학년 2반의 기록병 김치열로 분한 김기해, 반항아 권일하를 연기한 김수겸, 노애설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낸 이
[기획] '방과 후 전쟁활동'의 배우들 - 신현수, 김기해, 김수겸, 이연, 권은빈, 소희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