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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처럼 초록색 피부를 가진 오글리 가족은 음식물 대신 쓰레기를 먹는 종족이다. 그들은 냄새 마을 외곽의 쓰레기장에서 새살림을 꾸리며 고철 더미,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 속에서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이런 오글리 가족의 능력을 본 꼬마 발명가 맥스와 친구들은 냄새 마을의 환경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며 기뻐한다. 게다가 오글리 가족의 생체 추출물을 이용해 도시의 악취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건설업자 해머로 인해 오글리 가족과 맥스의 앞날은 위기에 봉착한다.
무분별한 도시 난개발과 환경 문제에의 사회적 무관심,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공익의 저해, 그리고 원주민의 생존권 위협 등 여러 겹의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른들은 눈감지만 아이들이 시위하고 행동하여 해결하는 양태가 인상 깊다. 더하여 흥미로운 점은 오글리 가족을 대하는 냄새 마을 주민들의 태도다. 대척의 사상, 인종, 국가 등을 외계인, 괴물이란 타자로 비유했던 할리
[리뷰] '오글리스: 웰컴 투 냄새 마을(Smelliville)', 눈을 감는 어른들과 행동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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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판매사원 희경(이음)은 매일 아침 되뇐다.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판매원이다. 오늘날 미소는 내일의 나를 부자로 만든다.” 온종일 서서 일하는 터에 하지정맥류가 발생해도, CCTV 너머 감시자의 눈이 자신을 노려보아도 희경은 웃는다. 그런 희경과 동료 승아(이정경)에게 한 손님이 찾아온다. 일전에 구입한 눈가 주름 방지용 화장품을 사용한 후 오히려 주름이 늘었다며 불만을 털어놓는 손님 정란(윤가현). 희경과 승아는 미소 머금은 얼굴로 침착하게 정란의 요구사항에 응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란은 이유 모를 지적을 쉬지 않고 퍼붓는다.
<불멸의 여자>는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최종태 감독은 원작인 연극과 영화의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다. 연극에 출연한 배우를 영화에 등장시키거나 장소를 무대 위로 한정해 연극의 연장선에 서면서도, 슬로모션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활용해 영화의 특징을 부각한다. 군중 속에 우두커니 선 희경의
[리뷰] ‘불멸의 여자’, 불멸의 웃음은 때로 폭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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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물에 잠기고, 주요 시설이 파괴되고, 자원마저 고갈되면서 여기저기서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도 100배나 증가하여 이른바 변종 인간들이 초능력을 무기로 약탈을 일삼는다. 미국 정부는 초능력자법을 시행하여 이들을 체포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수감된 ‘샌티부론’은 세계 최초 초능력자 전용 감옥이다. 은퇴를 눈앞에 둔 교도소 감독관 데블린(마이클 루커)은 악명 높은 범죄자 로브(브루스 윌리스)에게 전 재산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뮤턴트 이스케이프>는 코믹스의 그래픽 노블 <Corrective Measures>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초능력을 지닌 죄수들의 화려한 액션도 보여주지만, 서사의 뼈대는 탈출에 있다. 그 중심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데블린과 로브의 대결이 있다. 데블린은 ‘널리’라고 부르는 초능력무력화장치로 수감자를 통제하고 감시한다. 반면에 로브는 널리로 염력이 무력화됐지만 그의 위엄으로 수감자들을 수하에 두고 조종한다.
[리뷰] '뮤턴트 이스케이프(Corrective Measures)', 초능력자 전용 감옥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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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청소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영화 제작자 진우(나현준)가 고향 원주로 향한다. 친구 성민(양흥주)의 출가를 배웅하기 위해서다. 성민은 그런 진우에게 절까지의 동행을 부탁한다. 딸과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절에 도착한 성민. 그러나 그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돌연 출가를 거절당한다. 그렇게 오갈 곳이 없어진 성민과 진우의 뜻밖의 여정이 이어진다.
<오늘 출가합니다>는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푸른영상 소속의 김성환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로, 감독이 활동하고 있는 원주시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로드 무비 성격의 영화다. 두 주인공이 방문하는 강원도의 사찰과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곳을 누비는 사정이 좋지 않은 영화 제작자 진우와 속세를 떠나려는 성민의 처지가 묘하게 겹치며 독특한 감상을 자아낸다. 무언가로부터 출가 혹은 가출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귀엽게 산재되어 있
[리뷰] '오늘 출가합니다', 무언가로부터의 탈출과 어딘지 모를 곳으로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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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장기자랑’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극은 조금 독특해 보인다. 어머니의 얼굴을 한 배우들이 교복을 입은 채 고등학생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연을 알아차리는 것은 2014년의 4월을 겪은 한국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인 엄마, 동수 엄마, 애진 엄마, 예진 엄마, 영만 엄마, 순범 엄마, 윤민 엄마는 그날 이후를 잘 살아가기 위해 연극을 시작한 엄마들이다. 그들은 ‘희생자 가족이 과연 이렇게 잘 살아도 되는가’ 하는 고민과, 아이들의 존재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복잡한 심경을 품은 채 무대에 오른다. 그렇게 김태현 연극 연출가의 지도로 꾸며진 연극 ‘장기자랑’에서, 엄마들은 각각 제주도 수학여행에서의 장기 자랑을 준비하는 생기발랄한 고등학생 아이들을 연기하게 된다.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한 아이들의 디테일이 담겨 있는 이 연극을, 단원고에서 올리냐 마느냐가 극단 노란리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4·16재단에서
[리뷰] '장기자랑',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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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나이키는 컨버스, 아디다스 다음으로 농구화 시장 점유율 17%로 업계 3위, 사실상 꼴찌 신세였다. 나이키의 스카우터인 소니(맷 데이먼)는 미국프로농구(NBA) 루키 조던에게서 희망을 본다. 하지만 조던이 원한 곳은 아디다스였다. 소니는 예산 25만달러 전부를 조던에게 베팅하자며 나이키 CEO인 필 나이트(벤 애플렉)와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여러 고초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룰을 어기는 것. 소니는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조던의 부모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한다.
<에어>는 마이클 조던을 세기의 아이콘으로 만든 나이키 ‘에어 조던’의 탄생기를 그린 실화 영화다. 맷 데이먼과 벤애플렉의 세 번째 협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이들의 첫 협업이었던 <굿 윌 헌팅>을 연상시킨다. 재능은 있지만 세상과 벽을 쌓았던 윌(맷 데이먼)에게 믿음을 준 숀(로빈 윌리엄스)과 영화 속 소니가 닮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선수의 잠재력에
[리뷰] '에어(Air)', 직관과 즉흥성에 대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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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부산 중앙고등학교에서는 교무회의가 한창이다. 농구부의 존폐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한때 전국을 무대로 활약했던 부산 중앙고 농구부는 유명무실한 팀이 되었지만, 농구부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동문회로 인해 쉽게 없애지 못한다. 결국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이 신임 코치로 부임하여 그럭저럭 팀을 유지하는 것으로 논의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전국농구대회 MVP 출신이었던 양현은 자신이 몸담았던 중앙고 농구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분투한다. 양현은 곧바로 선수 영입에 착수하고, 군산시장배 농구대회에 나선다. 결과는 유례없는 중징계. 심판에게 공을 던진 선수와 과도하게 이의를 제기한 코치 탓에 중앙고는 6개월 출전 정지를 받는다. 양현은 깊이 좌절하지만 이내 선수 시절 자신이 쓴 농구일지를 보고 다시 전국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선수들 역시 양현과 함께 농구에 희망을 걸어본다. 절치부심한 중앙고 농구부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의 예선부터 본선
[리뷰] '리바운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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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_ <모가디슈>
현장에서 지켜본 배우 구교환은 ‘호기심 천국’, 매력적인 사람 구교환은 ‘마흔 넘은 어린이’.
연상호_ <반도> <기생수: 더 그레이>
그는 현장에서 자기 느낌대로 날것처럼 연기하는 배우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매컷을 촬영할 때 앞뒤로 붙는 컷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지금 필요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굉장히 치밀한 연기자다. 아마도 본인이 프로듀서와 감독, 편집까지 참여해본 배우로서 신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배우와 스탭들 모두를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가는 동료로 인식하고 그들과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세히 상의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한편 인간 구교환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도 자주 보았다. 이런 면이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정신적으로도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원신연_ <왕을 찾아서>
구교환 배우를 <씨네21> 커버에서 볼 수 있다니, 정말
함께 작업했던 6명의 감독들이 말하는 ‘배우 구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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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코미디의 왕, 영화과의 현대미술가, 지독한 취향의 배우
- 28주년 창간기념 특별호로 만났으니 잠시 199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보자. 어떤 세기말을 보냈나.
= 반 아이들을 웃기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인기 자체는 호불호가 분명했던 고등학생? 그때 여러 개그적 시도들을 통해 미리 광대의 희로애락을 맛봤다. 사람들 앞에서 나서고 까부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혼자만의 영역과 충전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성향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영화배우라는 개념을 내 안에 쉽게 들이지는 못했지만 대신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 모르는 사람과도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분명하다. TV를 끼고 살면서 그 시절의 우상들 -듀스, 서태지, 현진영-이라면 빠짐없이 좋아했다. 이런 면이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장에서 연상호 감독님과 잘 통했다. 배우 여러 명이 한 프레임에 나오는 장면에서 갑자기 혼성그룹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를 얘기하는 식인데
[인터뷰] 구교환, "열렬하지만 무던하게 공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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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사는 일의 즐거움이 이런 걸까?"
- 구교환의 2020년대는 상업영화로의 진입, 그리고 SF·좀비물 등 한국 장르영화의 주역으로 변신하는 시기로 수식할 수 있겠다. 다가올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액션 스타로서 입지를 굳혀가는 행보 또한 흥미진진하다.
= 내 변화가 제일 놀랍고 신기한 사람이 나일 거다. 액션은 계속해서 익숙해지고 함께하는 과정 속에 있다. 현장에서 무술팀이 “하네스 와이어 해본 적 있으세요?” 물으면 “네”, “매트 촬영 해본 적 있으세요?” 그러면 “네”, “디지털 캐릭터 만들 때 스캔 따는 작업 해본 적 있으세요?” 거기에도 “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적성 검사의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이상한 자부심이 든다. (웃음)
- 블록버스터의 주연으로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1980년 비무장지대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만나는 군의관 역할로 나오는 <왕을 찾아서>에선 어떤가.
= 러닝타임에서 책임져야 할
[인터뷰] 구교환, "'길복순'에선 복순의 옷깃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다가 '툭' 퇴장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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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태 한번도 조용한 적 없었다. 직접 연출하고 주연을 겸한 단편영화들과 예외성으로 일관한 독립영화 캐릭터들로 살아갈 때 그는 자기 말마따나 늘 “아우성거렸다”. <꿈의 제인> <반도> <모가디슈> <괴이> 등을 거치는 동안 <씨네21>은 구교환과 꾸준히 마주 앉았지만, 3월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제외하고도 총 5편의 신작(<탈주>, 시리즈 <D.P.> 시즌2, <기생수: 더 그레이> <왕을 찾아서> <신인류 전쟁: 부활남>)으로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는 이 배우의 근황을 지켜보며 그 왕성한 활동력의 근원에 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뻔한 해석을 향한 구교환의 저항심은 한결같았다.
짙은 정념과 유머, 모종의 쓸쓸함을 동반하는 구교환의 낯선 연기는 이 배우의 자질을 타고난 본능에 기대어
[인터뷰] 구교환이 픽한 '슬램덩크' 최애 캐릭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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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신인류’이면서 1990년대 대중문화의 한 귀퉁이에서 걸어나왔대도 이상하지 않은 아날로그한 감수성을 머금은 배우. 낯섦과 친근함의 개념적 거리를 제멋대로 좁혀버린 구교환만의 존재감을 초창기 <씨네21>의 디자인을 재현한 레트로 커버에 담았다. 3월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액션영화 <길복순>에서 킬러로 등장해 허를 찌르고 사라진 그는, 한창 제주도와 합천 등을 오가며 신작 <왕을 찾아서> 촬영에 매진하던 중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았다. 교실의 코미디언이었던 10대 시절부터 동시대 장르물의 중추가 된 배우의 지금을 논하는 사이, 대화는 구교환의 유머와 상념을 타고 춤추듯 흘러갔다.
*이어지는 기사에 구교환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이 배우, 교환 불가능: ‘씨네21’ 창간 28주년 특별호 커버스타 구.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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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다큐멘터리 <길 위의 셰프들> 시리즈
‘먹방’을 많이 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길 위의 셰프들> 시리즈를 즐겨 본다.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지만 직접 가기 어려울 때, 간접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시즌5
시즌5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시즌5가 나온다는 소식에 시즌1부터 시즌4까지 다시 챙겨보았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특정 상황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말투와 억양, 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말이 자막으로 나올 때, ‘저게 내 대사라면 어떻게 말할까?’ 상상하다보면 자연스레 연기 연습과 공부로도 이어진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
요새 새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마지막회까지 다 나오면 보려고 오랫동안 기
[LIST] 배우 임지연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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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제1회 영화평론상 공모에서 염찬희·이명인, 1997년 제2회 이상용·김의수, 1998년 제3회 심영섭, 1999년 제4회 권은선, 2000년 제5회 김소희·정지연, 2001년 제6회 유운성·손원평, 2002년 제7회 변성찬·정한석, 2003년 제8회 정승훈·김종연, 2004년 제9회 남다은·김혜영, 2005년 제10회 김지미·안시환, 2006년 제11회 이현경·이창우, 2007년 제12회 송효정, 2008년 제13회 이지현, 2009년 제14회 송경원, 2010년 제15회 김태훈·오세형, 2011년 제16회 이후경·김효선, 2012년 제17회 우혜경, 2013년 제18회 송형국, 2015년 제20회 박소미·김소희, 2016년 제21회 홍수정, 2017년 제22회 박지훈·홍은애, 2018년 제23회 김병규·홍은미, 2019년 제24회 박정원·조현나, 2020년 제25회 김철홍·오진우, 2021년 제26회 김성찬·이보라, 2022년 제27회 김예
알림 ● 제28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