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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의 복수극은 문동은(송혜교)이 아닌 박연진(임지연)으로 완성된다. 박연진은 문동은이 여러 번의 기회를 주고도 끝내 복수를 수행하고 싶게 만드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박연진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으면 않을수록, 그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주하면 할수록 복수에 대한 관객의 쾌감은 급증한다. 따라서 <더 글로리>의 성공 여부는 박연진의 극 중 점유도와 내밀한 상관관계를 맺는다. 실제로 <더 글로리>의 흥행 이후 배우 임지연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틱톡, 릴스 등 숏폼 SNS에서는 많은 크리에이터가 그를 모사하기에 바쁘다. 그렇게 무수한 찬사로 가득한 축포 속에서 유독 눈에 밟히는 단어 하나가 보였다. 바로 ‘재발견’이다.
오해나 선입견 속에 갇혀 있던 무언가의 가치를 다시금 평가하고 인정하는 것이 재발견의 보편적 의미라면 응당 그것은 긍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배우 임지연이 이제야 재발견되었다고 환호하기엔
[기획] 임지연 배우론: 임지연의 연기 세계는 내내 반짝이고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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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각별하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된 <길복순>팀이 생애 첫 베를린영화제의 기억을 공유해줬다. 2월18일(현지 시간)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앞서 진행된 레드 카펫 행사에서 변성현 감독이 입었던 의상의 비밀, 베르티 뮤직 홀 1800석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 섰을 때의 감동, 그리고 공식 일정을 마친 후 가졌던 만찬까지, 추억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15살 딸 재영(김시아)을 둔 싱글맘이자 노련한 청부살인업자 길복순(진도연)이 몸담았던 조직의 제거 대상이 되면서 휘말리는 혈투를 그린 <길복순>은 3월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배우 전도연
“<길복순>으로 처음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맞이한 베를린 첫 스크리닝에서 1800석을 가득 메운 관객과 함께 놀라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1800석을 꽉 채운 베르티
[기획] ‘길복순’ 전도연, 김시아 배우와 변성현 감독이 전하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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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휘와 보영, 두 남자가 가장 가깝던 시절 함께 보내는 공간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아휘의 아파트다. 이곳은 침대 하나, 소파 하나, 이구아수폭포가 그려진 전등이 전부인 작은 공간이다. 장숙평 미술감독과 이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 낸 골딘이 찍은 사진을 보았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은 관계를 담은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나는 그 사진을 아주 잘 찍었다고 생각했다. 장숙평 미술감독에게 “이렇게 영화를 시작하고 싶어”라고 말하며 그 사진들을 주었다. “러브신으로 영화를 시작하자. 두 남자가 사랑을 나누는 곳이 이 방이었으면 좋겠어. 침대와 소파가 있을 거야. 조명은 적게 쓰고.” 이 말을 들은 장숙평 미술감독은 “더 많은 디테일이 필요해”라고 요구했지만 나는 “디테일은 없어. 지금 방을 바로 만들어야 해. 나는 양조위가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아니면 관둘 건지 알아야 하거든”이라고 대답했다. 아휘와 보영이 가장 친밀한 순간을 이 방에서 담고
[인터뷰] 왕가위 감독이 밝힌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아휘가 홍콩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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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작”하기 위해 홍콩을 떠난 두 남자의 사랑과 이별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해피 투게더>를 얘기하기 위해선 199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때 많은 홍콩인들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의 삶을 크게 걱정했고, 또 불안해했다. 사람들은 캐나다, 미국, 호주로 갈 수 있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 매우 애썼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극과 파혼이 일어났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일 중 하나는, 영국 시민임을 증명하고, 영국 여권을 뜻하는 BNO가 적힌 ‘영국해외시민여권’을 받았던 홍콩 사람들이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에는 영국에 더이상 머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홍콩 사람들에게 모국이 사라졌다는 걸 의미했다. 홍콩 사람들은 사생아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풍경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국(영국)으로의 수용을 기대했지만 거절당하는 이야기, 거부된 관계에 관한 영화, 그것도 게이 이야기로.
- 두 남자가 가는 곳이 왜 아르헨티나인가
[인터뷰]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왕가위 감독, “아휘와 보영의 강렬한 러브신으로 시작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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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왕가위 감독을 순식간에 거장 반열에 올린 <해피 투게더>(1997)는 왕가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홍콩의 낮과 밤, 그리고 홍콩의 길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았던 ‘홍콩 야상곡’인 <중경삼림>(1994)과 <타락천사>(1995)를 연달아 끝낸 뒤 왕가위 감독이 홍콩 밖으로 눈을 돌린 첫 영화이자 두 남자의 반복된 사랑과 이별을 그린 첫 퀴어영화다.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불가라는 철퇴를 맞는 등 극장 개봉까지 꽤나 길고 복잡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홍콩과 중국에선 ‘춘광사설’(春光乍洩)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선 ‘해피 투게더’로, 일본에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불리는 등 제목만 세개인 이 영화가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이라는 새 이름으로 2월4일 극장 개봉한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해피 투게더 리
[기획]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과 왕가위 감독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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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익숙지 않았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게 묻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다루지 않은 한 가지 이야기는 무엇일까? 대답은 항상 같았다. 7살에서 18살까지 내 성장기였다.” <뉴욕타임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스필버그는 우리에게 <파벨만스>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는 스필버그가 그의 경험과 가족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고 싶은지, 그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서 새미 캐릭터에 집중했다. 관객은 새미를 보면서 <파벨만스>의 캐릭터들과 함께 이야기 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인디와이어>, 편집자 마이클 칸과 사라 브로샤르
“나는 내 눈이 보는 진실을 믿지 않았다. 나는 영화가 말하는 것만 믿었다. 그래서 영화로 본 많은 것들이 내게 진실이 됐다.”<타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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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는 ‘파벨만스’를 이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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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_2011
유럽에서 미키마우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을 애니메이션화했다. 실사로 표현하기 힘든 작품이었던 만큼 CG애니메이션의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이지만 핵심은 ‘왜 많은 명작 중에 <땡땡의 모험>인가?’를 물어야 한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아니 거의 모든 스필버그 영화에 스며 있는 모험을 향한 열망과 즐거움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 와중에 깨알처럼 히치콕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들은 대중오락과 클래식 무비에 대한 스필버그의 취향이 진하게 녹아 있다. (송경원 기자)
<워 호스> _2011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 등 스필버그는 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영화를 연출해왔다. <워 호스>는 그가 동일한 내러티브의 연극에서 영향을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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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_2001
21세기 스필버그의 분기점. 2001년 <필름 코멘트> 투표에서 5위를 차지한 <A.I.>는 어둡고 묵직한 전개로 대중에겐 외면을, 평단에선 지지를 받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는 스필버그의 손을 거친 뒤 어둡고 무거우면서도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 독특한 색깔로 거듭 피어났다. 문명에 대한 비판과 염세적인 자리에서 끝내 온기를 발견하는 스필버그의 애절한 상상력과 대중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송경원 기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_2002
모험 소재를 즐겨 차용하고 가족주의적이던 전과 달리, 21세기 들어 스필버그 감독작들은 훨씬 무게감을 가진다. 자유의지냐 결정론이냐에 관한 유구한 논쟁을 주제로 끌어들인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 변화를 실감케 하는 대표작 중 하나다. 원작 소설에 표현된 것보다 세심하게 미래 세계를 구축한 동시에 “필름누아르적 특성”을 주입하고자 했던 스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200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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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 _1991
동화 <피터팬>을 어른의 시각에서 각색한 <후크>는 동심을 바라보는 스필버그의 태도와 철학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컬러 퍼플>(1985), <태양의 제국>(1987) 등 80년대 작품이 연달아 참패한 뒤 재기를 노리며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이야기로 들고 나온 것이 다름 아닌 <후크>였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나이를 먹은 뒤 어떻게 될지를 보여준 <후크>는 아날로그 특수효과 시대의 끝자락에서 스필버그가 상상한 미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송경원 기자)
<쥬라기 공원> _1993
90년대는 디지털 특수효과의 시대다.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이는 스필버그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특수효과의 제일 앞자리에 선 감독도 다름 아닌 스필버그였다. 같은 해 <쉰들러 리스트>와 함께 <쥬라기 공원>을 선보이며 다시금 스필버그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9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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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스> _1981
<1941>의 실패로 스튜디오의 신용을 잃고 <제임스 본드> 시리즈 연출 제안도 두번이나 거절당한 스필버그에게 조지 루카스는 “제임스 본드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며 새로운 영웅의 이야기를 꺼냈다. 실수하고 다치고 고통을 느끼고 농담거리가 되기도 하는 영웅, 터미네이터와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영웅 인디아나 존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라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만들어낸 <레이더스>는 제5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미술상을 받았다. (김수영 기자)
<E.T.> _1982
홀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과 외로운 소년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영화 <E.T.>에도 가족을 두고 떠난 아빠, 놀이에 끼지 못하는 엘리엇 등 스필버그의 유년기가 투영되어 있다.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소중하게 다루어지는 어린아이의 상상력과 순수한 시선으로 채워진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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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_1964
스티븐 스필버그가 17살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금한 제작비 500달러로 완성한 첫 장편영화. 그의 고향에서 단 한번 상영해 1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스필버그가 LA에서 구직 활동을 하던 당시 <불빛>의 마스터 릴을 빌려줬던 제작사가 파산하면서 원본 필름도 함께 사라졌다. 우연히 UFO를 목격한 과학자가 외계인의 존재를 추적한다는 설정은 <미지와의 조우>로 이어진다. (임수연 기자)
<대결> _1971
분노와 광기, 공포 같은 감정에 집중해 스필버그가 만든 가장 간결한 장르영화. 촬영 기간이 단 11일만 주어졌기 때문에 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가능한 한 많은 숏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찍었다.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주인공의 리액션과 사운드 편집에 집중한 연출은 마치 주인공을 쫓는 트럭이 <죠스>의 상어 같은 초자연적 존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원래 TV영화로 제작된 <대결>은 이후 추가 촬영을 통해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60~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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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감독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도약선생> <은하해방전선> 연출
❶ <슈가랜드 특급>
<보니 앤 클라이드>보다 절실한 커플,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스산한 실화.
❷ <죠스>
<터미네이터>보다 늠름한 포식자, <캐치 미 이프 유 캔>보다 숭고한 추적기.
❸ <미지와의 조우>
스필버그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가 프로듀싱해온 우주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엔 여기에 다 들어 있더라. <콘택트>나 <어라이벌>보다 재미있고 <E.T.>보다 취향이다.
❹ <레이더스>
이른바 제3세계 엑스트라들을 병품 삼아 설치는 백인 영웅 중에는 그래도 인디아나 존스가 제일 수고가 많고, 해당 시리즈 중에는 <레이더스>가 으뜸 선수. <007>보다 멋지고 <쥬라기 공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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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덕 감독 <글리치> <특종: 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 연출
❶ <죠스>
서스펜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답변.
❷ <E.T.>
나의 빙봉. 나의 E.T. 여전히 전율하게 하는 하늘을 달리는 자전거.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은 기억보다 그리 아름답지 않고 오히려 외롭고 슬프다는 진실에 대한 위로.
❸ <쉰들러 리스트>
영화인이 아닌 인간 스필버그를 드러낸 용기. 장르보단 인간에 대한 탐구. 이 영화로 그는 ‘영화’ 자체에 진심임을 보여주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❹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넘어서 궁극의 진실을 찾고야 마는 집념. 결국 인간으로 향하는 그의 일관적 주제에 그의 따뜻한 성품이 느껴진다.
❺ <뮌헨>
의심과 번뇌, 그리고 후회를 다루는 이야기는 어쩌면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할 수도. 하지만 장착된 영상영어화술이 이 어두운 이야기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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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정 감독 <소리도 없이> 연출.
❶ <죠스>
영화가 담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담은 영화. 글이 막힐 때 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❷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마도 스필버그 제작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본 작품. 생과 사 그 사이 끝없이 떠오르는 소용없는 도덕적 질문.
❸ <쥬라기 공원>
책 안에 멈춰 있기만 했던 공룡이 거대한 화면 안에서 달리던 그때의 전율. 어린 시절 느꼈던 극강의 공포와 환희.
❹ <A.I.>
혼란한 청소년기 끝자락에 날 찾아와준 선물이자 해답 같았던 작품.
❺ <마이너리티 리포트>
<매트릭스>와 함께, 영화라는 공간에서 모든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 영화.
최동훈 감독 <외계+인> <암살> <도둑들> 연출. (무순)
<죠스> / <레이더스&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