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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어느 가족>
연기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나를 성장시킨 작품.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너무 좋아서 이곳저곳 주변인에게 추천했던 책이다. 조금 두꺼워서 이제야 다 읽었 다. 잊지 말아야 할, 혹은 이제는 인정하고 기억해야 할 할머니의 이야기다.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내가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요가
일어난 직후와 자기 전에 요가를 한다. 요즘 격한 액션 신이나 운동을 자주 하는데 이를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속 시끄러운 내게 하루 중 짧은 시간이나마 명상을할 수 있어 좋다. 나의 건강을 위한 순간이다.
기상 직후 핸드폰 보지 않기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LIST] 배우 김히어라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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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프로그램의 세대교체는 어려운 숙제다. 30년 넘게 이어진 KBS 정통 음악 토크쇼 계보에서 13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지닌 존재감은 안정적이고 견고했다. 누구든 여간해선 유희열을 비롯한 전임자들의 그늘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무대, 그러나 <더 시즌즈>의 첫 3개월을 담당할 호스트로 박재범을 선택한 KBS의 모험은 그 점에서 성공한 것 같다. KBS2의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는 계보를 잇는 동시에 기존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재범은 전통적인 의미의 노련한 진행자는 아니다. 큐 카드에 익숙하지 않고 사자성어를 비롯한 어휘에 담긴 뜻을 종종 헷갈려 하며 프롬프터를 보고 읽을 때조차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대본에서 벗어나 즉흥적인 질문을 던지고 다음 순간 대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심하는 흐름에서 프로그램에 긴장감과 의외성이 생긴다. “호감 가게 할 말 다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진짜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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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370: 비행기 실종 사건>
넷플릭스
2014년 3월8일 오전 1시20분. 말레이시아를 떠나 중국으로 향하던 보잉777 MH370편은 모든 전자 통신장비의 전원을 끄고 레이더에서 사라진다. 사고인지 사건인지 모를 이 비행기 실종은 세간에 음모에 가까운 다양한 가설을 낳는다. 작품은 조종사, 납치, 요격이라는 세 가지 틀로 진실에 접근하려고 애쓴다. 몇몇 추정이 이미 드러났다고 해서 작품에 몰입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 영화는 각각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설득력이 있다는 점을 역설하는 동시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참사 이후 벌어지는 불합리한 세태가 낯설지 않다. 희생자 모욕, 당국의 무능력과 책임 회피, 가짜 뉴스 양산 등 이미 우리에게도 친숙한 악행은 만국 공통인 것 같아 씁쓸하다.
<폴: 600미터>
네이버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왓챠
암벽 등반 도중
[OTT 추천작] 'MH370: 비행기 실종 사건' '폴: 600미터' '보일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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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감독 맷 러스킨 /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캐리 쿤, 알렉산드로 니볼라, 크리스 쿠퍼 / 플레이지수 ▶▶▶▶
작품은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의 1968년작 <보스턴 교살자>의 리메이크라기보다 동일 소재를 다룬 또 다른 영화에 가깝다.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가 범인의 공허한 정서를 근거로 인간성을 성찰하거나, 장르 색채를 도드 라지게 하는 데 골몰하고, 드물게 시대상을 비판적으로 그리는 제스처로 고매함을 꾀한다면, 작품은 모든 관심을 앗아가는 살인범에 가려진 피해자, 다시 말해 여성에 주목하면서 비슷한 작품들이 본의 아니게 품은 위선을 고발한다.
신문사 레코드 아메리칸 기자인 로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패션이나 요리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생활부 소속이지만 연이어 터지는 범죄 사건이 눈에 밟힌다. 그는 시간을 따로 들여 사건을 취재하겠다는 말로 겨우 편집장의 허락을 얻어 최근 발생한 노령의 여성 살해 사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범인이 동일 인물임을 암
[OTT 리뷰] '보스턴 교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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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페페, 엔리코, 안젤로 삼형제는 나폴리 시장 살이에 절어 있다. 이들의 삶의 모델인 아버지는 시장에서 위스키 모조품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5년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그나마 지식인으로 불리는 페페, 천성적으로 강인함을 타고나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보스 안젤로, 그리고 단지 DJ가 되고 싶을 뿐 그 어떤 야망도 없는 엔리코, 이렇게 삼형제의 이야기가 이탈리아 개봉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믹스드 바이 에리>(Mixed by Erry)는 포르첼라의 DJ라고 불린 에리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엔리코 프라타시오는 처음엔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녹음한 믹스 테이프를 만들었는데 세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에리가 선정한 곡들을 모아 만든 테이프가 ‘Mixed by Erry’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자 그는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리믹스한 카세트테이프를 팔아 억만장자가 된다. 시드니 시빌리아 감독은 자신이 처음으로 음반을 산 기억을 상기하며
[로마] 오래전 믹스 테이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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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관산업협회가 멀티플렉스 3사와 함께 4월 개봉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선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는 지난해 10월, 한국영화계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이 회원사로 참여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협회와 멀티플렉스 3사는 최근 배급사들과 협의해 4월5일 개봉하는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14일 개봉하는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 26일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의 <드림>을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 제작·개봉 활성화 및 홍보 마케팅 등을 위한 지원금을 마련했던 한국영화특별지원사업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된다. 순제작비 30억~74억원 사이의 작품은 관객 1명당 티켓값의 1천원씩, 75억원 이상의 작품은 2천원씩을 극장에서 영화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드림>의 경우 순제작비가 75억원 이상이지
한국영화 함께 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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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최고작 5편은 무엇인가요?’ 스필버그의 유년기가 담긴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 개봉을 앞두고 국내의 영화감독 및 제작자들에게 설문을 청했다. 영화 창작자의 시선으로 본 스필버그의 역작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스필버그 감독님 영화 중 다섯편만 뽑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진짜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류승완 감독)는 답이 날아왔다. 끝내 순위까지는 못 정하겠다며 무순으로 응답한 이들도 여럿이었다. 바쁘기로 소문난 감독들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꺼이 응답해준 건 스필버그가 영화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감독들의 감독’이기 때문이리라. 설문의 결과도 흥미로웠다. <죠스>와 <E.T.>는 상위권에 포함되었지만 스필 버그에게 7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쉰들러 리스트>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스필버그의 초창기 영화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반세기를 아
[이주현 편집장] 당신의 스필버그 영화 베스트5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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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었다. <당신께>는 같은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보내던 뉴스레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편의 글이 한통의 편지가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공들여 쓴 글이다. 그의 글은 술술 읽히면서도 왠지 쓸쓸하다가 웃기고 힘이 나곤 한다.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페이지가 슬금슬금 넘어가는 바람에 열심히 오랫동안 만든 음식을 한입에 홀랑 먹어버린 것만 같았다. 괜히 감자튀김 봉투를 뒤집고 손가락을 한번 빨게 되는 기분이다. 항상 그랬지만 유독 이번에 더 그렇게 느낀 것은 왜일까.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전자책으로 읽었던 것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새로 산 아이패드에서 전자책으로 보는 <당신께>는 놀라웠다. 두쪽을 모아 읽으니 작은 크기의 책을 펼친 것과 비슷해서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화면의 해상도나 터치에 반응하는 것도 내가 알던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한편의 글이 보통 두어 페이지 정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연재가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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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는 추리의 기본이다. 사건 발생 시각에 어떤 사람이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말은 곧 그가 사건 장소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등장한 과학 이론인 양자 이론은 알리바이가 모든 물체에 대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양자 이론은 무엇이든 정밀하게 따져 계산할 때에는 한 물체가 동시에 두 군데 이상의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고 치고 계산하는 방식을 택한다. 상식을 초월하는 생각이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그게 말이 되나 싶어 어디인가에 잘못 생각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의심도 든다. 그러나 긴 세월 동안 양자 이론은 검증을 견뎌냈고 지금은 가장 믿을 만한 과학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양자 이론과 함께 현대 과학의 두축으로 인정받는 다른 이론으로 상대성이론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기로는 상대성이론도 양자 이론 못지않다. 상대성이론은 돌을 허공에 던지면 땅에 떨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돌의 속도와 날아간 거리를 정밀하게 계산하기
[곽재식의 오늘은 SF] 양자 중력 이론으로 보는 별나라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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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렇다. 다만 그것은 <모비딕>이 고래에 관한 이야기라는 의미에서만 그렇다. 스스로 <모비딕>을 인용하고 있는 <더 웨일>은 <모비딕>과의 관계를 통찰할 때 다양한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모비딕>이 그러했듯이 <더 웨일>을 미국, 그리고 현대사회에 관한 알레고리로 볼 수도 있다. <더 웨일>을 거울처럼 반전된 <모비딕>이라고 본다면, <더 웨일>의 찰리(브렌던 프레이저)는 고래 모비딕이 아니다. 찰리는 일종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모비딕을 잡으려는 선장 에이해브를 닮았으며, 세이렌의 노래를 들으려 하는 오디세우스와도 유사하다. 내면의 어두운 곳에서 죽음을 갈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디세우스의 욕망이 삶보다 거대한 무엇에 대한 갈망인 것처럼, 찰리의 죽음을 향한 갈망 또한 단
[비평] ‘더 웨일’, 숭고함이 침묵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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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에 어긋나는 일이나 사람을 비난할 때 우리는 정의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질 때 확신은 강해지고 수정 불가한 당위가 된다. 내가 굳게 믿어온 신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때는 늦는다. 이성과 합리가 끼어들 자리에 이미 비대한 확신이 들어앉은 다음이기 때문이다. <어떤 영웅>은 얼핏 아시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꾸준히 이어온 테마를 계승하는 정도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한결 인류학적이다. 의심하지 않는 확신이 누군가의 명예를 한순간에 추락시키는 일이 SNS 시대에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세 유럽으로 가보자.
지난해 가을 취재차 방문한 독일 남부의 로텐부르크. 13세기 초 신성로마제국이 ‘자유제국도시’로 지정한 황제 직할 도시 중 하나였다. 이후 800년에 이르는 세월 속에 숱한 전쟁을 거치면서도 로텐부르크는 성내 건물들을 고스란히 지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측 미군 지휘관이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알아보고 공습을 중단토
[비평] ‘어떤 영웅’,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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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에 이르기까지 마틴 맥도나는 영화에서 시대를 특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기를 적시하길 피해가며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해온 편이다. 그렇기에 <이니셰린의 밴시>에서 배경을 1923년이라 언급한 건 특기할 만하다. 아일랜드 국적의 감독이 아일랜드 내전이란 역사적 사건을 명확히 가리킨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장소는 본국과 거리를 둔 이니셰린이라는 가상의 섬이다. 지척의 대포 소리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파우릭과 콜름은 이니셰린에서 둘만의 광기 어린 전쟁을 벌인다.
서부극의 특성을 즐겨 차용하는 마틴 맥도나의 특성은 그의 신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벨기에의 브뤼주, <쓰리 빌보드>가 미주리주의 에빙 지역으로 장소를 한정했던 것처럼 <이니셰린의 밴시>의 배경지도 이니셰린을 벗어나지 않는다. 섬에 머무르는 두 인물은 거듭해 갈등을 겪는다. <킬러들의 도시>
[기획] '이니셰린의 밴시' 속 갈등이 남긴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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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파우릭(콜린 패럴)이 콜름(브렌던 글리슨)의 집에 방문하면 둘은 나란히 술집으로 향한다. 습관처럼 굳어진 일상은 “더이상 너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콜름의 선언으로 무너지고, ‘오후 2시’는 일방적인 무시와 끈질긴 방문의 시간으로 변모한다. “계속 찾아온다면 양털 깎는 가위로 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콜름의 연이은 선언에도 파우릭은 우정을 갈구하길 멈추지 않는다. 첫 장편 <킬러들의 도시>에서 콜린 패럴, 브렌던 글리슨과 호흡을 맞췄던 마틴 맥도나 감독은 “두 배우의 조합에 어울릴 만한 스토리를 수년간 고민”했고 10여년 후 <이니셰린의 밴시> 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재회의 장을 마련한다. 마틴 맥도나는 ‘두 남자의 절교’라는 서사에 비극과 블랙코미디를 녹여내며 자신의 연출적 강점을 드러낸 동시에 “삶에 대해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타임스>) 접근법을 구사한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3관왕,
[기획] 어느 날 내 친구가 절교를 선언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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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포용성으로 더 넓게 연대한다
- 든든은 성폭력 문제와 더불어 영화계 내 불균등한 기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용성 지표를 개발하고 ‘2022 한국영화 다양성 주간’(이하 다양성 주간) 행사를 열어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행사 이후 어떤 피드백을 받았나.
김선아 영진위가 변하고 있다. 깜짝 놀랐다. (웃음) 다양성 주간에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님이 “다양성과 포용성은 영진위의 핵심 정책”이라고 인사말도 해주셨잖나. 이후 9인 위원회(상임위원장과 비상임위원장 8인으로 구성된 심의, 의결기구)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왔다. 영진위도 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보다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거다. 즉 장애인을 단순히 영화를 향유하는 관객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이들도 창작자로 나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양성 주간에서 든든이 주장한 얘기잖나! 다양성 주간은 영화산업 내 담
[대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5주년, "여성뿐 아니라 더 많은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