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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돌풍’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팬시댄스’
김현승 남지우 2024-07-05

<돌풍>

넷플릭스 | 12부작 / 연출 김용완 / 출연 설경구, 김희애, 이해영, 김미숙 / 공개 6월2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괴물에 맞서기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겠다

<돌풍>은 권한대행직에 오르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시해하는 동호(설경구)의 모습으로 막을 올린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부패 기득권 청산이다. 수진(김희애)을 비롯한 정경유착의 주범들은 살아남기 위해 여론과 법의 빈틈을 교묘히 공략한다. 궁지에 몰린 동호에게 남은 것은 대의를 부르짖는 올곧은 신념뿐이다.

<더 글로리> <소년심판> <비질란테>. 대한민국에는 지금 뜨거운 사적제재 열풍이 불고 있다. ‘정의로운’ 구원자는 법과 원칙을 대신해 악인을 심판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넷플릭스 <돌풍>의 동호도 마찬가지다. 정의를 위해 제 한몸 불사르겠다는 그는 정치 혐오에 빠진 국민이 그토록 바라왔던 영웅의 모습 그대로다. 응징이 철저하게 공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돌풍>은 굵직한 사건들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연출로 극의 속도감을 높인다. 하지만 정치 이슈를 편의적으로 소모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감청과 불법 촬영에 의존하는 빈약한 디테일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베테랑 배우들이 비장한 대사를 여유롭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두 주연배우(설경구, 김희애)의 살 떨리는 앙상블만큼이나 확고한 신념을 지닌 주인공이 또 다른 기득권으로 변질되지 않을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노벨평화상과 전대협, 공안검사까지 명확한 특징을 가진 등장인물에 현실 정치인을 대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그들의 진흙탕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이 단 한번도 무대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현승 객원기자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넷플릭스 | 감독 리처드 라그라브네스 / 출연 니콜 키드먼, 잭 에프런, 조이 킹 / 공개 6월2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여러모로 참 ‘미국’스럽다

배우 크리스(잭 에프런)의 매니저 자라(조이 킹)는 까다로운 스타 배우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이다. 이 ‘대배우’는 툭하면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는 그녀를 해고하겠다며 협박을 일삼는다. 히스테리를 견디지 못한 자라가 일을 관두자 크리스는 자신의 모난 성격을 받아줄 사람이 그녀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라를 붙잡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한 크리스 앞에 한눈에도 기품이 느껴지는 여성이 등장한다. 자라의 어머니이자 유명 작가인 하이드(니콜 키드먼)이다.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자라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다. 자라에겐 전 직장 상사와 엄마가 사랑에 빠진,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다. 딸은 두 사람의 만남을 방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영화는 중년의 사랑과 방황하는 청춘을 교차하며 보편적인 외로움을 다룬다. 할리우드 배우의 고충을 직접 연기한 잭 에프런만큼이나 <키싱 부스>로 검증된 조이 킹의 코믹한 연기가 돋보인다. /김현승 객원기자

<팬시댄스>

Apple TV+ | 영화 / 감독 에리카 트렘블레이 / 출연 릴리 글래드스턴, 이사벨 드로이 올슨 / 공개 6월2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실종되고 살해되는 원주민 여성들의 로드무비

오클라호마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던 여성이 실종된다. 연방 경찰의 무관심 속에서 잭스(릴리 글래드스턴)는 탐문과 전단에 의존해 사라진 언니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남겨진 딸 로키(이사벨 드로이 올슨)는 엄마와 함께 참가하기로 한 원주민 축제 파우와우를 기다린다. 이모와 조카는 원주민 문화와 존엄을 옭아매는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달아나야만 한다. 느린 속력으로 여성 로드무비의 계보를 잇는 영화 <팬시댄스>는 도시 곳곳에 도사린 폭력과 무관심으로부터 탈주하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다. 아메리카 원주민 서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애플TV+는 <플라워 킬링 문>에 이어 다시 한번 릴리 글래드스턴의 영화를 리스트에 올렸다. 오늘날 미국 원주민의 생활상에 밀착하여 전개되는 미스터리와 탈주극의 플롯은 <팬시댄스>를 민족지학적 성격의 장르영화로 규정짓는다. 글래드스턴이 품은 퀴어적 관능에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남지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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