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한 아파트. 이곳엔 인간을 돕기 위해 제작됐지만 지금은 주인에게 유기된 로봇 헬퍼봇들이 모여 거주한다. 헬퍼봇 올리버는 자기를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옛 주인 제임스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일상을 산다. 어느 날 배터리 충전기가 고장난 또 다른 헬퍼봇 입주민 클레어가 올리버의 방문을 두드린다. 기종이 다른 두 로봇은 아옹다옹 다투지만 금세 서로를 궁금해하는 이웃이 된다. 제주도에서 반딧불이를 보는 것이 꿈인 클레어는 올리버 또한 제주도에 사는 제임스를 만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윽고 올리버와 클레어는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인간을 찾아 나선 두 로봇이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감정을 알아간다. 인공지능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숱하게 마주한 로그라인이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은 특유의 ‘오래된 것들’로 작품을 채우며 극의 분위기와 내러티브를 따스하게 감싼다. 무성영화 상영 극장처럼 무대 위에서 재즈풍 넘버의 라이브 연주를 도맡는 세션들, 고전 재즈 LP판을 수집하고 집배원이 노쇠할 때까지 오랫동안 종이 월간지를 구독해 읽는 올리버(잡지쟁이로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의 설정이 그러하다. 이웃해 사는 두 남녀가 엎치락뒤치락 신경전을 벌이다 점차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구성은 하워드 호크스로 대표되는 스크루볼코미디 영화들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영화 버전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에미상 수상자인 대런 크리스가 주연을 맡는 미국 버전의 극 또한 오는 10월 뉴욕 브로드웨이의 1천석 규모 대극장 벨라스코시어터에서 개막 예정이다.
크레딧
기간 6월18일~9월8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시간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2시·6시, 월 공연 없음 등급 14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