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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초 만에 삶이 산산조각날 수 있을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 벤(윌 스미스)은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죄책감으로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 그는 생면부지의 7명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7명 중 한 사람이었던 에밀리(로자리오 도슨)와 예기치 않게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 순간, 벤은 마침내 자신이 오랫동안 계획해온 일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세븐 파운즈>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1막 3장에서 따왔다. 거부 샤일록이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충동적인 성격을 이용하여 내거는 거래 말이다. 샤일록은 바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보증인으로 나선 친구 안토니오에게 “너의 싱싱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삼자”고 한다. 그 의도를 의심하는 바사니오에게 샤일록은 ‘신의 요구대로 불평하지 않고 아들 이삭을 속
모든 것을 내걸어야 하는 빚 <세븐 파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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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텔 방. 루시(애슐리 저드)는 깨어나자마자 짐을 챙겨 그곳을 뜬다. 같은 침대에 누워 있던 낯선 남자의 존재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남자를 그저 하룻밤 상대로만 여기는 그녀는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미소조차 띠지 않는다. 할머니댁을 방문했다 아버지의 근황을 전해 들은 그녀는 그를 찾아가고, 함께 교회에 다니기로 한다. 서먹한 그들 사이에도 진전이 있나 싶지만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말이 없다. 그 사이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칼(제프리 도노반)이라는 남자가 루시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녀도 그에게서 예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루시는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을 맞는 게 고역이다. 불쾌함을 감추지도 않은 채 그녀는 남은 사람이 느낄 수치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밤의 흔적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녀 자신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겠지만 그 모든 건 아버지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만취하면 스테이지로 뛰어올라 신들린 듯 기타를 연주했다는 날리는 기타리스트. 술잔
마음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기 <컴 얼리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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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유망주 랜디(댄 포글러)는 88서울올림픽에서 승승장구하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후 술집에서 탁구 묘기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죽음의 핑퐁대회에 출전해달라는 FBI의 제안을 받는다. 아버지를 죽인 핑퐁마왕 펭(크리스토퍼 워컨)을 소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그는 전설적인 핑퐁 마스터와 아름다운 핑퐁고수 매기 웡(매기 큐)의 지도로 훈련을 거듭한다. 마침내 펭의 초대장을 거머쥔 그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죽음의 핑퐁대회에 출전한다.
이소룡 주연 <용쟁호투>(1973)의 쿵후를 핑퐁으로 바꾼 <분노의 핑퐁>은 설정부터 엉뚱한 코미디영화다. 영어제목 ‘Balls of Fury’는 또 다른 이소룡 주연작 <정무문>(1972)의 영어제목 ‘Fist of Fury’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첫 장면부터 영화의 황당무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88서울올림픽 장면을 재현한 세트나 그것을 응원하는 주한미
할리우드 B급 황당무계 현실무시 코미디 <분노의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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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자 부모 아래서 자라는 소녀 질라이자 로즈(조델 퍼랜드)는 각박한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해 혼자서 공상하고 머리뿐인 인형들과 대화를 하는 아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약물과용으로 사망하자 아버지는 로즈에게 상상 속의 나라 유틀랜드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막상 다다른 곳은 시골 할머니 집이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그곳에서 아버지 또한 약물에 취해 죽어버리고, 로즈는 같은 마을에 사는 델(재닛 맥티어)과 그의 동생 디킨스(브랜든 플레처)를 만나게 된다.
테리 길리엄은 광기의 감독이다.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 같은 최근 영화에선 많이 순화됐지만, 그가 한창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 만든 <바론의 대모험>이나 <브라질> 같은 영화는 ‘광기어린 상상력’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게 했다(그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말아먹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만차>에선 그의 광기를 직접 볼
어른들의 험악한 세계 <타이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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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렌단 프레이저)는 떠돌이 고서수집가다. 소리내 책을 읽으면 소설 속 인물들을 현실로 불러낼 수 있는- 동시에 현실의 누군가는 이야기 속 인물이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오래된 한 서점에서 모는 그토록 원했던 책 <잉크하트>를 발견하지만, 이내 딸 메기와 함께 악당 카프리콘(앤디 서키스)에게 납치된다. 세상을 지배하고픈 카프리콘은 <잉크하트>에 등장하는 악의 무리들을 규합하기 위해 모를 협박한다. 한편, 모의 숨겨진 능력을 눈으로 확인한 메기는 어릴 적 갑자기 엄마가 사라진 이유를 알게 된다.
원작자인 코넬리아 푼케는 ‘제2의 J. K. 롤링’이라는 수식을 달고 다니는 독일 출신의 작가다. 삽화를 그리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도서관의 책이 되어 온갖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세 번째 소설 <잉크하트>에 쏟아부었고, 2004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이후 40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
현실과 가상이 뒤죽박죽 <잉크하트: 어둠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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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혈육처럼 곁을 지켜준 상인(김태우)과 행복한 신혼을 보내던 모래(신민아)는 결혼기념일 선물을 사러 간 갤러리에서 낯선 남자와 주술에 걸린 듯 몸을 맞댄다. 상인은 모래의 고백에 충격을 받지만 묻어두기로 한다. 증권사를 그만두고 레스토랑을 개업하려는 상인은 프랑스에서 만난 요리 천재 두레(주지훈)를 아내에게 파트너로 소개한다. 그가 갤러리의 그 남자인 줄 모른 채. 셋의 동거는 평화롭지만, 모래는 여태 맛보지 못했던 감정의 태동을 느낀다.
<키친>의 ‘불륜’은 불행한 결혼으로부터의 탈주가 아니다. 모래 부부는 행복하다. 상인은 볕이 뜨거운 날이면 아내가 아이스크림이라도 되는 양 “이러다 녹겠다”라고 말하는 남편이다. 모래는 남편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아 숟가락 모양으로 밀착하기를 좋아하는 아내다. 상인과 모래처럼 근친애에 근접하는 뿌리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결혼조차 구속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독은 주목한다. 모래의 외도는 이를테면 카뮈의
행복을 향한 욕망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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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천수(김강우)는 ‘한방’을 꿈꾸며 도박판에 뛰어들었다가 억대 빚을 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약 비즈니스의 대부 강 사장(조재현)으로부터 빚을 모두 갚아주는 조건으로 위험한 제안을 받게 된다. 신종마약을 몸 안에 숨겨 바다 속을 헤엄쳐 운반해줄 ‘마린보이’가 되어달라는 것. 하지만 강 사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도주를 시도하던 천수는 공항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불법 도박혐의로 김 반장(이원종)에게 체포되고, 오히려 김 반장은 천수를 강 사장을 체포하기 위한 미끼로 이용하려 한다. 결국 천수는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심하고 강 사장을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매력적인 유리(박시연)를 만나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바닷바람을 가르는 햇살 아래, 김강우의 매끈한 근육질 몸매와 심지어 자기 입으로 “난 뭐든 벗는 게 나아”라고 말하는 박시연의 육감적인 곡선, 그렇게 <마린보이>는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밀어붙이는 스릴러영화
꽤 실감나는 바다 속 은밀한 거래 <마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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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적한 스페인의 시골길을 운전하던 킴(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없어 고민이다. 킴은 도로변 휴게소에서 만난 여자 베아(마리아 발베르드)를 만나 즉흥적인 사랑을 나누는데, 그때부터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 베아가 떠난 뒤 지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갑자기 정체불명의 저격수들이 숲에서 총을 쏘기 시작한다. 킴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미친 듯이 산길을 운전하다가 또다시 베아를 만나고, 이제 두 사람은 함께 도주길에 오른다. 게다가 도중에 만난 경찰들 역시 킴 일행과 함께 저격수의 총알을 피해 깊은 피레네 산맥 속을 질주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대체 저격수들은 누구일까. 무슨 이유로 그들은 킴 일행을 사살하려 드는 것일까.
‘촌놈에게 쫓기는 도시놈 스릴러’라는 서브 장르가 하나 있다. 대게 어리버리하고 순진한 도시놈들이 산촌이나 농촌에 여행왔다가 무식하게 무자비한 촌놈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다는 내용이다. 연약한 도시놈들의
전형적인 촌놈/도시놈 스릴러 <킹 오브 더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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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 28일 수요일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백수 청년 현수(박용하)는 찌질한 인생을 한방에 갈아타기 위해 주식에 도전한다. 수년간의 독학을 거쳐 주식 그래프를 자유자재로 읽어낼 수 있는 프로 개미가 되어, 마침내 작전주 하나를 추격해 한번에 수천 만원을 손에 쥔다. 그러나 그가 건드린 것은 전직 조폭 출신 황종구(박희순)와 서진에셋의 특급 펀드 매니저 조민형(김무열) 등이 작업중인 작전주였다. 현수는 이들에게 엮여 대한민국을 뒤흔들 600억 헤비급 주식 작전에 투입된다. 이번 작전에 연루된 인물들은 종구와 민형 외에도 상류층의 자산관리 전문가 유서연(김민정), 대산토건의 대주주 박창주 등 최고의 멤버들이다. 여기에 쪽집게 분석으로 유명한 언론 스타 김승범의 여론 몰이와 검은 머리 외국인 브라이언 최를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며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눈 먼 개미들의 돈을 쓸어모으기 시작한다.
100자평
최초로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은
대한민국 경제는 우리가 움직인다,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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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시점이 참 절묘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질링> 이야기다. 설 연휴기간 동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어린이 납치를 다룬 영화가 그러하듯,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한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의 악착같은 모성이 정당한 건 말하나 마나다. 그녀에게 가짜 아이를 안겨준 뒤 진짜라고 우기고,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감금하는 LA 경찰의 행태가 이치에 어긋나기도 마찬가지다. 선량한 시민과 불량한 경찰의 싸움을 보자니 퍼뜩 용산이 떠올랐는데, 그걸 정색하고 이 지면에 옮기는 일이 왠지 민망하다. ‘인터넷엔 벌써 <체인질링>을 용산 참사와 비교하는 글들이 꽤 떠 있겠지?’ 극장을 나서기도 전에 그렇게 예견했던 터였다.
예상대로였다. 포털 검색창에 ‘체인질링 & 용산’을 치자 수많은 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말 그 두개의 사안은 명쾌하게 유사한지 의심하고 싶어졌다. 영화 속 여인의 투쟁엔 불온한 의도가 전혀 없었
[에디토리얼] 경찰총수의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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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한산하고 상점들은 일을 잠시 멈추고 문을 닫는다.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들고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연어들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고 즐기는 설 연휴에도 극장의 영사실은 여전히 바쁘다. 영사실의 홍일점 막내는 연휴를 이곳에서 보낸다. 700만명이 봤다는 영화도 돌고 시간도 돌고 인생도 돌고. 문득 관객의 모습이 궁금했을까. 관객을 살피는 그 역시도 한없이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는 마음이다.
[shoot] 돌고 돌고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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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소동> Pineapple Express
2008년 감독 데이비드 고든 그린 상영시간 112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소니픽쳐스 홈엔터테인먼트
화질 ★★★☆ 음질 ★★★★ 부록 ★★★★
‘애파토우 갱’으로 불리는 ‘애파토우 사단’의 영화에서 감독은 주인이 아니다. 피고용자의 위치에 선 감독은 제작자의 기획과 작가의 각본에 맞춰 웃기는 영화를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런 애파토우 사단이 <파인애플 소동>의 연출자로 데이비드 고든 그린을 선택한 건 뜻밖이다. 미국 독립영화의 희망이자 진지한 예술영화에 능한 그린에게 마약이 소재인 액션영화라니! 자칫 충돌과 붕괴가 일어날 법한 상황이었으나, (그린의 말대로) 제작자, 배우, 작가, 스탭들이 서로 믿고 성의를 다해 협력한 결과는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는 미국 안팎에서 1억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거뒀고, 무엇보다 2008
[dvd] 애파토우 사단 최고의 코미디, <파인애플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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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극영화에도 리얼한 묘사가 나오면 허리가 꼿꼿해진다. <음식남녀>의 그 엄청나고 압도적인 주방을 광각으로 멋지게 훑던 카메라처럼 말이다. <사랑의 레시피>는 좀 다른 각도로 리얼리티를 살린다. 주방장 캐서린 제타 존스가 손님들과 각을 세우는 설정이 그렇다. 그중 압권은 고기 굽기를 타박하는 손님상에 날고기를 쾅, 꼽는 장면이다. 이건 상상력이 아니라 틀림없이 현장 취재를 통해서 얻은 에피소드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뉴욕의 특급요리사라면 그러고도 남을 일이라서다. 내가 경험했던 서양 요리사들은 손님과 싸운 경험을 훈장처럼 간직한다. 누가 더 멋지게 손님을 골려먹는가 내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국에서 제작된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니 신체에서 나온 각종 분비물을 음식에 섞는 녀석도 있더구먼.
그렇지만 리얼리티 면으로 보았을 때 허술한 구석이 더 많다. 땅값 비싼 뉴욕의 잘나가는 식당 주방이 그처럼 ‘널널’한 건 말도 안된다. 캐비닛
[그 요리] 식당 주방이 넘 널널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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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락이 다시 떴다. 새해 벽두에 다시 나타난 그는 ‘너덜너덜해진 젖꼭지’ 이야기로 시작해 공중파 방송사의 대표 예능프로그램들을 모두 장악했다. 개그인생 28년차의 중견이지만, 흔히 신인스타에게나 쓰이는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 하루 9명에서 1만5천명으로 늘어난 그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를 봐도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그의 캐릭터를 등장시킬 모바일 게임이 계획되는가 하면, CF 출연요청이 쇄도하고, 그를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최양락은 언제나 웃기는 개그맨이었다. 단지 그동안 방송이 그를 찾지 않았고, 게임 일변도인 지금의 예능프로그램을 그가 거부했을 뿐이다. 최양락과의 인터뷰는 <재미있는 라디오>의 녹음을 마친 지난 1월19일, 본인의 ‘아지트’라고 밝힌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새우볶음밥을 놓고 진행됐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최양락은 여전히 방송가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최양락] 그래도 하룡이형이 더 부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