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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 요청 금지>,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 같은, 주류 음반사에서 상상도 못할 기획으로 지루함에 시달리던 청각을 한껏 자극한 음반사 붕가붕가레코드 주변인들이 쓴 책. 2000년대 초 ‘붕가붕가 중창단’이 결성되어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붕가붕가레코드가 창립 작품 <<관악청년포크협의회>> 1집을 내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라는 음반 레이블 이름 작명부터가 걸작인데, 거기에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이라니.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의 최초 출몰지가 친환경주의였음을 감안한다면 이 책의 제목은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딴따라질이 꼭 필요하다는 가열찬 주장을 하는 중일 테다. 또한, ‘지속 가능한’은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기는 죽어도 싫었다. 그렇다고 프로가 될 자신은 없었다. 우리가 지향했던 곳은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어딘가였
[도서] 딴따라 없으면 지구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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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지수 ★★★★★
고전 지수 ★★★★★
그러니 안 보면 후회할 지수 ★★★★★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최고 걸작이 드디어 정식 발매됐다. 사실 데즈카의 걸작들은 지난 90년대 후반 학산문화사에 의해 하나씩 국내에 소개가 된 바 있다. 데즈카의 최대 대작인 <불새>는 물론이거니와 <키리히토 찬가>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데즈카의 성인용 만화들까지 출간됐다. 사실 <우주소년 아톰>은 데즈카 세계의 아주 지엽적인 대륙을 대표할 따름이다. 일본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진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문제는 그의 최고 걸작인 <아돌프에게 고한다>가 불법 복제본으로만 90년대 만화방을 떠돌아다녔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 만화방에서 <아돌프>라는 제목의 이 걸작을 읽고는 가슴이 너무 뛰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절판된 그 복제본을 몰래 훔쳐가지 않은 걸 얼마나 오랫동안
[도서] 만화의 신, 그의 최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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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강스 지수 ★★★★
트렌드 지수 ★★★★★
패션 잡지를 보다가 가끔 흠칫 놀란다. 엄밀히 말하자면 패션 잡지 속의 ‘사진’을 보고 놀란다. 잡지에서 떼어다 액자 틀에 넣고 그대로 미술관으로 직행해도 될 것 같아서다. 솔직히 말해 유명 패션 모델과 배우를 섭외해 예술 사진을 찍는 멜라니 풀렌의 작품과 클림트와 에곤 쉴레에 영감받아 촬영한 패션 화보는 무엇이 다른가. 이미 패션과 예술은 서로의 경계에 침투한 지 오래다. 지금은 당연한 이 진리가 평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1960년대에는 모두 그랬다. 예술 분야에서 늘 앞서 나가던 파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내 조명, 옷의 형태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앵글, 남성 작가, 이 세 가지 조건이 당시 파리 패션사진계를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이었다. 그러니 야외 촬영, 흐트러진 실루엣, 여성 작가의 등장이 얼마나 도발적으로 비췄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예측 가능하다.
사라 문은 1960년대 파리 패션사진계에 위와 같은 혁명을
[전시]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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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와일라잇>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만 토해낸 게 아니었다. 영화 내내 흐르던 <Decode>의 주인공 파라모어를 국내에 제대로 소개한 통로이기도 했다. 빨간 머리의 여자 보컬 해일리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기타리스트 조시 파로와 베이시스트 제레미 데이비스, 드러머 자크 파로로 구성된 파라모어는 2005년 ≪All We Know Is Falling≫으로 데뷔한 이래 10대들의 막강한 지지를 얻어왔다. 그래서 <트와일라잇>의 성공은 이들의 국지적인 인기가 글로벌하게 확장된 결과이기도 하다. 새 앨범 ≪Brand New Eyes≫는 10월17일자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7만5천장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음악과 가사에 대한 평도 좋다. 특히 서양의 리뷰어들은 노랫말에도 좋은 점수를 줬는데 딱히 가사를 몰라도 상관없을 만큼 무난하게 신나는 비트와 멜로디가 좋다. 무난하다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들으면서까지 인생을 고민하거나 삶의 피로 따위
[음반] 신난다, 무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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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2009년 한국 인디신의 승자는 붕가붕가 레코드와 루비살롱 레코드일 것이다. 양쪽 모두 독특한 정서를 일관되게 반영하고 있는데 특히 붕가붕가는 복고와 키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교차시키며 독보적인 감수성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각의 여름≫은 서정성 면에서 돋보이는 앨범이다. 거리의 소음을 배경으로 어쿠스틱 기타가 강물처럼 흐르는 <동병상련>과 인트로를 생략한 채 갑자기 도약하며 시작하는 <서울하늘>, 이장혁의 헛헛한 목소리가 연상되는 <허구>와 꺼끌꺼끌한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래서>로 이어지는 앨범 중반부의 정서가 특히 그렇다. 간결한 가사와 그에 맞춘 짧은 길이의 노래가 담백하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긴다. 얼핏 들으면 기존의 이런저런 인디 포크 송과 큰 차별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당부하건대 노랫말에 온 감각을 집중해서 들어보기를. 그제야 이 앨범은 특별한 소리를 만들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만 어
[음반] 그 가사 치명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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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하프물범 움비는 동글동글하면서 작고 귀여운 생물체다. 북극에서 엄마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빙하의 하얀색과 강력한 색의 대비를 이루는 선홍빛 피를 흘리며 엄마가 인간에게 잡혀가기 전까지는. 홀로 남은 움비는 지쳐 잠이 들었다가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에 빠지고 만다. 아직 수영도 할 줄 모르는 움비를 구한 건 북극곰 에코다. 에코의 머리털은 색깔이 노랗게 변해간다.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식성까지 변한 모양이다. 먹잇감인 움비를 앞에 두고 먹지도 않는다. 에코와 움비는 친구가 되어 움비의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본격 환경 웹툰을 표방한 <그린스마일>은 아기자기하고 둥글둥글한 그림체로 에코와 움비의 여행을 따라가며 북극의 야생동물이나 환경 이슈를 소개한다. 최근 극장에서도 개봉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과 비슷한 느낌이다. 환경을 주제로 하기에 꽤 전문적인 내용도 많다. 7회 ‘밀항’ 편을 보면 에코와 움비가 쇄빙선에 몰래 타는
[스크롤잇] 아라온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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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연구실에서 차우차우종의 개를 길렀다. 이 개는 프로이트의 반려 역할 외에 진료도 도왔다고 한다. 내담자에 대한 개의 본능적 반응을 보고 프로이트는 환자가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지 가늠하곤 했다. 프로이트의 손자인 초상화의 거장 뤼시앙 프로이트(1922~)는 할아버지에게서 적어도 두 가지를 상속받았다. 하나는 인간을 투시하는 재능이다. 조부가 선택한 도구가 정신분석이었다면 뤼시앙은 전통적 구상 기법의 회화를 통해 인간의 육체를, 나아가 정체를 포착한다. 프로이트가의 두 번째 집안 내력은 동물 친화력이다. 사람을 차치하면 개와 말은 프로이트가 가장 큰 열정을 기울인 모델이다. ‘프로이트의 개’라는 주제로도 전시회 하나는 거뜬하다.
프로이트는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대하고 동일한 태도로 다룬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모델이 보유한 개성이다. 성격이 결핍된 대상은 그의 붓을 움직이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는 사람, 아는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견고한 공존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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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를 즐겨 봤던 이유는 신혼생활 대리체험 때문은 아니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일상생활에서는 ‘진상’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라는 편이 옳겠다. 사회생활을 하고 연애를 할 때 안 보여주지만 사실 그 인간의 팔할을 차지하는, 일상기능을 수행할 때 드러나는 진짜 얼굴. 가상부부라고는 해도 가끔 소름끼칠 정도로 진짜 같아 보이는 순간이 종종 발생한다. 러브러브할 때가 아니라 잡일할 때, 싸울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하지만 진짜 같은 진상을 떨면 곤란해진다. 두번의 애매모호한 가상결혼생활의 주인공이 되었던 정형돈의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주부들이 다 무릎을 치고 남자 출연자들이 “맞아,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런 평범남이 주변에 널렸는데 TV에서조차 또 보고 싶을 턱이 없다. 어딘가 동경할 구석 하나쯤은 가진 남자가 소파에 뒹굴면 “저이도 똑같구나”라며 옆의 남자도 애잔하게 돌아보겠으나, 생활의 때가 칼국수 열
[작업의 순간] 다음부터 엉덩이는 흔들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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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반칙왕>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입대하기 얼마 전이라 불쌍해 보였는지 친구들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그래서 보게 됐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마냥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칙왕>이 그 기분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많은 분이 봤겠지만, 영화의 내용은 찌질이 직장인이 레슬링을 하면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뒤 그간의 속박을 모두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는 이야기…. 뭐 어쨌든 영화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로부터 4~5일 뒤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 갑자기 군대 얘기를 한다니 여성분들은 완전 싫어하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대에서 축구하는 얘기는 아니다.
훈련소에서였다. 500원씩 내면 문화활동을 시켜준다는 거였다. 군인도 공무원인데 공짜로 보여주지라는 생각만 하고 하는 수 없이 끌려갔다. 500원을 냈는데 이게 뭔가. 영화를 보여준다며 <반칙왕>을 상영하는 게 아닌가. 본 건데,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오픈칼럼] 군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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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가 기억에 남는 걸작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다. 우선 어떤 형태든 장르역사에서 새로운 시도나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너무 말초적이고 가볍지 않도록 철학적 메시지도 담아야 한다. 물론 장르영화다운 재미에 충실하기는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디스트릭트9>은 올해 가장 의미있는 SF영화가 될 자질을 갖췄다. 이 영화의 탁월함은 각종 외신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찬사에 굳이 말을 더 보태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한동안 아이디어 고갈로 만화나 게임에서 이야기를 빌려오던 할리우드 SF영화가 이제 그것조차 한계에 부딪혀 자기 복제의 범작들을 줄줄이 양산해내는 지금, <디스트릭트9>이 시도한 참신한 변화는 신선한 충격이자 장르의 매너리즘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다. 나 역시 <디스트릭트9>이 ‘새롭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단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왜 이 영화의 새로움이 우리에게 낯섦이 아닌 참신함으로 다가왔는가 하는 점
[영화읽기] 모든 것은 즐거움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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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수군은 이 (소중한) 지면에 아이포드 터치용 흡연 처방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쓸데없이) 상세하게 적어놓았는데(그러고 나서 소개한 영화가 <스모크>라니, 부끄럽지 않은가?), 그 처방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에 대한 고발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연수군을 만났는데 그는 구석자리에서 (눈치도 없이)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뜻한 목소리로) 묻자 그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아이포드를 안 가지고 와서….” 그래가지고서야 평생 담배를 줄이지 못한다.
흡연 처방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면 흡연량이 A와 같은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연수군은 말하지만, 실제로는 B와 같은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다. B 그래프의 두 꼭짓점을 예상해보자. 1. 연수군은 곧 문예지 장편 연재 마감을 해야 한다. 2. 마감이 끝난 뒤 주춤하던 그래프는 연말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다시 급속한 상승곡선을 만들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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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언어 유희를 만끽하며 즐기는 다섯 단계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개봉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에 타란티노가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데 뚜껑을 열어보니 희한한 영화다. 타란티노는 작정을 하고 그 어두웠던 시기에 자기의 독한 농담을 던진다. 타란티노가 상상하는 2차대전 히틀러 암살 대작전은 어떤 영화인가. 그가 영화에 사용한 챕터별 방식대로 따라가보자.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영화적 포인트를 짚어봤다.
챕터1. 분탕질 우화: 타란티노식 기선제압
“옛날 옛적 나치 점령하 프랑스…”라는 자막과 함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시작한다. 이것은 진지한 역사극이 아니므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 옛적 서부극을 보는 것과 같이 봐달라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제안이며 기선제압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다섯개의 챕터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 세 자매의 아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허풍선이 타란티노의 거대한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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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은 무척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마치 그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가장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너무 오랜만의 영화라 그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일단 반가웠다. <파주>는 그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또한 그동안의 복잡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어쨌건 더해진 세월의 무게만큼 영화 속으로 차곡차곡 쌓아둔 얘기들을 하나둘 들춰봤다.
-뿌연 안개와 알 듯 모를 듯 묘한 표정의 서우 얼굴의 느낌이 좋았다. 도입부는 어땠나.
=<질투는 나의 힘>은 첫날 첫신 찍은 게 바로 그 타이틀 시퀀스였다. 잘 찍고 싶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음 영화 때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크랭크인하고 나중에 찍었다.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의 첫 시작이라 제법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고 내러티브로부터도 자유롭다. 맨 처음 그려본 이미지는
[박찬옥] ‘영화 같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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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파주>는 질긴 인연의 멜로드라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았음은 물론 <할리우드 리포터>와 <스크린 인터내셔널> 등 외신의 호의적인 평가도 끌어냈다. 함께 공개된 다른 한국영화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합치된 반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오래전 단편 <느린 여름>(1998)이 선재상을 수상하고 첫 번째 장편영화 <질투는 나의 힘>(2003)이 뉴커런츠상을 받았으니 상복도 많다. 하지만 두 장편 사이에는 무려 6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그 사이 박찬옥 감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발견의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할 <파주>를 들여다보며 박찬옥 감독과의 긴 대화를 담는다.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한밤중인지 동틀녘인지 시간은 딱히 알 수 없다. 그런 무채색의 도시 파주로 택시가 들어선다. 그 택시 안에서 은모(서우)는 알 듯 모를 듯 묘하게 심드렁한 표정을 하
눈먼 자들의 도시, 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