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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부끄럽고 은밀한 즐거움? 그런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음… 말하지 못하겠다. 너무 부끄럽고 은밀하니까. 또 곰곰이 생각해보자.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말하지 못하겠다. 이걸 내가 아는 사람이 읽는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 아?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하지만 너무 유치해서 죽어도 말하지 못하겠다.
죽어도 말하지 못할 나의 진정한 길티플레저는 어쩔 수 없이 제외해두고 말할 수 있는 나의 길티플레저는 뭐가 있을까? 조금은 공개하기 창피한 나만의 즐거움은? 버거킹 와퍼? 12개의 칸을 다 채운 커피 빈 쿠폰들? 다 먹고 나면 후회되는 외대 앞 분식집의 매운 튀김무침? 베를린에서 사서 그곳에서만 쓰고 다닌 중절모? 후루야 우사마루의 <최강여고생 마이>? 자정 넘은 이 시각 내 속을 깎아내리고 있는 커피 한잔? 스폰지밥? 사람에 대한 섣부른 선입견에 매달리게 한 점성학 책자? 몇 가지 사행성 오락들? 미용실 가면
[나의 길티플레저] 때로는 죄책감을, 때로는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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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마셍.” 얼마 전 서울 강남의 도산사거리를 걷는데 한 일본인이 나를 붙잡아 세웠다. 돌아보니 사방이 일본 아줌마들이다. 배용준이 운영하는 카페 고릴라를 찾는다고 했다. 요즘 압구정, 청담동, 대학로 등 서울 곳곳 어디에나 일본 아줌마들이 출몰한다. 욘사마의 영향이 막대했다. 배용준 전용 미용실 앞에서 줄서기, <겨울연가>에서 욘사마가 다니던 중앙고등학교 거닐기, 욘사마가 담배피우던 담벼락에서 기념촬영하기, 욘사마 기념관 투어하기…. 최근 윤석호 PD 결혼식이라는 ‘대박행사’까지 겹쳐 서울 사는 나도 생전 갈 일 없는 청담2동 성당이 깜짝 한류명소가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좀 우스꽝스러운 시선으로 일본 아줌마들의 하루 코스를 늘어놓다보니 어째 낯설지가 않다. 나 역시 허우샤오시엔의 <카페 뤼미에르>를 보고 감동받은 뒤 도쿄에 가서 영화 속 아사노 다다노부의 책방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수백개도 넘는 고서점이 즐비한 짐보초에서 되지도 않는 일본어를 쓰며 설
[오픈칼럼] 가세 료를 벼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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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잇따라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당시에도 그랬고, 이 연재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그랬지만, 나는 이 모든 얼토당토않게 들리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정색하고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믿지 않을 걸 알고 있었고, 믿게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신 미약한 신도감을 고르는 사이비교주라면 몰라도 세상에 알려지면 인생 고달파지기 딱 알맞은 이야기들 아닌가.
예전에는 살짝 맛이 간 정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미친년일세 그려, 소리가 서울 무슨 구 무슨 동 어느 아파트 몇동 몇호에서 들려올지 뻔히 아는 형편에 말이다. 편집장이 원고료로 주겠다고 약속한 맥주 세 박스, 담배 한 보루, 게임계정 다섯개는 어느 새로운 일터에 가서 이틀만 재미있게 품 팔면 간단하게 손에 들어오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로커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로커 바깥의 윌 스미스나 토미 리 존스
[최보은의 돈워리 비해피] 우리들은 식인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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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보>는 검열 등의 문제와 맞물려 흥행에서 참패했다. 하지만 <깜보>는 박중훈이라는 신인배우를 발굴하게 해준 영화였다. 당시 영화평론가 김종원은 <깜보>에 대해 쓰면서 박중훈을 두고 “제2의 안성기가 될 재목”이라고 했다. 그 섣부른(?) 평가를 확인하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깜보>의 이황림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됴화>에 짧게 출연한 뒤, 곧장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로 당시로선 ‘초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오랜 침체기를 보내고 있던 한국영화계에는 딱히 청춘영화 혹은 코미디 배우라고 할 만한 계보가 끊겨 있던 상황이었다. 5공화국 말기,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시대는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6·10 민주화항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며 민주화에 대한 갈망이 용솟음쳤고 그것은 곧 6·29 선언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7월4일 개봉한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는 6·29 선언 직후 개봉한
[박중훈 스토리 2] 시대는 미미와 철수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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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보신각의 타종식 현장을 중계한 KBS 방송이 왜곡보도 논란에 휩싸인 건 모두 아는 일이 되었다. 현장에 있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데, 카메라의 앵글은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던 군중을 교묘히 피해 찍었고 조작하지 않고서는 막는 것이 불가능한 현장음은 조작되었다고 한다. 그날의 현장에 있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진보신당 게시판에 이에 관한 글을 남겼다. 그의 글의 요지는 “그것은 중계방송이 아니라 하나의 판타지물”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이것이 <워낭소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우리의 현실 경험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워낭소리>를 이 왜곡보도와 동일시하여 비판하려는 뜻을 갖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영상과 소리의 합일성이 실은 얼마나 쉽게 분리되고 이용될 수 있는지 동시에 그것이 분리되어 재결합했을 때 어떤 왜곡이나 충만한 정감 그 어느 것이라도 불현듯 일으킬 수 있는지를 예시하고 싶다. 새해 벽두의 이
[전영객잔] 환영으로 완성한 농촌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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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호에 이어) <로프>의 시간적 왜곡을 해명하는 다마지오의 가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빛(조명)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다. <로프>는 펜트하우스의 거실로 설정된 세트에서 진행된다. 이때 무대 정중앙 후면에 좌우로 넓게 펼쳐진 창문을 설치했는데 주목해야 할 건 이 창문이며 그 너머다. 주의깊게 보면 ‘릴이 바뀔 때마다’창밖이 조금씩 어두워져 있다. 다마지오에 의하면 우리의 시간 지각은 이 빛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밝았던 창밖이 어느새 어두워져 있을 때 관객은 은연중에 실제보다 더 긴 시간이 흘렀다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낮에 무언가를 시작하여 밤을 맞았을 때 우리의 평상시 반응을 생각하면 된다.‘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많이 지났나?’
둘째는 ‘특질과 정황’이다. 살인 직후 영화 속 만찬이 일단 시작되면 관객은 이 고급스럽고 느긋한 상류층의 만찬이 결코 빨리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재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물 중 한 무리가 화면 바깥
[정한석의블랙박스] 히치콕에게도 엉뚱하게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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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에 이빨 달린 여자-바기나 덴타타’에 대한 통설은 유구한 것이다. 조셉 캠벨의 <신의 가면1>(원시 신화)에 나오는 이빨을 가진 ‘질’-소녀를 길들이는 뉴멕시코의 소년영웅 이야기나 힌두교의 ‘요니’등을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우리나라 음담패설 중에도 있지 않나. 신부 성기에 이빨이 달려 있다는 풍문을 들은 신랑과 신랑 성기가 종아리만하다는 풍문을 들은 신부가 첫날밤에 각자 무릎과 이빨로 맞대응하면서 과연 풍문이 진실이었음을 확인했다는 상호오해의 성기공포증 이야기. 못 들어봤다고? 괜찮다. 주류 문화 속에도 덜 노골적인 방식으로 많이 들어 있으니까.
<죠스>가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만난 셈?
<티스>의 외국 포스터 중 빨갛고 겹겹이 가시 돋친 에일리언의 입을 클로즈업하고 ‘모든 장미는 가시가 있다’는 문구가 쓰인 버전이 있다. <에이리언> <우주전쟁> <괴물> 등에 나오는 날카로운 이빨이나 촉수 강한
[영화읽기] 성기의 응징, 능동적 처녀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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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제갈공명 남기남
[정훈이 만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제갈공명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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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김연수와 그의 영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그의 친구인 내가 나의 영화를 그와 함께 이야기하는 (어쩐지 무척 복잡한 사이인 듯), ‘나의 친구 그의 영화’는 글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김연수에게 첫 번째 원고를 미리 받았다. 그는 ‘정말 좋은 영화’ <쌍화점>에 대해 썼다. 나도 보고 싶다, <쌍화점>. 그렇게 재미있다는 <쌍화점>. 그런데 나의 친구 김연수는 내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는 글의 한가운데에 이렇게 썼다.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시작되니까 읽고 싶지 않다면 아랫부분을 찢어서 버리시길.’ <씨네21>을 읽는 사람이야 그렇다 쳐도- 그래도 책을 찢으라니요, 아랫부분을 찢어서 버리시라니요, 가로로 책을 찢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고나 하는 소리요- 원고를 다 읽고 답문을 써내려가야 하는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극장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절름발이가 범인”이라거나,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라고 소리 지르는 것과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뱀파이어가 덮쳤던 곳이 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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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십자수로 만든 자화상을 선물했더니 나중에 저한테 이메일을 좀 알아봐달라더라고요. 직접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수행 통역원도 톰 크루즈의 꼼꼼한 매너를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언론도 난리가 났다. 할리우드 스타다운 매너맨이라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톰 크루즈는 언제나 그랬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바닐라 스카이> <미션 임파서블>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과거에도 그는 팬들의 사인에 일일이 응대하며 입 찢어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톰 크루즈는 1월17일 용산 CGV에서의 핸드프린팅 행사와 18일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의 레드카펫 프리미어 행사 등 2박3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 목적지인 독일로 향했다. 아쉽게도 톰 크루즈는 잡지사들의 개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감독 브라이언 싱어와 각본가이자 제작자 크리스토퍼 매쿼리를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톰은 슈타펜버그와 빼닮았다
<작전명 발키리>의 브라
톰, 오 마이 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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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릴러 <테이큰>이 조금 늦게 할리우드에서 개봉해 정상에 올랐다. 리암 니슨이 전직 특수요원인 경호원으로, 프랑스로 여행갔다가 지하 조직에 의해 납치된 딸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아빠를 연기했다.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에 따르면, 관객은 남녀 비슷한 비율로 입장했다. 첫주 수입은 비교적 적은 2462만달러. 미디어 최대 축제라고 불리는 슈퍼볼 시즌과 시기가 맞았기 때문으로, 각종 시상식 효과로 반짝했던 극장가는 전주 대비 20% 낮은 수입으로 주말을 마감했다. 상위 12편의 영화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3백만달러, 그러나 미디어순위집계업체의 관계자는 통상 수입이 저조한 1월 중 1억달러를 넘긴 것은 최초라며 이례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례적인 극장수입의 결과에는 2주연속 1위를 지키다 3주차에 2위로 내려선 코미디 <폴 블라트: 몰 캅>의 공이 크다. 3주차 누적수입은 8337만달러, <로이터>는 극장 상영기간 동안 1억달러 수입을 넘길 것으로
<테이큰> 할리우드에서 1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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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의 동남풍이 2주째 불었다. 지난 1월 22일 개봉해 설날연휴 최고흥행작으로 등극한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이하 <적벽대전2>)가 지난 주 에도 극장가를 휩쓸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적벽대전2>가 동원한 관객은 185만9417명이다. 이번 주 내로 전국2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 국내에서 개봉한 중국 영화 중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장이모의 <영웅>(약 191만명)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2위 역시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작전명 발키리>가 차지했다. 설날 연휴동안 3위를 기록한 <유감스러운 도시>가 5위로 내려온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 지난해 12월 4일 개봉해 극장에서 두 달을 넘긴 <과속스캔들>은 지난 주 4위에서 다시 3위로 올라섰다. 1월 31일까지 <과속스캔들>이 동원한 관객은 약 750만7000여명. 연휴가 끝난 1월 마지막 주에도 27
<적벽대전2 : 최후의 결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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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 독서부터 해야죠
[헌즈다이어리]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 독서부터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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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췌장암 투병 중인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56)가 암 치료를 포기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고 인터넷 언론 매체 'E!온라인'이 29일 보도했다.스웨이지의 홍보 담당자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최근 영국의 몇몇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의료진이 스웨이지에 대한 항암치료와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내도록 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작년 초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스웨이지는 그의 병세를 둘러싼 소문을 매번 강력하게 부인하며 암 극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치료 중인 작년 하반기에는 TV 드라마 시리즈 '더 비스트'에 출연하며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bkkim@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패트릭 스웨이지 "암 치료 중단 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