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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2000년을 전후로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했죠. 근데 그건 이국 취향이라는 별로 좋지 않은 이유에서 기인된 게 아니었던가요?” 어제 저녁 만난 어느 한국 학생이 내게 던진 말이다.
난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이런 유의 질문은 말하자면 나 같은 서양 사람은 한국 작품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을 저변에 깔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받은 교육상 쓸데없는 표면적인 것만 포착하는 걸 면치 못한다는 소리다. 일단 질문에 대한 짜증스런 기분이 가라앉은 다음 생각해보면 이런 지적에는 필시 무슨 사연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중요한 영화들을 꽤 많이 내놓았다. 그 예로 임권택 감독은 <만다라> <티켓> 등 그의 대표작들을 이미 촬영 중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작품을 프랑스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다. 한국영화가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은 바로 여기에서 그 실마리를
[외신기자클럽] 셰에라자드가 아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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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 돌아,
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설사 MB정부 하는 짓에 야마가 돌아도, 다른 표현을 찾는 게 옳다. 비속어다. “MB정부에 야마가 있는가”라고 묻는 건 한결 낫다. 두 야마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처음 잡지를 만들 땐 그 용어가 생소했다. 선배들은 툭하면 말했다. “기사에 야마가 없잖아.” “그 기획은 야마가 분명하지 않아.” 알아보니, 야마는 산(山)을 뜻하는 일본어 ‘야마’(やま)에서 유래했다. 야마엔 산 말고도 꼭지·절정·핵심이라는 의미도 있다. 야마가 돈다는 건 꼭지가 돈다는, 야마가 있냐는 건 알맹이가 있냐는 뜻이었다. 신문사 기자들의 입에 달라붙은 야마는 생활에서도 응용된다. 얼마 전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는 한 여자후배는 상대 남자에 관해 이렇게 혹평했다. “허우대도 멀쩡하고 반듯하게 생겼는데, 대화를 해보니 야마가 없어요.” 캐릭터의 주제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개성이나 특징이 요약되지 않아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야마를 떠올린 건
[에디토리얼] 야마 또는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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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세월을 말없이 사셨던 분, 여기 잠들다.” 1912년생인 아버지께서 80년대 말에 돌아가셨을 때, 10남매 중 막내인 내가 맡아 지은 비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우리 현대사 격동기를 맨몸으로 견디며 사셨던 내 아버지와 비슷한 세대의 분들을 생각하면 존경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한국 현대사의 거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1924년생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국민의 정부로부터 각별한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놓을 수 있었던 영화계 사람으로서, “우리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으나, 나는 늙고 힘이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한 그분을 떠나보내려니, 막 철들자 떠나보냈던 내 아버지 생각이 겹치며,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의 기조이다. 이 말 속에는 지원은 적고 간섭은 넘쳐났던 과거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왜곡된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게 다 문화대통령, 당신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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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링컨 암살’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겐 일종의 숙원인가 봅니다.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다 저격당한 대통령이라니, 이보다 더 극적인 소재도 없겠죠. 스티븐 스필버그가 드림웍스와 손잡고 링컨의 자전적 이야기 <링컨>을 제작 중이기도 했는데요. 정작 스필버그 프로젝트는 감감무소식인데, 로버트 레드퍼드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습니다.
레드퍼드가 링컨의 암살을 다룬 영화 <공범자>(The Conspisator)를 연출합니다. 톰 크루즈와 메릴 스트립의 정치영화 <로스트 라이언즈> 이후 오랜만의 작품이자, 그의 8번째 연출작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암살을 당한 링컨도, 그를 저격한 존 부스도 아닙니다. 바로 존 부스의 공모자로 지목, 미 연방정부 사상 여성으로 첫 사형대에 오른 마리 스튜어트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그리고 그녀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변호사 프레데릭 아이켄이 이야기의
[월드액션] 링컨 암살 영화, 왜 인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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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의 희생자 서영희가 다시 한번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서영희는 7명이 살해되는 섬마을의 사건을 다룰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출연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2008년 한국영화 시나리오 마켓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으로, 서영희는 작은 섬 무도를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주인공 김복남을 연기한다.
엄정화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이정호 감독이 데뷔하는 영화 <베스트셀러>에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의 여작가로 캐스팅된 것. 영화는 스릴러물로 9월 중순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이범수와 김수로는 의적 활극에 몸을 던진다. 둘은 홍길동 가문의 후예들이 현대 도심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는 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 출연한다. 이범수가 홍길동의 18대 후손인 주인공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홍무혁을 연기하며, 김수로는 홍무혁과 맞서는 경제인 이정민을 맡는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연출
[캐스팅] 엄정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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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떠나보내고 나니 어느새 부산국제영화제가 코앞입니다. 10월8일부터 16일까지네요. 이번엔 사후 30주기를 맞이한 고 하길종 감독과 얼마 전 타계한 고 유현목 감독이 남긴 걸작들을 필름으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1970년대 한국 청년문화의 첨병이었던 하길종 감독의 작품들과 함께 그가 큰 영향을 받았던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들도 아울러 볼 수 있고요.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마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 등입니다. 유현목 감독 작품으로는 <오발탄> <순교자> <분례기> 세편이 준비되었습니다.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한국 거장들의 세계를 만끽하십시오.
9월 한달 동안에는 CGV압구정과 CGV타임스퀘어, CGV센텀시티 등지에서 ‘Bazaar Fashion Film Festival with CGV’가 열립니다. 마크 제이콥스,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주요 패션 브랜드의 패션 필름
[에누리 & 자투리] 스크린에서 루이비통과 프라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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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소설 탓이다. 라만차의 귀족 알론소 키사노는 기사도 문학에 탐닉한 나머지 자신이 읽은 것이 글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는다. 영문 모르는 동네 처녀를 둘시네아라 이름 짓고 열렬히 숭배하더니, 여인숙 주인을 성주라고 우겨 그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는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해악의 근원인 책을 없애지만, 불굴의 기사는 새벽을 틈타 다시 넓은 세상으로 도망친다. 있지도 않는 섬 하나를 주겠노라는 맹세에 넘어간 어수룩한 산초 판자를 시종으로 거느리고.
프랑스의 정치적 격동기를 풍미한 풍자화가 오노레 도미에(1808~79)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소재로 유화 29점과 드로잉 49점을 그렸다. 1866~68년 사이에 그려진 이 작품은,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가 집 떠나는 날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탁월한 캐리커처 작가였던 도미에는 디테일을 뭉뚱그리는 재빠르고 소략한 붓질로 인물의 개성을 포착한다. 멀리 환상의 인도를 따르는 깡마른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의 뒤를, 뚱뚱한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몽상가를 사랑한 현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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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으로 시작되는 궁금증이 많았다. 나도 어른이 되면 떡볶이나 새우깡 같은 애들 군것질을 안 할까. 나도 어른이 되면 뽕짝을 들을까. 나도 어른이 되면 ‘휴먼 터칭 스토리’에 감동받을까. 어른이 돼본 결과 여전히 새우깡 좋아하고 여전히 뽕짝 안 듣는다.
그래서 사람은 안 변한다에 한표인가 하면 아직도 그건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칼럼도 ‘군계일학’ 아저씨들을 선별해가며 나머지 아저씨들을 ‘왜 저래’족으로 구별짓기하는 것이, 이미 사람은 늙을수록 뻔하게 변한다는 전제를 깐 것 아니겠나.
이렇게 혼란에 빠진 ‘다소 나이든 여전히 청춘’인 나에게 최근 희미한 빛을 던져주신 분 있으니 유희열이다. 유희열만큼이나 스타일 강한 그의 팬들이 처죽일지 모르겠으나 유희열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무렵 나 역시 이 사회의 산업역군이 되어 음악 들을 시간에 음주를 통한 인적 네트워킹 강화를 해야 했고 라디오 들을 시간에 음주를 통한 샐러리맨의 애환 공유
[김은형의 아저씨의 맛] 취향이 어떻게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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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서른 중반은 몹시 음란해지는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아 한숨은 더없이 메마르기만 한데도.
간밤은 유독 리얼했다. 일을 통해 만난 A씨에게는 매력을 느끼지만 피차간 조심해야 하는 입장. 그날 평소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그는 일이 엉킨 것에 대해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나는 괜찮다며 어쭙잖게 그를 위로했는데 그게 확 와닿았는지 돌연 내게 깊은 키스를 했다. 캔커피와 담배 맛이 났다. 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에 우린 입술과 몸을 뗐지만 난 그의 두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쳐다봤다간 그대로 돌덩어리가 되거나 잡아먹힐 것 같았으니깐. 그날 대체 하루 일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결국 퇴근할 때 책 빌릴 게 있다며 우리 집까지 따라왔다. 슬프게도 우린 더이상 입맞춤에서 멈출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까. 아무 말 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 내렸다. 귓볼로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에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나의 손가락이 부르르 떨렸
[나의 길티플레져] 외간남자 ABCD와의 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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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쯤의 일이다. 저녁 산책을 하고 대형마트에서 아령을 사려고 구경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손님 무리 중 한분이 아령을 이리저리 들어보다가 갑자기 아령을 앞뒤로 흔들었고 그 흔들리던 아령은 내 코에 정통으로 부딪혔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은 나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가해자와 함께 병원을 갔다. CT까지 찍은 결과 오른쪽 코뼈에 실금이 가 전치 3주 진단이 나왔고 졸지에 가해자가 된 그분과 졸지에 피해자가 된 나는 별로 즐겁지 못한 얼굴로 헤어져야만 했다.
3천원짜리 아령을 사려다 병원비 40만원을 쓴 그분 마음도 좋을 리 없지만 황당하게도 코뼈에 금이 간 나는 코에 보호대를 붙인 채 일주일 동안 많은 설명들을 하며 지냈다. 남편은 자기는 절대 안 그랬다며 남편이 그런 줄 오해할 수도 있으니 구구절절 설명하고 다니라 하고 동네 아줌마 한분은 계단에서 굴러 넘어져 코뼈 부러진 김에 코 좀 높였다며 코 성형하기 좋은 기회라
[오픈칼럼] 내 인생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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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래곤>을 끝내고 귀국한 게 1996년 12월, 또 하나 밀려 있던 영화가 바로 <현상수배>였다. 내가 대마초 사건으로 여러 소송에 휘말려 돈을 물어주고 하는 가운데 워낙 돈이 절실했던 때라 구치소에서 계약했던 작품이다. 그래도 <현상수배>는 시작부터 내가 거의 기획자로 참여한 영화나 다름없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떠올렸던 아이템인데,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배우 지망생 제이(박중훈)가 미국 암흑가 내 중국 조직의 보스인 써니(박중훈)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소동극이 핵심이었다. 미국 암흑가를 무대로 했으니 언젠가 꼭 내가 주인공으로 나서서 미국에서 찍겠다고 마음먹은 작품이었고, 나와 같은 NYU 출신이자 이후 <B형 남자친구>(2005)를 감독하게 되는 최석원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내가 염두에 둔 감독은 따로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정흥순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됐다. 정흥순 감독은 이후에 <가문의 영광&g
[박중훈 스토리 16] 명예이자 멍에였소,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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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화여대 아시아 여성학 센터와 일본 오차노미즈 대학이 주관했던 한·일 여성 학자들간의 교류 행사 중의 일이다. 흥미로운 학술회의도 하고 오사카의 자이니치 조선인 학교도 방문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가극단 다카라즈카 공연도 보았다. 여성 가극, 여자 천국을 구경하는 재미가 적지 않았다.
학술회의 함께 했던 어느 여성학자의 참배
한·일 관계에 대한 마음의 동요는 이 일정 중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을 때 일어났다. 마지못해 입구로 발을 옮기는데, 우리와 동행인 한 일본 여성 학자가 참배를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문학 전공이지만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고 연구도 하는 이른바 지한, 친한파 여성이다. 그녀가 향을 피우고 고개를 조아리는 짧은 순간 동안 미묘하나 강렬한 감흥이 나를 사로잡았다. 당혹함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습관이며 제의를 반복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녀가 이 동행에서만은 그 반복을 거두어주기를 바랐다.
야스
[전영객잔] 그 ‘귀신부대’를 풀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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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EBS <한국영화특선>에서 방영한 김기영의 <충녀>를 보며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두편의 한국영화를 떠올렸다. 소실이 되기를 스스로 청하여 기어이 집안에 들어온 무서운 그녀(윤여정)와 마땅치 않은 그녀를 인정한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비상식적인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바로 그때였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김기영의 팬이다. 그들이 <마더>와 <박쥐>에서 어떻게 김기영의 영향을 영접했는지는 사실 확실치 않고, 있다 해도 그들의 영화를 말할 때 주변에 속하는 것이겠지만 오히려 이렇게 사소한 지면에서는 거론할 만한 것 같다. <마더>에서 도준(원빈)이 문아정을 죽인 뒤 시체를 끌고 쿵쾅거리며 계단을 오르던 그 장면에서 나는 문득 김기영 영화의 계단을 봉준호의 인물이 오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는 도준과 엄마 혜자가 사는 집을 투명하고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곳으로 설정한 뒤 그 바깥에 놓인
[정한석의 블랙박스] 아는 영화, 낯선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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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폐공장. 피로 얼룩진 한 소녀가 육중한 철문을 밀어젖히고 나와 미친 듯이 거리를 내달린다. 맨발바닥이 도로에 부딪치는 둔탁한 충격음과 절박한 절규가 허공을 뒤흔든다.
관객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하 <마터스>)의 강렬한 오프닝을 보노라면 꾀를 내어 고래 뱃속을 빠져나오던 피노키오가 떠오른다. 그렇다. 어찌 보면 <마터스>는 고래 뱃속을 빠져나온 피노키오가 다시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 겪게 되는 수난기다.
소녀 루시는 유일한 친구인 안나의 보살핌 속에 성장한다. 그로부터 15년 뒤. 루시는 자신을 감금하고 고문했던 장본인들을 신문에서 찾아내고 그네들의 저택을 찾아가 일가족을 몰살한다. 그녀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자도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던 옛말이 말짱 헛말이기 때문이다. 폐공장에서 함께 감금되었던 여자를 공장에 두고 온 루시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만
[영화읽기] 신이 떠나고 없는 사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