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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어둠의 터널에 있는 듯했습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어려움에 빠진 듯 보였습니다. 물론 영화계도 그 어려움을 피해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2008년을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2008년의 마지막 날, 서울 중구 명보극장 앞 오거리엔 어둠이 찾아듭니다. 하지만 또 새로운 날들이 다가옵니다. 그 길었던 어둠을 뚫고 웃음 띤 영화인들이 달려오는 꿈을 꿉니다. 영화인들은 많은 현장에서 땀 흘리고 수많은 관객은 그들의 땀을 느끼며 박수칩니다. ‘충무로’에 그러한 새로운 날들이 오길 소망합니다.
[shoot] 어둠 따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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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 15일(목) 오후 4시30분
장소 스폰지 중앙
이 영화
시골길에서도 멀리 떨어진 한적한 길을 따라 운전을 하고 있는 킴(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숲 속의 길에 들어섰을 때야 비로소 길을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길을 잃고 숲 속을 헤매는 매력적인 미스터리의 여인, 베아(마리아 벨베르데)를 만나게 된 그.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킴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향한 총성을 피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킴과 베아는 무사히 숲 속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영화사 제공 자료)
100자평
참으로 이상한 일의 연속이다. 사내는 편의점에서 우연히 여인을 만나 섹스하고, 숲에서 길을 잃고, 어디에선가 날아온 총을 맞는다. 그리곤 편의점에서 만난 여인을 다시 만나 함께 쫓긴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두 남녀와 불려온 경찰까지 함께 쫓기고 있지만, 그들은 서로 의심하여 협력하지 못한다. 낯선 느낌과 긴장감만으로 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공포, <킹 오브 더 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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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돌아오는 꿈을 꿨어.”
아나이스는 스틱 향수를 목과 귀에 뱅글뱅글 돌리면서 탄식하듯 말한다. 필립 카우프먼의 방탕한 문제작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Henry & June, 1990)에서 ‘준’이란 발음은 어떤 섹스나 키스보다 자극적이다. 왜냐하면 ‘준’은 우마 서먼이고 그때 그녀는 복숭아 같은 스무살이었으니까. 등급제한의 소란과 비평가들의 논란과 원작 훼손이 어쩌고 하는 혼란 속에서 결국 건진 건 우마 서먼뿐이었다고, 영화 개봉 뒤 그녀의 비틀어진 미소에 넋이 나간 남자들(물론 여자들까지도)은 조용히 수군댔다.
수줍은 듯 과감한 아나이스(마리아 드 메데이로스)가 1930년대 파리의 거리와 뒷골목, 사교카페와 섹스클럽까지 온통 헤매고 다닌 덕에 영화에는 온갖 희귀한 예쁜 것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깃털을 꽂은 종모양 모자와 금색 레이스 장갑, 핏빛 매니큐어와 골드링,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가죽장갑과 연어색 클러치, 심지어 앞섶이 벌어진 실크 가운과 도드라
[그 액세서리] 도발과 관능의 퍼 머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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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이 빠른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로케이션 매니저의 입장에서 한국의 로케이션적 재원은 확실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갈 직전’이라고 해야겠다. 도대체 그동안 뭘 했다고 벌써 고갈이란 말을 써야 할 정도일까.
한국전쟁을 겪으며 건축적 가치가 있는 많은 건물들이 파괴됐다. 그나마 남아 있었던 개항 이후의 근대식 건물들은 일제 잔재 제거의 명목으로 헐리고 개축됐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적은 건축비로 빨리 올라갈 ‘평범한’ 건물들로 거리가 메워졌다. 이는 한국 근대 건축의 형태가 일관성은 고사하고 다양성마저 상실한 첫 번째 원인인 것 같다. 발전된 조국건설을 표방하며 빨리빨리 만들어진 건물들은 대리석과 타일로 외장을 통일시켰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고도제한의 한계를 넘지 못했던 테헤란로와 여의도 빌딩군은 스카이라인이 없는 도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새것도 언젠가는 ‘헌
[기어코 찾아낸 풍경] 눈 내리면 <러브레터> 보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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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에서 “다시 갈게요”를 연발하는 오페라 가수와 “당신 쉬는 10년 동안 이 바닥도 많이 변했다”며 면전에서 가수를 구박하는 PD. 언젠가 터지고 말 휴화산처럼 두 사람의 속에선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10년을 쉬고 컴백을 준비하는 오페라 가수 미나는 자신의 속사정도 모르면서 녹음이 지연된다고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정 PD가 야속하고, 정 PD는 자기 말은 듣지 않고 고집 부리다 재차 NG를 내는 미나가 짜증스럽다.
그러나 영화는 한판 제대로 붙어 끝장을 보겠구나 싶은 순간에 피식, 봉합되고 만다. 싸움만 크게 붙여놓고 얼렁뚱땅 화해시켜버리는 용두사미 아니냐고?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인생의 전환점은 의외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계기를 통해 일어나고, 사람들은 보통 그 계기에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비장”해진다. <스위치>는 깜빡깜빡 점멸하는 형광등에도 불이 들어와 환해지는 것처럼 중요한 건 인생의 스위치를 먼저 힘껏 누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이달의 단편] 너도 느끼니? 나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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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은 “졸라, 건투를 빈다”고 했다. 그닥 고맙지가 않았다. 김어준이 쓴 책 <건투를 빈다>에서 수많은 고민상담에 응하는 그의 답변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본인 스스로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알아야 한다”, “기회비용을 따져서 선택해라, 물론 결과는 당신 책임이다”. 세상만사 모든 희로애락이 자기 탓이라는 거, 왜 모르겠나. 알지만 어쩌지 못해 답답하니까 상담한 건데, 또 같은 이야기네. 그래서 왠지 ‘건투를 빈다’는 응원이 공허했다. 자신도 약해서 강한 척을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두 가지 답변이 그가 세상과 맞설 때 내놓는 두 가지 무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굵지 않고, 날카롭지 않은 무기라도 무기가 된다면, 무기는 무기다. 그런 무기라도 가지고 있다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두 가지 무기만 장착한 그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공포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혹시 그도 누군가 건투를 빌어줘야 할 사람은 아닐는지. <딴
[김어준] 나야 세련된 돌쇠지…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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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병기 감독의 애창곡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다. “가사의 첫 부분을 잘 들어봐. 총 맞은 것처럼~ 웃음만 나와~. 그래서 웃었어~. 내 기분이 딱 그거라니까.” 사실 솜씨 좋은 코미디영화 <과속스캔들>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들은 꽤 있다. 문제는 그들 중 누구도 600만명이 넘어서는 압도적인 스코어를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심지어 경쟁작이 치고 올라오는 구정 시즌에도 <과속스캔들>은 속도를 떨어뜨릴 생각이 없다(이 영화의 신드롬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약간 사담이긴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내 부모님이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두분이서 극장에 나란히 앉아 관람한 영화가 됐다. 이거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조심스럽다. 우리가 기대했던 건 250만명 정도였다. 600만명이라는 관객은 순수한 우리의 복이 아니다. 토일렛 픽쳐스 내부에서는 이게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안병기] “공포영화 10년의 노하우를 밝고 착한 영화에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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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에서의 죽음> <멜랑콜리아>로 2007년과 2008년, 연이어 베니스의 찬사를 받았던 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즈가 한국을 찾았다. 디아즈는 올해 10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한국의 홍상수,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와 함께 초대됐다. 제1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문한 뒤 두 번째 걸음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그를 만나, 5월 전주에서 상영하는 단편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첫 방문에는 몰랐던 한국의 겨울에 놀랐는지, 그는 “정말 춥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디지털 삼인삼색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제안서를 받고 즉시 수락했다. 지난해인가 전주영화제의 디지털 프로젝트가 화제가 됐었다. 그러던 중 제안이 왔으니 흥분할 수밖에. 다른 감독들과 함께하는 것 역시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
[spot] 과거를 모르는 나비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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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그리하여 때는 지금으로부터 600하고도 35년 전. 한때 세운상가를 발정난 수캐마냥 워워거렸던 그 남자, 유하 감독이 최신작을 들고 우리 곁에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이름하여 <쌍화점>. 당대 최고의 톱스타 조인성의 화끈한 살신성인에 힘입어 흥행은 순풍에 돛단 듯 이어지고 있지만, 시나리오 자체의 힘만으로 놓고 보자면 심히 아쉽다는 항간의 반응 있겠다. 그리하여 내놓는다, <쌍화점> ‘리로디드’.
그러니까 때는 고려 말. 공민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굳이 공민왕일 필요는 없는 그 남자의 이름은 ‘맹박’, 그가 아끼는 측근의 이름은 ‘만쑤’ 되겠다. 강호에 노을이 지고, 꽃잎 위에 서리가 앉을 무렵, 원나라 타클라마칸 사막 위서 삽질을 하던 그 남자 전임자 ‘무현 거사’의 삑사리성 실책에 기대 왕위에 오른다.
평생 공사 현장으로만 떠돌다 국내 지지기반이 없던 맹박은 그를 곁에서 보필해줄 병든 아저씨들을 긁어모아
[뒤집는 시나리오] <쌍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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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세나는 ‘회초리 100대’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전날 수원성에서 <핸드폰>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다 끝나고 나서야 김한민 감독님이 ‘연기는 (감정과 행위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 말을 들으니까 뒤늦게 후회가 들었어요. 문득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연기한 거지’ 싶은 거예요. 걱정도 되고. 꾸중 한번 없던 아버지한테 회초리 100대를 맞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이세나에게 <핸드폰>은 ‘첫 영화’라기보다 ‘첫 경험’이다. “촬영이 있다고 해서 들떴다가 이내 일정이 바뀌어 시무룩해졌던” 어느 날, “모니터하겠다고 ‘컷’ 소리 나자마자 부리나케 감독 곁에 앉았다가 눈총을 샀던” 어느 날, “카메라 앵글은 안중에도 없이 물세례 받으면서 나 홀로 뛰었던” 어느 날, “풀숏 찍을 때 에너지를 다 쏟아서 정작 클로즈업 때는 기진맥진했던” 어느 날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
첫 경험의 실수담을 듣다보니, 이세나가 맡은 <핸
[이세나] 회초리 100대 맞은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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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이 <무릎팍 도사>에 나간다면 고민은 “사람들이 왜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 못할까요?”일 것이다. 런웨이를, 브라운관을, 스크린을, 그리고 뮤지컬 무대를 종단하는 스물여덟의 이 남자는 무대와 촬영장을 벗어나면 신기하게도 소박하고 자유로운 평범함을 입는다. 리허설 땐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할 정도로 긴장하지만, ‘슛’ 소리와 함께 활활 타오르는 생명력을 부여받는, 그의 이름은 천생 ‘배우’다.
“<키친> 너무 기대돼요. 어떻게 보셨어요? 정말 괜찮아요?”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주지훈으로부터 끊임없는 질문공세가 시작된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잠깐 잊어버릴 정도로 그의 관심은 온통 곧 개봉할 <키친>에 가 닿는다.
“아직 감독님이 영화를 안 보여주셨어요. 너무 보고 싶은데. 저한테 너무 소중한 작품이거든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의 개봉이 불과 얼마 전이니 <키친>은 배우로서 주지훈
[주지훈] 불타는 승부욕, 겁이 없어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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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해 할리우드 영화는 시리즈, 속편, 리메이크, 각색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설명될 듯하다.관객의 귀에 이미 익은 제목들의 영화들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해리 포터', '엑스맨', '트랜스포머' 등 시리즈물의 신작이나 흥행작의 속편이 나오며 '쇼퍼홀릭', '한나 몬태나', '스트리트 파이터' 등 유명 책, 만화, 게임, TV시리즈를 각색한 작품들도 개봉 대기 중이다.여기에는 한동안 할리우드 진출 붐을 이뤘던 한국 스타들이 금의환향하는 작품들도 포함됐다.◇시리즈물 신작 개봉박두 = 전세계 어린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리즈물은 물론 '해리 포터'다. 시리즈의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귀여운 꼬마 마법사는 어느덧 선악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청년으로 성장했고, 6번째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가 드디어 7월 팬들과 만난다.2006년 3편을 선보였던 '엑스맨' 시리즈는 잠시 숨을 고르고 배경 설명에 나선다. 4월 개봉할 '엑스맨 탄생:울버린'은 그동
<2009할리우드, 속편ㆍ리메이크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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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과속 스캔들'이 16~18일 박스오피스에서 '쌍화점'을 제치고 다시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해 흥행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19일 배급사 롯데시네마는 '과속 스캔들'의 누적 관객수가 18일까지 전국 645만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9만명)과 '미녀는 괴로워'(662만명)에 이어 12위에 해당한다.'과속 스캔들'의 향후 흥행세는 관객 감소율(드롭률)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특히 고무적이다.토요일인 17일 '과속 스캔들'의 관객수는 16만2천명으로 1주일 전인 10일의 18만명에 비해 겨우 1만8천명 줄었을 뿐이다. 16~18일 상영작 중 점유율은 전주인 9~11일의 20%보다 오히려 2.9%포인트 늘어난 22.9%였다.'과속 스캔들'은 평일 평균 5만명 가량 관객이 들고 있어 이르면 24일 시작하는 설 연휴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넘어설
<'과속스캔들', '놈놈놈' 넘어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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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케이블 채널들이 24~27일 나흘간 이어지는 설 연휴에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사실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동안 놓쳤던 영화나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려고 한다면 편성표를 눈여겨보자.◇영화OCN은 25~27일 사흘에 걸쳐 매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온가족 맞춤영화 특집'을 마련한다. 매일 7편씩, 3일간 총 21편의 특집영화가 펼쳐진다.25일에는 '쿵푸허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엑스맨3', '아일랜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수퍼맨 리턴즈'가 차례로 찾아온다.26일에는 '복면달호' '6년째 연애중' '데자뷰', '매트릭스', '러시아워3', '해리포터와 불의 잔', '무방비도시'가 이어지고, 27일에는 '사랑방선수와 어머니', '미녀는 괴로워', '미이라2', '내셔널트레져', '콘스탄틴', '나니아연대기', '워'가 15시간 동안 릴레이로 방송된다
<설 연휴 케이블에서는 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