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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난 네편의 이야기가 당신을 찾아간다. 1장. 바람이 거센 밤 10년 만에 만난 대학 동창 다섯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때까지 도착하지 않은 친구 0을 기다리는 그들. 내내 자고 있던 사내 11이 일어나 0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자 분위기가 돌변한다. 2장. 잠에서 막 깨어난 한 남자의 집을 처형이 방문한다. 오늘이 분리수거일이라고 알리는 그녀에게 그는 간밤에 자기가 아내를 죽였노라 고백한다. 3장. 보이는 것이라곤 버려진 동물 우리뿐. 최 여사와 청소년들은 아무도 오지 않는 그곳에서 서로를 적대시한다. 4장. 11살 김주영은 바로 전 키우던 개에게 물려죽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해 굶주린 개가 아이를 덮친 것. 그런데 아이는 자기가 죽은 줄 모르는지 외할아버지를 기다리며 혼잣말을 한다.
줄거리만 듣곤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이 실험적인 연극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아무래도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작품이라는 꼬리표일 듯. 신예작가 동이향의 첫 연출작으
[연극] 실험적인 일.상.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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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생아용품 매장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점원의 첫 질문은 “아기가 남자예요, 여자예요?”일 것이고, 고객의 답변에 따라 점원이 추천하는 물품 또한 달라질 것이다. 만약 점원이 꺼내든 옷이 ‘로봇이 그려진 파란색 티셔츠’였다면, 그 옷은 100% 남자아이를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삶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성별에 따른 색깔 분류가 적용되는 것이다.
1월23일까지 이엠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작가 윤정미의 개인전 <핑크 & 블루 프로젝트>는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란 사회의 고정관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윤정미는 파랑·분홍색 물건을 나열한 방에 각각 남자·여자아이를 세워놓는데, 놀라운 점은 촬영 소품이 모두 모델 어린이의 물건이라는 것이다. 정훈, 호재, 승재-지원, 지유, 지우로 대비되는 남자-여자 어린이들의 이름 또한 성별에 따른 분류의 여지를 남긴다. 2005년 외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뉴욕에서 시작해 현재 서울로 넘어온 이 프로젝트는 ‘성별에
[전시] 색깔의 편견을 꼬집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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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13곡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제목이 없다. 앨범도 그냥 <<7집>>이다. 케이스 대신 책자같이 두툼한 부클릿 가운데 음반이 들어 있다. CD를 기준으로 절반은 가사, 나머지 절반은 색지다. 이소라의 새 앨범의 첫인상은 아티스트가 작업한 작은 책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티스트’라는 단어다. 그것은 이미 전작 <<눈썹달>>로 이소라가 얻은 지위였지만, <<7집>>에서 전곡의 가사는 물론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새 앨범은 두 가지 면에서 인상적이다. 하나는 음악적으로 이소라의 지향점이 좀더 또렷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음반 마케팅을 통한 작가적 지위의 획득이라는 전략이란 점이다. 전자는 <눈썹달>에서 함께 작업했던 김민규(델리 스파이스), 정순용(마이 앤트 메리)을 비롯해 강현민(러브홀릭), 이한철, 정지찬, 이규호 등의 참여로 멜로디가
[음반] 이소라, 작가적 지위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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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당을 운영하던 부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유성의 인연>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3남매가 어른이 되어 부모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다. 친척도, 유산도 없는 탓에 아동보호소에 보내진 3남매는,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기꾼 집단으로 자라난다. 치밀하고 비상한 첫째 고이치가 상황을 설정하면, 둘째 다이스케와 막내 여동생 시즈나가 감쪽같은 연기로 사람들을 속이는 식. 마지막 한건을 끝으로 제대로 된 삶을 결심한 3남매는 그러나, 그 마지막 상대의 아버지가 부모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유성의 인연>은,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진지한 원작과는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2008년 4분기 시청률 1위에 오르는 인기를 얻기도 했다. 촘촘한 복선으로 정평이 난 작가인 만큼 허를 찌르는 반전이 기다리지만, 전작들보다는 많이 드라마틱해서 읽는
[도서] 3남매의 복수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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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결국, 온갖 꼴로 드러나는 어루만짐이다. 1996년 나왔던 <사랑의 말, 말들의 풍경>의 속편 격인 이 책 제목이 <어루만지다>인 까닭은 거기에 있다. 위로이고, 배려이고, 무엇보다도 열정인 어루만짐. 그리고… ‘모국어를 어루만짐’.
듣는 것만으로 감흥이 살아나는 단어들을 골라 거기에 이야기를 담았다. 거기에는 노골적으로 사랑을 부르짖는 듯한 입술(부제는 ‘사랑의 기슭 혹은 봉우리’), 혀놀림, 어루만지다 같은 단어도 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기엔 다소 건조해 보이는 모름지기 같은 단어도 등장한다. 이어 목차를 벗어나 본문을 파고들면 상상했던 이야기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고종석이 꼼꼼하게 골라 담은 언어를 타고 흘러나온다. 이를테면 ‘정분이 두텁지 않아 조심스러움’, ‘수줍고 부끄러움’이라는 뜻의 ‘스스럼’이라는 장. 애정의 대상을 분간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생기는 스스럼이 열정을 타고 정다움으로 바뀐다는 사랑의 스스럼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도서] 모국어를 어루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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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심호흡부터 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 읽고 나니 불 켜진 극장 안에 혼자 남은 듯 머리가 얼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그 자체가 하나의 혀 같다. 이야기를 삼키고 역사를 삼키고 정치를 삼키고 그 땅에 사는 인간의 삶을 삼켜 토해내는 붉은 혀. 주노 디아즈의 첫 장편소설인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그 탄생에 걸린 11년조차 너무 짧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하다. 저주와 마녀가 그 힘을 잃지 않은 땅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서 시작된 오스카의 선조 데 레온 가족의 피와 체액이 흐르는 연대기가 시공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오스카는 저자 주노 디아즈와 여러 면에서 겹치는 역사를 가진 젊은 도미니카계 미국인이다. J. R. R. 톨킨을 꿈꾸는 체중 140kg의 오스카는 도미니카계 남자라고 믿을 수 없게도, 동정이다. 동정없는 세상에서 홀로 동정인데다 코믹스와 판타지, SF소설에 빠져 살며 말은
[도서] 어쩌면 2009년 최고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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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일본 내 원빈 팬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 영화 촬영 중인 원빈을 응원한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로 복귀하는 원빈을 만나기 위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에서 600명의 일본 팬들이 대형 여행사인 긴키니혼투어리스트를 통해 다음달 7일부터 2박 3일간 촬영현장을 방문한다.
이번 공식 투어는 원빈의 복귀작인 '마더'의 일본 선판매를 기념해 마련됐으며, 참가자들은 촬영현장을 본 후 봉준호 감독과 원빈을 만나며 기념사진도 찍는다.
2007년 9월 유니세프 특별대표가 된 이후 각종 자선행사에 참여하고 패션화보 모델료를 기부해온 원빈의 뜻에 동참해 이번 행사의 수익금 일부는 한국 유니세프에 기부될 예정이다.
gounworl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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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빈팬 600명 '마더' 원정응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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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국내에 '석호필 신드롬'을 일으킨 인기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즌4 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미국 폭스 TV는 이날 "6개의 에피소드와 함께 4월17일 시작하는 시즌4의 후반부를 끝으로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를 종영한다"고 발표했다.케빈 라일리 폭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올 봄 에피소드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프리즌 브레이크'와 팬들을 위해 옳은 수순"이라고 밝혔다.릴리 대표는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는 할 이야기를 다 했다. 사람들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가 됐다"고 덧붙였다.2005년 8월 폭스 TV가 론칭한 '프리즌 브레이크'는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은 형을 구출하려는 천재 건축가 동생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주인공 스코필드 역의 웬트워스 밀러가 국내에서 '석호필'이라는 애칭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pretty@y
'프리즌 브레이크' 4월 시즌4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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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21일부터 MBC TV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의 판권이 일본에 판매됐다.
이 드라마의 공동제작사인 지피워크샵은 13일 "'돌아온 일지매'의 판권이 편당 5만5천 달러의 조건(24부작 총 132만 달러)으로 일본 어뮤즈사에 팔렸다"며 "1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만 선보인 후 이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돌아온 일지매'는 고우영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탐욕스런 양반을 혼내주는 영웅 일지매가 주인공이며, 정일우가 타이틀롤을 맡았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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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일지매', 132만달러에 일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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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는 웹하드 연합체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 및 웹하드 업체들과 함께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추진한다.제협은 13일 "웹하드에서 영화를 합법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본안을 DCNA와 함께 마련했다"고 밝혔다.앞서 지난해 3월 제협과 한국영상산업협회, 35개 영화사는 웹하드 8개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정지 소송을 내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으며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제협은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영화사 가운데 과반수가 이번 합법화 기본안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제협은 "저작권자들은 법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손실을 눈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고, 웹하드들도 언제 고소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는 없어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게 됐다"이라고 말했다.제협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합법 다운로
영화제작가協, 영화 합법 다운로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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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내로라하는 꽃미남 스타라면 한번씩 F4의 멤버로 이름이 오르내렸다.마침내 한국판 F4의 면면이 공개됐을 때, F4의 리더 구준표(원작 츠카사) 역을 무명에 가까운 신예 이민호(22)가 맡은 것은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드라마가 시작된 지금, 그는 팬들의 의구심을 잠재우고 '자고 나니 스타'가 됐다. 각종 검색 순위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하루 10만 명의 팬들이 그의 미니홈피를 찾고 있다."매일 촬영장에 있어서 아직 인기를 크게 실감하지는 못해요. 첫회에는 반응이 없었어요. 처음엔 그저 '싸가지 없는 놈' 정도였는데 2회부터 준표가 잔디(구혜선)에게 당하고 잔디를 좋아하면서 점점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대만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상륙한 'F4 열풍'의 중심에 서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6년 E
이민호 "준표 만나려고 그간 힘들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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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물들, 막장드라마에 꼭 등장한다. 아이를 잃고 복수를 감행하는 착한 여주인공부터 그녀를 죽어라 괴롭히는 남편과 시어머니,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친어머니, 조력자로 등장하는 순정남, 악행도 서슴지 않는 악녀 캐릭터까지 이리저리 짜깁기하면 그 어떤 드라마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막장의 대표 인물을 명대사, 유형과 함께 총망라했다.
구은재
장서희 | SBS <아내의 유혹>
본디 복장 터지는 미련한 현모양처였다. 정교빈에게 겁탈당해 임신하는 바람에 부동산 재벌가의 며느리로 들어가지만 시어머니를 쫓아온 남자가 들이닥치려는 걸 막다가 유산하고 만다. 그런데도 시어머니의 나이트 클럽 출입이 알려질까 진실을 함구하니 원수를 사랑하는 갸륵한 마음만큼은 가히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친자매처럼 같이 자란 신애리가 결혼을 약속한 친오빠를 팽개치고 교빈을 유혹해 침대로 끌어들일 때도 어떻게든 참고 견뎠다. 시아버지가 은재가 낳을 아이에게 유산을 물려주리란 소식을 듣고 교빈이 그녀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구정물 퍼먹고라도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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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다 보니 너무 많았다. 참으로 치열한 경쟁이었다. 막장드라마 속 최악의 순간들을 뽑았다. 가볍게는(?) 막말부터 불륜, 패륜, 납치, 심지어 살인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아내의 유혹> <에덴의 동쪽> <흔들리지마> 등 각종 드라마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던 막장의 명장면들을 공개한다. 독기가 보통이 아니니 심장 약한 분들은 건너뛰시길.
1. 이수현이 쓰러진 시아버지를 두고 거짓말하는 장면 <흔들리지마>
‘재혼가정 세 자녀들의 사랑을 통해 소중하지만 지긋지긋한, 하지만 우리가 사랑해야만 하는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기획의도 한번 거창하나 이 드라마대로 사랑하자니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약혼남을 붙잡기 위해 거짓 임신을 고하는 것도 모자라 멋대로 혼인신고를 올린 이수현(홍은희). 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 상대가 새어머니가 데려온 의붓남매 중 한명인 민정이니 환장할 노릇이다. 약이 제대로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싸대기는 기본, 시신 유기는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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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만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젊은 언니, 오빠들도 본단다. 도대체 이들에게 막장드라마는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많은 막장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아내의 유혹>에 빠져 있다는 한 20대 여성시청자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막장드라마는 어떤 맛인지, 그리고 그 맛에 어떻게 중독되고 있는지.
막장드라마를 싸잡아 욕하는 데 불만있다. 통속극더러 갈등과 결말이 뻔하다고 욕하는 것은 장르가 쌓아온 규칙과 클리셰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주어진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가, 한 토막의 멜로디를 어떻게 변주하는지를 살피듯 통속극도 장르 안에서의 만듦새로 평가해야 한다. 궤변과 기행을 일삼는 상식 밖의 캐릭터나 우연에 기댄 전개만을 비난하자면 홍상수도 막장이게?
여기저기 넘치는 원고지 매당 만원짜리 계몽들에 휘둘려 소소한 즐거움 대신 죄책감을 떠안느니 나는 막장드라마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련다. 더 정확하게는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을 좋아한다. 사실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울화를 삭여라, 다 복수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