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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앤드 스타스, 케이전 주얼, 조지언 크리스털.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이 아니다. 수박, 덩굴제비콩, 마늘 등에 붙은 종자의 이름이다. 탄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이 이름들에서 황홀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자연과 함께한 1년>을 추천하고 싶다. ‘한 자연주의자 가족이 보낸 풍요로운 한해살이 보고서’ 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도시에서 애팔래치아 산맥 아래의 농가로 이주를 결심한 바버라 킹솔버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감에서 결심한 귀농은, 엄청난 계획으로 시작된다.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에서 공급이 가능한 식재료만 먹겠다는 원칙이다. 수확한 곳에서 구입하니 싱싱함은 기본이고, 이동거리가 줄어드니 화석연료의 소비도 적으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는 올바른 이유에서다. 당연히 쉽지 않다. 진열된 상품을 고르던 즐거움을 포기하고 흙 묻은 당근을 시장 바닥에서 고르는 일은 낯설다.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재배와 수확이 불가능한 겨울에는 저장고의 말
[도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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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입양 충동 지수 ★★★★★
마지막 챕터에서 오열 지수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는 버려진 고양이었다. 1988년 1월 오하이오주 소도시 스펜서 도서관의 반납함 속에 버려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도서관 사서 비키 마이런에게 구조됐다. 남편과 헤어진 뒤 반항적인 딸과 살던 비키와 도서관 운영진은 고양이를 동물보호센터에 보내는 대신 말도 안되는 결정을 내린다. 고양이를 도서관에서 입양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십진분류법을 창조한(그러니까 문헌정보학의 뉴턴쯤 되는) 멜빌 듀이와 ‘책 좀 더 읽어요!’라는 의미의 리드모어북스(Readmorebooks)를 합친 ‘듀이 리드모어북스’라는 이름을 고양이에게 지어줬다. 고양이는 이후 19년 동안 스펜스 도서관에서 살다가 2006년 12월 위종양으로 생애를 마쳤다. 듀이가 사망하자 <USA 투데이>와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250여개 언론이 추모기사를 냈고 지금도 스펜서 도서관 홈페이지(spencerlibr
[도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했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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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라 데이비스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주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토니상 수상자라는 이력이, 할리우드의 화려한 셀러브리티 사이에서 그리 큰 메리트를 가질 순 없다). 그리고 흑인이다. 최근작 <다우트>에서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10분이 넘을까 말까 한다. 그런데도 <다우트>를 통해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감히 ‘2008년의 연기’라고 부를 만한 고지를 점령했다.
<다우트>에서 데이비스가 연기한 밀러 부인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알로이시스 수녀와 함께 등장한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신부와 ‘부적절한’ 관계라 의심되는 소년의 엄마 밀러 부인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상황은 급변한다. 60년대 중반, 가난하고 무식한 흑인 여성이라는 강고한 선입견에서 빠져나온 밀러 부인은,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모성애의 용감한 결단으로 알로이시스 수녀의 ‘심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한다. 로저 에버트가 “2008년
[바이올라 데이비스] 메릴 스트립에게 훔쳐낸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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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제니퍼 애니스톤을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어쩔 도리 없다. 그녀는 눈물의 여왕이다. 우리는 애니스톤의 얼굴을 보며 즉각적으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를 떠올린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찍으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사랑에 빠졌다. 애니스톤과 브래드 피트는 이혼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을 입양했고 결혼을 했고 거대한 저택을 샀고 ‘브란젤리나’가 됐다. 애니스톤의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프렌즈> 시리즈의 유일한 생존자
파파라치들은 애니스톤의 사진을 미친 듯이 찍어서 타블로이드 잡지들에 팔아먹었다. 타블로이드들은 애니스톤의 사진을 브란젤리나의 행복한 사진과 함께 실었다. 불행과 행복의 대차대조표였다. 타블로이드가 아닌 패션지 <보그>조차 “녹음기를 꺼달라고 요구한” 애니스톤의 말을 잡지에 그대로 실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언행은 정말 쿨하지 못했어요.”
[제니퍼 애니스톤] ‘눈물의 여왕’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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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28)가 돌아왔다. 이케와키가 연기한 영화 '오이시맨'의 메구미는 외롭고 그늘진 사람이지만 밝게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오히려 다른 사람의 상처를 감쌀 줄 아는 여자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와 상당 부분에서 닮아 있다.19일 개봉하는 '오이시맨'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이케와키는 10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구미는 외로움을 안고 있지만 밝게 살려 하는 여자"라고 소개하면서 "누구에게나 고독과 결핍이 있고, 그런 면을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저는 특정 캐릭터를 선호하고 고집하지는 않아요. 다만 어떤 사람이든 결핍된 면이 있고, 그 부분이 더 잘 드러나는 역할들이라 메구미에게서 조제를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오이시맨'은 일본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현석(이민기)과 메
이케와키 "누구에게나 있는 고독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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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병헌ㆍ김태희 주연의 20부작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가 영화로도 동시에 제작된다.'아이리스'의 제작사 태원프로덕션의 정태원 대표는 11일 "'아이리스'는 드라마와 함께 영화로도 동시에 제작된다"며 "단순히 드라마 내용을 편집해 영화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와는 다른 버전의 영화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그동안 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2시간 안팎으로 편집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드라마와 영화를 각기 다른 버전으로 동시 제작하는 것은 '아이리스'가 처음"이라며 "두 명의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에 앞서 제작사는 지난 6일 영화 '홀리데이', '리베라메' 등을 연출한 양윤호 감독과 KBS 2TV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연출한 김규태 PD가 '아이리스'를 공동 연출한다고 밝혔지만 그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정 대표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로도 동시에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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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었던 영화 '작전'이 재심의를 통해 결국 15세 관람가로 극장에 걸리게 됐다.영화 '작전'의 제작사 비단길은 이 영화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재심의를 청구한 결과 10일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이 영화는 지난달 28일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로부터 폭력성과 대사, 모방 위험 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제작사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 한국 영화산업의 퇴행을 낳을 수 있는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비단길은 영화에 삭제나 수정을 하지 않은 채 기획과 연출 의도가 담긴 재심의 신청 사유서를 첨부해 재심의를 청구했고 영등위는 10일 영등위원 9명 전원이 참가한 전체회의를 열고 이 영화에 대해 15세 관람가 등급을 내렸다.영등위는 개봉 영화에 대해 영화등급분류소위를 통해 등급을 매기며, 이의가 있는 영화사는 30일
'작전' 결국 15세관람가…심의 뒤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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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한때 얼마 없는 전 재산을 모두 털린 적이 있던 강현수(박용하)는 와신상담하여 주식의 귀재로 다시 태어난다. 어느 날 일명 작전주로 통하는 주가 조작 행위의 기미를 알아차리고 끼어들어 한탕 크게 이익을 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일이 주식깡패 황종구(박희순)의 작업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강현수는 황종구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그의 패거리에 끼게 된다. 거기서 유서연(김민정), 조민형(김무열) 등을 만난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다 각자의 속임수와 꿍꿍이가 있다.
소재가 신선하다. 이 영화 전까지 누구도 주식으로 한편의 경쾌한 범죄영화를 만들겠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짜>에서 중요한 것이 밑장을 어떻게 잘 빼는가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이 얼마나 주식 차트를 잘 읽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작전>은 영화이지 증권 방송이 아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과 상황을 믿게 하는 것이 이
주식을 소재로 한 경쾌한 범죄영화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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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르게 태어났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늙어갔고, 나는 반대로 젊어졌다.”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은 노인의 외모로 태어나 아기의 모습으로 죽어간, 기이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친부는 그를 양로원에 버렸고, 가엾게 여긴 양로원에서 거두어 키웠다. 17살이 되자 벤자민은 예인선에 올라 세상으로 떠나고, 20대에는 러시아에서 만난 영국 여인 엘리자베스(틸다 스윈튼)와 사랑에 빠진다. 2차대전을 겪고 고향 뉴올리언스에 돌아온 그는, 첫사랑이었지만 아슬하게 멀어져갔던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와 어른의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데이비드 핀처와 브래드 피트가 <쎄븐> <파이트 클럽>에 이어 3번째로 호흡을 맞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에서 모티브와 제목을 빌려온 영화다. 50페이지 정도의 원작과 달리 2시간30분이 넘는
시간은 마법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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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꿈꾸는 지지(지니퍼 굿윈)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 코너(케빈 코넬리)에게 애프터가 오지 않아 안달한다. 막상 코너는 섹시한 안나(스칼렛 요한슨)와의 섹스를 갈망하지만, 안나는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유부남 벤(브래들리 쿠퍼)에게 첫눈에 반해 코너를 외면한다. 결혼에 골인한 제닌(제니퍼 코넬리)은 직장동료 지지와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의 직장동료. 연애를 갈망하는 지지와 닐(벤 애플렉)과 동거만 7년째로 동생에게 결혼을 추월당한 베스의 연애상담자 역할을 자처하지만, 막상 자신의 남편 벤은 안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안나의 친구 메리는 이런 현실의 지지부진한 사랑을 접고 사이버상에서의 만남을 기대한 지 오래. 여기, 연애 다경험자인 알렉스(저스틴 롱)가 가세, 지지의 연애상담자로 나선다.
캐스팅으로 먼저 기선 제압을 할 속셈인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믿어지지 않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그것도 아주 시시한 역할로! 예를 들면
바람직한 한편의 연애지침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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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페로는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생쥐였다. 거대한 귀부터 유난히 왜소한 몸집까지 모든 것이 다른 생쥐들과 달랐으니 부모의 걱정이 얼마나 컸을까. 생쥐로서 지녀야 할 올바른 습성을 훈련받고자 도서관으로 떠밀려간 그는 책을 갉아먹으라는 형의 명령에도 오히려 독서에 빠져버린다. 충직한 기사가 갖은 어려움 끝에 아름다운 공주를 구해낸다는 동화의 영향이었을까. 우연히 피 공주와 마주친 데스페로는 생쥐의 법도를 무시한 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생쥐 사회에서 쫓겨나 무시무시한 시궁쥐의 세계에 버려진다.
<작은 영웅 데스페로>는 기본적으로 중세의 기사 이야기에 심장을 둔 애니메이션이다. 한 가지 특이점이라면 인간 기사의 자리에 생쥐를 놓았다는 것이랄까.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인간 세상에 희망을 가져오리라 설파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용기. 무채색으로 가라앉고 비는 오지 않는데다 가장 큰 즐거움인 수프마저 금지당한 도르 왕국 사람들은 겁없는 생쥐
가장 소중한 가치는 용기 <작은 영웅 데스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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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 멜(페이튼 리스트)과 줄스(카메론 굿맨)는 기분전환 겸 멕시코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싸구려 비행기에서의 장시간 여행은 몸을 지치게만 했다. 멀미에 시달려 공항에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간 멜과 이를 도와주느라 정신없는 줄스. 처음 보는 두 남자가 같이 놀자며 접근하지만 해가 져 인적이 드문 공항에서의 낯선 사람은 반갑기보다 무섭다. 게다가 날씨는 비. 둘은 이상하게 친절한 운전사 남자에 이끌려 공항버스를 타고, 멜과 줄스에게 접근했던 두 남자 역시 버스에 동행한다. 집으로 향할 줄 알았던 버스는 음침한 마을을 맴돌고 운전사 남자는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한다.
영화 속 공포의 전형적인 공간은 휴양지 산 너머의 폐허, 수십년간 문조차 열어보지 못한 저택의 다락, 긴 역사를 가진 학교의 과학실이나 미술실 같은 허름한 장소였다. 알려지지 않은 비사가 한 움큼은 숨겨져 있을 것 같고, 조금만 건드려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음침한 그런 곳 말이다. 하지
균형을 잡지 못한 어중간한 공포 <셔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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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들이 세상을 호령하는 전국시대. 소년 코타로는 누군가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다. 그의 친구는 한 마리 충직한 개뿐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명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한 무리의 무사들이 코타로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중에는 가공할 실력을 지닌 라로우도 있다. 그때 우연히 코타로는 길에서 이름없는 무사 나나시와 동행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피신처인 만각사까지 가게 된다. 나나시는 과거에 지은 살인죄를 후회하며 칼을 봉인하고 살아가는 무사인데, 그는 코타로를 보호해주기로 한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은 <건담>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뛰어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온 안도 마사히로의 극장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연출자로서의 데뷔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많이 들어온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장르의 구조 안에서 적절하게 섞여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불로장생의 약을
쫓고 쫓기는 무사들의 이야기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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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은 일이다. 예전에 다른 매체에서 함께 일하던 어느 편집장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마감날 저녁 가끔 심하게 술을 마셨다. 불콰해진 얼굴로 들어와 후배들의 기사를 데스킹했다.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뜨고 앉아 졸다가 깨다가 했다. 어느 순간부턴 침몰하는 배처럼 서서히 가라앉았다. 자신의 노트북에만 코를 박고 있던 후배들은 알 리가 없었다. 편집장의 부재를 알아차린 누군가가 낌새를 눈치채곤 소리쳤다. “어, 여기 있던 XX 선배 어디 갔지?” 사방을 둘러봐도 없던 그분은 바로 자신의 책상 아래 바닥에서 변사체처럼 발견됐다. 졸던 와중에 엉덩이가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의자에서 미끄러지다가 결국 드러누워 자기까지 했던 거다. 한두달에 한번씩 벌어지던 해프닝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난 바르게(!) 일하는 편이다. 마감날 무리하게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는다. 후배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술기운에 기대 자판을 두드리는 이들을 한명도 본 적이 없다. <씨네21>엔 그런 음주
[에디토리얼] 밤술, 낮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