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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실종을 다루는 이 영화의 제목은 <체인질링>이다. “바꿔친 아이”란 뜻이다. 요정이 아이를 납치해가면서, 그 아이 대신에 두고 간다는 작고 못생긴 아이나 동물을 가리킨다. 이 영화를 두고 평을 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군포 여대생 실종과 관련된 연쇄살인사건들이 밝혀지고 있다. 아이와 여성들이 잔혹하게 무작위로,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머니와 아들의 흥미로운 대사 교환
영화는 ‘진짜 이야기’라고 자신을 밝히며 시작한다. 1928년 3월9일이다. 카메라는 로스앤젤레스의 주택가를 관찰한다. 흑백 화면이 컬러로 슬며시 채색된다. 미국 교외 주택가의 아침,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는 혼자 일어나 9살 난 아들 월터를 돌본다. 흥미로운 대사의 교환이 있다. 식기 전에 아침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아들은 시리얼인데 식을 게 뭐 있느냐고 대꾸한다. 싱글맘의 아침식사 광경이다. 따뜻한 토스트나 계란이 없는 차가운 시리얼만의 식탁.
방과 뒤
[전영객잔] 싱글맘도 바꿔치기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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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688호 ‘해외 평단이 뽑은 2008 베스트10’을 읽다가 그들의 좀더 상세한 개별 리스트에 한국영화는 없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참고한 건 <사이트 앤드 사운드> <필름 코멘트> <카이에 뒤 시네마>의 명단이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설문에 참여한 평자 중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의 팀 로비만이 유일하게 한국영화를 꼽았는데, 이창동의 <밀양>이다.“이창동이 그가 하고 있는 것에 관하여 훨씬 더 깊이 사유하고 그의 여주인공에게서 놀랄 만한 연기를 얻어냈다는 진일보의 증거.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영화는 여기서(영국) 극장 개봉을 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그는 한탄하고 있다. <필름 코멘트>는 미국 내 개봉작과 미개봉작으로 나눠 매년 각 20편씩 선정하는데 미개봉작 16위에 홍상수의 <밤과낮>이 올라 있다. 개별 리스트에서는 페데릭 보노가 2위에, 필립 로페이트가 1
[정한석의 블랙박스] 오,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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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너무나 사랑스럽던 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그 아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엄마, 아빠가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느 날 그들의 삶에서 사라져버렸다. 경찰은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지만 엉뚱한 짓으로 시간낭비를 하거나 무기력하게 대응할 뿐이다. 이제 엄마, 아빠는 무엇을 해야 할까? 비슷한 시기에 극장에 걸린 <체인질링>과 <레저베이션 로드>는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죽은 아이의 흔적을 좇는 엄마와 아빠의 물리적, 정신적 행보를 좇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띤다. 하지만 그들이 아이를 찾아서 혹은 그들을 애도하며 걷는 길은 전혀 다르다.
경찰과 싸울 것이냐, 권총을 구입할 것이냐
<체인질링>에서 아이를 데려간 범인은 사이코패스 같은 연쇄살인범이고 <레저베이션 로드>에서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뺑소니범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살인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가해자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두 영화 속의
[영화읽기] 아이를 애도하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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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그의 영화’ 김연수 편 지난 줄거리
현지에서 먹는 양식이란 기막힌 맛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도무지 음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지내고 있는 중혁군이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것은 모두 음식 때문이리라. 역시 빨리 귀국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워낭소리>를 봤다. 이 다큐멘터리를 꼭 보시라. 극장에 가서 돈 내고 보시라. (중략) 변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사람일 뿐이다. (다시 중략) 중혁군도 그냥 유럽에 있는 게 낫겠다.
글 속의 권유가 얼마나 간절하던지 나도 그냥 유럽에 있으려고 했다. 스웨덴 묘지공원에 뼈를 묻고 싶었다(묻어주려나?). 그래서 연수군에게 계좌번호를 불러주었으나 돈이 입금되지 않아 곧장 한국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유럽에 머물라는 건 빈말이었던 모양이다. 돈을 부쳐주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버티기 힘들다. 물가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패스트푸드점의 가장 싼 세트메뉴가 1만원에 가깝고, 물 한잔 마셔도 돈, 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하늘을 나는 극장의 그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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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가 아니고서야 요리를 다룬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사람 얘기의 조연에 그치는 게 영화의 숙명이다. <음식남녀>나 <바베트의 만찬>에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한 요리가 등장하지만, 그건 확장된 소품일 뿐이다. 이타미 주조 감독의 <담뽀뽀>(1986)는 유쾌한 정서로 시종일관하는 요리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담뽀뽀>의 이야기는 매우 익숙한 내러티브 구조를 갖고 있다. 맛없는 라면집 주인 ‘담뽀뽀’(민들레라는 뜻으로 주인공의 이름)가 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각고의 노력 끝에 라면의 달인으로 우뚝 선다는 내용. 감독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듯, 서부영화 <셰인>처럼 홀연히 나타난 귀인들은 담뽀뽀의 수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복장조차 셰인처럼 전형적인 카우보이라니.
<담뽀뽀>는 굳이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즐겨볼 만한 구석이 있다. 과장된 음악과 재치있는 편집,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별난 캐릭터의 조
[그 요리] 라멘 국물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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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말로 치고받는 액션영화다. 추상적인 ‘쩐의 전쟁’이자, 한국식 천민자본주의가 어느 정도로까지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반영됐는가를 추적하는 영화이며, 동시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엄청난 한탕을 꾸미는 과정을 스피디한 웃음으로 포장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르영화, 케이퍼 필름(Caper Film)을 데뷔작으로 선택하며 매끈하게 완성해낸 이호재 감독을 만났다. “<작전>이 풍자까지도 못 가고, 야유나 똥침 정도라고 생각한다. 상층부의 진짜 주범들을 다뤘다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다”고 겸손하게 물러서긴 했지만, 발로 뛰는 취재와 웰메이드 장르영화에 대한 욕심으로 겁없는 데뷔작을 완성한 그의 야심은 뜨겁다.
-한국에는 할리우드의 <월 스트리트>나 일본의 <주바쿠>처럼 돈과 자본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없었다. 한국식 천민주의 성격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영화를 장악한다는 측면에서 <작전>은 최
[이호재] “화이트칼라 범죄영화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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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요.
=뭐가요.
-시간이 지날수록 늙는 게 인간의 숙명인데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시는 거 말이에요.
=아니. 그게 왜 부러운 거죠.
-요즘 사람들이 안티에이징에 얼마나 돈을 쏟아붓는지 아십니까. 2008년 미국 안티에이징 화장품 구매액이 40억달러래요 40억달러. 한국도 마찬가지죠. <씨네21> 기자 중에 안티에이징 화장품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걸요. 흠. 정한석, 이영진 기자는 없으려나. 뭐 여튼.
=이해가 안되네요. 젊어지고 싶어서 돈을 얼굴에 바르다니.
-이해가 안되긴요. 돈으로 젊어질 수 있다면 처바를 가치는 있죠 뭐.
=그래도 나이들수록 근사하게 늙어가는 게 좋은 일 아닌가요.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처럼만 늙을 수 있다면야 좋은 일일 수도 있겠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 아닙니까. 저도 지난해 여름 갑자기 입가에 팔자주름이 생겨서 거울 볼 때마다 속이 쓰려요. 그것도 왼쪽에만 팔자주름이 생겼다니까요. 웃기게스리.
=왜 왼쪽에만…
[가상 인터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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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월11일(수)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매니저 승민(엄태웅)에게 신인배우 진아(이세나)는 마지막 카드다. 그는 낮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고 밤엔 술자리에서 굽실거리는, 딱한 처지의 사내다. 얼마 뒤 승민은 진아의 CF 출연 계약을 성사시키지만, 철없는 진아의 섹스 동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분실하고 안절부절못한다. 핸드폰을 습득했다는 한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고 승민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 기대하나 수화기 저편의 이규(박용우)는 이죽거리며 악몽의 게임을 주문한다.
100자평
<극락도 살인사건>을 찍었던 김한민 감독은 한국형 (토착)스릴러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핸드폰>은 스릴러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그보다 훨씬 무거운 한국사회의 초상을 담고 있다. 한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바쁘게 채근하고 윽박지르고 읍소하는 사람들, 익명의 존재나 자기보다 불리한 사회경제적 관계의 사람들에게 자기가 당한 억압을 분풀이하는 사람들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의 불가마, <핸드폰>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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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월 16일 월요일
장소 대한극장
이 영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사임한 전직 대통령 닉슨과 토크쇼 사회자 프로스트의 인터뷰 대결. 한물 간 MC 프로스트는 복귀를 꿈꾸며 방책을 찾고있다. 그러던 중 닉슨의 사임 연설 방송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단 뉴스를 보고, 이를 좋은 기회라 생각해 그와의 인터뷰를 시도한다. 하지만 노련한 정치가 닉슨도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4일간 계속되는 인터뷰 속에서 둘은 서로의 숨겨진 마음을 조금씩 들춰낸다.
100자평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 직을 사임하고 백악관을 떠난 닉슨에게 프로스트라는 예능 토크쇼 사회자가 거액의 출연료를 제의하며 인터뷰를 요청한다. 그는 4주 동안 4번에 걸쳐 펼쳐지는 심층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닉슨의 사과를 받아내려는 의도였던 것. 그러나 노회한 '정치 9단' 닉슨이 그리 만만할리 있겠는가? 인터뷰는 거액의 출연료를 마련키 위해 사비까지 털어넣은 프로스트와 인터뷰를 오히려
<프로스트 VS 닉슨>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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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관객 수 60만 명을 돌파한 저예산영화 '워낭소리'(제작 스튜디오 느림보ㆍ배급 인디스토리)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가입률 98%)의 집계에 따르면 15일까지 '워낭소리'의 매출액은 18억1천35만2천100원이다.한국 영화의 통상적인 부율(극장과 배급사의 수익 배분 비율)인 5대5를 적용한다면 제작사와 배급사의 몫은 매출의 절반인 9억여원이 된다.'워낭소리'의 제작비는 1억원 가량. 여기에 후반 비용(마케팅ㆍ극장개봉 비용) 1억원을 합하면 총 제작비가 2억원이니 벌써 4.5배의 수익을 낸 셈이다.'워낭소리'가 여전히 큰 인기를 끌며 극장에 내걸려 있는 만큼 매출과 수익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관객 수가 지금의 2배인 120만명이 된다면 수익금은 현재의 2배인 18억원이 된다.'워낭소리'가 14~15일 기준 98개의 적지 않은 스크린에서 상영됐는데도 후반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은 것은 이 영화가 디지털 방식으로
<60만 돌파 '워낭소리', 얼마나 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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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으로 불렸던 여간첩 김수임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영화가 한국과 미국 공동제작으로 만들어진다.액티버스 엔터테인먼트(대표 서정원)는 미국 제작사 하이드 파크, 투자사 FFS와 제작비 2천만달러의 '어겐스트 컨스피러시(Against Conspiracyㆍ가제)'를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어겐스트 컨스피러시'는 김수임과 미군 헌병대장 존 베어드 대령 등 한국과 미국의 젊은이들이 격동의 시대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액션물이 될 것이라고 액티버스 엔터테인먼트는 전했다.조명화 감독이 쓴 초안을 바탕으로 미국 작가 폴 아이엘로가 영어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며 촬영은 올 하반기 시작돼 한국에서 70%, 미국에서 30% 진행될 예정이다.미국과 한국 제작사는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감독을 물색하고 있으며 주연배우 역시 협의 중이다.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조 감독은 "김수임과 베어드 대령 사이에 태어난
김수임 사건, 한미 합작으로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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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연예계도 불황의 한파를 맞고 있다.대형 가수들을 보유한 가요계 대표 기획사들도 한해 수억~수십억 원 씩 적자인데다, 연예인만 돈을 버는 구조로 바뀌면서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연예기획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기획사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기름 값, 식대 등의 운영비를 아끼고 있다. 외부 활동을 하는 매니저들은 회사에서 지원받지 못해 홍보비를 개인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는 건물 임대료를 아끼려고 기획사 대표의 집을 사무실로 대신 쓰고 있다.꽁꽁 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예기획사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음반기획사 대표들은 음반과 뮤직비디오 등의 제작 비용, 인건비와 활동비 등의 운영비를 줄이는 것을 대표적인 몸집 줄이기 사례로 꼽는다.음반제작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니 10여 곡이 수록되는 정규 음반은 확연히 줄었다. 1~2년 전부터 가수들이 싱글 음반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이후부터 CD로 찍어낼 제작 비용까지 줄이려고 온라인에서
<불황 한파에 연예기획사도 몸집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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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의 눈이 두려워서 마음 놓고 하지 못했던 연애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TV를 통해 공개 맞선에 나선 SBS TV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이하 '골미다')의 '골드미스' 6명은 "공개 맞선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탄현 SBS 제작센터에서 양정아, 예지원, 장윤정, 진재영, 송은이, 신봉선 등 '골드미스' 6명을 만났다. 이들은 이날 이효리의 '유 고 걸' 등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기 위해 코믹한 분장을 하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골미다'는 싱글 여성 연예인 6명의 솔직한 일상과 생활을 보여주며 맞선도 진행하는 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우리 결혼했어요' 등과 경쟁하면서 시청률은 10% 대 초반을 기록하
'골미다' "공개 맞선 100% 리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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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권용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프로그래머가 26일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에서 개막하는 제20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16일 PiFan 사무국에 따르면 일본영화에 정통한 권 프로그래머는 'J-호러'의 거장 쓰루타 노리오 감독, 영화 스틸사진으로 유명한 윙 시야 작가와 함께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올해 유바리 영화제는 '피판 스페셜 프레젠테이션(PiFan Special Presentation)'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 박노식 감독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와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를 상영한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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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민 프로그래머, 유바리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