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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세 번째 연애에서 패퇴한- 그렇다. 가히 전쟁이었다- 친구 A는 한동안 방 정리에 몰두했다. 끝도 없이 버릴 물건이 나온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이별 직전 받은 선물인 립스틱까지 악착같이 발라 없앴을 즈음에야 A의 불면증은 호전의 기미를 보였다.“몇달 동안 잠을 청하고 누우면 얼굴이 화끈거렸어. 그 많은 대사들이 거짓말이었다는 게 민망해서. 상대방은 공연 끝났다고 분장까지 지웠는데 나 혼자 막 내린 것도 모르고 남아서 열연한 꼴이 창피해서.” 괜찮아. 관객도 너희 둘뿐인 극장이니까.
남자의 오른손과 여자의 왼손이 심장 근처에서 굳은 깍지를 끼고 있다. 나머지 자유로운 팔로 서로의 어깨와 허리를 휘감아 두몸 사이에 한치 틈도 용납하지 않는다. 여인은 남자의 귓불에 입술을 파묻고 남자는 눈을 감는다. 그의 다리는 울타리를 두르듯 애인의 치맛자락을 감싼다. 이 로맨틱한 그림의 제목은, <거짓말>(Le Mensonge)이다.
<거짓말>은 *펠릭스 발로통(1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거짓말 또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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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써달라고 난리다. 젝일슨. 자신의 평생이 걸린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편집장 생각은 오로지 부수확장, 광고수입 증대를 통한 편집장 입지구축 내지는 잡지쟁이로서의 명성 또는 자존심 유지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만약 내 글이 진실이라면, 그 함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는 과연 관심이나 있는 걸까? 내 글이 진실이라면, 대다수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믿고 올인하며 사는 이 세상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그는 생각해본 적이나 있을까?
그저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류의 재미를 추구하는, 글 쓰는 사람을 기껏 제보자 취급하는 편집장에게 꿀밤 한대 먹이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씨네21>이 망해도 인류 복지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만약 <씨네21>이 망한다면 그거야말로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재미있는 뉴스 중 하나일 것이며, 나 같은 필자를 끌어
[최보은의 돈워리 비해피] 가짜 목걸이? 떼어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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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가는 공장 안에서 혹은 곁에서 8명의 노동자가 공장에 얽힌 사적인 기억을 말한다. 마오쩌둥의 전술적 배치로 1958년에 건립되어 50년 동안 지탱해왔던 청두의 군수공장 ‘팩토리420’은 이제 곧 철거되고, 그 자리엔 ‘24시티’라는 이름의 현대적 주거 타운이 조성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말을 듣는 것 외에 카메라를 든 사람이 이 아찔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작업에서의 핵심은 주관적 판단”
<24시티>는 지난해 8월에 열린 시네마디지털서울의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감독 지아장커는 이 영화제의 국제감독 심사위원단의 일원이기도 했다(이 영화제에는 ‘국제감독’, ‘국제비평가’, ‘국내비평가’, ‘관객’의 네 심사위원단이 있다). 감독들의 수상작 선정회의가 끝난 뒤에 회의에 동석했던 정성일 집행위원장로부터 지아장커가 한 말을 전해 들었다. 네 심사위원단 회의에서 모두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된 두 중국 다큐멘터리에 대해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영객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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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전에 아주 잠깐 졸았다. 잠깐 동안이었는데 꿈을 꿨고, 꿈속에서 정지한 버스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낭떠러지가 보이는데 떨어질 듯 말 듯, 그제야 안다. 페달을 누르는 사이 조금이라도 뒤로 갈까봐 액셀을 밟지 못하고 있는 운전사의 고뇌를.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난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낭떠러지가 너무 무섭다. 혹시나 상황이 바뀌었나? 기대하며 눈떠보지만 버스는 여전히 멈춰 있고, 공포에 질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건 꿈일 거야’ 다시 눈을 감는 것뿐이었다. 자, 이번엔 힘을 주어 눈을 뜬다. 눈뜨자 보이는 나의 오른팔, 안도하는 나는 정말 꿈꾸었구나!
‘고뇌하는 영웅담’이라는 최신 트렌드
꿈이건 환상이건 생각의 환영이 주는 교훈이 있다. 아마 슈타펜버그 대령이라면 어땠을까? 혹은 같은 상황에 처한 울버린이었다면? 전자의 경우는 아마 운전사를 안정시키고 페달을 밟게 해 상황을 모면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정부에 요구해
[영화읽기] 영웅은 선택하고 또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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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론은 “신토불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일까? 샌드위치, 햄버거, 스테이크, 파스타…, 현지에서 먹는 양식이란 정말 기가 막힌 맛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두달하고도 몇주째 입에 넣다보면 그게 도무지 음식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걸 음식이라고 먹다니. 그런 독백이 절로 나온다. 그 지경이 되면 남의 나라에 있는 건 자신이면서 그 나라 전체가 글러먹었다는 듯이 투덜거리게 마련인데, 지난호에 실린 글을 보니 중혁군이 지금 딱 그 지경인 것 같다. 무슨 스포일러의 폭력이니, 고분고분 당하고 있지 않겠다느니. 역시 빨리 귀국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지만….
순진무구한 초딩의 표정으로 울어버렸네
<워낭소리>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뭐, 그 정도, 그러니까 신토불이 의식을 고취시키는 다큐멘터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럼에도 극장까지 가서 다큐멘터리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안면이 있는 박봉남 독립 PD의 소개글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화면발이 받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워낭소리여, 나의 신음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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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월 4일(수) 오후 2시
장소 동대문 메가박스
이 영화
연애를 꿈꾸는 지지(지니퍼 굿윈)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 코너(케빈 코넬리)에게 애프터가 오지 않아 안달한다. 막상 코너는 섹시한 안나(스칼렛 요한슨)와의 섹스를 갈망하지만, 안나는 수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유부남 벤(브래들리 쿠퍼)에게 첫눈에 반해 코너를 외면한다. 결혼에 골인한 제닌(제니퍼 코넬리)은 직장동료 지지와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의 직장동료. 연애를 갈망하는 지지와 닐(벤 애플렉)과 동거만 7년째로 동생에게 결혼을 추월당한 베스의 연애상담자 역할을 자처하지만, 막상 자신의 남편 벤은 안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안나의 친구 메리는 이런 현실의 지지부진한 사랑을 접고 사이버상에서의 만남을 기대한 지 오래. 여기, 연애 다경험자인 알렉스(저스틴 롱)이 가세, 지지의 연애상담자로 나선다.
100자평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이 영화의 작가이자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인 그렉 버
연애를 위한 지침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첫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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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내일은 동남풍이 불 것입니다
[정훈이 만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내일은 동남풍이 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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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착한 드라마나 동화엔 아이들 머리맡에 앉아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가 등장한다. 고운 목소리에, 자상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그런 엄마 말이다. 뉴베리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은 영웅 데스페로>도 그렇다. 겁이 미덕인 생쥐 마을에서 용기를 개성으로 갖고 태어난 생쥐 데스페로의 모험담인 이 영화는 슈퍼맘 배우 신애라의 해설로 국내 개봉판을 다듬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청춘스타였지만 배우 차인표와의 결혼, 출산과 입양으로 이젠 엄마가 된 신애라. 그녀는 이번 내레이션에 대해서도 “아들에게 동화 읽어주는 마음”으로 녹음했다고 말했다. <작은 영웅 데스페로>는 배우 신애라의 활동 복귀작이라기보다 동화 속 이상형에 어울리는 그녀의 엄마 연장선처럼 보인다.
-내레이션 녹음은 처음이다. 어떻게 참여했나.
=<작은 영웅 데스페로>라는 소설이 있고, 이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며 해설 역할을 제의
[spot] 동화 읽어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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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포츠다머 광장 근처는 영화, 방송 관계자들의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넓게 깔린 레드카펫, 곰 그림이 그려진 붉은 깃발, 붉은색 영화제 포스터들. 곳곳에 보이는 붉은색이 춥고 매서운 날씨를 잊게 만드는 이곳. 환갑을 한해 앞둔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 하루 전인 2월4일 오후의 풍경이다.
2월5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베를린영화제는 ‘정치적 영화제’란 명색에 걸맞게 가장 시의성있는 금융위기를 주제로 내세웠다. 개막작이 돈세탁, 테러, 무기거래와 연관된 범죄를 다룬 액션스릴러 <인터내셔널>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인터폴 형사와 국제 검사가 베를린에서 밀라노, 뉴욕, 이스탄불까지 연결된 돈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 영화는 독일 출신 톰 티크베어가 감독하고 나오미 왓츠와 클라이브 오언이 주연했다.
또 포럼과 파노라마 섹션에는 세계 식품산업계 문제를 파헤친 다큐멘터리영화 <푸드 Inc.>를 필두로 지금 가장 중요한 세계적 화두 중 하나인 먹을거리를
베를린에서 돈세탁 대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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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즌이다. 가뜩이나 취업난으로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시기다. 더구나 영화산업의 침체로 제작편수가 예년에 비해 반수 이상 줄어든 탓에 요즘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은 한숨을 내쉰다. 보통 연극영화과의 졸업 뒤 진로가 크게 현장 진출과 대학원 과정으로 나뉘는 것을 감안하면 제작편수의 감소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게다가 요즘은 제작에 들어가는 현장도 신입보다 경력을 우대한다. 연극영화과만 나오면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현장의 막내도 되기 힘든 상황이다.
전국 100여곳에서 2만여명 쏟아져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 인근의 한 대학 연극영화과 졸업예정자인 신선의씨의 푸념이다. 그녀는 한국영화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던 2005년에 입학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등 흥행작들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고, 자신도 그에 못지않은 작품을 만들
[포커스] 영화판 88만원 세대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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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주 주말, 할리우드의 정상은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애니스톤, 드류 베리모어, 제니퍼 코넬리, 벤 애플렉, 브래들리 쿠퍼 등이 출연하는 로맨틱코미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가 차지했다. 첫주 흥행수입은 2746만달러,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에 따르면 전체 관객의 80%가 여성이다. TV시리즈 <섹스 & 시티>의 작가 리즈 투칠로가 쓴 동명의 에세이에 뿌리를 두는 영화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과 사랑을 그려낸 영화다. A리스트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함에도 개개의 티켓파워는 발휘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워너브라더스는 발렌타인데이와 주말이 겹치는 다음 주말에 더 많은 커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신작이 대거 개봉한 주말이었다. 1위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비롯해, 3D스톱모션애니메이션 <코렐라인: 비밀의 문>이 3위, 스티브 마틴의 <핑크 팬더 2>가 4위, 다코타 패
로맨틱코미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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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이변이다. 지난 1월 15일에 개봉한 <워낭소리>가 무려 8계단을 역주행했다. 지난 주말까지 동원한 관객은 26만4568명. <원스>의 흥행기록을 경신해 독립영화사상 흥행 1위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독립영화의 기세가 아니다. 스크린도 70개이상으로 늘어났다. 마흔 살 먹은 소 한마리가 아예 박스오피스의 관습적인 규칙들을 깨버리고 있는 셈. 주말관객으로만 따지면 <워낭소리>는 개봉신작인 주지훈, 신민아 주연의 <키친>의 5만2054명의 두배가 넘는 11만9867명을 동원했다.
<워낭소리>의 선전에 가려진 듯 하지만, 어쨌든 박스오피스 1위는 <마린보이>가 차지했다. 주말동안 동원한 관객은 23만5006명. 하지만 지난 주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이 주말동안 불러모은 30만9869명보다 적다. <적벽대전2>의 선전도 눈여겨볼만하다. 2주
<워낭소리> 8계단 역주행, 박스오피스 3위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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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 영화 '레슬러'로 화려하게 컴백한 미키 루크가 이번에는 청부살인업자로 출연한다.
7일자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루크는 자신을 1989년 영화 '자니 핸섬'에 캐스팅했던 월터 힐 감독의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에서 주인공인 히트맨역을 맡는다.
이 청부살인업자는 실패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부로 변장해 뉴욕으로 돌아오는데 성당에서 자신이 죽이려던 사람의 고해성사를 듣게 된다는 줄거리다.
한편 '세인트 빈센트'의 제작은 올해 말 시작될 예정이다.
matrix196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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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루크, 이번엔 청부살인업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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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 뉴라인 시네마가 '섹스 앤 더 시티' 출연진이 모두 속편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5일자 AP통신이 보도한 발표 내용에 따르면 주인공 4명인 세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 크리스틴 데이비스, 신시아 닉슨이 전편에 이어 속편영화에도 출연하고 TV 시리즈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인 마이클 패트릭 킹이 속편도 연출한다.
지난해 여름 개봉해 전 세계에서 흥행몰이를 한 '섹스 앤 더 시티'는 HBO의 인기 TV 시리즈에 바탕을 둔 영화로 워너 브라더스는 속편을 오는 2010년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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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 출연진 모두 속편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