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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하늘> One League of Sky
달마세나 파티라자/스리랑카/1974년/110분/메가박스5/110분
도시 빈민 아파트에 사는 위지와 군은 좀처럼 제대로 된 일을 구할 수 없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려는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통기타를 들고 여행을 떠나고 바닷가 농장에서 젊음의 해방감을 느낀다. 음악과 섹스와 환상이 어우러진 여행에서 돌아오나 여전히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없고 삶은 궁상스럽다. 결국 불법 밀수한 시계를 파는 암흑계에 발을 담게 되고 위지와 군의 앞에는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머나먼 하늘>은 스리랑카 청춘영화다. 실업문제로 미래가 막연한 도시 청춘들의 삶에 감각적인 카메라를 들이댄 달마세나 파티라자의 인상적 데뷔작이다. 악몽 같은 현실과 유토피아적 전망이 대위법적으로 얽혀 있으나 청춘들의 운명이 대개 그러하듯 궁극적으로 영화는 파탄의 언저리에 놓여있다.
도시 청춘들의 삶은 건물과 도로와 담장과 전신주가
스리랑카 청춘영화 <머나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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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BoY
아우라에우스 솔리토/필리핀|2009년|80분|메가박스10/오후 8시30분
소년이 생애 처음 사랑에 빠진다. 영혼은 물론이고 육체까지 빼앗길 정도로 열렬히. 흔히 연상하는 첫사랑과의 차이라면 그 상대가 게이클럽에서 춤을 추는 소년이라는 점이랄까. 한국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관능적인 필리핀 버전이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소년의 첫 게이클럽 나들이. 마담이 그에게 클럽의 댄서들을 소개하려 애쓴다. 몇몇 남자들이 춤을 추다 퇴장하고, 열한 살 소년 아이리스가 등장해 음악에 맞춰 몸을 쓰다듬는다. 아이리스의 춤을 구경하던 소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흥분하고, 마담이 그에게 다가와 하룻밤 가격을 흥정한다. 만화책 따위를 팔아치워 돈을 모은 소년은 아이리스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날이 한해가 마무리되기 전인 12월31일이다.
이 사랑이 제대로 맺어질 리 없다. 주인공 소년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수족관으로 가득 찬 그의 방.
소년, 생애 처음 사랑에 빠지다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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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가 일상 속에 들어와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생각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과정이었다. 찍으라고 내버려 두고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정말 안 찍혀 본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감독 사라진 뒤 친구한텐 욕 먹고…
녹음을 하는 어느 날이었다. 기분 좋게 녹음을 마치는 장면까지 찍은 민환기 감독은 슬쩍 “술이나 한잔 할까요” 하셨고 우리는 그러자고 했다. 술자리가 시작되자 감독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술자리에 동참했다. 촬영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마음 편하게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보니 우리들은 속에 있는 이러저런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했고 감독은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 후에 촬영감독이 초췌한 얼굴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막 올라오자마자 연락을 받고 달려오는 길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촬영이 시작됐지만 이미 발동이 걸린 우리들은 이러저런 낯 뜨거운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냈고, 그날 찍힌 장면은 우리를
다큐 찍는 사람들은 얄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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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부끄럽다. 안 봤으면 보지 말아 달라”.
안토니오 쉐라드 산체스 감독이 이 번 작품이 부끄럽다며 온통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그런데 그가 쑥스러워할 뿐이지 영화가 못난 것은 아니다. 올해 8월이면 25살이 되는 이 젊은 필리핀 감독은 두 번째 영화 <하수구>를 들고 전주에 왔다. 첫 번째 영화 <타자들의 짜여진 이야기>(다른 국내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한글 제목은 <점성술사와 빨치산>)이었다)는 분명 신출내기 티가 나지만 기이한 리듬으로 출렁거리는 영화였다.
<하수구>는 시적이다. “<하수구>는 푼타 두말라그라는 마을에 관한 것이다. 도시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고 아이들을 몰아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마을을 떠나기 싫어 하수구로 숨는다. 정치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그것에 대한 은유로 읽히기를 바랐다”고 그는 말한다. 타르코프스키, 미카엘 하네케, 장 마리 스트라우브-다니
“전주, 너무 깨끗해 낯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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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와 <로니를 찾아서>를 모두 관람한 관객이라면, 저 배우, 은근히 낯익다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맞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그의 이름은 마붑 알엄. 이주노동자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자, 게다가 전주영화제 상영작 중 무려 두편에 이름을 올린 어엿한 배우다. 당돌한 여고생과 우정을 나누는가 하면(<반두비>) 태권도장 사범을 한방에 때려눕히기도 했던(<로니를 찾아서>) 그는 1999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민. 연기한 캐릭터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이주를 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한데 마침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이 한국이랑 맞더라. (웃음)”
고국 방글라데시에 대안학교 세우고파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낯선 나라에 도착해 2여년을 힘들게 일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도 새삼 느꼈다. 그러다 “뭔
어디에서 왔니? 지구에서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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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다른 반쪽>으로 처음 전주를 찾았을 때, 잉량은 이렇게 말했다. “창작자는 지역의 현실을 전할 책임이 있다.” 2년 뒤 그 사명감은 조금 가벼워졌다. 개인의 문제를 큰 규모로 확장시키는 솜씨야 여전하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작은 이야기를 통해 자유로운 소통을 만들어내는 거다.
10만위안이 채 안되는 예산을 가지고 완성한 <호묘> 역시 이런 태도에서 시작했다. <호묘>는 상하이와 같은 연안지방에 비해 뒤늦게 개발열풍이 불어닥친 스촨의 쓸쓸한 오늘을 그린 감독의 세번째 영화다. 유난히 거리를 두고 인물을 바라본 카메라에 대해 묻자, 멀리서 바라보거나 지나쳐버리는 풍경처럼 관객이 영화와 만나기를 바랐단다. 상업영화의 클로즈업이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가지도록 말이다.
네번째 영화도 스촨에서 찍었다는 잉량에게 그 도시는 어떤 느낌일까? 영화 속 부동산 깡패들이 “시칠리안” “선라이즈” 같은 생뚱맞은 외래어를 들
“이젠 제법 이야기가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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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 디아즈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그런 상황이 찾아올 리 없지만 만약 갑자기 세상이 이상해져서 ‘영화는 두 시간 내외로만 만들어야한다’ 는 법이라도 만들어진다면 그때에도 영화를 하겠나”. 그가 같은 방식의 농담으로 반문했다. “누가 그런 법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누가? 파시스트가?” 라브 디아즈는 그런 가정조차 하지 말자는 표정을 지으며 “예술가는 그런 것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 말이 듣고 싶었다. <디지털 삼인삼색:어떤 방문> 중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를 만들었고 8시간짜리 서사시 <멜랑콜리아>를 들고 온, 약진하는 필리핀 영화의 대표 감독 라브 디아즈를 만났다.
-당신을 선두로 후배들인 안토니오 쉐라드 산체스, 라야 마틴, 카븐 드 라 크루즈 등이 현재 필리핀 영화의 희망을 일구는 것 같다.
=방금 말한 그 젊은 감독들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필리핀의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도 중요
휴머니즘은 부서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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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 오후5시 지프광장에서는 극단행복자들의 움직임&이미지극 <의자들> 공연이 있었다.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놓치는 쉼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공연으로,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50분간 함께 공연을 즐겼다.
의자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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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화인들의 어려움을 들어보고, 그 해결을 고민하는 자리다. 5월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메가박스 8관에서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세미나: 전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열린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 강지이,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 함경록, 영화감독 이은상, 백정민 등이 참가해 “전주만의 지역형 창작지원 제도의 개발”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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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제가 준비한 즐거운 소식이다. 오늘 오후 5:30 메가박스 10관에서 상영되는 <시네마 스케이프 단편1>의 GV가 추가됐다. 상영작 중 <나쁜 여자>를 만든 코 순 감독이 참여할 예정이다. 오후 8:00 CGV 4관에서 상영하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 역시 감독 조경덕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GV를 마련했다. 오후 8:30 메가박스 10관에서 상영하는 <소년>도 감독 아우라에우스 솔리토가 참석한 가운데 GV를 진행할 예정. 오후 8:00 야외상영하는 <경축! 우리 사랑>의 감독 오점균도 상영전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나쁜 여자> <섹스 볼란티어> <소년> GV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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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비디오 시사실로 밀렸다. 영화의 거리 CGV 건너편 지프 라운지 2층에 위치한 비디오 시사실은 아이디 카드 소지자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극장 상영 전 미리 영화를 보아야 하거나 표가 없어 미처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 총 13실을 운영하며 작년에 비해 전체 이용객수가 20% 가량 늘었다. 비디오 시사실의 인기작은 개막작과 디지털 삼인삼색이었으며, 해외 게스트는 시네마스케이프 단편과 한국단편경쟁을 선호했다.
비디오 시사실 이용객 20%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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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이 원작인 스리랑카 영화 <영혼의 어두운 밤>은, 감독 프라사나 비타나게가 1996년에 만든 그의 두 번째 영화다. 성공한 중년 스위살이 배심원으로 참여한 재판에서 피고로 나온 매춘부가 그가 오래전 상처를 입힌 소녀 피윰이라는 것을 알아보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준비한 특별전의 상영작 중 한편이다. 5월5일 전주시네마타운 7관에서 두 번의 상영 중 첫 선을 보인 <영혼의 어두운 밤>은 감독의 영화소개로 시작했고, 상영 뒤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에 대한 질문이었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목숨을 바쳐 구원을 얻는 것과 달리, 영화에서 스위살은 끝내 용서 받지 못한다. “<부활>은 저주, 용서, 후회의 세 가지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는 해제로 입을 연 프라사나 감독은 “지식인들이 세운 스리랑카 정부와 많은 문제를 일으켜 온 좌파 세력이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어떤 노력도 하지
왜 그는 용서받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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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묘 Good Cats
잉량|중국|2008년|103분|메가박스6/오후 2시30분
잉량 감독의 세 번째 장편 <호묘>는 개발이 한창인 현대 중국에 대한 씁쓸한 초상화다. 개발 열풍에 휩싸인 중국 쓰촨성의 어느 시골마을. 루오 리앙은 가난한 인민들을 착취하며 부동산 사업을 벌이는 한 건설회사 사장 밑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불도저식 개발로 인해 고통 받는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무조선 실행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사장의 가르침은 리앙의 삶을 더욱 각박하게 만든다. 가정도 그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 아내는 늘 자신에게 불만이고, 정신적 지주였던 삼촌은 돈 때문에 자살한다. 역설적으로 그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상대는 역시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마사지걸 뿐이다.
감독은 정신병적인 개발논리에 사로잡힌 현대 중국인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다. 사무실 안에서 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쥐 소리가 난다며 단체로 쥐를 찾는데,
현대 중국에 대한 씁쓸한 초상화 <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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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펭귄> Fly Penguin
임순례/한국/2009년/110분/전주시네마타운8/오후 5시30분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 제작하고 임순례 감독이 만든 영화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몰이해와 곤경을 릴레이식 이야기로 이어간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학원에 지친 아이와 아이를 조종하는 헬리콥터 맘(아이를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의 이야기다. 아이를 위해 주말에는 오직 영어로만 말해야 한다는 엄마. “노 코리안, 온니 잉글리시”를 외치는 것 까지는 귀엽지만 그녀와 아이가 영어마을의 세트장에 들어 서 있는 순간 영어 열풍으로 치장된 모조 공화국의 일면목이 드러나 섬뜩한 공포까지 동반할 정도다. 하지만 아빠의 우발적인 선택으로 가족은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 엄마를 따라 그녀의 직장으로 옮겨간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한 청년. 채식주의자이고 술 분해 효소가 없어서 회식문화를 망친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몰이해와 곤경 <날아라 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