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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자신의 영화들이 관객을 분개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실망스러움을 느낀다고 베르트랑 블리에는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두 젊은 남자(<남자들>, 1974), 심한 우울증에 빠진 아내에게 연인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남편(<손수건을 준비하세요>, 1978), 죽은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스물아홉살 남자에게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과감하게 밝히는 열네살 소녀(<의붓 아버지>, 1981), 부부에게 접근해 양쪽 모두를 유혹하지만 남편쪽에 더 관심을 갖는 한 남자(<이브닝 드레스>, 1985). 관객을 불편한 심정 속에 빠뜨리려 하는 블리에의 창작 태도는 상식을 뒤엎은 설정을 가진 그의 영화들 몇편만 거론해보아도 금방 드러날 것이다.
급진적이다 vs 공허한 도발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수용하는 자세와 시각에 따라서 영화를 본 이들의 의견을 갈리게 만들곤 한다. 블리에의 영화는 어
관객이여 분노하라, 그것이 나의 영화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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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술이 아니야, 이 바보야!” 올해로 7주년을 맞은 미디액트의 일성(一聲)을 ‘쎄게’ 표현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한국 미디어교육의 중심이자 산증인인 미디액트는 당신에게 거듭 되묻는 중이다. 더이상 기술의 진입 장벽이 핑계가 될 수 없는 지금, 영상을 통해 소통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미디액트의 이주훈 사무국장을 만났다.
-2002년 설립 당시 미디액트의 목표의식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후 7년 동안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미디액트는 국내에선 최초로 세워진 미디어센터이자, 전례없는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단체였다. 독립영화와 미디어교육과 퍼블릭 액세스 정책까지 도맡아하는 곳은 해외에도 거의 없다. 해외 활동가들이 신기해하는 놀라운 조직이다. (웃음)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불모지였던 미디어교육을 풍성하게 가꿔왔고, 미디어정책과 독립영화 제작에 대한 백업 활동도 해왔다. 실제로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아동, 군대 미디어교육 등이 우리가 개척한
[spot] 영상활동은 이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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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FNH의 차승재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공동대표였던 김미희 대표도 사퇴했다. 싸이더스FNH가 자체적으로 1년 라인업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제작사였다는 점, 그리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차승재 대표가 한국영화계의 상징적인 제작자라는 점에서 이번 동반사퇴는 안팎으로 무성한 소문을 낳고 있다. 싸이더스는 어떤 식으로 개편될 것인지, 야인으로 돌아온 차승재 대표의 이후 행보는 어떤 것일지. 그리고 싸이더스FNH의 모회사인 KT는 앞으로 어떻게 영화사업을 펼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차승재 대표는 지난 4월30일 모회사 KT로부터 사표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일 사의를 밝힌 그는 이틀 뒤 애초 잡혀 있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5월1일에는 김미희 대표도 통보를 받았다. 그는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싸이더스FNH의 영화사업본부 본부장직을 제의받았다. 김미희 대표가 이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후임 대표가 누가
[포커스] 포스트 차승재, 싸이더스FNH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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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실험 도중 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동료 실바노는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에 성공하지만 실바노가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반물질이 사라져버린다. 게다가 바티칸에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 ‘콘클라베’가 집행되기 전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 4명이 납치된다. 500년 전 과학자들의 비밀 결사대였던 ‘일루미나티’가 교황 후보들을 한 시간에 한명씩 살해한 다음 마지막에는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킬 것이라며 위협한다.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급파되고, 궁무처장 패트릭(이완 맥그리거)이 그를 돕는다.
사실 팩션물에 대해서는 도끼눈을 부라리게 된다. 이 부분의 역사적 어긋남과 저 부분의 가설은 어떻게 설명한 건데? <다빈치 코드>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다름 아닌 루브르 박물관의 홍보 찬가로 끝내버린 최후의 ‘반전’이었다. 이건 팩션의 주된 즐거움인 지적 호기심까지 박탈해버린 우기기에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댄
댄 브라운과 론 하워드, 톰 행크스의 두 번째 합작 영화<천사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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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되는 생일날 지로(고이데 게이스케) 앞에 우연히 한 여자가 나타난다. 지로에겐 100% 완벽한 이상형의 그녀(아야세 하루카)는 지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돌연 사라져 그를 당황케 한다. 추억에 잠긴 채 1년이 지난 어느 날, 지로 앞에 또다시 그녀가 나타난다. 그런데 1년 전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사뭇 다르다. 그녀는 자신이 미래의 지로가 과거의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보낸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밝힌다. 물불 안 가리고 자신을 도와주는 사이보그 그녀와 지내면서 지로는 어느새 사이보그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엽기적인 그녀>의 마지막, 전지현이 앉아 있던 나무 밑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할아버지는 ‘미래’의 ‘견우’(차태현)다. 영화에는 이를 뒷받침할 꽤 설득력있는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일단 시나리오작가 지망생인 전지현이 끊임없이 주인공을 미래에서 온 인물로 설정하며 언젠가 꼭 미래인
팬시한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의 적절한 궁합 <싸이보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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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빚 독촉에 남자(정재영)는 자살을 결심한다. 한강에 뛰어들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남자는 졸지에 밤섬에 표류한다. 여기저기 구조 요청을 보내는 그를, 세상은 싱거운 놈 아니면 미친놈 취급한다. 남자의 긴급구조 요청을 알아차린 이는 오직 한 사람. 심한 대인기피로 ‘방콕’하며 종일 ‘싸이질’ 하는 여자(정려원)다. 여자는 망원렌즈로 세상을 훔쳐보다 밤섬에서 홀로 기거하는 ‘변태’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의 ‘HELP’를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의 호소라고 여긴 여자는 큰맘먹고 외출을 감행하고, ‘HELLO’라는 메시지를 밤섬에 송신하는 데 성공한다.
남자는 죽어야, 산다. 사채 빚을 감당하지 못한 남자의 마지막 선택은 유일한 재산인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 여자 또한 죽어야, 산다. 따돌림당했던 과거의 기억을 잊기 위해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인터넷에서 ‘신상녀’ 행세를 한다. 남자는 죽음으로 떨어지고, 여자는 공상에 매달린다. 현실의 중력을 이기
일정한 격리를 통해 생을 갈구하는 두 남녀 <김씨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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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은 우연히 그곳에서 오래전 헤어진 후배 부상용(공형진)을 만난다. 상용의 권유로 그의 아내 유신(정유미)과 술을 마시지만, 얼떨결에 파렴치한으로 몰리고 그는 그길로 영화제를 떠난다. 12일 뒤, 학교 선배이자 제주영상위원회에서 일하는 고 국장(유준상)의 초청으로 특강을 하러 제주도에 내려간 구경남은 그곳에서 평소 존경하던 화가 양천수 선배(문창길)를 만나고 그와 재혼한 부인이 대학 시절 자신의 첫사랑 고순(고현정)이란 걸 알게 된다. 고순은 예전의 감정이 지금도 지속 가능한지 물어오며 구경남에게 따로 만남을 갖자고 요구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홍상수 감독의 9번째 영화지만, 7번째 영화라고 해도 혹은 8번째 영화라고 해도 크게 차이가 없는 영화다. 그는 여전히 <생활의 발견>과 <극장전> <해변의 여인>을 오가며 자신의 영화를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 너무
홍상수 감독의 일관된 세계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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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미국의 한 작은 마을 해든필드. 할로윈 밤이 피로 물든다. 10살의 소년 마이클 마이어스는 술 주정뱅이인 계부, 방탕한 누나 등을 죽이고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정신과 박사 샘 사뮤엘(말콤 맥도웰)이 그의 치료를 맡고 그렇게 17년이 흐른다. 그러던 어느 날 샘 박사가 치료에 실패했다며 마이클(타일러 메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간 뒤 마이클의 살인 본능이 다시 폭발한다. 의사, 간호사를 죽이고 병원을 탈출한 그는 자신의 고향 해든필드로 향한다.
롭 좀비 감독의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은 존 카펜터 감독의 호러 걸작 <할로윈>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꾸려간다. 어린 마이클이 엄청난 살인을 저지른 뒤 정신병원에 갇히는 일과 그 안에서 보내는 17년, 그리고 병원을 탈출한 뒤 또 한번의 살인극을 저지르기까지의 과정이 차곡차곡 그려진다. 단순한 줄기라 별 무리도 없다. 다만 롭 좀비 감독은 마이
잔혹한 킬러가 되는 사이코 소년 <할로윈: 살인마의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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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4일, 정부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공권력을 투입한다.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작전명이 나붙은 공권력의 침탈로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의 중심이었던 대추초등학교는 쑥대밭이 된다. 그날 이후 마을에는 철조망이 드리워지고 외지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모든 영농행위를 금지한다는 국방부의 통지서를 받아든 마을 농부들은 정부의 어이없는 처사에 분노하고, 방효태씨는 무자비한 공권력이 망쳐놓은 논둑길을 제 손으로 다지기 시작한다.
“이게 요기 하나 나잖아? 그럼 이것까지 다 차지해, 이놈이 나중에 죽어.” 피를 뽑는 농부의 말을 감독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한다. “이게(벼) 더 크잖아요. 큰데도 그렇게 죽어버리는 거예요?” 7살 난 손자처럼 묻는 감독에게 농부는 웃으며 말한다. “세니까 그래. 조금만 빌려달라 그래도 빌려주지 말아야 하는 건데.” <길>의 오프닝 장면은 의미심장한 비유다. 감독과 농부의 대화가 시작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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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400년대의 타이다. 권력 싸움에 가족을 잃은 티엔(토니 자)은 우연히 마적단 두목 처낭의 눈에 띄어 무술을 전수받는다. 성인이 된 티엔은 마적단의 두목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마침내 가족의 복수를 위해 길을 나선다. 가족을 죽인 왕의 처소에 잠입한 티엔은 왕과 그의 부하들을 해치우고 돌아오지만 그의 복수는 결국 그가 이끄는 마적단을 위협한다. 마적단을 지키고 복수를 끝내야 하는 티엔은 더 치열한 결투에 휘말린다. 그리고 잔인한 운명의 비극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전편인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의 토니 자는 영화 사상 (CG나 와이어 없이)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남자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순박한 청년이었던 그는 오로지 뛰고 날면서 한편의 영화를 책임졌다. 몸으로만 할 수 있는 액션의 최대치를 보여주니 이야기가 단순하다는 허점은 눈에 띄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 싸움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후 한국판 제목으로 <옹박>의 속편인 척
기존 시리즈와 전혀 다른 야심 <옹박: 더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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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는 어느 면으로 보나 부진했고 이 장르는 실질적인 퇴장을 알렸다. 관객 100만명을 넘었다는 게 특기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장르적 쾌감 면에서 거의 회생할 기회를 잃었으며 여기에 누가 다시 손을 대든지 그건 아둔함을 자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조폭영화는 매우 흥미롭게 시작하여 흉물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사라지지 않았다 해도 창의적이지 않는 한 귀환이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장르가 종말에 이른 것은 어쩌면 정치적 야유, 하층민 남성 주인공의 멜로드라마, 그리고 최후까지 탈진한 코미디로 회전하면서 그 장르의 생명력을 충분히 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이유를 찾자면 영화의 총체적 공기를 매번 새롭게 마시려는 시도 대신 캐릭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감행한 것이 스스로의 장르적 삶을 단축시키고 일찍 닳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집에 왜왔니>를 보다가 문득 조폭영화의 흥망성쇠를 떠올렸고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
[전영객잔] 달콤한 그녀들과 쓸쓸한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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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갤리언(레이 리오타)은 엡 왕국을 집어삼킬 야욕에 불탄다. 갤리언이 지배하는 크럭 군단이 엡 왕국의 이곳저곳을 침략하는 와중에 평범한 농부 파머(제이슨 스타뎀)의 아들 제프가 죽고 아내 솔라나(클레어 폴라니)가 납치당한다. 파머는 오랜 친구 노릭(론 펄먼)과 처남 바스티안과 함께 길을 떠난다. 한편 지혜로운 왕 콘래드(버트 레이놀스)를 보좌하는 마법사 매릭(존 라이스 데이비스)은 자신의 딸 뮤리엘라(릴리 소비에스키)가 갤리언과 사랑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갤리언은 펠로우 공작(매튜 릴라드)을 이용하여 콘래드 왕을 독살하려 한다.
게임 팬들에게 ‘던전 시즈’라는 이름을 꺼내는 순간 그들의 눈이 흥분으로 번득거리는 걸 볼 수 있다. ‘던전 시즈’는 머리 싸매고 매뉴얼을 분석할 필요없이 방대한 3D 캐릭터들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뛰어난 액션 판타지 게임이었다. 이를 영화화하는 데 있어 <레지던트 이블> <데스 레이스>의 폴 W. S.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아류작, <왕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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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제목이 <꿈속의 미래>다. 재미있을까? 옆자리에 50대 서양인이 앉았다.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관람 중에 졸던 제천영화제 서양인 심사위원 말이다. 웬걸, 이 아저씨도 영화 시작 5분 만에 코를 곤다. 30여분간 아주 푹 주무신다. 신경이 쓰여 자꾸만 힐끗거렸다. 나중엔 자다 깨다를 반복하더니, 영화 후반쯤에야 정신을 차리고 스크린을 응시한다.
전주에서 4박5일을 보냈다. <씨네21>의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일간지(데일리)를 만들었다. 낮에는 영화를 보고 밤에는 데일리를 편집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실은, 나도 영화를 볼 때마다 하품을 했다. 데일리 편집 마감이 밤 11시쯤 끝나는 터라(이후 뒤풀이는 새벽까지?) 잠이 충분하지 못했다. 물론 존 적은 없다. 그럼에도 내가 본 영화들은 대개 너무 진지해서 수면을 유혹했다.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분쟁국가의 암울한 현실이 투영된
[에디토리얼] 전주에서 빚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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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사동 스캔들> 인간 복제기 남기남
[정훈이 만화] <인사동 스캔들> 인간 복제기 남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