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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경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마더>의 줄거리를 처음 접했을 때, 직감적으로 어떤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구치소에서 막 풀려난 아들과 엄마의 감격적인 포옹을 클로즈업한 사진이었다. 다시 찾아보니, 1993년 12월17일자 <한겨레>에 실린 거였다. 이듬해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전 뉴스 부문에서 수상한 덕에 여러 매체에 실려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 보도사진 속 엄마의 표정은 강렬했다. 목숨을 걸고 아들의 결백을 위해 싸웠을 그녀의 모정이 뭉클하게 잡힐 듯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직감은 맞았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호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마더>의 모티브를 그 사건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바로 김순경 사건이다.
1992년 11월, 관악경찰서 소속 26살 김아무개 순경은 어처구니없이 몰렸다. 그와 함께 여관에 투숙했던 애인이 목졸려 죽은 채 발견돼서다. 그는 같은 경찰서의 형사들에게 용의자로 지목됐고 구속됐다. 기본적으로
[에디토리얼] 악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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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9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황지우 총장이 3월부터 실시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의 표적 감사에 반발해 총장직을 사퇴했다. 한예종 학생들은 비상대책위를 꾸려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 및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자유라는 큰 꿈을 펼칠 예술인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외압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나 생겼을 법한 일이 2009년에도 벌어진다.
[shoot] 예술 거꾸로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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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틸이 없으면 비디오가게로 갔다.
1994년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했던 매체에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숨은비디오찾기’라는 연재를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는 칼럼이었는데, 늘 사진자료가 문제였다. 찾다찾다 못 찾으면 서울 강남의 어느 유명한 비디오대여 체인점으로 달려갔다. 명작으로 분류되는 옛날 비디오를 많이 구비했던 곳이었다. 그곳 사장의 양해를 얻어 비디오재킷을 빌려와, 회사에서 스캔을 뜬 뒤 돌려주곤 했다. 순전히 그 비디오점과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심부름을 도맡아했던 기억이 난다(퀵서비스도 없었으니까). 그 비디오체인점에선 영화 소식지도 정기적으로 냈다. 그러고보면 당시 영화문화의 중심엔 비디오점이 있었다.
요즘엔 아무리 동네 주변을 둘러봐도 ‘비디어대여점’ 간판이 없다. 주로 ‘책대여점’에서 비디오와 DVD까지 빌려준다. 무협지나 만화책이 메인으로 취급된다. 비디오와 DVD의 소장량도 적어, 이름이 조금만 낯설다 싶으면 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간간이
[에디토리얼] 다운로드,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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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사람도 내 이미지를 도용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우디 앨런 감독의 일갈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의류업체 아메리칸 어패럴을 상대로 내건 명예훼손 소송에서 앨런이 500만달러(약 62억원)의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앨런이 애초 내건 합의금은 지금의 두배에 이르는 1천만달러였습니다. 자신이 그만큼 화가 났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액수였죠.
앨런이 뿔난 경위는 이렇습니다. 아메리칸 어패럴이 뉴욕과 LA에 앨런의 얼굴을 이용한 대문짝만한 광고를 허가없이 내건데다, 검은색 유대복에 턱수염을 기른 유대교 랍비 복장이었습니다. 인종차별이라는 공격을 듣기에 딱 좋았던 이미지였죠. 그러나 아메리칸 어패럴쪽의 반응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도브 차니는 “이 광고판은 어디까지나 영화 <애니홀>의 한 장면을 이용한 것이며, 광고판에 아메리칸 어패럴과 관련한 어떤 문구, 옷의 금액 등도 쓰지 않았다”며 앨런의 무자비한 소송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월드액션] 우디 앨런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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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이후 6년 만에 유지태와 윤진서가 만난다. 유지태와 윤진서는 권지연 감독이 연출하는 멜로 <비밀애>의 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비밀애>는 쌍둥이 형제와 한 여자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로 유지태가 쌍둥이 형제인 진우와 진호를 모두 연기하며, 윤진서가 이 둘을 동시에 만나는 여자 연이를 맡는다. 김형구 촬영감독의 참여도 확정된 이 영화는 5월 중순 크랭크인한다.
설경구와 류승범도 만난다. 설경구는 스릴러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부검 전문의로 나온다. <용서는 없다>는 잔인하고 치밀한 살인범과 대한민국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는 부검 전문의의 대결을 그릴 이야기. 류승범이 설경구가 상대할 살인범으로 출연하며 둘 사이를 오가는 여형사 역으로는 한혜진이 결정됐다.
조한선과 지현우는 주유소 습격 멤버로 뭉친다. 둘은 김상진 감독이 다시 연출하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속편 <주유소 습격사건2>의 출연을
[캐스팅] 유지태, 윤진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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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전쟁이 언제쯤 종결될까요. 개봉이 가능하긴 한 걸까요. <천국의 전쟁>이 세 번째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선정성이 “아주 높”은데다 주제·폭력성·대사·모방 위험 정도에서도 ‘높은’ 수준이라며 <천국의 전쟁>에 또다시 빨간 딱지를 붙였네요. 영등위의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에 불복해 법정 소송을 시작한 <천국의 전쟁>은 이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냈고 등급분류 기준에 관한 법률 개정까지 이뤄냈지만 정작 제 머리는 깎지 못했네요. 일각에선 예술과 외설을 가려낼 수 있는 영등위의 권위를 모독한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옵니다. 수입사인 월드시네마는 등급분류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을 또다시 치르겠다는 입장. 2004년 수입된 <천국의 전쟁>은 도대체 언제쯤 관객과 극장에서 조우할까요.
<보이 A> 개봉(광화문 씨네큐브)에 맞춰 백두대간에서 성장영화 모
[에누리 & 자투리] <천국의 전쟁> 언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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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
관람자: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 이명박 대통령
지난 5월3일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 박종태씨가 자살했다. 그는 대한통운으로부터 해고된 78명 조합원 복직, 노동기본권 보장, 화물연대 인정, 건당 운송료 30원 인상 등을 주장하다 결국 목숨을 끊었다. 대한통운쪽에선 애초 건당 운송료를 920원에서 950원으로 인상키로 약속한 다음 ‘경제가 어려워서’라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알고 보니 대한통운의 09년도 1/4분기 영업이익은 265억원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 16일 민주노총은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파업을 결의하는 대회를 열었고, 정부쪽에선 이를 ‘죽창 시위’라고 단정지으며 차후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이쯤 되면 시곗바늘이 20년 전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치하로 돌아갔다고 해도 되겠다.
대한통운 홈페이지에는 큼지막하게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곳-대한통운’이라는
[시사 티켓] 죽음을 기억해달라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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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실종 예방 애니메이션은 3단계 구호를 소개한다. 1. 그 자리에 멈춰. 2. 내 이름, 엄마·아빠 이름, 전화번호를 생각해. 3. 경찰 아저씨에게 “도와주세요” 말해. 1번, 2번은 가능한데, 3번은 난감하다. 애가 ‘지나가는 경찰 아저씨’를 본 적이 있어야지. 늘 ‘방패 들고 숨어 있는 경찰 아저씨’나 ‘때리고 연행하는 경찰 아저씨’만 보고 자랐잖아. 이거 182에 경찰 아저씨 실종 신고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닐까.
한승수 국무총리가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불법행위자는 현장 검거하며 나중에라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후진적 시위문화를 빨리 고쳐야 한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총리님과 관계장관님들은 다 떠나서 육아 교과서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집회나 시위를 ‘버릇없는 행동’으로 여기시니 하는 말이다.
모든 육아책에는 아이가 막무가내로 떼쓰고 울 때 가장 피할 것은 막무가내로 막거나 혼내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유 없이
[오마이이슈] 경찰 실종 예방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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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의 예지원과 진재영이 골드 하우스에서 퇴소하고, 새로운 멤버 2명이 입소한다.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 제작진은 기존 멤버들 중 예지원과 진재영이 하차하게 되었으며, 이유는 계약 만료와 연기활동 때문이라고 전했다. 예지원은 처음 계약기간인 6개월이 지나 연기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하차의 뜻을 밝혔고, 진재영 역시 스케줄상의 문제와 연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아직 방송 분량이 많이 남아 있어 방송 시기에 맞춰 두 멤버의 퇴소를 발표하려 하였으나, 너무 일찍 기사가 보도되며 ‘왕따설’ 등 멤버에 관한 음해성 추측 기사들이 나오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예정시기보다 일찍 공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예지원-진재영, <골드 미스 다이어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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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스타 ‘비’가 서울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비의 소속사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는 “비가 서울시의 요청으로 서울시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25일 서울 시청에서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의 매력을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해외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비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며 ‘최근 헐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의 주연을 맡는 등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는 비의 활동은 서울시의 해외 홍보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에서 방영된 <힙 코리아> 라는 기획물을 통해 한류의 거장으로 소개된 바 있는 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오세아니아 전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아시아에서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를 담은 성공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가 얻은 홍보효과는 무려 430억원. 이에 대해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국제적으로 인지도 있는 한국의 스타를 통해 서울의 인지도와
비, 서울시 글로벌 홍보대사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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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봉준호 감독, 배우 김혜자, 원빈, 진구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마더>(감독 봉준호/제작 (주)바른손)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엄마라는 식상하리만치 평범한 소재를 다루지만, 오히려 새로운 영화이고 싶고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면서도 또 무척 낯선,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사건 자체의 드라마틱함 보다는 극단으로 몰린 ‘엄마’의 심리와 행동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작품이다.
<마더>가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 같다는 원빈의 당찬 포부와 칸에서 예찬에 가까운 호평을 받은 배우 김혜자의 연기가 어루어진 영화<마더>는 또 한 번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영화적 재미를 선보이러 5월 28일 관객을 찾아간다.
엄마의 사투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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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고어의 향연이 칸 경쟁부문을 함락했다. 올해 칸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인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 크라이스트>가 지난 4월17일 첫 기사시사를 가졌다. 시사 전부터 악마적인 호러영화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은 영화는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내(샬롯 갱스부르)와 남편(윌렘 데포)이 고립된 산장으로 요양을 간다는 이야기다.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일은 벌어진다.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의 역사를 연구하던 갱스부르는 여자들이 원래 악마같은 존재라고 믿기 시작하다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그녀는 공구함에 들어있는 온갖 날카롭고 둔중한 물건들로 자신과 남편을 고문한다. 윌렘 데포의 성기는 완전히 돌로 짓이겨져 발기한 채 피를 쏟아낸다. 갱스부르가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가위로 잘라내버리는 장면이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등장하자 극장은 난장판이 됐다. 신음소리와 야유와 웃음. 그리고 자리를 신경질적으로 박차고 나가는 소음이 마구 뒤엉켰다.
다음날 기자회견
극단적인 <안티 크라이스트> 칸을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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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20일(수) 오후 2시
장소 CGV 용산
이 영화
작은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문아정이라는 여고생이 끔찍한 사체로 발견된다. 용의자는 도준(원빈)이라는 젊은 청년이다. 그가 그날 밤 여학생의 뒤를 쫓는 걸 본 사람들이 있다. 그는 선천적으로 온전치 못한데 경찰은 그의 장애를 이용하여 꼼꼼하게 수사하지도 않은 채 단숨에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아들 하나만을 위해 살고 있는 엄마 혜자(김혜자)는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믿지 않는다. 공권력이 아들을 지켜주지 않자 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홀로 동분서주한다. 아들의 불량스러운 친구 진태(진구)를 가장 먼저의심한다. 그걸 시작으로 하나씩 무언가 사건의 전모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엄마는 그날 밤의 진실을 알아내고야 만다.
100자평
<마더>는 영락없는 봉준호의 영화이면서도 이전까지 그가 만들어왔던 영화와는 또 다른 궤를 그려낸다. <마더>는 이전 작품과 달리 하나의 종착점을
봉준호의 <마더> 베일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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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e 04. 액션과 컷의 경계를 관통하는 김혜자의 연기
3월26일 오후 1시. 김혜자의 후시녹음 첫날이다.“선생님!” 그녀를 보기 위해 부러 짬을 내 왔다는 <마더>의 마케팅 팀원들이 소녀 팬들처럼 달려들어 가볍게 포옹한다. 김혜자는 이번 영화작업을 위해 난생처음 휴대폰을 마련했는데, 어느새 하트 모양 특수문자를 말미에 붙인 메시지를 날려 오신다고 스탭들이 자랑한다. 채비가 진행되는 동안 김혜자가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낸다. 일회용 비닐장갑에 청포도알을 담아왔다. “보기엔 이래도 맛은 괜찮아요.” 단것을 좋아하는 봉 감독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 입장!” 봉준호 감독이 나지막이 작업 시작을 선언하지만 선수는 입장 전부터 이미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촬영 중간중간을 스케치한 현장 사진에서도 오직 그녀의 얼굴은 극중 장면으로 착각할 정도로 한껏 연기 중이었다. <괴물>에서는 믹싱팀으로 작업했던 라이브톤의 ADR 레코디스트 박용기 팀장이 마이크를 조정
후시녹음 현장에서 엿보고 들은 <마더> 이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