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U에서의 유학생활에 적응해 갈 때쯤 박중훈은 배우가 아니라 완전한 ‘학생’이 됐다. 나를 포기하고, 인기를 포기하고 떠나면 사람들이 나를 다시 봐주지 않을까, 새로운 결심에 박수를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면학의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우묵배미의 사랑> 촬영 당시 스케줄을 쪼개 강남역 시사영어학원에서 토플과 보캐블러리 20000을 동시에 수강했던(당시는 인터넷이 발달하거나 사람들이 대중스타에 대해 폭발적으로 떠들어대던 때가 아니라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학원 다니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부지런한 배우 박중훈이 그렇게 성실한 유학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게다가 재학 중에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아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물론, 뉴욕 아시안 소사이어티에서 주관한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상영됐고, NYU에서 열린 아시안 영화 퍼레이드에서는 <칠수와 만수>가 상영됐다. 이쯤 되면 평범
[박중훈 스토리 9] 베트남 사막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황금박쥐>와 <요괴인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나는 박쥐와 요괴인간을 구분할 수 있다. ‘당근이다.’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33)와 헤어초크의 <노스페라투>(1979), 드라이어의 <뱀피르>, 또 <헝거> <니어 다크> <해비트> <프라이트 나이트> <마틴> <더 로스트 보이즈> <드라큘라> <블레이드> 등 뱀파이어 영화 팬인 나는 뱀파이어를 영화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다른 무엇이 되고 싶은 고아의 이야기
그런데 <박쥐>(Thirst)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우선 신부인 상현(송강호)이 자신을 뱀파이어라고 호명하는데, 난 ‘정말?’ 하고 물었다. 뱀파이어라는 그의 확고한 자신은 어디서 온 것인가? 위의 영화들로부터 알아낸 것일까 혹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아니면 <렛미인>? 상현이 떠올린
[전영객잔] ‘빌려온 환상’이라는 징후
-
<박쥐>는 욕심이 많은 영화다. <박쥐>에 대한 수많은 기사와 비평이 영생, 구원, 죄의식, 대속 등의 관념적 단어의 나열에 머물거나 좋다, 나쁘다에 대한 성급한 평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박찬욱은 <박쥐>에서 다시 죄의식과 구원이라는 화두를 꺼내고 있으며, 이는 ‘복수 3부작’ 등에 나타난 관념적 세계의 뿌리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시켜준다. <박쥐>는 <테레즈 라캥>의 서사적 틀을 빌려 에밀 졸라가 비우려 했던 ‘죄의식’이라는 무거운 돌의 ‘심리적 효과’를 체험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뱀파이어 영화이자 격정적인 치정극이고, 또한 뜬금없이 키득거리게 되는 블랙코미디인 <박쥐>는 죄의식과 구원의 여정을 담은 종교영화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다. 이는 ‘일본’식 건물에서 ‘한복’을 팔고 매주 수요일이면 사람들이 모여 ‘뽕작’과 ‘보드카’를 곁들이며 ‘마작’판을 벌이는 ‘행복한복집’처럼, <박
[영화읽기] 강렬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모든 것은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테레즈 라캥을 만난 순간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 감독이 뱀파이어가 된 신부 이야기를 장고 끝에 에밀 졸라 소설 <테레즈 라캥>의 몸통에 뱀파이어 피처럼 흘려 넣기로 결심했을 때, <박쥐>는 원심력이 이끌어가는 불균질한 텍스트로서의 운명을 부여받게 되었다.
‘행복한복집’이 중요한 까닭
그렇다. 나는 지금 이 영화의 불균질한 성향이 단점이나 실수가 아니라 선택이나 특성이며 나아가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말하려는 것이다. <박쥐>는 박찬욱 영화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층위가 두터운 작품이다. 내가 매혹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전에 이런 작품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글대며 서로 어깨를 부딪는 갖가지 모티브들은 기이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관객의 사고와 감각을 자극한다. 이건 멜로, 범죄극, 종교영화 등 어떤 각도에서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걸작이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에서도 온전히 보
[영화읽기] 이 매혹적인 불균질함이여!
-
-
영화배우도 된 마당에 이번 어린이날에는 영화를 보면서 보내기로 결심하고 아침부터 딸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극장으로 나갔다. 그간 조조상영을 보면서 자유직업인의 이점을 한껏 활용했던 나로서는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극장에 나와 있었다. 그런 식으로 1년에 한번뿐인 어린이날을 때우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좀 놀라웠다. 어쨌거나 우리에게는 세개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몬스터 vs 에이리언>, 그 다음 <케로로 더 무비: 드래곤 워리어>, 마지막으로 <초코초코 대작전>. 그중에서 우리는 <초코초코 대작전>을 보기로 했다. 뭔가 달콤한 내용일 것 같아서.
그러나 보는 내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표에 의해 건강최고당의 헬시 총리가 집권한 이후, 새 정권은 건강 제일을 내세우면서 몸에 좋지 않은 초콜릿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 법안에 따르면 초콜릿을 제조
[나의 친구 그의 영화] 그래 목숨 걸고 투표해야해
-
(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등 한국 영화들이 칸 영화제에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잇따라 수출되고 있다.19일(현지시간) '마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마더'는 칸 영화제 마켓에서 포르투갈, 구 유고연방 국가, 홍콩, 대만 등에 판매됐다.'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칸에서 처음 공개된 '마더'는 현지 시사회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 추가 판매도 기대되고 있다. 앞서 '마더'는 지난해 일본과 프랑스에 선판매되기도 했다.CJ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브라질과 호주 등과 막바지 협상 중"이라며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리메이크 판권 구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칸 영화제 기간에 스페인, 터키, 브라질에 앞서 판매된데 이어 유고와 홍콩에 추가로 판매됐다.또 올여름 개봉예정인 윤제균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도 영국과 독일
<칸영화제> '마더' 등 유럽.아시아에 판매
-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MBC TV 인기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31.7%를 기록하며 19일 종영했다.20일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내조의 여왕'의 19일 마지막 회 전국평균 가구시청률은 31.7%를 기록해 지난 3월16일 방송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반면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 SBS TV '자명고'와 KBS 2TV '남자이야기'의 시청률은 각각 8.1%와 7.7%를 기록해 한자릿수에 그쳤다.'내조의 여왕'의 이날 시청률은 또 다른 시청률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서는 30.6%로 집계됐으며 평균 시청률은 21.2%로 나타났다.김남주, 오지호 등이 주인공을 맡은 이 드라마는 내조의 여러 유형을 재미있게 그리면서 감동을 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10% 초반의 평범한 시청률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었고 지난 11일에는 시청률 30%를 돌파했다.드라마는 갈등을 빚던
내조의 여왕, 최고시청률 31.7%로 종영
-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MBC TV 인기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태봉이'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윤상현이 20일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종영 소감을 남겼다.윤상현은 이날 오전 올린 이 글에서 "태준이와 태봉이로 살아온 지난 3개월은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빠듯하게 이어지는 촬영 스케줄 때문에 고되고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윤상현은 극 중에서 식품회사 사장 허태준으로 출연해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업체 사장답지 않은 털털한 말투와 세련된 패션 감각이 화제였다.특히 19일 마지막 회에서는 부하직원의 아내인 천지애(김남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간직한 채 깨끗하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벌가 출신 부인인 은소현(선우선)과 이혼한 후 천지애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천지애로부터 '태봉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그는 이같은 결말에 대해 "엇
윤상현 "태봉이로 산 3개월 너무나 행복"
-
(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13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가운데 한국 영화가 값진 성과를 올리고 있다.역대 최다인 10편이 출품된 한국 영화는 '박쥐'와 '마더' 등 초반부 상영된 주요 작품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경제 위기로 위축된 마켓에서도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고 있다.한국영화가 올해 영화제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아시아 영화 가운데서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그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한국 영화에 이어지는 호평영화제 기간의 절반인 18일(현지시간)까지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까지 올해 칸을 찾은 한국 영화의 '빅3'가 상영을 마쳤다.송강호와 김혜자 등 한국의 배우들이 칸 영화제 초반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박쥐'와 '마더'의 시사회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유일한 경쟁 부문 진출작인 '박쥐'는 극명히 엇갈렸던 국내
<칸영화제> 위기 속에 선전 중인 한국 영화
-
국민 남동생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종횡무진 활약중인 배우 유승호가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첫 성인연기를 선보인다.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창사 48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선덕여왕> (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박홍균, 김근홍) 에서 유승호는 천명공주(박예진)의 아들이자 훗날 태종무열왕에 오른 김춘추 역할을 맡았다.
첫 성인연기 도전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유승호는 "이제껏 아역만 했기 때문에 아역연기가 편했지만, 언제까지나 아역만 할 수는 없는거니까, 어떻게든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다보면 성인연기도 편해질 것 같다" 고 밝혔다.
성인연기 데뷔를 앞둔 그의 연기 인생 롤모델은 배우 안성기 라고 밝혔으며, "굉장히 존경한다.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몰두하는 점을 닮고 싶다" 라고 덧붙였다.
신라의 삼국통일의 주역, 태종무열왕 김춘추 역을 통해 첫 성인연기로 발돋움 할 배우 유승호의 모습은 드라마
유승호, "첫 성인연기, 기대 많이 해주세요"
-
synopsis
두 소년이 급우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미성년자였던 둘은 ‘보이 A’와 ‘보이 B’로 명명되어 재판받는다. 그리고 14년 뒤, ‘보이 A’ 에릭(앤드루 가필드)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 보호감찰관 테리(피터 뮬란)의 도움을 받아 ‘잭’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출소 소식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등 세상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새 삶이 순탄할수록 죄책감도 깊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은 자동차 사고로 고립된 소녀를 구출하고,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보이 A’는 범죄자의 신변을 보호하려고 사용하는 별칭이다. 성범죄자의 신상명세를 공개하는 법이 범죄자의 사생활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라는 상충되는 가치 중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도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셈이다. 제목처럼 <보이 A>는 성인이 된 소년범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영화다. 관객은 영상을 만나기에 앞서 ‘철컹’하고 쇠문이 닫히는 소리를
성인이 된 소년범의 사회 적응기 <보이 A>
-
synopsis
2018년, 지구는 스카이넷의 핵공격으로 폐허가 된 상태다. 군사방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스카이넷은 인류가 자신을 파괴할 것이라 예측하고 선제공격을 했다. 이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중심에는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가 있다. 그는 스카이넷의 비밀기지에 침투하지만 함정에 빠져 저항군 동료들을 모두 잃는다. 이 와중에 2003년 사형될 예정이었던 수수께끼의 인물 마커스(샘 워딩턴)가 깨어나고, 존 코너의 아버지가 될 카일 리스(안톤 옐친)는 스카이넷에 붙잡혀 죽음의 위험에 빠진다.
1984년을 배경으로 하는 <터미네이터> 1편에서 미래(2029년)에서 온 카일 리스는 사라 코너를 보호하다가 한 생명을 잉태한다. 그가 바로 이 시리즈의 핵심인 존 코너다. 하지만 존 코너는 2편과 3편에서는 여린 청소년이거나 미숙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터미네이터와 제대로 싸움을 벌이지 못했다. 결국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미래전쟁의 시작>)
다채로운 터미네이터들의 등장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
synopsis
오이타 지방 출신의 네기시(마쓰야마 겐이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은 감미로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의 스웨디시 팝음악. 하지만 대학 졸업 뒤 네기시는 뜻하지 않게 과격한 데스메탈 밴드 ‘디트로이트 메탈시티’(DMC)의 보컬이 되고 열혈 마니아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이즈음 네기시는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아이카와(가토 로시)를 만난다. 문제는 아이카와가 DMC의 음악을 혐오한다는 사실. 이제 네기시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음악이 없으면 꿈도 없다.” 대학 시절 팝음악 동아리에 가입할 때 네기시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네기시의 현실은 그의 다짐과는 영 다르다. 그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행운은 얻었지만, “어제는 엄마를 겁탈하고 오늘은 아빠를 겁탈하네…” 따위의 가사를 읊는 데스메탈 밴드의 보컬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유난히 여성적
성장영화이자, 중독성 있는 음악영화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
synopsis
고3 수험생인 원우(김예리)는 기면증을 앓고 있어 학교에서 별종 취급을 받는다. 연희(박지영)는 툭하면 잠이 드는 딸이 안쓰럽고 불안하다. 애 취급 말라는 딸의 짜증에도 연희는 원우의 학교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지루한 일상조차 맘껏 누리지 못하는 모녀의 아슬아슬한 삶은 두 남자가 끼어들면서 변화를 맞는다. 사진작가 선재(김영재)의 관심을 처음엔 부담스러워했던 연희는 그에게 조금씩 이끌리고, 엄마의 갑작스러운 사랑이 혼란스러운 원우는 무뚝뚝한 같은 반 친구 준서(홍종현)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는다.
딸은 웃지 못한다. 뛰지도 못한다. 웃고, 뛰었다간 쓰러진다. 쓰러져 잠이 든다. 치료약도 없는 불치병을 가졌다. 기면증 환자인 딸을 둔 엄마 또한 맘껏 웃지 못한다. 사고라도 날까봐 마음 졸이며 산다. 엄마는 딸의 든든한 그림자가 되고 싶지만, 그렇다고 힘껏 뛸 형편도 아니다. 남편은 죽었고, 생계는 그의 몫이다. 웃지 못하고, 뛰지 못하는 모녀는 그러나 울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성장영화 <바다쪽으로, 한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