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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다고 했다. 깐깐하다고도 했다. <살인의 추억>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은 2003년 어느 기사에서 그를 두고 “보기와는 달리 천하독종, 철의 여인이다”라고 회고했다. 영화 경력이 20년에 가까워가는 이 여인의 공인된 히트작이라면 <살인의 추억>. 자신의 회사를 차린 뒤 선보인 영화는 <천하장사 마돈나>와 <김씨표류기>. 모두 마돈나를 꿈꾸던 씨름선수 동구처럼 작아도 귀엽고 알찬 영화들이다. 그러고 보면 <김씨표류기> 상영 전 화면에 떠오르던 영화사의 리더필름, 오리배의 하얀 머리도 왠지 모르게 짠한 구석이 있었다. 하필이면, 화사한 핑크빛 넥타이를 걸어두고 목을 맬까 말까 촉촉한 눈빛으로 고민하던 못났지만 사랑스러운 그 남자 김씨처럼.
주말의 추위를 녹이듯 해가 쨍하던 5월18일 오후. 90년대 초반 영화계에 입문해 판시네마, 신씨네, 싸이더스 등을 거치면서 기획과 마케팅, 제작을 두루 익힌 대표적인 프로듀서 출신의 여성
[김무령] 시나리오 좋은 영화 기 살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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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스팍이 섹스심벌이랍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들어온 소린데요 뭘.
-거만하셔라.
=거만한 게 아니라 남들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라는 소립니다.
-그래도 평소에 신경은 쓰일 거 아닙니까. 왜 별로 섹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주변에서 계속 섹시하다고 치켜세워주면 자기가 정말 섹시한 줄 알고 갑자기 옷차림에 신경 쓰거나 하잖아요. 셔츠 단추도 예전보다 하나 더 푼다거나. 괜히 바지 앞섶도 좀 부풀려 보이려고 한다거나.
=누구 이야기인가요?
-물론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신원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뭐 어쨌든, 스팍이 미국에서 섹스심벌이었던 건 유명한 일입니다. 근데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개봉한 이후에는 한국에서도 섹스심벌이 된 거 같아요. 종종 들어가는 게시판엘 가봤더니 ‘저 요즘 스팍이 자꾸 섹시해 보여요. 어떡해요’라는 글도 보이고.
=어떡하긴 뭘 어떡합니까. 그냥 받아들이
[가상 인터뷰]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스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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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양천수 화백이 등장하는 순간 “저 배우 TV에서 많이 봤는데…”라고 수군거리는 관객이 많았다. 양 화백 역의 문창길은 드라마 <여인천하> 이후 오랫동안 연기를 쉬다, 젊은 아내와의 ‘새 삶’에 만족하는 유명한 화가라는 인상적인 역할로 돌아왔다. 다시 신인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배우 문창길을 만났다.
-<여인천하> 이후 오랜만에 연기를 재개했다.
=7년 만인 것 같다. 예전부터 하던 음식점 사업을 미국에까지 확장하면서 3년 동안 외국을 들락날락하다보니 연기쪽과 거리가 멀어졌다. 연기를 쉬기 직전 <용의 눈물>의 조준 대감으로, <여인천하>의 남곤 대감으로 연달아 출연해서 사극 배우라고 많이들 기억하시는 것 같다. TV 전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도둑들의 무도회>처럼 주로 연극에만 충실했었으니까,
[spot] “나로선 극기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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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다 됐지만, 김예리는 여전히 ‘고딩’이다. 사극인 <그림자>(2007)를 빼면 <기린과 아프리카> <봄에 피어나다> <푸른 강은 흘러라>에서 매번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 최근 개봉한 <바다쪽으로, 한뼘 더>에서도 의상은 역시나 체크무늬 교복. 길에서도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을 앓는 고3 수험생 원우로 나온다. 만날 똑같은 옷이 지겨울 법한데, “중·고등학교 시절 무릎 아래 15cm까지 내려오는” 한복을 입고 다닌 터라 자신은 ‘몸에 딱 붙는 교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개인 의상으로 교복 1벌을 따로 챙겨놨을 정도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예리는 같은 학교 영상원 출신 김민숙 감독의 <그림자>를 도우면서 연기에 입문했다. 극중 춤의 안무자 역할을 제안받았는데, 단역까지 선물(?)로 받았다. 강릉의 촬영장과 학교를 오가느라 “하루에
[김예리] 춤추던 집중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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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주 본 배우.’ 하정우는 그런 배우다. 그의 영화는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암상자의 공 같다. 색깔도 숫자도 가늠할 수 없는 이 공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그 누구도 짐작하기 힘들다. 종횡무진은 이제 하정우의 ‘선택’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이 돼버렸다. 새 영화 <보트>로 그가 또 한번, 자신의 스타일을 살찌웠다.
참 별난 배우도 다 있다. 하정우는 <보트>를 두고 대뜸 ‘휴식 같은 영화’라고 말한다. 내가 알기로 한국과 일본이 절반씩 투자하고 영진위의 지원금까지 합친 <보트>는 그리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극본을 썼다면 디테일한 캐릭터 묘사가 먼저 떠오르는데다, 청춘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을 만든 김영남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배우들의 감정 역시 농도가 다분히 짙어 보인다. 그런데 그는 이 영화에 대해서 “<추격자>와 &l
[하정우] 저는 생활형 배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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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폭행 혐의로 체포된 미국 드라마 '24'의 배우 키퍼 서덜랜드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25일 AP에 따르면 서덜랜드와 피해자인 패션 디자이너 잭 맥컬러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짧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두 사람의 분쟁은 해결됐으며 검찰이 소송을 기각해줄 것을 판사에게 곧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덜랜드는 "맥컬러프를 다치게 한 점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맥컬러프는 "서덜랜드의 사과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서덜랜드는 지난 5일 뉴욕 맨해튼의 나이트클럽에서 맥컬러프와 말다툼을 벌이다 머리로 맥컬러프의 얼굴을 받아 코를 부러뜨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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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덜랜드 "폭행 피해자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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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거장들과 나란히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만 해도 상을 받은 기분이었는데 갈라 스크리닝에서 큰 환호를 받고 상까지 받아 상을 세 번 받은 느낌입니다"영화 '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25일(현지시간) 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많은 환호를 받아봤지만 이번 환호가 가장 컸던 것 같다"며 "수상을 떠나 관객들이 야유하거나 중간의 나가는 등 망신은 안 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반응이 열광적이어서 기뻤다"고 말했다.2004년 '올드보이'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 감독은 5년 만에 다시 찾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아 세계적인 거장으로 입지를 굳혔다.황금종려상 등 더 큰 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뱀파이어가 원하는 모든 피를 다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상의 등급이란
'박쥐' 박찬욱 감독 "상 세 번 받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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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MBC 대하사극 '선덕여왕'(극본 김영현ㆍ박상연, 연출 박홍균ㆍ김근홍)이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26일 시청률 조사 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26분 방송을 시작한 '선덕여왕' 1회분은 시청률이 16.0%였다.이 드라마는 MBC 뉴스데스크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북한 핵실험 특집 방송으로 30여분 늦게 시작했지만 같은 시간대 경쟁작들인 SBS 대하사극 '자명고'(10.4%)나 KBS2 미니시리즈 '남자이야기'(9.8%)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이날 방송은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으나 일부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와 어설픈 CG(컴퓨터그래픽)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한편 이날 오후 8시15분 첫 전파를 탄 MBC 일일드라마 '밥줘'(극본 서영명, 연출 이대영ㆍ이상엽)는 시청률 9.1%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시작했다.같은 시간대 KBS1 일일연속극
MBC '선덕여왕' 첫방송 시청률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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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난해 11월 방송된 SBS TV 창사특집극 '압록강은 흐른다'(극본 이혜선, 연출 이종한)가 영화로 재탄생한다.SBS는 180분 분량의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를 120분으로 재편집해 내달 4~10일 강변 CGV에서 개봉한다고 26일 밝혔다.한독수교 125주년을 맞아 SBS와 독일방송사 BR이 공동으로 제작한 '압록강은 흐른다'는 1946년 독일에서 발표된 작가 이미륵(1899~1950)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와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를 토대로 제작됐다.우리에게는 잊혀진 이름인 이미륵은 경성의전 재학 시절 독립운동을 하다 중국으로 도피, 독일로 건너갔다. 뮌헨대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딴 그는 '압록강은 흐른다'를 비롯해 몇 편의 자전적 소설을 독일어로 발표해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서 동양사상을 전파하며 휴머니즘을 구현해 독일인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전해줬다.극중 이미륵 역은 독일 유학생 출신 탤런트 최성
SBS '압록강은 흐른다' 영화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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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이 사퇴했다. 5월19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연 황 총장은 “예산, 인사, 학사운영의 권한이 동결된 식물총장의 상태에서 나의 도덕적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또 학교와 학생을 볼모로 삼고 싶지 않아서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 총장이 스스로를 ‘식물’에 비유한 배경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감사 결과가 있다. 문화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진보 성향의 기관장을 솎아냈던 현 정권의 움직임이 최종적인 단계에 온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황 총장의 사퇴, 한예종에 대한 문화부의 감사 배경에는 정권의 코드인사 외에 사립예술대학의 위기의식이 있다.
문화부는 지난 5월18일, 12가지 감사 지적 사항과 징계 요구 등의 후속 조처 내용을 한예종에 통보했다. 이 가운데 황지우 총장과 관련한 사항과 기타 행정사항을 제외한 내용은 U-AT통섭교육(유비쿼터스 시대의 예술과 과학기술의 통섭을 위한 교육) 중
[포커스] 영상원은 왜 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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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스틸러가 크리스천 베일을 눌렀다. 영화 속 이야기는 아니다. 2009년 5월 넷째주 메모리얼 연휴로 이어지는 주말의 북미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벤 스틸러의 <박물관이 살아있다2>와 크리스천 베일의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중 전편의 열렬한 인기를 등에 업은 <박물관이 살아있다2>로 결정됐다. 덩치 큰 두 블록버스터가 황금연휴에 자웅을 가린 지라, 한편의 대박보다는 나눠먹기였다는 중론이 강한 편. 1위를 거머쥔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5350만달러, 2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4301만달러를 각각 개봉 첫주 수입으로 가져갔다.
자연사박물관에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무대를 옮긴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전편에 이어 숀 레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스티브 쿠건, 오언 윌슨 등 전편의 캐스팅이 그대로 이어지는 한편, 에이미 아담스, 행크 아자리아, 존 헤더, 조나 힐
<박물관이 살아있다2>, 제치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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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읍내 약재상을 꾸리고 있는 엄마(김혜자)에게 하나뿐인 아들 도준(원빈)은 세상의 전부다.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 못하는 ‘모자란’ 아들 도준은 수시로 사고를 치며 엄마 속을 태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의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도준이 가지고 있던 골프공이 증거로 채택된 것. 경찰은 도준이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는다. 변호사는 돈만 밝히고 경찰은 도무지 얘기를 듣지 않으니, 엄마는 혼자 힘으로라도 사건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더>를 보면서 즉각적으로 든 생각. <말아톤>의 초원이가 살인사건에 휘말렸다면? 혹은 <밀양>의 마더 신애가 진범을 찾아나서기로 했다면?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마더>는 얼핏 <살인의 추억> 속편 혹은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만 연발하던 백광호의 에피소드만 빼온 스핀오프처럼 느껴지는 ‘
애타게 진범을 찾는 엄마의 고독한 사투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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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60대 중반의 잉에(우루슬라 베르너). 수선일을 하던 중 그녀는 옷수선을 의뢰한 76살의 칼(호르스테 베스트팔)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30년 넘게 남편 베르너(호르스테 레흐베르그)와 단란한 결혼생활을 지켜온 유부녀다. 뒤늦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 자신의 열정을 일깨워준 생의 마지막 사랑 앞에서 잉에는 설레는 소녀처럼 들뜨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드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다. 죄의식을 못 이긴 잉에는 결국 남편 베르너에게 자신의 외도를 고하고 평온했던 가정은 순식간에 상처로 얼룩진다.
30년간,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며 함께 살을 맞댄 남편 베르너는 기차 여행을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기차 여행을 하면서 부인 잉에도 그 여행이 좋아졌다. 그녀는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름다워서 기차여행이 즐겁다고 한다. 그런데 60대 중반에 만난 남자 칼은 그녀에게 말한다. ‘난 자전거 여행을 좋아한다’고. 자전거 여행은 그저 바라만 보는 기
인생의 후반, 예고없이 찾아온 사랑 <우리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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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가석방된 바비(제시 브래퍼드)는 죽은 엄마가 살던 아파트로 향한다. 음산한 건물에는 혼잣말하는 할머니와 초점이 없는 노인, 장난감 피아노의 녹슨 건반을 치는 꼬마가 복도를 배회한다. 집도 끔찍하다. 곳곳에 핏자국이 남은 벽은 금이 갔고, 배관에 물 지나가는 소리도 또렷하다. 어느 날 밤 옆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부부싸움의 수준을 넘어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상황.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경찰 남편이 아이와 엄마를 때린다. 참다 못한 바비는 신고하지만 출동한 경찰이 열어본 집에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다.
3년 전 여자친구 알리사(아멜리아 워너)를 구하려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바비는 출소하기가 무섭게 사회의 냉대를 맛본다. 벽을 타고 전해지는 옆집 부부의 다툼소리나 배관을 흐르는 수도의 차가운 비명을 혼자 참아야 하는 이유는 따로 없다. 오랜만에 찾아간 알리사는 그를 밀어내고, 친구는 그의 전화를 피한다. 어렵게 자동차 수리점에 취직하지만 도난사건이 일어나자 주인
할리우드의 아시안 호러 리메이크 <에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