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가장 유명한 3대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다. 그리고 앨런 튜링의 사과가 있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다. 성문란 혐의로 체포돼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은 그는 2년 뒤인 195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먹은 것. 최초로 인공지능 개념을 생각한 수학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암호 해독가 앨런 튜링의 삶은 그 자체로 슬프고 놀라운 드라마였다. 모튼 틸덤 감독은 그의 삶에 호들갑스런 주석을 다는 대신 적절한 생략과 상징으로 울림 큰 드라마를 완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수학자, 언어학자 등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비밀리에 암호 해독반을 만든다.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역시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암호로 불리는 에니그마 해독에 뛰어든다. 사회성이 결여된 채 자신의 임무에만 몰두하는 그의
앨런 튜링을 스크린에 되살려놓다 <이미테이션 게임>
-
기획이란 멋진 일이다. 상상력이 동반되는 기획이 실현되는 건 한층 멋진 일이고, 그 상상력이 화면에 옮겨지기에 지금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이 TV 앞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흘러가게 두는지도 모른다. 그 기획은 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기획 안에선 다시 꿈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에 옮겨지는 꿈을 보면서 꿈을 꾼다. 정지된 시간을 바꾼다.
Mnet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는 기획이 팔할이다. 그러기에 PD의 이름이 중요했다. 김용범 PD. <슈퍼스타K>를 런칭해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이름이다. 그가 수장이기에 이 드라마는 <슈퍼스타K> 시즌2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슈퍼스타K>에서 스타가 된 인물들이 초반에 줄줄이 등장한다. 존박, 허각, 장재인, 김지수, 김그림…. 그들이 다시 오디션장으로 돌아갔고, 화면에서는 그때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그 오디션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음에도 선택받지 못한, 그래 서
[김호상의 TVIEW] 음악으로 말해요
-
꼭 스티브 카렐이어야 했을까? 하나도 웃기지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뭘 해도 웃긴 배우가 굳이 연기할 필요가 있나? 실존 인물과 비슷하지도 않은 얼굴에 애써 가짜 코를 만들어 붙이면서까지? <폭스캐처>의 감독 베넷 밀러가 준비한 답은 이거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는, 존 듀폰을 연기하는 그를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티브는 코미디 연기로 유명해졌고, 이전에 이같은 역할을 연기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듀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듀폰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예상 밖의 일을 저지른 인물을 연기하려면 그 역할로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스티브 카렐이어야 한다. ‘그 역할로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맞기 때문이다. 그는 매번, 항상, 정말 웃긴 사람이었으니. <40살까지 못해본 남자>(2005)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슴털을 왁싱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무성한 가슴털을 실제로 쫘악,
[스티브 카렐] <폭스캐처>
-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드나들던 남자들 모두가 민자영을 흠모한다. 첫사랑의 아이콘이자 쎄시봉 친구들의 뮤즈인 민자영은 그러니 단번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배우여야 했다. 한효주가 민자영의 옷을 입었다. 솔직 발랄함을 무기로 남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민자영과 한효주는 어느 순간 스크린에서 한몸이 되어 뛰어논다. 민자영은 <감시자들> <반창꼬>의 털털하고 괄괄한 미녀,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드라마 <동이>의 단아한 사극 여인보다 더 한효주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 보이는 캐릭터다.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한효주는 여전히 스무살의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녀의 환한 미소와 솔직한 태도는 모두가 그녀를 좋아하게끔 만들기에 손색없었다.
-<감시자들> 이후 일본영화 <미라클 데비쿠로군의 사랑과 마법>, 단편영화 <묘향산관>을 찍었다.
=좋아하는 일본영화들이 좀 있다. 이누도
[한효주] 마음이 움직였다
-
-
정우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버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도 뜯어보면 순정남이었다. 잔정은 많지만 그리 내색하지 않는 경상도 순정남. 이제 막 뜨겁게 첫사랑을 통과하는 <쎄시봉>의 오근태는 쓰레기보다 풋풋하고 어수룩한 순정남이다. “날 위해 뭘 해줄 수 있어?” 라고 묻는 첫사랑 자영에게 “평생 널위해 노래할게”라고 대답하는 남자. 낯간지러운 멜로를 천연덕스러운 일상의 멜로로 탈바꿈하는 데 출중한 재주를 지닌 정우가 제대로 사랑에 빠졌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어떻게 지냈나. 불러주는 데가 많아 제대로 쉬지도 못했겠다.
=물리적으로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찾아주는 분들은 너무 많은데 그걸 다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힘든 일들이 생기더라. 2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무조건 배운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배우로서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30대 즈음부터는 내가 진심으로
[정우] 울었고 또 설레었다
-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노래했던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조영남…. 김현석 감독은 이 실존 인물들 사이에 오근태와 민자영이라는 허구의 두 인물을 만들어 넣는다. <쎄시봉>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웨딩케이크> 같은 명곡 탄생의 배경에 민자영이라는 뮤즈가 있었고, 그 뮤즈를 향한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고 얘기하는 영화다.
#76. 충무. 바다 위 언덕
자영 근태야. 넌 날 위해 뭘 해줄 수 있어?
근태 … 평생 널 위해 노래할게.
자영 (엷은 미소만)
근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실체를 모르겠다)
당차고 솔직한 자영과 순진무구한 근태. 꾸밈없는 모습이 아름다운 두 배우 한효주와 정우가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과 첫사랑에 열병 앓던 스무살 시절 우리의 얼굴을 연기한다. 첫사랑 생각에 젖어 극장을 나서게 만드는 영화 <쎄시봉>은 정우와 한효주의 매력으로 가득한 영화이기도 하다.
[정우, 한효주] 영원히, 너만…
-
-줄리아 로버츠가 SNS에서 화제가 된 백혈병환자 ‘배트키즈’의 실화를 영화화하는 작업에 합류한다
=이 작품은 5살 소년 마일스 스콧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젝트로 배트맨이 스콧을 ‘배트키즈’로 임명했던 퍼포먼스를 다룰 예정이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사일런스>의 대만 촬영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29일 촬영현장의 가건물 지붕이 무너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아들 카메론 로메로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오리진>을 제작한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의 프리퀄로, 카메론 로메로 감독이 연출과 각색을 겸한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어느 과학자 때문에 벌어지는 악몽 같은 참사를 다룬다.
[댓글뉴스] 줄리아 로버츠가 SNS에서 백혈병환자 ‘배트키즈’의 실화를 영화화하는 작업에 합류한다 外
-
개봉 전부터 다들 그레이씨의 매력에 빠져들었나 보다. 북미 최대 예매사이트 ‘판당고’에 따르면 샘 테일러 존슨 감독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최단기간,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자살특공대> 캐스팅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톰 하디에 이어 제이크 질렌홀도 릭 플래그 역에서 하차했다. 산 넘어 산이다.
[UP & DOWN] 샘 테일러 존슨 vs. 데이비드 에이어
-
늦둥이도 이런 늦둥이가 없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단 한편의 소설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하퍼 리가 새 책을 출간한다. 55년 만의 일이다. 지난 2월3일 하퍼콜린스 출판사는 올해 7월에 하퍼 리의 두 번째 소설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출판 소식보다 더 놀라운 건 <고 셋 어 워치맨>이 데뷔작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하퍼 리쪽에 따르면 “1950년대 중반, 주인공 스카우트가 성인으로 등장하는 <고 셋 어 워치맨>을 완성했으나 당시 에디터가 어린 스카우트 시점에서 작품을 다시 써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앵무새 죽이기>가 전세계 40개 언어로 4천만부 이상 판매된 반면 <고 셋 어 워치맨>은 유실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하퍼 리의 동료 토냐 카터가 <앵무새 죽이기>의 원본
[해외뉴스] 55년 만에 만나는 먼저 쓴 속편
-
글 : 류형진 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 연구원
미국 최고의 인디영화 축제, 선댄스영화제가 지난 2월1일 폐막했다. 올해 선댄스의 분위기를 전하는 외신기사를 보면 출품작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고, 마켓의 분위기도 뜨거웠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그러면서도 선댄스가 고집해왔던 다양성의 화두는 여전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새로운 영화적 형식을 고민하는 인디영화에 대한 응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제라는 것이 그 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스폰서와 마켓의 구매자들, 즉 자본의 필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올해 선댄스의 활력은 영화의 힘에만 기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번 선댄스가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할리우드 영화계보다 TV 및 디지털미디어, IT업계의 관심이 더 뜨거웠다는 거다. HBO, 쇼타임 등의 TV사업자,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는 OTT업계, 오큘러스로 대표되는 VR업계, 유튜브에 기반한 MCN사업자가 새
[한국영화 블랙박스] 영화의 미래를 만나다
-
겉뜻 다음에 길게 만나거나 아예 만나지 말자는 제안
속뜻 삶을 연장하겠다는 의지
주석 친구나 지인을 만나서 가장 자주 하는 인사가 이 말일 것이다. 비슷한 말로 “언제 술 한잔하자” 등이 있으나, 활용 빈도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음주나 게임을 매일 하지는 않으며, (설혹 매일 한다고 해도) 하루 세번씩 하지는 않는다.
밥 먹자는 제안을 이토록 자주 하는 것은 그것이 생명을 유지할 만큼 중요해서(우리는 “먹고사니즘”을 얘기하지 “살고머기즘”을 얘기하지 않는다)만은 아니다. 밥 먹는 일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다. 식구(食口)란 ‘밥 먹는 입’이란 뜻이다. 이정록 시인이 <식구>라는 시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릇 기(器)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개고기 삶아 그릇에 담아놓고/ 한껏 뜯어먹는 행복한 식구들이 있다/ (…)/ 그중 큰 입 둘 사라지자 울 곡(哭)이다.” 1연이다. 개고기 뜯어먹는 입들의 탐욕에 대한 얘기다. 시인은 3연에서 이 글자의 뜻을 이렇게 바꾼다.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언제 밥 한번 먹자
-
명절이다. 하지만 명절만큼 영화인들에게 절망스러운 시간이 또 있을까. 오랜만에 친척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오가는 덕담들은 악담에 가깝다. “넌 감독 공부한다더니 영화는 언제 만들 거냐?” “<국제시장> 같은 심금을 울리는 시나리오 한번 써봐라.” “이순신 영화가 나왔으니 다음엔 유관순 영화가 나와야 할 차례다.” 차라리 이런 식상한 덕담은 참아줄 만하다. 영화인에게 가장 최악의 덕담은 오히려 영화판을 잘 아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요즘 영화판이 힘드니 영화 그만두고 딴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떠냐.” 아아, 영화라는 꿈을 먹고 사는 몽상가에게 꿈을 포기하라니. 유관순 시나리오를 쓸지언정 꿈을 포기할 순 없잖아.
하지만 아무리 에고가 강한 몽상가라도 덕담 공격과 엄친아/삼옆딸(삼촌 옆집 딸) 총공세를 방어하다보면 자신의 꿈에 대해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의심은 자기혐오에까지 이르게 되고 결국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듀스 형님들의 가사가 생각날 때쯤엔 이미 당
[곡사의 아수라장] 꿈은 소중하잖아요
-
<와일 위아 영> While We’re Young
감독 노아 바움백 / 출연 나오미 와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벤 스틸러, 애덤 드라이버
카메라 렌즈를 돋보기 삼아 뉴욕의 청춘을 탐구하는 감독이 있다. <프란시스 하>에서 보헤미안 뉴요커의 방황기를 그린 노아 바움백 감독은 <와일 위아영>에서 뉴욕의 젊고 풋풋한 커플과 중년부부를 비교분석한다. 서로가 일상이 되어버린 부부(나오미 와츠, 벤 스틸러)는 생기발랄한 커플(아만다 사이프리드, 애덤 드라이버)을 만나 변화를 겪는다. 3월27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와일 위아 영> While We’re Young
-
[정훈이 만화] <빅 히어로> 우리집 도우미 베이맥스
[정훈이 만화] <빅 히어로> 우리집 도우미 베이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