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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금메달리스트이자 국민적 영웅인 친형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의 후광에 가려 변변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미국 굴지 재벌가의 상속인인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캐처’에 합류해달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존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둘 사이에는 점차 균열이 생기고, 존이 마크의 형인 데이브를 폭스캐처의 코치로 새롭게 초청하면서 세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세 캐릭터를 통해 본 <폭스캐처>’에 대해 영화평론가 송형국이 쓰고, <카포티>(2005)와 <머니볼>(2011) 이후 또 한편의 인상적인 작품을 들고 나타난 베넷 밀러 감독의 인터뷰를 더한다.
<폭스캐처>는 ‘역사상 가장 돈 많은 살인범’의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 1996년 1월26일,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직계 상속인 존 E. 듀폰은 LA올림픽 레슬링
집착과 결핍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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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시> Trash
감독 스티븐 달드리 / 출연 루니 마라, 마틴 신, 와그너 모라, 셀튼 멜로 / 개봉 5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과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의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가 만났다. <트래시>는 전세계 12개국에 번역된 앤디 멀리건의 2010년 베스트셀러 <안녕, 베할라>를 각색한 영화다. 감독, 각본, 탄탄한 원작까지 그야말로 믿고 보는 영화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쓰레기 마을이라 불리는 베할라에서 하루 종일 쓰레기를 주워 연명하는 열네살 소년 라파엘과 친구들은 어느 날 쓰레기장에서 의문의 가방 하나를 발견한다. 가방에는 정치계를 발칵 뒤집을 내용물이 담겨 있고 소년들은 그날 밤 경찰들의 습격을 받는다.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항상 스스로에게 당당했던 소년들은 정의를 위해 가방 속의 내용물을 세상에 공개하
예매 준비됐나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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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Pan
감독 조 라이트 / 출연 레비 밀러, 휴 잭맨, 개릿 헤드룬드, 루니 마라, 아만다 사이프리드 / 개봉 7월
결코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라는 이름을 지닌, 20세기 초 스코틀랜드 작가 J. M. 배리가 창조해낸 이 매혹의 캐릭터는 유년기의 유한함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팬>은 한 세기를 지나는 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과 소설에 영감을 준 피터팬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이건 당신이 알고 있는 네버랜드 스토리가 아니다”라는 감독 조 라이트의 말대로, <팬>은 원작과는 꽤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팬>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이다. 전쟁의 여파로 양산된 수많은 고아들 가운데 피터팬이라는 소년이 있다. 그는 밤마다 전쟁고아들을 납치하는 해적 ‘검은 수염’에 의해 네버랜드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다
예매 준비됐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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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특수’라는 말은 최근의 한국 극장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건 비단 한국영화에 국한되는 법칙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그러니까 비수기 시즌에 개봉해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이제 한국영화 점유율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외화의 공습은 여름과 겨울,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오는 3월부터 톱스타와 큰 규모의 제작비를 앞세운 SF블록버스터 <채피>와 디즈니 공주를 앞세운 <신데렐라>가 개봉 대기 중이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하는 4월부터는 본격적인 외화 전쟁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피터팬(<팬>)과 개미 인간(<앤트맨>), 공룡(<쥬라기 월드>)과 슈퍼히어로(<판타스틱4>)가 맞붙을 여름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제임스 본드(<스펙터>)와 <스타워즈 에피소드7>이 도래할
예매 준비됐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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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김세환 등 한국 대중음악에 포크 바람을 불러일으킨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 김현석 감독의 신작 <쎄시봉>은 1960년대 후반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던 쎄시봉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작품이다. 물론 쎄시봉 멤버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김현석 감독은 근태(정우, 김윤석)와 자영(한효주, 김희애)이라는 가상의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쎄시봉>이라는 사랑의 악보에 수놓는다. 김 감독은 “누구나 순애보를 가지고 있다. 평소 발현하지 못하며 살고 있을 뿐. 쎄시봉 멤버들이 젊게 사는 이유도 늘 사랑하며 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영화 주제는 사랑합시다일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말했다.
-영화가 첫 공개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잘 모르겠다. 그냥….
-쎄시봉 멤버들은 영화를 봤나.
=윤형주 선생님만 프로모션 쇼케이스를 도와주면서 미리 보셨다. 나머지 분들은 VIP 시사
[김현석] “누구에게나 순애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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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단어의 의미를 안다면 만화가 김풍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김풍은 <폐인의 세계> <폐인 가족> 등으로 디시인사이드로 대변되는 이른바 ‘폐인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10여년 전 얘기다. 지금 김풍은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나 <올리브쇼> 등의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리고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자취 요리를 선보이는 방송인 같다. 그래도 그는 웹툰 작가라는 타이틀을 버리지 않았고 지금 네이버 웹툰에 <찌질의 역사>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찌질의 역사>는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된 대학 친구 4명이 모여, 자신들이 스무살이던 1999년부터 주인공 민기가 ‘설하’라는 이름의 3명의 여자들을 만나며 일어나는 찌질하고 미숙한 연애를 함께 돌아보는 형식의 작품이다. “방송은 곁다리”라고 말하는 ‘자취 요리 셰프’ 김풍이 아닌 ‘만화가’ 김풍을 만났다. 그의 호방한 웃음을 지면에 전하지 못하는 게
[trans × cross] 내 욕구 중 최고는 역시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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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속 여성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연희를 만나기 전 ‘팜므파탈’이라는 단어를 준비해두었다. <이중배상>의 보험회사 직원 월터가 도와준 가엾고 아름다우며 섹시하고 치명적인 여인은 결국 부자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철저한 계산하에 움직인 여성 ‘필리스’였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미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남장과 게이샤를 오가며 김민(김명민)의 수사에 혼선을 가하는 히사코에게서 필리스의 이중성이 떠올랐다. 그녀의 정체를 아는 것은 곧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얻은 것, 코믹과 어드벤처로 점철된 탐정물에 묵직한 드라마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핵심 키워드를 읽은 것이다.
팜므파탈 이연희
“팜므파탈?” 그 소리가 멋쩍은지 이연희가 한번 더 팜.므.파.탈 하고 되묻는다. “히사코는 자신이 의도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자(김민)를 유혹하는 여자다. 대본만 볼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막상 실전에 들어
[이연희] 이중적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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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의 시계는 바쁘다. 무수한 크레딧을 장식하는 그 수많은 ‘오달수들’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고 스타일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오달수는 그렇게 많이 ‘소모되면서도’ 한번도 ‘소모된 적 없는’ 유일한 배우다. “배우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그 인물로 가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내게로 데려오는 스타일이다.” 1990년 연희패거리단 입단 이후 벌써 25년. 연기로 잔뼈가 굵은 오달수의 연기 비법이다. 셜록 홈스 옆의 왓슨처럼 탐정 김민(김명민)의 행동을 이유 있게 해주는 껌딱지 같은 캐릭터 서필. 각자 따로 행동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김민과 거의 행동을 같이하는 찰떡 커플이다. 1편과 달라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똑같으면 금세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오달수의 내공이 진짜 발휘된 매우 까다로운 도전이었다.
누적관객 1억명 배우
<국제시장>을 비롯해 <변호인> <도둑들> <7
[오달수] 한번도 소모된 적 없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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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스쳐지나가길 다행이지 안 그러면 큰일날 뻔했어요”라는 서필(오달수)의 말에 김민(김명민)이라서 할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관통했다. 나니까 이 정도였지.” 톰을 골탕 먹이기 바쁜 <톰과 제리>의 약삭빠른 고양이 제리처럼 김민은 늘 서필을 힘 빠지게 만든다. 잘난 척의 달인, 예쁜 여자만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탓에 곁에 두고 싶지 않지만, 부족한 이 2%의 허점을 영특한 두뇌와 불의를 못 참는 정의로움으로 보상하고도 남는 조선의 명탐정. 자칫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코믹도 드라마도 잡을 수 없는 김민이라는 까탈스런 캐릭터는 김명민을 만나 거부감 없는 생명을 얻게 된다.
2%의 코믹
뛰어난 두뇌, 민심을 염려하는 군자의 마음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지만 실생활은 2% 부족한 조선의 탐정. 김민의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는 열쇠는 이 2%의 코믹에 달려 있었다. 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던 김명민에게서 기대할 수 없었던 그 ‘허점’은 1편의 흥
[김명민] 코믹과 드라마 모두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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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 연휴 극장가.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라는 화제작 사이에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470만 관객을 동원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공개 후 모두들 속편을 외쳤다. “흥행은 그다음 일이었고, 우리끼리는 이미 촬영 중반부터 속편을 만들자고 했다. 그만큼 감독, 스탭, 배우의 호흡이 잘 맞았고 현장이 재밌었다. 아이디어도 서로 주고받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됐다.” 속편을 향한 모두의 의지를 김명민이 전한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1편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한 한지민에 이어 이연희가 가세했다. 스케일은 커지고, 드라마는 풍성해졌다. 규모가 커져 자칫 1편의 장점이었던 ‘엉성한’ 매력이 사라질까봐 거듭 ‘누르는’ 점검도 했다. 2편의 사건은 정조 19년, 조선 경제를 뒤흔드는 불량 은(銀) 유통사건의 배후에 자리한 거대한 범죄조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탐정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조선 최고의 콤비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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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귀염둥이’의 준말
속뜻 ‘귀척 요다 미친’의 준말
주석 귀요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귀염’ 떠는 ‘이’를 연음해서 ‘귀여미’를 만들고, ‘ㅕ’를 그보다 작은 어감을 가진 ‘ㅛ’로 교체해서 최종적으로 ‘귀요미’가 되었을 것이다. ‘귀여운 이’를 줄이면 귀여니(인터넷에 로맨스 소설을 연재하던 그 귀여니가 맞다)가 되니까 귀요미와 귀여니는 동일한 뿌리를 가진 이름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귀요미’를 ‘귀척’(귀여운 척의 준말) + ‘요다’(<스타워즈>에 나오는 못생긴 캐릭터) + ‘미친’의 준말이라고도 부른다. 한마디로 귀여운 척은 다 하지만 실제로는 꼬마 오크처럼 생긴 인물이란 뜻이다. 같은 단어로 귀여운 인물과 못생긴 인물이란 두 가지 용법으로 다 쓴다는 거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언어체계는 서로 구별되는(다른 가치를 지닌) 말들을 공간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성립한다. ‘크다/작다’, ‘높다/낮다’와 같이 상반되는 말들을 양극에 놓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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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블라디가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장 뤽 고다르의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1966)을 통해서다. 고다르가 극단적인 영화운동인 ‘지가 베르토프 그룹’ 활동을 하기 바로 직전의 작품으로, 초창기의 다른 고다르 영화들처럼 팝아트 스타일의 현란한 색상과 사회비판적인 테마가 강하게 표현돼 있다. 마리나 블라디는 여기서 ‘그녀’를 상징하는 여성으로 나온다. ‘그녀’는 하루 종일 쇼핑만 하고 돌아다니는 파리의 여성이기도 하고, 그런 여성들이 상징하는 파리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현대 소비사회 전체이기도 하다. 마리나 블라디는 뭔가를 열심히 사고, 소비하기 위해 ‘검은돈’을 버는데, 관능적인 육체와 달리 표정은 권태의 나락에 떨어진 것처럼 심심해 보인다. 관능적인 육체와 무관심한 태도의 대조적인, 혹은 이중적인 인상은 이후 마리나 블라디의 스크린 이미지로 오래 남아 있다.
장 뤽 고다르의 ‘그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한창호의 오! 마돈나] 누벨바그의 스타, 데탕트의 상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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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강남 1970> 땅만 보고 사는구나...
[정훈이 만화] <강남 1970> 땅만 보고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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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없애고 나니 걷는 일이 많아졌다. 버스 정류장 한두개 정도의 거리는 가볍게 걸어가게 되고, 외출을 준비할 때면 심혈을 기울여서 음악을 준비한다. 자동차에서 듣는 음악도 좋지만 걸으면서 듣는 음악도 무척 좋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들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변한다. <500일의 썸머>에서 조셉 고든 래빗이 생전 처음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처럼 짜릿한 감정이 이어폰으로 흘러들어온다(실제로 그렇게 했다가는 귀싸대기를 여러 번 맞고 미친놈 취급당하기 딱 좋지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무덤덤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리드미컬하게 변한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가 없어서 불편한 점이라면 외출할 때마다 여행 가방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 성격이 문제이긴 하다. 어떠한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집 밖을 나설 때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외출했는데 갑자기 손톱이 깎고 싶어지면 어떡해? 손톱깎이를 챙겨야 한다. 술을 먹다가 갑자기 소설 쓰
[김중혁의 바디무비] 도시의 숲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