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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2015년 한국영화도 슬슬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한국영화는 다소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개봉할 한국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니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중견감독들이 일제히 귀환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 3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까지 잇달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 신기록 제조기라 불렸던 강제규 감독은 로맨스영화 <장수상회>를 가지고 컴백했습니다. <킬리만자로> 이후 15년 만에 돌아온 오승욱 감독은 신작 <무뢰한>을 통해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사랑이란 늪에 빠지는 한 남자를 그립니다. 이해영 감독은 <페스티발>(2010)
당신은 이 영화들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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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열차>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말 뜻하지 않게 개인적으로 좀 긴 휴식시간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방송에만 매몰돼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이경규 선배가 영화 작업을 하고, 유세윤도 음악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방송 외적인 색다른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개인적으로 종편이나 케이블TV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긴 했지만, 이전과 별다른 변화 없이 좀 ‘늘 하던 대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봉)만대의 제안을 받게 됐고 뭔가 실험적이고 프레시한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고, 아무래도 장편이라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마침 비퍼니스튜디오스라는 회사의 방향도 마음에 들었다.
-패러디 무비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지.
=할리우드 코미디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최근 개봉한 <덤 앤 더머 투>도 무척 재밌게 봤다. 내가 좋아하는 주드 애파토우나 윌 페렐의
‘밑도 끝도 없이’ 웃긴 영화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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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열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떡국열차>가 화제가 된 것과 별개로, 지난해 내가 부집행위원장으로 있는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를 꾸리면서 호란, 남규리 등에게 연출을 맡기며 김구라에게도 아들 동현이와 함께 영화를 찍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적 있다. 그는 그때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한번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전문 방송인처럼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의 근본은 ‘희극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리얼라이즈픽쳐스의 김호성 대표가 마침 비퍼니스튜디오스를 런칭했고, 진짜 <떡국열차>를 단편으로라도 찍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촬영장에서도 봉준호 감독과 문자를 주고 받던데.
=연출하기로 마음먹고 봉준호 감독에게 시놉시스를 보여준 적 있는데, 상당히 재밌겠다고 했다. 물론 <설국열차>의 코믹스 원작자는 따로 있지만, 봉준호
피에로가 만드는 B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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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2013)의 틸다 스윈튼과 실로 놀라운 싱크로율을 뽐내는 배우 이영진을 보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떡국열차>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떡국열차>는 지난 2013년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봉만대 감독이 출연했을 당시 MC 김구라가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설국열차>의 ‘커티스’ (크리스 에반스)가 아닌 ‘커져쓰’로 출연하는 주인공 김구라 외에 윤형빈, 박휘순 등이 참여한다. 인류의 마지막 열차인 ‘떡국열차’에서, 먹는 ‘떡’과 진정한 의미의 ‘떡’을 찾아 마지막 엔진칸으로 향하는 꼬리칸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비둘기호에서 촬영을 시작한 <떡국열차> 현장을 찾았다.
“떡을 치자 떡/ 맛이 좋은 떡/ 콩떡 쑥떡 찰떡 개떡/ 떡을 쳐보자/ 자나 깨나 떡/ 개나 소나 떡…. (후략)” 현실이 된 농담이
떡몽둥이 들고 엔진칸으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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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가면 혹시나 놓치고 지나갔을지 모를 영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초조해진다. 연말마다 발표되는 베스트10 목록은 영화의 순위를 매기기 위한 줄 세우기가 아니다. 미처 찾아보지 못한 영화를 찾아볼 수 있도록 소개해주는 짧은 안내문이다. <씨네21>의 선택은 지나갔지만 2015년을 제대로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해외 영화잡지와 영화평론가들의 리스트를 모아봤다. 세상 모든 영화를 볼 순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8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도 있고 개봉이 불투명한 영화도 있다. 이들 모두 극장에서 만나길 고대하며 2014년의 마지막 편지를 부친다.
<언어와의 작별> Adieu au Langage
감독 장 뤽 고다르 / 출연 엘로이즈 고뎃, 제시카 에릭슨, 알렉상드르 파이타 / 프랑스 / 2013년
누벨바그는 멈추지 않는다. <언어와의 작별>이 자비에 돌란의 <
BEST of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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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후세인 정권이 정말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후세인이 극단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책임감과 자제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즉, 만약 이라크 군대가 뉴욕을 폭격하고 워싱턴을 포위한다면) 우리가 부시 정권에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연 수천발의 핵탄두를 포장에 싼 채 보관하기만 할까? 생화학무기들은? 탄저병, 천연두, 그리고 신경가스들은? 미안하게도, 웃음이 터져나오려 한다.”
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에 나오는 이 구절은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품을 수 있는 미국과 이라크 전쟁의 본질을 통쾌하게 요약하고 있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후에도 오랫동안 이라크 반군과 전쟁을 치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 전쟁에 저격수로 참전해 전설이 된, 그럼으로써 미국에서 영웅이 된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옮긴 것이다. 미국인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불편함을 안긴다.
[신 전영객잔] 이스트우드는 이라크전을 똑바로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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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서조차 땀범벅을 피할 수 없던 여름날, 교토 기온 시조에 있는 한 화과자점을 부러 찾아가 선물로 무엇이 좋으냐 물었더니 냉장고에서 미즈요캉(물양갱)을 꺼내주던 주인 여자의 얼굴이 기억난다. 후미진 자리의 화과자점이었지만 사실은 유명한 가게라, 숙소에서 일하는 구미코씨에게 가져다주었더니 포장을 보고 바로 “아라라라!” 하며 기뻐하며 그 집의 여름 한정 물양갱이 최고라고 했었다.
또 한 장면. 교토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 바로 옆에는 조주인이라는 작은 절이 있는데, 엄격한 비공개지만 1년에 잠깐씩 정원을 공개한다. 조주인에는 달의 정원이 있고, 저 멀리의 산부터 몇겹의 수없는 나무가 마치 정원을 위해서인 양 장관을 연출한다. 그 가운데는 작게 연못이 있는데 화룡점정은 한밤중에 달이 그 작은 연못을 천천히 지날 때라고 한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꽃사슬>을 읽으며 그 순간들을 떠올린 이유는, 가장 큰 수수께끼를 숨기기 위해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따뜻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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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돈 급등의 암운이 드리운 2014년 서울, 지인의 대학 동기가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직업은 있지만 소득은 없는 예술가다. 그런데 어떻게? 그 아파트는 지방에서 일하는 그의 애인이 사둔 집이었다. “그럼 결혼하나?” “여자는 그렇게 알고 있지.” 그렇다는 건…. “여자가 눈치채고 쫓아낼 때까지 버틸 거래.” 그는 그 대학 전설의 카사노바, 가출해서 술집 여자에게 얹혀살았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껏 등쳐먹은 여자가 한둘이 아니지만, 단 한번도 송사에 휘말린 적이 없다는 순백의 제비였던 것이다.
얼마나 잘생긴 남자인지 궁금했다. 내줄 집은 고사하고 나 살 집도 없지만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고 아우성치는 우리에게 그녀는 말했다. “삼식이 닮았어.” 삼식이, 표준어로는 삼세기. 못생기고 바보 같다는 놀림말로 쓰이는 삼식이가 여기서 유래했다.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한 편이며, 아랫면은 편평하고 넓다. 눈은 매우 크며 두눈 사이는 깊게 파여 있고, 눈의 등쪽에는 한개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잘생긴 총각, 카드는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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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볼 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을 하면 둘 다 하면 안 되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다. 틀을 깨면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도 왜 틀을 깨면 안 될까 스스로 반문한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2>)의 김석윤 감독은 영화를 들고 대중을 찾을 땐 감독이지만 평소 대부분의 시간은 JTBC 제작 PD로 지낸다. 그에게 감독이라고 불리고 싶은지, 아니면 PD라고 불러야 할지 묻자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선택의 문제도 아닐뿐더러 직업이라는 틀로 자신이 하는 작업을 규정짓고 싶지 않다는 대답에 실수를 깨닫는다. 우리는 종종 타이틀에 가려서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건 직업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가다. 김석윤 감독이 방송, 영화 두 가지 분야를 성공적으로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를 극장판으로 만들었던 그가 다음 선택한 영화는
[김석윤] 눈앞의 것들에 충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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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시겔은 할리우드 B급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이자 효율적인 영화제작의 대가다. 그는 1934년 워너브러더스에서 연기자로 경력을 시작한 이래 49년간 영화계를 지켜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무수한 B급 걸작들을 남겼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하는 ‘돈 시겔 특별전ʼ에 포함된 영화들은 그의 초기 걸작이자 전설적인 SF <신체강탈자의 침입>(1956)부터 후기 걸작 <알카트라스 탈출>(1979)에 이르기까지 12편이다. 특히 1970년대에 제작된 영화들이 눈길을 끄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첫 협업작인 <일망타진>(1968)과 형사영화의 교과서가 된 <더티 해리>(1971), 시겔과 이스트우드의 협업 중 가장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어진 욕망을 다룬 <매혹당한 사람들>(1971), 추격 신의 리듬이 압권인 <돌파구>(1973), 존 웨인과 제임스 스튜어트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 이후 다시 스크린에서
[영화제] 효율성 추구한 장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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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가서 왜 한국 사람한테 납치를 당해요?” 형신(김선빈)은 짐짓 모르는 척, 터키에 간 동생 준교(정준교)가 한국인에게 납치됐다며 당혹스러워하는 준식(김지수)에게 묻는다. 영화의 부제 ‘dog eat dog’는 ‘동족상잔’이라는 의미의 관용구다. 필리핀에서 이미 ‘한 건’ 저지르고 도피 중인 형신과 지훈(곽민호), 두진(박형준) 일당은 외국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납치해 돈을 뜯어낸다. 그 뒤에도 피해자의 수치스러운 동영상을 가지고 다니며 피해자 가족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악질들이다.
실제 있었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지난 2007년 환전소 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범인 일당이 한국인 여행객을 타깃으로 4년간 19건의 납치 및 강도 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이어지는 범인 일당의 치졸한 행각을 다룬다. 일반적인 저예산영화의 규모로는 다소 이례적이게도 터키 로케이션까지 감행했지만 로케이션이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파묵
실제 있었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 <개: dog eat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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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버드는 태어나서 한번도 집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소심한 꼬마 새다. 한편 숲속 철새들은 겨울을 대비해 대장 다리우스의 지도하에 따뜻한 아프리카로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러나 다리우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철새들은 대혼란을 겪는다. 우연한 기회로 옐로우버드가 다리우스를 대신해 철새들의 아프리카행의 길잡이로 나선다. 난생처음 드넓은 세상과 마주하게 된 옐로우버드와 옐로우버드가 다리우스의 후계자인 줄로만 알고 그를 따르는 철새 무리 사이에 번번이 크고 작은 갈등이 일어나고 옐로우버드가 지중해가 아니라 혹한의 북극해로 안내하면서 상황은 더욱 안 좋게 흐른다.
프랑스산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는 무엇보다도 그림 보는 재미가 좋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큼직한 눈에, 들쭉날쭉한 깃털을 달고 다니는 옐로우버드부터 푸른빛이 감도는 오동통한 철새들까지 익살맞은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다리우스를 습격하는 날렵한 야생 동물들의 모션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그림 보는 재미가 좋다 <옐로우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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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를 연출하기 전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은 <사랑이 찾아온 여름>(2004)과 <파리 5구의 여인>(2011)을 연출했다. TV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시작, 그간 상업적인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그가 ‘유수 영화제 초청작’으로 화제가 된 <이다>를 연출한 건 의외지만, 필연적이지 싶다. 주로 영국에서 활동하던 폴란드 태생인 감독이 고향으로 돌아가 주목한 것은 자신의 ‘뿌리’였다. 즉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할머니를 둔 가족의 역사가 <이다>의 스토리의 뼈대를 형성하는 데 역할했다면,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아그네츠카 홀란드 등이 구가해온 폴란드 영화 전성기에 대한 존경은 60년대 폴란드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흑백화면을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다>는 수녀원에서 자신이 고아인 줄 알고 자란 18살 수녀 안나(아가타 트셰부호프사카)가 원래 이름인 ‘이다’를 알게 되는 여정이다. 서원식을 앞둔 그녀는 하나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이 주목한 자신의 '뿌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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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출신의 삼바(오마 사이)는 거주권을 신청하기 위해 프랑스 이민국에 들렀다 불법이민자로 간주되어 체포된다. 지난 10년간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요리사가 되기 위해 애쓰고, 모은 임금을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내던 그의 노력은 한순간 수포가 된다. 추방되기 직전, 공항 근처 구치소에 수감된 삼바를 상담하기 위해 두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중 하나는 처음 법률지원 일을 맡은 앨리스(샬롯 갱스부르)로, 얼마 전까지 라데팡스에 위치한 회사의 고위직 간부로 일하다가 병가를 내고 자원봉사 일을 맡았다. 고된 업무로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앨리스에게 삼바는 마음을 사로잡으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인물이 골목의 끝에서 교차하며 드라마틱한 일들이 발생한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 감독은 1995년 제작한 단편 <낮과 밤> 이후 줄곧 함께 작업해왔다. 2011년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뒤흔들었던 <언터처블: 1%의 우정>로 그들의 행보는
사회에 대한 풍자를 지닌 블랙코미디 <웰컴, 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