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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소설.’ 조해진의 첫 번째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조해진의 소설을 읽는 코드 중 하나’를 그렇게 말해뒀다. 에이즈에 감염된 여자(<그리고, 일주일>), 시력을 잃은 연극배우와 죄지은 것 없이 전과자가 돼버린 남자(<기념사진>), 한국 남자와 결혼한 뒤 버림받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여자(<인터뷰>), 거인병에 걸린 여자와 사랑하는 남자의 침묵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까지(<여자에게 길을 묻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한 등단작).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그가 속한 사회로부터 내쳐졌거나 존재하되 그 존재감이 점점 더 희미해져가는 사람들이다. 뿌리 없이 부유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조해진 소설의 인물들은 누구보다 많이 아파하고, 누구보다 먼저 상대방의 아픔을 감지한다. 조해진은 “결핍된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야말로 소설의 운명”이라고 담
위로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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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1983년 대구 출생. 작가. 후장사실주의자!? 정지돈을 비롯한 오한기, 이상우 등 일군의 젊은 작가들의 한줄 프로필에도 후장사실주의자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후장은, 그 후장(anal)이 맞다. 이들은 얼마 전 이라는 독립잡지까지 펴냈다.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에 <눈먼 부엉이>가 당선돼 등단했을 때 정지돈이 쓴 당선소감엔 후장사실주의의 탄생설(!)이 나와 있다. “2012년 여름 오한기와 후장사실주의 그룹을 결성했다. 통화 중에 우연히 나온 것으로 내가 후장사실주의를 결성하자고 말하자 오한기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데굴데굴 굴렀다. 후장사실주의는 <야만스러운 탐정들>(로베르토 볼라뇨)에 나오는 내장사실주의의 패러디다.” 기성문단을 공격하고 기성질서를 파괴하길 서슴지 않았던 로베르토 볼라뇨가 20대 초반 초현실주의를 패러디해 인프라레알리스모(밑바닥사실주의-내장사실주의)를 결성했고, 정지돈과 오한기는 다시금 로베르토 볼라뇨의 말을 패러디
나는 후장사실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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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은 겨루기에 능한 작가다. “신념이나 지향과 무관하게 도구를 제대로 다루는 사람을 존경한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나 음악과 달리 문자는 감각을 이용하지 않는 비교적 빈약한 도구다. 도구가 빈약한 만큼 그것만으로 사람을 끌어당겨 책 한권을 다 읽게 만들고, 떠나는 순간 한방 남기고 싶은 것 또한 작가의 욕망일 거다.” 장강명의 소설을 읽는 일은 비유하자면 줄다리기 같다. 줄이 하나 있다. 독자가 한쪽을 잡고 작가가 한쪽을 잡는다. 당긴다. 작가는 힘껏 줄을 당기다 가끔 슬쩍 힘을 푼다. 가벼운 마음으로 줄을 잡았던 독자는 점점 작가를 이기고 싶어져 필사적으로 손에 힘을 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작가가 줄을 탁 놓아버리고 독자는 망연히 줄과 작가를 번갈아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 장강명의 소설을 읽고 난 대개의 독자가 그런 기분이었을 거다. 요는 “제일 해답이 궁금한 시점에서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네가 가진 것의 가치가
편집술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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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스릴러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영화화 제의가 쇄도했던 송시우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스타 평론가 수빈이 칼럼 연재를 위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추리소설이다. 그때 그 시절, 다가구주택의 안방과 건넌방, 별채 등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사람들을 찾아나선 수빈 앞에 서서히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은 때론 섬뜩하고 선정적이면서도 애잔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이 소설을 주목한 이유도 뚜렷한 배경 설정과 ‘범죄 동기’가 분명하고도 다양한 캐릭터 등 장르소설의 기초공사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시절에 ‘셜록 홈스’와 ‘뤼팽’을 마스터하고 중학생 때 이미 국내 출간된 모든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은 작가 송시우는 더이상 읽을 소설이 없어 방황하다가 PC통신 시대를 맞이하여 ‘추리동’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범죄와 서글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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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력을 이기고 날아오를 수 있게 도와주세요.’(<폭우> 중) ‘당신은 언젠가 중력에 맞서서 날아오를 거요.’ (<과학자의 사랑> 중) 손보미 작가가 어느 날 꾼 꿈에서 출발한 두 갈래의 작품은 각각의 인물을 통해 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들은 개별 서사의 중력에서 벗어나 대화를 건네고, 그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리듬을 그려넣는다. 그녀의 소설은 한국 문단에서 단연 보기 드문 개성을 지녔다. 등단 후 한권의 단편집을 냈을 뿐이지만, 2012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2013년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1년, 아들을 잃은 남자와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가를 그려낸 단편 <담요>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마치 <담요> 속 작가와도 같은 포즈를 취한다. 그녀는 미국 드라마 <오피스>의 등장인물 마이클 스캇의 말을 빌린다. “우주에 어떤 망원경이 있어서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중력에서 이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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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빌려드릴까요?” 녹음기를 켜자 김태용 작가가 소형 마이크를 건넨다. 주변의 소음을 잡아주고 스마트폰에도 호환 가능한, 녹음에 유용한 물건이란다. 김태용 작가는 소리를 채집한다. 독특한 억양을 지닌 사람의 목소리,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 물소리. 일상적인 순간에서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문학의 음성적 역할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첫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를 낸 뒤 사운드아티스트 유한길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음성적’인 소설을 한국에서 보게 되어 흥미롭다고 하더라. 그 뒤로 유한길씨의 제안으로 사운드텍스트그룹 A.Typist에 참여해 소리에 대한 작업을 함께해왔다. 사운드아트를 하는 친구들과 일하며 소리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주변에 떠도는 잡음, ‘화이트 노이즈’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어디서부터 이 소리들이 반복되고
소리로 소설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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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은 누구나 하지 않나. 망상에서 1mm만 더 나아가면 상상이 된다. 상상으로 단련돼, 당장 눈앞에 아가미 달린 소년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웃음)” 충만한 상상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 구병모는 2008년 마법사가 운영하는 빵집을 배경으로 한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과 동시에 첫 책을 출간했다. “15년간 등단의 문을 두드린” 그녀는 오랜 갈증을 풀어내듯, 데뷔 후 1년에 한권 이상의 책을 탄생시켰다. 아가미가 달린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낸 <아가미>, 폐쇄적인 학교의 배후를 밝히는 <피그말리온 아이들>, 노년의 여성 킬러가 주인공인 <파과>, 그리고 단편집 <고의는 아니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과 고전동화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신작 <빨간구두당>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내세우는 그녀의 작품들은 “뚜렷한 캐릭터, 흥미로운 소재, 분명한
1mm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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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서’(晝耕夜書)라고나 할까. 소설가 곽재식은 전업작가가 아니다. 그는 한 화학 회사에서 행정 관리직으로 일하는 회사원이다. 종종 연구원이기도 하다. 인터뷰 시간을 평일 점심으로, 장소를 자신의 회사 근처로 정한 것도 그가 회사원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회사원이었다가 밤이 되면 작가로 변신하는 셈인데 정작 곽 작가는 이 사실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른 작가님들도 생계를 꾸리기 위한 일을 하고 계시지 않나. 회사에서도 소설 쓰는 사실을 아냐고? 알다마다. ‘곽재식 사원에게 배우는 글 쓰는 법’ 같은 사내 행사가 열린 적도 있다. (웃음)” 마땅한 취미가 없어 회사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게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힘들진 않다고 하니 소설 쓰기를 진정 즐기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빌딩숲이 가득한 선릉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장 차림의 그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상냥한 수다쟁이 아저씨였다. 이야기가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고, 평범한 일상을 재미있게 묘사해 지
직장인의 상냥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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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10인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만났다. 곽재식, 구병모, 김태용, 손보미, 송시우, 장강명, 정지돈, 조해진, 최민석, 한유주 작가가 그들이다. 해마다 진행하는 <씨네21>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에 그치지 않고, 이번엔 아예 우리가 주목하는 작가에게 한층 적극적으로 파고든 시도다.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계에서 벌써 이들 작가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는 점이다. 소설 출간과 함께 영화계의 판권 문의가 쇄도한 작가들도 있고, 영화적 방식을 자신의 소설 쓰기에 결합한 작가들도 있다. 10인의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 스타일, 사회를 향한 다양한 시선은 문단의 새로운 흐름이자, 한국영화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번 특집이 단순히 작가를 소개하고 책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결국 콘텐츠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하는 우리의 의도로 읽히길 바란다. 여기 추천하는 이들 외에 당신이 주목하는 또 다른 작가는 누구인가?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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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멜로드라마의 거장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회고전이 내년 2월28일까지 열린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부산 영화의 전당,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으로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을 개최한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대표작 26편이 상영되는 이번 회고전은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905년생인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총 90편에 가까운 영화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쇼치쿠 가마타 촬영소 영화 스탭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이후 도호영화사 전속감독이 되었고 그의 작품 대부분은 도호영화사에서 제작되었다. 그의 무성영화 작품들 상당수는 필름 프린트가 전해지지 않고 있으므로 이번 회고전에서 마련된 목록은 사실상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중요 작품이 망라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의 인생사를 그린 대표작 <부운>
이번 회고전에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1930∼40년대 나루
[영화제] 오래 볼수록 맛있는 멜로드라마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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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한 대학 캠퍼스. 공부보다는 노는 게 더 좋은 명랑한 정웨이(양자산)는 사랑에는 한없이 예민하다. 오랫동안 한동네에서 자라 함께 사랑을 키우던 린징(한경)이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는 말을 듣고 가슴 아파하던 그녀는 얼마 후 모범생 건축학도 천샤오정(조우정)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천샤오정의 철벽같은 거절에도 공공연하게 사랑을 고백하던 정웨이는 마침내 천샤오정과 연애를 시작한다. 가난한 사정 때문에 천샤오정은 정웨이의 생일에 변변한 선물도 못해주지만 둘은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다. 하지만 정웨이는 천샤오정이 미국으로 유학 간다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 듣게 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여배우 자오웨이가 연출을 맡은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은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의 전형처럼 진행된다. 저마다 이별을 겪는 와중에도 젊은 그들은 다시 서툴게 사랑을 시작한다. 갑자기 떠난 사랑에 눈물을 왈칵 쏟다가도 새로운 사람 앞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주인공 정웨이(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 로맨스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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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소식이 끊긴 아버지의 부고가 바닷가 작은 마을 세 자매,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가호)의 집에 날아든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버지이기에 세 자매는 그저 무덤덤하기만 하다. 반쯤 의무감에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세 자매는 그곳에서 자신들에게 스즈(히로세 스즈)라는 이름의 이복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 자매의 가장 격인 큰언니 사치는 혼자 남겨진 스즈가 못내 마음에 걸려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요시노와 치카도 스즈를 막내동생으로 받아들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요시다 아카미가 그린 동명의 원작 만화에서 이복자매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특유의 섬세함으로 스즈와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네 자매의 소소한 일상을 느리게 엮어낸다. 화면은 더없이 아름답고, 속 깊은 자매들의 마음 씀씀이는 여러 에피소드를 거쳐가며
하나의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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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 기록을 보유한 산악인 엄홍길. <히말라야>는 산악인 엄홍길의 이야기를 극화한 실화영화다. 영화는 엄홍길 대장의 산악 히스토리 중에서, 2005년 후배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 원정대를 꾸려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던 일화에 주목한다. 대명대 산악부 출신 박무택(정우)과 박정복(김인권)은 엄홍길(황정민)의 칸첸중가 등정팀에 막내 대원으로 합류하면서 산사나이의 길을 걷게 된다. 악천후와 고산병과 싸워가며 칸첸중가 정상에 오른 엄홍길과 박무택은 이후 K2, 시샤팡마, 에베레스트까지 함께 등반하며 진한 동료애를 나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무택은 엄홍길을 닮은 젊은 산악인으로 성장하고, 2004년 팀원들을 이끌고 대장으로서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그리고 하산 도중 목숨을 잃는다. 비보를 들은 엄홍길은 에베레스트 데스존 어딘가에 묻혀 있을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 원정대를 꾸려 에베레스트로 향한다.
<히말
실화의 힘을 극대화한 산악영화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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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지키는 영험한 산군(山君),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섬김의 대상이었다. 1925년 일제강점기, 박제 수집가인 일본군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는 대호의 가죽을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된다. 물불 안 가리는 이 야욕의 한가운데, 출세와 돈에 눈이 먼 조선인 출신 장교 류(정석원)와 구경(정만식)을 비롯한 조선의 포수들 역시 가세한다. 그러나 아내를 잃고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과 단둘이 살아가는 지리산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은 이 광기의 행렬에 동요하지 않는다.
대호를 잡지 않겠다는 천만덕의 원칙은 곧 일본인이 조선 땅을 ‘더럽히기’ 전, 지리산의 포수들이 묵묵히 따르던 룰이었다. 그건 “시대가 시대니 돈 되는 일을 하자”는 신세대 아들의 다그침에 “잡을 놈만 잡는 것이 산에 대한 예의”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아버지’로서의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물질이 정신에 앞서는 시대의 변화 앞에서 이는 외고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천만덕은 힘겹지만
한국영화의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 <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