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고’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전의 좋은 것이 다시 부활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것보다는 과거의 것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양쪽 이미지 모두를 상황에 맞게 조율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겨울 정도로 복고가 많았기 때문일까. 복고에 대한 이미지는 후자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문화계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능력을 잃고 자꾸만 과거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복고 경향이 현재와 과거의 생산적인 만남이 아닌 단순 ‘추억팔이’ 성향이 짙다는 것도 이 인식을 부추기는 것 같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 보태야 예술이고 창작이랄 수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서랍장에서 사진 꺼내서 보듯 추억만 추구하는 현재의 한국 문화계를 과연 ‘창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곳곳에서 진단이 나오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올드 앤 뉴, 조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대박을 쳤다.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가 하면 거리는 어느새 1990년대 대중가요 일색이다. 혹자는 현재 대중가요 시장과 문화계 전반의 빈약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누군가는 복고 트렌드의 일시적 반동에 불과하다고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한다. <토토가>뿐만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천만 관객 달성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TV 예능 <토토가>, 영화 <국제시장>으로 대표되는 복고 성향은 현재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반영되어 과거로 회귀하는 반동적인 흐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그 시절의 콘텐츠가 즐기기 제법 괜찮았기에 나타난 일시적 유행일 수도 있다. 쏟아지는 말의 홍수 사이에서 복고 트렌드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을 들어봤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현재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되짚어보기에 제법 도움이 될 지표들이다.
빽 투 더 90’s! 파뤼 투나잇!!
-
<미스터 터너>에는 화가의 유명한 그림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준 뒤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그냥 완성된 그림이 배경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그림은 직접 등장하지 않고 그림처럼 묘사된 화면이 등장할 때도 있다. 수많은 그림 가운데 <미스터 터너>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된 일곱 작품을 소개한다.
영화는 대략 1830년경부터 시작된다. 터너의 나이 50대 중반일 때다. 따라서 이전의 작품들은 완성된 채 배경으로 제시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성 자연과학자 섬머빌이 터너의 집을 방문하여 개인 갤러리를 구경할 때다. 이때 강조된 작품이 <눈보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군대>(1812)이다. 터너가 30대 중반에 그린 작품으로, 한창 낭만주의의 테마인 ‘숭고’의 미학에 주목할 때다. 여기서도 자연은 무한과 경외의 대상으로 표현돼 있다. 화면의 아래에 한니발의 군대들이 이동하고 있고, 캔버스의 대부분은 눈보라 치는
낭만주의의 정점에서 현대미술의 맹아까지
-
마이크 리의 전기영화 <미스터 터너>는 화가의 말년에 초점을 맞춘다. 낭만주의의 대가였던 윌리엄 터너가 정점으로 올라가는 화려한 성장기는 생략됐다. 대신 영화에는 대가의 고독과 피폐함이 강조돼 있다. 마이크 리가 주목하는 화가의 삶에, 터너의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바라봤다. 마이크 리는 그것이 ‘역사적인 예술가’의 운명이라고 보는 듯하다.
예술가에게 낭만주의의 천재는 꿈의 대상이다. 제도와 이성을 초월하여 세상을 조종하는 연금술사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평범한 집안 출신에, 지적 배경이 낮고, 성격적 결함도 많은 베토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의 힘을 느끼게 할 때, 대개 우리는 예술의 신비한 마력 앞에 이성을 잃는다. 예술가란 그런 마법을 부리는 주술사의 표상이 아닌가. 그래서 낭만주의의 천재 앞에 교육 같은 제도는 하찮은 미물로 전락된다. 설사 그런 정체성이 낭만주의자들이 지어낸 허상이라 할지라도, 그 허상은 실제보다 더 큰 설득의 유혹을 갖는다. 마이크 리는
베토벤의 슬픔을 듣는 낭만주의 예술가의 초상
-
-
-민병성 이사장 “청소년 폭력 예방을 위한 NGO로서 사회적 책무를 실천할 것”
-학계·기업계·연예계·방송언론계·시민단체·공직자 등 참석하여 청소년 폭력 예방을 위한 뜻 모아
푸른나무 청예단(이사장 민병성·이하 청예단)은 22일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스스로넷_용산구 한강대로)에서 설립 20주년(1995년 설립)기념 신년하례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청예단은 1995년 6월, 지속적이고 잔인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어린 생을 마감한 故 김대현군(당시 16살, 고1)의 아버지가(김종기) 다시는 이 땅에 자신과 같이 불행한 아버지가 없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학교폭력 예방과 치료를 위해 설립한 비영리공익법인(NGO) 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용린 전)교육부장관, 손봉호 전)동덕여대 총장,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금형 전)부산지방경찰청장, 정용실 KBS 선임 아나운서, 방송인 권영찬 등 다양한 계층의 인사 5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 20주년 기념 신년하례식 개최
-
필모그래피
영화
2014 <허삼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3 <몬스터> <신촌좀비만화> 중 <너를 봤어>
2012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기>
2011 <나의 PS 파트너> <타워>
2010 <마이웨이>
2009 <심야의 FM> <해운대>
2008 <우리집에 왜왔니>
2007 <추격자> <기다리다 미쳐>
2005 <날아라 허동구> <연리지>
2004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예전에는 마트에 가면 필요한 물건만 딱 샀는데 이젠 라면 한 봉지를 사러 가도 한두 시간은 금방이다. (하하)” <허삼관>의 박준용 소품실장 얘기다. 영화 소품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어디를 가도 그냥 쉽게 돌아서는 법이 없다. “재밌는 아이템, 신기한 물건이 어디 없나 보고 또 본다. 그러다
[STAFF 37.5] 연필 한 자루 사는 데도 30분
-
외모도 영화도 자못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시이 유야는 작품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를 향한 “화와 분노”를 슬그머니 드러내온 신진 연출가다. 수편의 실험적인 단편을 연출하다 오사카예술대학졸업작품인 장편영화 <무키다시 닛폰>(2005)으로 피아영화제 대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국내엔 <행복한 사전>(2013)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별까지 7일>(2014)은 그의 아홉번째 장편영화다. 최근 <이별까지 7일>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자 한국을 찾은 그의 발길을 잠시 붙들었다.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이시이 유야의 말끝엔 젊은 작가의 예리한 칼날이 숨어 있었다.
-하야미 가즈마사의 소설 <이별까지 7일>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이번에 처음 작업해보는 나가이 다쿠로 프로듀서에게 제안 받았다. 원작에서 큰 감동을 느꼈다고 하더라.
-원작을 각색할 때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겠다고
[이시이 유야] 시대와 사회가 내뿜는 공기에서 영화가 나온다
-
<빅 히어로>는 조립형 장난감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관객은 로봇만화 향수를 자극하는 구성, 디테일한 배경 묘사에서 오는 사실감,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 쾌감 같은 완성도 높은 파츠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합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각각의 파츠를 무척 잘 만들었다는 거다. 전체적인 구성이 감독의 역할이라면 핵심 파츠 중 하나인 캐릭터 디자인은 김상진 슈퍼바이저의 몫이었다. 뒷골목 익숙한 분위기까지 재현한 세밀한 배경 위로 뛰어노는 5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야말로 <빅 히어로>의 핵심이자 정체성이었다. 이들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김상진 슈퍼바이저에게 <빅 히어로>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마블과 디즈니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이다. 원작을 얼마나 참고했나.
=솔직히 원작은 보지 않았다. 등장인물과 핵심 컨셉만 들고 와 백지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존 래세터가 주문한 건 한 가지다. 단순하고 귀엽게. 배경은 최대한 복잡하고 사
[빅 히어로] “꿈을 좇다보면 기회는 온다”
-
돈 홀 감독의 전작은 <곰돌이 푸>, 콘 로이 프로듀서의 전작은 <라푼젤>이다. 동화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자신들이 열광한 마블 코믹스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일에 착수했다. 1월14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빅 히어로>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슈퍼히어로가 된 듯 익살스런 포즈를 취했다. 이후 45분간 마주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그들의 얼굴엔 언뜻언뜻 개구쟁이 소년의 표정이 떠올랐다. <빅 히어로>가 젊고 경쾌한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된 데에는 만드는 사람들의 젊은 정서도 한몫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 코믹스에 디즈니의 감동을 입힌 두 사람을 만났다(공동감독 크리스 윌리엄스는 한국을 찾지 않았다).
-<빅 히어로>는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돈 홀_그렇게 봐줘서 고맙다. 스튜디오에서도 한 가지 스타일의 영화에 집착하는 것을 피한다. <라푼젤> <
[빅 히어로] 코미디, 액션, 감동의 균형
-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마블의 첫 콜라보레이션 작업물인 <빅 히어로>는 치료용 목적으로 개발된 로봇 베이맥스와 천재소년 히로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슈퍼히어로영화다. 마블과 디즈니, 두 집안의 궁합은 꽤 잘 맞아 보인다. 지금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결을 달리하는 <빅 히어로>의 매력을 짚어봤다.
마법에 걸린 공주 자매의 이야기 <겨울왕국>은 누가 뭐래도 디즈니 영화였다. <겨울왕국>을 보고 픽사나 드림웍스를 떠올리는 사람은 여태 보지 못했다. 디즈니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보임으로써 옛 영광을 되찾았다.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는 그러한 <겨울왕국>의 대척점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10대 소년의 감성으로 무장한 <빅 히어로>는 어딘가 디즈니 애니메이션답지 않다(마치 디즈니다운 영화가 뭔데, 라고 자신만만하게 항의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로봇 격투 장면으로 시동을 걸고,
[빅 히어로] 공주님, 왕자님은 개뿔!
-
시나리오작가 찰리 카우프먼은 <존 말코비치 되기>가 다른 어떤 유명인사도 아닌 존 말코비치에 관한 이야기여야 한다고 고집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성(姓)의 발음도 발음이지만 (남녀노소가 오직 ‘말코비치’라는 말로만 대화하는 명장면을 추억해보라), 카우프먼이 꼽은 더 중대한 이유는 이 배우의 중심에 들어앉은 ‘불가지성’(unknowability)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일까? 어떤 기분일까? 말코비치는 고도로 오만한 동시에 공손해 보인다. 악역을 연기하는 그의 분노는 대개 폭발보다 암시를 통해 우리를 소름끼치게 한다. 소싯적부터 극단을 결성해 연출까지 나아간 엄숙한 면모의 배우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데에 코털만큼도 개의치 않는다. 연기 리서치를 의미 없게 여긴다는 점도 유명하다. <마음의 고향>에서 시각장애인 역을 맡은 그를 영화사가 특수학교에 보내놨더니 딱 2시간 듣고 땡땡이를 쳤는데 결국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 활동 분야는 영화제작부터 오
[trans × cross] 말코비치, 말코비치? 말코비치!
-
겉뜻 “내가 니 어미다”와 호응하는 말
속뜻 “다리 밑에서 주웠어”와 반대되는 말
주석 <우정의 무대>를 기억하시는가? 1988년부터 1997년까지 MBC가 제작한 군인 위문 예능 프로그램이다. 전국의 군부대를 돌면서 방송을 진행했는데 포맷은 일정했다. 첫째, 초대가수의 공연. 관객의 호응을 고려해서 주로 젊은 여성 가수나 걸그룹을 섭외했다. 둘째, 휴가증을 놓고 벌이는 군인들의 장기자랑. 주로 막춤이나 촌극이 사랑을 받았다. 셋째, 해당 군부대의 홍보 영상. 주로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와 기와를 깨거나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총질을 했다. 넷째, 애인과의 면회. 부대장이 즉석에서 외박증을 끊어주면 다들 신음을 내뱉었다.
이 프로의 하이라이트는 ‘그리운 어머니’ 코너였다.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놓고 엄마 얼굴 보고 나면 눈물이 납니다.” 이런 노래로 분위기를 잡고, 사회자의 신파조 멘트가 이어진다. “어머님의 잔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는 그 목소리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저의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
오늘 가장 고생한 사람은? 개그와 애교로 무장한 송승헌의 ‘원맨쇼’ 앞에 주먹 꽉 쥐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던 엄정화일까, 계속되는 테이크마다 ‘글라스’에 소주(를 가장한 생수)를 콸콸 따라 마시던 송승헌일까?
‘모범생’ 송승헌은 촬영이 끝나자마자 두꺼운 대본에 잔뜩 필기를 하며 모니터 중이다. “의외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던 차에 만난 시나리오”라며 개그 의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강효진 감독이 “미남배우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은데 너무 많은 애드리브를 준비해온다”고 한숨을 푹푹 쉴 정도!
오랜만에 특기인 휴먼 코미디로 돌아온 강효진(오른쪽에서 두번째) 감독. “편한 생활 신은 모두 찍었다. 남은 11회차에 어려운 감정 신이 남아 있다”라며 사뭇 결의에 찬 표정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감독님, 안 웃는 게 너무 힘들어요~!” “초반엔 가정파괴범”으로 등장하는 엄정화가 송승헌의 연기 앞에 진지한 리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장면의 비밀. “단계별로 계산된 디테일한
[씨네스코프] 강효진 감독 <멋진 악몽> 촬영현장
-
[정훈이 만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철수와 영희
[정훈이 만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철수와 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