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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상의원> 장인정신
[정훈이 만화] <상의원>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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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스포일러가 나옵니다만, 그게 참,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뭔가…. <박스트롤>의 스포일러도 나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딸 머피가 아버지에게 ‘왜 자신의 이름을 머피라고 지었냐’며 투정부리는 대목이 나온다. 아버지는 ‘머피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름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이라며 딸을 달랜다. 내가 딸이었다면 “아빠, 그게 무슨 헛소리야”라고 화를 냈을 거 같은데, 머피는 아직 어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빠를 사랑해서 그랬는지 순순히 수긍한다. 세월이 흘러 머피가 다시 아빠를 만났을 때, 머피는 한번 더 따져 물었어야 했다. “아빠, 왜 내 이름을 아빠 마음대로 지은 거야. 머피라는 이름 때문에 내가 평생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왜 아빠는 아들이나 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이름을 지어버리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이상하다. 왜 이름은 자신이 직접 지을 수 없을까
[김중혁의 바디무비] 때로 참을 수 없이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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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매년 12월이면 이삭줍기에 바쁘다. 게을러서 제때를 놓친 주요 영화를 해 바뀌기 전에 보려는 노력인데 말하나마나 중과부적이다. 올해의 가장 굵은 이삭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였다. 스웨덴판 <렛미인> 이후 가장 아름다운 뱀파이어 영화, 올해의 제일 개성적인 코미디, 도시를 감식하는 고수의 안목, 덤으로 따라붙은 가장 멋진 소파와 최고의 디저트. 결정적으로 듀이 십진분류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독서광 이브(틸다 스윈튼)의 장서 더미는 <행복한 사전>의 편집실,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서가와 더불어 온 세상 애서가를 황홀하게 만들 이미지다. 여기서 더 바라면 도둑이다.
12/05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감독 자신이 별로 믿지 않는 이야기를- 정확히 말하면 그다지 개의치 않는 스토리를- 어쨌거나 장대하게 찍는 방법의 시범으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형제여, 그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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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에 젊은이들의 ‘생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던 이유가 설명된다. 말하자면, 그 시기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믿었다. 따라서 지금은 불행하지만, 언젠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26살이던 2011년에 쓴 책으로, “요즘 젊은 것들” 운운하며 혀를 차는 기성세대에게 조목조목 따져묻는다. 첫 번째 질문은 청년•젊은이라는 말의 개념이다. 청년에 대한 일반화란 가능한 일인가? “세대론이 사회에서 유행하게 되는 때는 계급론이 현실성을 잃었을 때다. 세대론이라는 것은 본래 매우 억지스러운 이론이다. 계급, 인종, 젠더, 지역 등 모든 변수를 무시하고, 그저 ‘어떤 연령’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젊은이’라고 일괄해 명명해버리기 때문이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그럭저럭 행복하고 다소간 불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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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3권으로 분권되어 출간되었던 책이 합본 개역판으로 묶여 나왔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최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으로 이 소설을 들면서, “철학자로서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세계가 그 안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름의 철자 순서만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
[도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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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서점 대상에서 1위에 선정된 책. <천지명찰>은 주로 SF 분야에서 활약하던 우부카타 도우가 2009년 처음으로 도전한 시대 소설이다. 권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달력과 그 달력을 새로이 바꾸는 개력 사업을 중심으로 일본 고유의 지식 문화유산인 ‘와산’과 ‘산액’ 등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마지막에서는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도서] 2010년 일본 서점 대상에서 1위에 선정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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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이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이년째다. 같이 이사간 개 두 마리 소리와 폿코와의 일상도 여전하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소리가 아팠고, 소리가 세상을 떠났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주도에 도착했다며 연락하는 사람들은 그의 집 문을 두드리는 모양이다. 제주에서 살아볼까 고민하는 프리랜서라면 특히 이 책에서 도움받을 대목이 많아 보인다.
[도서] 올드독이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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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후 200주기를 맞이해 강렬한 블랙북 시리즈로 사드 전집이 출간된다. 그 첫 책으로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가 먼저 선보였다. 사드라는 이름을 사디즘과 연계한 선정주의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해왔다면, 이번 시리즈는 과연 그런가보다 하는 인식에 더해 그의 글을 읽게 도와주는 각종 장치들(묵직한 검은 책이라는 물건으로서의 매혹부터 가독성 높은 편집, 각주, 해설)에 대한 감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참고로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전집의 두 번째 권으로 선보이게 될 것 같다.
사드에 대한 설명.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같은 기질과 극단을 탐하는 상상력으로 인해… 평생 두번의 사형선고와 15년의 감옥살이, 14년의 정신병원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최소 열한곳 이상의 감금 시설을 전전했다.” 번역가 성귀수가 그의 모든 글이 프랑스에서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을 설명하는데, 그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서] 글쓰기라는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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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찾을 것이다. 널 찾은 후엔, 죽여버릴 것이다.”(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테이큰> 시리즈를 관통하는 그 유명한 대사처럼, 누군가를 찾고, 죽이는 전직 첩보요원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의 여정은 3편에서도 계속된다. 다만 그가 감당하게 되는 고난의 수위란 전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랑하는 전 부인(팜케 얀센)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설상가상으로 브라이언은 그녀를 살해한 용의자로 LA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추적자가 추적을 당하는 자가 되고, 유령처럼 살아왔던 브라이언의 정체가 만천하에 밝혀지게 되는 <테이큰3>는 시리즈의 끝을 예감하게 하는 드라마틱한 시련과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로 가득하다. 2014년 12월11일, 런던에 위치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테이큰3>의 정킷 행사에서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과 주연배우 리암 니슨을 만났다. 2편의 개봉
[현지보고] 더이상의 속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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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아나이스 드무스티에)와 로라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영원할 것 같던 우정을 뒤로하고 로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클레어는 상심에 빠진다. 어느 날 어린 딸을 돌봐달라는 로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은 클레어는 여장을 하고 있던 로라의 남편 데이빗(로맹 뒤리스)과 마주친다. 당황하는 클레어에게 데이빗은 자신의 복장도착 성향을 털어놓고, 클레어와 데이빗은 서서히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친구로 발전하게 된다.
복장도착 성향을 가진 남자(친구)로 혼란을 겪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는 자비에 돌란의 <로렌스 애니웨이>(2012)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열쇠로 이 문제를 돌파했던 자비에 돌란과는 달리 프랑수아 오종은 이 문제를 ‘욕망’으로 접근한다. 여장을 한 데이빗에게 클레어는 ‘버지니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버지니아와의 일탈 속에서 클레어는 자신이 버지니아를 욕망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 영화는 의도적으로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친구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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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연쇄 폭발물 테러범으로 뉴욕시에 엄청난 사상자가 생기고 시민들은 불안에 떤다. 범죄예방본부는 일종의 타임머신을 이용해 피즐 폭파범을 잡기로 하고 템포럴 요원(에단 호크)을 투입한다. 템포럴 요원은 시간 여행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바텐더로 위장한다. 요원은 바의 손님 존(사라 스누크)의 인생담을 듣고 존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한 사내를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원은 존에게 제안을 한다. “당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그 사내를,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도 없이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렇게 하겠는가?” 존은 템포럴 요원을 따라 시간 여행에 나서고 그 여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 혹은 시원으로 그들을 이끌게 된다.
존이 템포럴 요원에게 농담을 하나 해보라고 강요했을 때, 요원은 “달걀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닭이 먼저일까요?”라고 묻는다. 재미가 하나도 없는 이 농담은 실제로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
모든 결과는 원인이, 모든 원인은 다시 결과가 <타임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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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요리사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욱하는 성격 탓에 자신의 요리에 악평을 쓴 요리평론가에게 욕설을 퍼붓다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쫓겨나고 만다. 좌절하고 있던 칼에게 이혼한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푸드트럭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푸드트럭은 금세 인기를 얻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앙숙’ 평론가가 그를 다시 찾아온다.
재능은 있지만 미성숙한 주인공이 시련에 부딪혀 반성을 거듭한 끝에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본다면 <아메리칸 셰프>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이야기를 평평하게 만들어놓은 덕분에 영화의 다른 부분들을 ‘감상’할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때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탄생하는 먹음직스런 요리들이다. 카메라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훨씬 더 정성스레 재료를 골라 손질하고 조리해 하나의 요리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여기에 달궈진 팬이 치즈를 녹
맛깔스러운 영화 감상 <아메리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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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향사 선미(이영아)는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는다. 한편 대형 수족관에서 아쿠아리스트로 일하는 상우(박해진)는 말썽을 부리는 물고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난다. 선미의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오르골을 매개로 해서 그들은 운명처럼 서로를 감지해낸다. 하지만 이 사랑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선미의 몸에 이상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언제 백혈병으로 발전할지 모르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이 그녀를 잠식해가고, 상우의 주변에선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다.
<설해>는 <동감>과 <화성으로 간 사나이> <바보> 등 2000년 이래 지속적으로 서정적 드라마의 작품을 선보였던 김정권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다.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고통받는 100만명의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감독의 전언처럼, 영화는 특정한 질병을 모티브 삼아 상세하고도 진솔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려 애쓴
바다에서 내리는 눈 <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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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쏟아지는 액션 프랜차이즈영화 가운데서 <테이큰> 시리즈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까닭은 그 중심에 ‘가족’이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사랑하는 가족, 지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첩보요원의 숙명을 완전히 위반하는 남자. 리암 니슨이 연기한 <테이큰> 시리즈의 브라이언 밀스는 첩보요원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거스름으로써 액션영화 주인공으로서의 생명력을 얻었다. 그런 그가 3편에서는 가족을 잃는다. 시리즈의 종장인 <테이큰3>의 초반부,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건 처참하게 살해당한 브라이언의 아내, 레니(팜케 얀센)의 시신이다. 브라이언은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살인용의자로 지목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이제 남자친구와 행복한 동거를 시작한 딸 킴(매기 그레이스)뿐이다.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영화라는 점을 의식한 듯, <테이큰3>는 전편에서 보여준
테이큰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테이큰3>